Share

제144화

Author: 십일
“나정 언니...”

영지는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왜 날 보는 거야? 넌 자신을 체크하는 절차를 알고 있는 거야?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기면, 네가 그 책임을 질 거야?”

“저, 저도 절차를 대충 알고 있어요. 전에 배운 적이 있어요. 만약 자산을 체크한 후, 이 아가씨의 블랙카드에 문제가 없다면, 저도 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요”

“허, 일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빨리도 배웠네. 그러나 이것만 기억해. 우리는 눈치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의 고객님이고, 누가 집을 살 수 있는지를 모두 잘 파악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

영지는 입술을 오므렸다.

“고마워요, 나정 언니. 그러나 저는 신인이니, 아직 고객님과 거래를 성사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현재 인턴 단계에 처해있기에, 많이 보고 많이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도 괜찮아요.”

말이 끝나자, 영지는 정은을 바라보았다.

“고객님,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저희는 고객님의 카드를 체크할 거예요. 만약 문제가 없다면 바로 별장을 보러 가실 수 있어요.”

그리고 영지는 또 소진헌과 이미숙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아주머니, 이쪽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셔요. 카드 체크가 곧 끝날 거예요.”

소진헌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

“아니야, 아가씨도 참.”

그는 지금 몹시 당황해 하고 있었다.

‘정은이가 진짜 이 집을 사려고? 이따가 자산을 검사하면 거짓말이 들통날 텐데. 아까 밖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우릴 비웃으면 비웃었지, 굳이 이런 내기를 할 필요가 없잖아.’

이미숙은 소진헌보다 냉정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그녀는 앉아서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지만, 찻잔을 든 손이 계속 떨렸다.

“고객님, 이쪽으로 오세요.”

“그래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자와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풉, 능청스럽게 굴긴.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지 두고 봐요! 정말 뻔뻔스럽네요...”

...

10분 후,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나왔다.

“어때? 그 카드 가짜지?”

왕나정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1)
goodnovel comment avatar
Joy
언제 다음 편올리나요??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5화

    그래서 영지가 어떻게 소개하든, 정은은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영지는 이미 자신의 흥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그럼, 어떻게 지불하실 건가요?”“전액으로 지불할게요.”소진헌은 딸이 정말 별장을 살 줄은 몰랐다. 게다가 돈까지 다 준비되었다니! 그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소리를 내기도 전에 허리에서 통증이 전해왔다. 이미숙이 그를 꼬집었던 것이다.“정은이 뭘 하든 당신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돼.”소진헌은 다시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영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은행카드를 받은 다음, 또 허둥지둥 일련의 계약서를 준비했다.“고객님, 정말 잘 생각해 보셨어요? 문제가 없으시다면 제가 지금 카드로 결제해 드릴게요.”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영지는 자신이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절차대로 모든 수속을 밟은 다음, 마지막에 정은이 주택 매매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무실 쪽에서도 5억 원이 이미 입금되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그 순간, 영지는 실감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이 놓였다.‘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출근한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벌써 집 한 채를 팔았다니?! 그것도 별장을! 5억이라니, 운이 너무도 좋잖아!’영지는 바보처럼 헤헤 웃었다. 그러나 왕나정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보자, 그녀는 바로 웃음을 참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참지 못하고 몰래 웃기 시작했다.수백 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으니, 영지는 기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1초 전까지만 해도 날뛰며 그들을 비웃던 왕나정은 지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두 눈을 부릅떴다.“영지야, 너, 방금 뭐라고 했어...”“아, 나정 언니. 저는 방금 이 고객님의 카드가 확실히 블랙 카드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방금 VIP 응접실에서 저는 이미 고객님과 함께 별장을 선정했고, 가격을 협상했는데, 이렇게 나온 것도 단지 계약서를 사인하기 위해서였어요.”왕나정은 입술이 떨렸다. “정, 정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6화

