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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작가: 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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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덕순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서 소진호의 팔을 안았다.

“어머 동서, 뜻밖에도 여기서 만났네.”

이미숙도 웃으며 인사했다.

“둘째 형님.”

“정은과 분양 사무소엔 어쩐 일이야? 설마 집을 사려는 건 아니겠지?”

“아니요.”

그들은 어제 이미 샀으니까.

“그래”

주덕순은 이미숙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

“우리는 집을 보러 왔는데. 바로 그 레이크 다이아 말이야, 지금 한창 잘나가는 그 아파트! 고층 한 채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글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책임자에게 돈을 줘도 살 수가 없다나! 우리도 시율이 덕분에 이곳의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거야. 시율이가 이곳의 부동산 컨설턴트를 알고 있거든. 우리도 지금 계약서를 체결하자마자 바로 나온 거지.”

여기까지 말하자, 주덕순은 득의양양해하며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미숙의 의아한 표정을 봤을 때, 그야말로 엄청난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몰랐지? 부럽지? 질투하지? 아쉽게도 동서는 아무것도 없잖아.’

이미숙은 확실히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두 사람이 또 집을 바꾸려 한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

‘3년 전 금방 새 집 하나 바꾸지 않았어? 그런데 왜 또 바꾼 거지?’

“아,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이 너무 작아서, 많이 불편하거든. 게다가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있겠어?”

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은 팔려고요? 아니면 세를...”

소진호가 대답했다.

“우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덕순은 그를 세게 잡아당기더니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팔고 싶지도, 세를 놓고 싶지도 않아. 그깟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뭐 하러 팔겠어? 그냥 부동산 투자하는 셈 치고, 집값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면 더 좋지 않겠어?”

주씨 가문은 돈이 있었고, 주덕순 부모님도 그녀를 무척 아꼈으니 그들은 확실히 그럴 실력이 있었다.

“동서, 아직 이곳의 아파트를 보지 못했겠지?”

이미숙은 고개를 저었다.

“네.”

어제 정은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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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숙은 어색하게 웃었다.‘내가 만약 정말 책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정은이가 우리에게 별장을 사줄 필요도 없었겠지.’정은은 이미숙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둘째 큰아버지, 둘째 큰어머니, 저와 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에이, 주말에 뭐가 그렇게 바쁘다는 거야? 정은아, 너도 그래.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 공부도 하지 않고, 일자리도 찾지 않고, 남자친구는 더 없고. 너처럼 이 나이에 부모님을 의지하는 아가씨가 더 있을까?”주덕순은 저번 체리의 일 때문에 정은을 보복하고 싶었다.이제 어렵게 기회를 얻자, 주덕순은 정은에게 전부 되갚아주려 했다.“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네 큰오빠 좀 봐. 지금 J시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으니 얼마나 대단하니. 우리 시율은 비록 그런 능력이 없지만, 그대로 자신의 노력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지.”“가끔 난 정말 도련님과 동서가 걱정돼. 힘들게 키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니. 가문을 빛내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을 먹여살릴 능력조차 없