    ‘5억... 난 평생 일하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서야 겨우 이 돈을 모을 수 있을 텐데.’정은은 마음이 찔렸다.“그동안 저도 그저 먹고 논 게 아니에요. 그래서 돈을 좀 모았죠.”그러던 중, 말을 하지 않던 이미숙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떻게 모았는데?”그녀의 눈빛은 무척 날카로웠다.정은은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엄마도 그 헛소문들을 들은 것 같군.’“엄마, 이건 다 제가 스스로 당당하게 번 돈이에요. 깨끗하니까 편하게 써도 돼요.”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처음에 강도겸은 정은과 함께하기 위해 심지어 부모님과의 인연까지 끊었다. 강구염은 화가 나서 도겸의 모든 은행 카드를 동결했고, 서영숙에게도 도겸을 도와주지 말라고 강요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두 사람은 아주 좁고 작은 지하실에서 지냈다. 비 오는 날엔 심지어 물이 새서 몸은 추웠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도겸은 창업을 시도하려 했고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은은 매일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후에 다른 사람의 소개로 정은은 미용 제품을 만드는 생물과학기술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제품을 사용해 본 후, 연구팀과 협력하여 관련 피부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정은은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그들을 도와 대량의 표본 데이터를 통계했다. 원래 복잡했던 통계 작업이 순식간에 간단해지면서 효율은 높아지고 정확도도 크게 향상되었다.당시 회사에서는 5천만 원을 제시하며 이 프로그램을 구매하려 했지만, 정은은 곧바로 승낙하지 않고 도겸에게 돌아가 이야기했다. 도겸은 직접 나서서 가격 협상을 했고, 타고난 상인의 재능을 발휘하여 최종적으로 2억 원에 거래를 성사시켰다.그렇게 정은은 도겸을 도와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도겸은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고, 2년 후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회사가 상장한 그날, 도겸은 정은에게 말했다.“넌 이 회사의 절반을 가질 자격이 있어.”그날 밤, 도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7화

    “지금 주문할게! 먼저 화분대를 사야겠어. 네 엄마는 등꽃을 좋아하니까. 그때 가서 등나무를 심을 수 있지... 그리고 또 수국을 몇 개 더 사야지. 5월에 꽃이 피면, 서 선생은 날 엄청 부러워하겠지...”서 선생님은 소진헌의 동료였다. 두 사람은 다른 학과를 가르치지만, 사이가 좋았는데, 모두 꽃을 좋아하는 달인이기 때문이다.서민철은 전에 교직원 주택단지를 떠나, 근처에서 분양주택을 하나 샀다. 1층이라서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꽃을 가득 심었다. 그러나 면적이 크지 않아서 작은 식물을 좀 키울 수밖에 없었고, 수국과 같은 꽃이 활짝 피어야 보기 좋은 식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소진헌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핸드폰으로 쇼핑으로 하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멈칫했다.“새 집으로 이사 가면, 지금 이 집은 어떡하지?”정은이 대답했다.“그냥 남겨둬요.”“그럴 필요가 있을까?” 다른 선생님들은 이곳에서 이사가자마자 바로 집을 팔았다.위치가 좋고 또 인성 고등학교와 가깝기 때문에, 집을 사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대부분 외지에서 온 학생과 학부모들이었다.물론 가격도 괜찮았다.소진헌은 비록 집을 팔고 싶지 않았지만, 정은이 별장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썼기에, 이 집을 팔면 그래도 도움이 좀 될 거라 생각했다.정은은 또 어찌 소진헌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 “이사 가더라도 일단 남겨둬요. 좀 더 기다리자고요.”소진헌은 의혹을 느꼈다.“뭘 기다려?”“그때 되면 알게 될 거예요.”“비밀도 참 많아...”소진헌이 중얼거렸다.정은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철거에 관한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만일 비밀이 새면, 문제도 뒤따를 것이다.그러나 정은이 이 일을 안 것도 다 도겸 덕분이었다.그때 도겸은 L시의 한 대형 백화점 개발에 관한 프로젝트가 낙찰됐는데, 정은은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부주의로 서랍에 있는 계약서를 보았다.익숙한 ‘L시’라는 두 글자를 보며, 정은은 참지 못하고 뒤져 보았고, 그 백화점의 건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8화

    주덕순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서 소진호의 팔을 안았다.“어머 동서, 뜻밖에도 여기서 만났네.”이미숙도 웃으며 인사했다.“둘째 형님.” “정은과 분양 사무소엔 어쩐 일이야? 설마 집을 사려는 건 아니겠지?”“아니요.” 그들은 어제 이미 샀으니까.“그래”주덕순은 이미숙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우리는 집을 보러 왔는데. 바로 그 레이크 다이아 말이야, 지금 한창 잘나가는 그 아파트! 고층 한 채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글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책임자에게 돈을 줘도 살 수가 없다나! 우리도 시율이 덕분에 이곳의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거야. 시율이가 이곳의 부동산 컨설턴트를 알고 있거든. 우리도 지금 계약서를 체결하자마자 바로 나온 거지.”여기까지 말하자, 주덕순은 득의양양해하며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미숙의 의아한 표정을 봤을 때, 그야말로 엄청난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몰랐지? 부럽지? 질투하지? 아쉽게도 동서는 아무것도 없잖아.’이미숙은 확실히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두 사람이 또 집을 바꾸려 한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3년 전 금방 새 집 하나 바꾸지 않았어? 그런데 왜 또 바꾼 거지?’“아,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이 너무 작아서, 많이 불편하거든. 게다가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있겠어?”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은 팔려고요? 아니면 세를...”소진호가 대답했다.“우리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덕순은 그를 세게 잡아당기더니 웃으며 말했다.“우리는 팔고 싶지도, 세를 놓고 싶지도 않아. 그깟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뭐 하러 팔겠어? 그냥 부동산 투자하는 셈 치고, 집값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면 더 좋지 않겠어?”주씨 가문은 돈이 있었고, 주덕순 부모님도 그녀를 무척 아꼈으니 그들은 확실히 그럴 실력이 있었다.“동서, 아직 이곳의 아파트를 보지 못했겠지?”이미숙은 고개를 저었다.“네.” 어제 정은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9화

    이미숙은 어색하게 웃었다.‘내가 만약 정말 책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정은이가 우리에게 별장을 사줄 필요도 없었겠지.’정은은 이미숙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둘째 큰아버지, 둘째 큰어머니, 저와 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에이, 주말에 뭐가 그렇게 바쁘다는 거야? 정은아, 너도 그래.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 공부도 하지 않고, 일자리도 찾지 않고, 남자친구는 더 없고. 너처럼 이 나이에 부모님을 의지하는 아가씨가 더 있을까?”주덕순은 저번 체리의 일 때문에 정은을 보복하고 싶었다.이제 어렵게 기회를 얻자, 주덕순은 정은에게 전부 되갚아주려 했다.“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네 큰오빠 좀 봐. 지금 J시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으니 얼마나 대단하니. 우리 시율은 비록 그런 능력이 없지만, 그대로 자신의 노력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지.”“가끔 난 정말 도련님과 동서가 걱정돼. 힘들게 키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니. 가문을 빛내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을 먹여살릴 능력조차 없잖아. 심지어 부모님의 돈이나 갉아먹고. 정은아, 너도 참...”주덕순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옆에 있던 소진호는 미친 듯이 그녀에게 눈짓을 했지만, 주덕순은 보이지 않은 척했다.이미숙은 웃음을 거두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요, 시율이 제일 대단하죠. 대학도 힘들게 졸업한 아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니까요.”주덕순은 일부러 이미숙의 비웃음을 무시하며 더욱 득의양양해졌다.“그럼! 우리 시율은 어릴 때부터 나와 그이를 걱정시킨 적이 없었어.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었고! 시율이 외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몇 년 뒤에 시율에게 같은 공무원을 하나 소개해주시겠다잖아. 그럼 앞으로 시율이도 돈 걱정없이 다리 펴고 잘 수 있을 거야.”여기까지 말하자, 주덕순은 목소리를 높였다.“나는 평생 그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결국 부족한 게 없으니까. 난 단지 우리 가족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0화

    말하면서 영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정은에게 건네주었다.정은은 그것이 원본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즉시 자신의 손에 있는 복사본을 돌려주었다.교환을 마치자, 영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죄송해요. 저도 처음으로 별장 수속을 밟아서 많은 절차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정은 씨의 시간을 낭비해서 정말 죄송해요...”“괜찮아요.”주덕순은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모든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또 이해가 안 됐다.“방, 방금 무슨 계약서라고 했지?” 주덕순은 영기 손에 있는 서류를 가리켰다.“주택 매매 계약서요.”“누구 건데?”“당연히 정은 씨의 거죠. 이 집은 정은 씨가 산 거니까요.”주덕순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러니까, 소정은이 여기서 집을 샀다고?!”“네.” 영지는 영문을 몰랐다. ‘이 사람은 누구지?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거야?’“그럴 리가?!” 주덕순은 눈을 부릅뜨더니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럼 19호 아니면 20호 빌딩을 산 거야? 어느 층인데? 구조는? 면적은 몇 평이야?”“여사님,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요, 19호와 20화 빌딩은 모두 일반 고층 건물이에요. 정은 씨는 별장을 구매하셨고요.”‘뭐?!’“별, 별장을?!” 주덕순은 목이 찢어질 뻔했다.“이 사람들이 별장을 샀다고?! 레이크 별장인가?! 그, 그럴 리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정은은 한숨을 내쉬었다.“둘째 큰어머니, 저 정말 형편이 없는 딸인 것 같아요. 서른이 다 되가는 사람이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그저 부모님께 별장 한 채를 선물하며 효도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는 그냥 제 부모님들이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럼 둘째 큰어머니도 이제 제 엄마 아빠를 위해 이렇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주덕순은 말문이 막혔다.“저희는 이제 새 집을 꾸미러 가야 하니까, 두 분 계속 집을 보세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1화

    “이건 좀...” 주덕순은 판매원의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했다.“내일 사인하면 안 될까? 내일 꼭 사러 올게!”판매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그래요, 그럼 내일 다시 오세요.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손님이 계약을 한다면 저도 방법이 없어요.”주덕순은 이를 악물었다.“그럼 내가 전화 좀 할게, 응?”“그래요.”주덕순은 VIP 룸에서 나와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전화를 걸기 전, 그녀는 특별히 고개를 돌려 이미숙과 정은을 살펴보았다. 그녀들이 절대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주덕순은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아버지, 저예요. 전에 새 집을 사려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 오늘 레이크 다이아에 왔는데... 맞아요, 바로 요즘 가장 잘 팔리는 그 건물이에요! 제가 시율이 아빠랑 다 봤는데, 환경이 너무 좋아요... 맞아요,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럼 오늘 오셔서 바로 계약을 하시지 그래요? 그래야 저희도 마음이 놓이죠...”주덕순은 돈이 없었기에 다른 계획을 하고 있었다.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그 집은 나름 괜찮았지만, 레이크 다이아와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마침 주덕순의 부모님이 집을 바꾸려 했기에, 그녀는 먼저 자신의 부모님이 이 건물을 사게끔 설득했다. ‘앞으로 두 분에게 떼를 좀 쓰면, 우리가 지금 지내는 집과 바꿔주실 거야. 어차피 그 집도 방이 3개라서 엄청 넓은 데다가, 자식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으니, 돌아가시면 이 집도 다 내 거잖아? 내가 미리 들어가서 사는 것뿐이이라고. 집 명의는 일단 두 분의 이름으로 쓰자. 전액으로 다 지불한 후에 다시 내 명의로 바꾸면 돼. 그때 가서 직접 증여 절차를 밟으면 세금도 절약할 수 있어.’“그럼 제가 판매원에게 말할게요. 두 분 지금 얼른 택시 타고 오세요. 맞아요. 인성 고등학교 근처에 있어요...”다른 한편, 주덕순이 이 집을 살지 말지, 또 누가 들어가서 지내고, 집은 누구의 명의로 되는지에 대해, 정은과 이미숙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들은 심지어 주덕순이 쇼를 하는 것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2화

    이렇게 생각하니 주덕순은 질투를 할 수밖에 없었다.소씨 가문 세 형제들 중, 첫째는 회사를 차려 사장님이 됐기에 돈이 확실히 많았다. 그래서 그들과 같은 일반 가정과는 아예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그 다음은 주덕순네였는데, 소진호는 비록 소진우보다 돈이 없었지만, 소진헌과 비하면 훨씬 부자였다. 주덕순 부모님 덕에 기업 대리로 일하고 있었으니, 평소에 한가할 뿐만 아니라 연봉도 수천만 원 넘었다.게다가 주덕순도 전기 시설의 관리직이었고, 지금은 소시율까지 공무원으로 들어갔으니, 그나마 풍족한 가정이었다.‘제일 잘 못 사는 게 작은 도련님네지. 연성대 나왔다고 잘난척은? 결국 고향에 돌아와서 교사가 되었잖아. 그것도 과외비 하나 못 버는 정직한 교사. 이미숙은 더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고. 듣기 좋게 말하면 작가, 사실은 그저 백수일 뿐이잖아. 그동안 무슨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하는 저작을 썼는데? 얼마나 많은 책을 출판했는지, 또 저작권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데? 사인회도 한 번 열지 못한 사람이 작가라고? 집에 앉아서 빈둥빈둥 놀기만 했으면서!’원래 주덕순은 소진헌 앞에서 자랑하길 좋아했는데, 지금 가장 가난한 소진헌네가 갑자기 별장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니?! 그것도 L시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별장에서.주덕순의 부모님은 그동안 저축한 돈을 몽땅 내놓아도 결국 가장 작은 아파트 하나밖에 살 수 없었다.‘셋째가 무슨 돈이 있다고?’“여보, 요즘 도련님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어요?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도련님은 당신 친동생이잖아요?!”“우리는 평소에 얘기도 잘 하지 않았어. 게다가 당신도 그들과 적게 어울리라고 하지 않았어?”주덕순은 확실히 소진헌네와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누가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같이 다니길 좋아하겠는가? 그녀는 심지어 이미숙이 돈을 빌려 달라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건데?”“도련님이 말도 없이 갑자기 별장을 하나 샀는데

Latest chapter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3화

    그때 두 사람은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정은은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도겸은 원래 화가 치밀어 올랐다.재벌 집 도련님인 그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남을 기다리게 한 적은 있어도 남을 기다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녀가 미안한 표정으로 계속 사과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화는 뜻밖에도 이렇게 가라앉았다.촤악-철저히 가라앉았다.“그때 넌 너무 바빴지. 그 후에 데이트를 할 때도 거의 내가 먼저 도착한 후에 음식을 주문해서 네가 오기를 기다렸잖아. 가장 오래 기다렸을 때가... 오미선 교수님이 널 데리고 세미나에 참가한 그때인 것 같은데.”“주최 측이 임시로 진행을 고쳤기에 세미나가 두 시간 지연되어 끝났어. 네가 도착했을 때, 레스토랑은 이미 문을 닫았고.”정은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은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두 사람은 그때 처음으로 말다툼을 벌였다.그리고 도겸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또 한 번은 네가 오미선 교수님과 표본을 채집해야 한다며 바로 출장을 갔잖아, 나한테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난 바보처럼 학교로 달려가서 널 기다렸는데, 오전 내내 기다렸지만 널 보지 못했어...”도겸은 계속 말을 했지만 정은은 시종 침묵을 지켰다.“정은아, 그때의 일들 아직 기억하니?”“지나간 일은 벌써 잊은지 오래야.”도겸은 정은의 싸늘한 태도에 상처를 받지 않고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괜찮아, 다 기억할 거야.”몸소 겪은 일을 어찌 그리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잊은 척하며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이었다.30분 후, 차는 교외의 한 영국식 정원에서 멈췄다.도겸은 손을 뻗었다.“내리자, 정은아.”정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남자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눈앞의 정원을 바라보았다.“여기 기억나?”정은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기억력이 너무 좋았다.이 정원은 사실 와인 창고였다.한 모임의 카드 게임에 동건이 도겸에게 졌던 것이다.도겸은 친구들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2화

    토요일, 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마침내 그쳤다.쏟아지는 겨울비에 J시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무더운 여름은 가고,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와 싸늘한 바람이 찾아왔다.정은은 두꺼운 패딩과 모자, 목도리로 자신을 꽁꽁 싸맸다.도겸은 이미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렇게 추운 날, 그는 차를 골목 맞은편의 길가에 세워놓고 스스로 아파트 아래에 가서 기다렸다.지나가는 행인들은 저도 모르게 도겸을 힐끔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오직 문을 바라보며 경건함이 경지에 이르렀다.재석은 실험실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밖에 나오자마자 그는 도겸을 보았다.물론 도겸도 재석을 보았다.눈이 마주치자, 두 남자의 눈빛은 모두 적의를 드러냈다.재석은 도겸에 대해 호감이 없었고, 심지어 현빈조차 도겸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때 별장에 가서 책을 옮길 때, 도겸이 정은에게 했던 일을 생각하면...재석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강 대표님은 아침에 금방 온 거예요, 아니면 어젯밤에 가지 않은 거예요?”도겸은 차갑게 웃었다.“교수님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자꾸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요. 금방 왔든, 아니면 밤새 안 갔든, 이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도겸은 웃으며 또박또박 말했다.“정은이가 내 데이트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오늘 우리 함께 외출할 거예요.”재석은 바로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정은이 최근 실험실의 일을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던 것을 떠올리니, 양자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재석은 생각을 멈추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정은이 이번 만남에 동의한 이상, 다 자신의 생각이 있겠죠.”‘데이트'는 바로 ‘만남’으로 되었다.누가 방금 교수님이 말을 잘 못한다고 무시했을까?“남자라면, 가난할 수도 있고 못생길 수도 있지만, 매너가 없어서는 절대로 안 돼요.”도겸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죠?”“여성을 존중하고, 그녀들의 뜻에 어긋나는 일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1화

    “낮에는 운동할 시간이 없으니 저녁에 좀 더 뛰어야지.”정은은 제자리에 서서 재석이 올라오길 기다렸고, 두 사람은 함께 올라갔다.“오늘 선배님이 도와준 덕분에 우리도 바로 쫓겨나지 않았어요.”그러나 재석은 오히려 손을 흔들었다.“우리 사이에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 5일이면 충분한 거야? 부족하면 내가 다시 학교에게 연락해서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할게...”“이미 충분해요.”이번 문제는 시 소방국과 관련이 된 데다가 시정지시서까지 발부되었기에 정은 그들도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나서도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조만간 이사를 가야 하는 이상, 굳이 재석을 난처하게 할 필요가 더 있겠는가?‘선배님은 이미 날 여러 번 도왔어.’두 사람이 동행하면 시간은 항상 빨리 지나갔다. 분명히 몇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7층까지 올라갔다.“선배님, 잘 자요. 내일 봐요.” 정은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재석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내일 보자.”정은이 문을 닫고 나서야 그도 따라서 닫았다.서재에 들어간 재석은 컴퓨터 앞에 앉았고, 화면이 켜지자 진욱의 문자가 ‘분출’되었다.[너 어디 갔어? 왜 얘기하다가 문자를 씹는 건데?][설마 또 조깅하러 건 아니겠지?][아니... 너 오늘 밤 몇 번이나 내려갔잖아? 대체 왜 그래?][조 교수? 귀신에 빙의라도 된 거야?][헐! 정말 달리기를 하러 갔다니. 길가에 무슨 금덩어리라도 있는 줄 알겠다.][오늘 밤 정말 수상해. 밤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있어도, 하룻밤에 몇 번이나 나가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정말 본 적이 없어.][너 혼자 좀 봐, 7시부터 10시까지 몇 번이나 내려간 거야?!][됐어... 데이터는 그냥 나 혼자 맞출게. 널 기다린 내가 바보지!]다급한 진욱은 마지막에 포기를 하며 묵묵히 일하러 갔다.재석은 방금 여자애가 혼자 복도에 서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노란 등불이 몸에 떨어지자, 유난히 가냘파 보였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0화

    “아악!” 진호는 발을 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그리고 뛰면서 꽥꽥거렸다.정은은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 미안해. 방금 손이 좀 미끄러워서. 하지만 넌 낯가죽이 두꺼우니 이런 일로 다치진 않을 거야, 안 그래?”민지도 몸을 돌려 책상 하나를 안았다.그렇다, 그녀는 책상 하나를 맨손으로 들었다.뚱뚱해도 나름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힘이 센 것이었다.진호는 멍하니 민지를 바라보았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물건 옮기고 있잖아.”말을 마치면서 바로 진호를 향해 던졌다.진호는 아픈 발조차 돌보지 못하고 바로 옆으로 피했다. 다음 순간, 책상은 그가 방금 서 있던 곳에 떨어졌다.빨리 피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쯤 이미 기절했을 것이다.“너, 너희들...”‘감히 물건을 던지다니? 어쩜 이렇게 비겁한 거야!’“미안, 좀 지나갈게.”줄곧 입을 열지 않던 서준은 재빨리 그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진호의 다른 한쪽의 발을 세게 밟았다.“아, 미안! 오늘 급하게 나오느라 안경을 깜박했네. 나 방금 무슨 쓰레기를 밟은 거야?”민지는 정색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 쓰레기는 회수할 수 있지만, 네가 밟은 그 물건은 쓰레기만도 못해. 회수해도 더러워서 받을 사람이 없으니까.”“너희들 정말 하나같이 사납군! 오늘 이 물건들 다 옮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청소부 불러서 전부 옮기라고 할 거야!”진호는 말을 마치자 세 사람을 호되게 노려보더니 몸을 돌렸다.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뒷모습은 당황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민지는 배를 안고 크게 웃었다.“야, 능력 있으면 가지 마! 돌아와, 나 아직 물건을 다 옮기지 못했단 말이야!”웃고 나니 기분은 또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아직 5일 남은 줄 알았는데, 이제 하루도 안 남았다니.”서준도 안색이 어두웠다.“정말 괘씸해!”정은은 생각을 하더니 구석에 가서 어디론가에 전화를 했다.“선배님,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점심을 먹은 후, 청소부들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29화

    말을 마치고, 정은은 학교로 들어갔다.도겸은 제자리에 서서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너에게 있어 난 그렇게도 형편이 없는 건가...”정은은 먼저 수업하러 갔다.수업이 끝난 후, 그녀는 민지, 서준과 함께 실험실에 갔다.5일 후면 그들은 실험실을 학교에게 돌려줘야 했다.그들은 마감 기한 전에 제1단계의 실험 데이터를 완성하고 싶었다.그러나 세 사람이 실험실에 왔을 때,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청소부 몇 명이 물건을 옮기고 있었다.민지가 말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누가 이 실험실에 들어오라고 했죠? 이건 저희의 물건인데, 어디로 옮기시려는 거예요?!”그들도 당초에 이 실험실을 장식하느라 엄청난 신경을 썼다.물건도 함께 사고, 청소도 함께 하고. 그들은 이곳을 자신의 집으로 여겼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서 두말없이 물건을 옮기다니, 누가 가만히 있으려 하겠는가?아무튼 민지는 제대로 화가 났다.“내려놓으세요! 내려놓으라고요!”청소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영문을 몰랐다.그들도 억울했다.“학교에서 물건을 옮기라는 통지가 내려왔거든요.”정은은 그나마 냉정했다.“누가 통지를 했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송지혜 교수님이요. 이 실험실이 소방 점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후속 시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옮길 수 있는 물건을 모두 옮기라고 하셨어요.”“또 그 빌어먹을 송 교수님이야!” 민지는 이를 갈았다.“아직 5일이나 남았는데, 잠시도 기다릴 수 없이 기어코 우리를 쫓아내고 싶은 거야!”‘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밉살스러운 사람이 있을 수 있지? 이런 사람이 교수님으로 될 자격이 있는 건가?’청소부는 머리를 긁적였다.“미안해요, 학생들. 우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요. 그냥 위에서 시킨대로 할 수밖에 없거든요.”정은은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곧 점심 시간이 다 되어 가니 얼른 식사부터 하세요. 오후에 다시 이야기하죠.”“그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28화

    정은은 생각 끝에 동의했다.도겸이 사인할 거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도겸은 웃으며 핸드폰을 왕순자에게 돌려준 후, 유쾌한 발걸음으로 올라갔다.왕순자는 핸드폰을 받으며 감탄했다.“도련님께서 이렇게 웃으신 게 얼마만이야.”...새벽, 정은은 벨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평소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베갯머리에 놓인 핸드폰은 끝없이 윙윙거렸다.그녀는 눈을 억지로 뜨며 확인했는데, 전부 도겸이 보낸 문자라는 것을 발견했다.연달아 수십 통의 문자를 보낸 것도 모자라 온통 쓸데없는 말뿐이었다.[정은아, 자?][어젯밤에 네 꿈을 꿨어][아직도 자는 거야?][오늘 아침에 수업 있어?][서정이 수업시간표 확인했는데, 너희들 오전에 전공 수업이 하나 있더라.]이와 같은 쓸데없는 문자였다.정은은 차갑게 읽으며 이 모든 것을 확인하기가 귀찮았다.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 또 하나의 문자가 들어왔다.[정은아, 나 네가 좋아하는 떡 샀는데, 지금 네 집 아래층에 있어.][조급해하지 마, 계속 널 기다릴게]정은은 눈살을 찌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베란다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겸은 먹을 것을 들고 아래층에 서 있었다.그녀는 어이가 없었다.남자는 뭔가를 눈치챈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눈이 마주치자 도겸은 입을 열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정은이 탁 하고 창문을 닫는 것을 보았다.정은은 다시 침대로 돌아와 잠을 잤다.물론 편하게 자지 못했다.하지만 아침 이맘때 침대에 누워 있는 것 자체가 편했다.아침 7시, 그녀는 제시간에 일어나 세수한 다음 옷을 갈아입었다. 간단하게 아침밥을 먹은 다음에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겸은 정은을 보자마자 눈빛이 밝아지더니 바로 미소를 지으며 걸어왔다.“정은아, 이 떡과 만둣국은 네가 예전에 자주 갔던 그 가게에서 산 거야. 하지만 지금 좀 식었으니까 전자레인지로 데워야 할 것 같아.”“난 이미 집에서 먹었으니까 이건 너 혼자 먹어.”도겸은 이 말을 듣고도 화를 내지 않았다.“그래, 그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27화

    “하하하, 그건 아니지만 나름 경험이 있는 편이에요.”“한번 듣고 싶네요.”이세운은 도겸의 옆에 앉아 유유히 입을 열었다.“옛말에 ‘집에 여자가 있어야 집안이 잘 된다’라는 말이 있어요. 집에 있는 여자는 내조를 잘 해야 돼요. 우리를 도와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고,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며 아이를 키우면 얼마나 좋아요.”“접대할 때는 젊은 여자들을 데리고 나가면 돼요. 술도 대신 막아줄 수 있고, 또 손님을 잘 모실 수 있으니까요. 끝나면 작은 돈을 써서 보내면 되고요.”“사모님은 의견이 없으신 거예요?”“집사람이 무슨 의견이 있겠어요? 매일 큰 별장에서 지내며, 명품 가방에 고급 화장품을 쓰잖아요. 그리고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고 심지어 나가서 일을 할 필요가 없으니 불만을 느낄 리가 있을까요?”도겸이 물었다.“만약 어느 날 사모님이 먼저 이혼을 제기하신다면...”“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여자는 돈 많은 남자에게 의지하면 점차 혼자 생존할 능력을 잃을 거예요. 날개도 없는데 어떻게 날겠어요?” 이세운은 자신의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양이었다.“만약 날개가 있다면요? 정말 날아갔다면요?”이세운은 멍해졌다.‘이건...’그는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떠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도겸은 일어서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이 대표님, 너무 자신 있게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왜냐하면...”이세운은 영문을 몰랐다.“앞으로 뼈 저리게 후회할 수 있으니까.”말을 마치고 도겸은 골프카트에 올라탔다.“계속 즐기세요, 전 먼저 돌아갈게요.”“네?”...골프장을 떠난 도겸은 원래 별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귀신에 홀린 듯 서비대학교로 찾아갔다.이번에 그는 대문 앞에 차를 세우지 않았다.길 건너편에 멈춘 다음, 차창을 내리고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통해 도겸은 교문을 바라보았다. 대문은 여전히 6년 전 그대로였고,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정은을 처음 본 곳이 바로 여기였다.그녀를 본 순간, 도겸의 심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26화

    재석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현빈은 계속해서 말했다.“많이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셨다면서요? 오늘은 꽤 일찍 돌아오셨네요.”“들었다고요?” 재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누구한테서 들었죠?”그는 오늘 수업이 있었는데, 마침 생명과학대학을 가르치는 수업이었다. 그러나 강의실에 민지와 서준밖에 없었다.물어보니 정은이 휴가를 냈다는 것이었다.실험실은 확실히 매우 바빴다. 평소에 재석은 수업이 끝난 후,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바로 돌아갔기에, 이 시간에 집에 가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하지만 오늘은 예외였다.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정은에게서 들은 거겠죠.”재석은 쌀쌀하게 말했다.“그럼 정은이는 골목 어귀에서 주차하면 안 된다고 알려준 적이 없는 건가요?”“바로 가야죠.” 현빈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페달을 밟고 떠났다.잠시 후, 현빈은 갑자기 뭔가를 알아차렸다.방금 재석이 정은을 다정하게 ‘정은이’라고 불렀던 것이다....점점 멀어지는 차를 보며, 재석은 시선을 돌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만 이를 악물고 있는 동시에 눈빛도 싸늘해졌다.7층에 도착하자, 그는 가장 먼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정은아?”몇 초 후, 문이 열렸다.“네, 선배님.”재석은 위아래로 정은을 한번 훑어보았다.“괜찮아?”“네?” 정은은 멍해졌다.“오늘 교실에서 널 보지 못했는데, 네가 휴가를 냈다고 해서.”“네. 처리할 일이 좀 있었어요.”“실험실과 관련이 있는 일이야?”“네.”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 됐어?”정은은 담담하게 웃었다.“마지막 한 단계만 남았어요.”“내 도움이 필요해?”“아니요.”현빈의 말이 아주 옳았다. 도겸이 스스로 사인하지 않는 한, 아무도 그를 강요할 수 없었다.재석은 눈빛이 반짝였다.“방금 요 앞에서 심현빈을 만났어.”“아, 심 대표님이 날 데려다줬어요.”“같이 간 거야?”“아니요.”정은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공교롭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25화

    “썰렁해서 웃긴 거야.”‘참 긍정적인 사람이야.’현빈은 웃음을 거두며 갑자기 정색했다.“말해봐, 무슨 일이야? 굳이 강도겸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던 건가?”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왜 그렇게 말하는 건데요?”“네가 강도겸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어떻게 같이 앉아서 그 사람과 밥을 먹겠어? 부탁할 일이 있으면 몰라도. 무슨 일인지 나에게 말해줄래?”정은은 생각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서 지금 강도겸이 사인한 동의서를 받아야 수속을 마칠 수 있는 거야?”“네.”“아무나 찾아서 사인해 주면 안 돼?”정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에헴!” 현빈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농담이야.”“난 돈과 비준을 받는 일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큰 문제가 나에게 있을 줄은 몰랐어요.”“얘 사인 안 했어?”“네.”남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무슨 조건을 말했는데?”정은은 대답하지 않았다.“너에게 다시 돌아오라고 했겠지? 두 사람 다시 시작하자고.’‘이 사람이 테이블 밑에 숨어서 엿들은 거야?’“쳇! 뻔뻔스럽긴! 화해는 무슨, 자신의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몰라!”‘같은 부류의 사람이라서 이런 정곡을 찌를 수 있는 건가?’“난 마음속으로 뭘 중얼거리고 있어?”정은은 깜짝 놀랐다.“아, 내가요?”“분명히 있을 텐데!” 현빈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난 다 알고 있으니까 발뺌할 필요 없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맞네! 어차피 좋은 말은 아닐 거야! 몰래 날 욕한 거 아니겠지?”“에헴, 그건 아니에요...”“방금 그 땅이 어디에 있다고 했지?”“동쪽의 교외에요.”“위치는 좋네. 시내에서 멀지 않고 교통도 편리하고. 헤어질 때 강도겸이 준 거야?”정은은 입가를 실룩거렸다.“왜 질문이 그렇게 많아요?”“이건 정말 까다롭네. 강도겸을 억지로 강요해서 사인하게 할 수도 없고. 그러나 방법이 이거 하나밖에 없는 것은 아니야.”정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른 방법이 있어요?”“그럼.”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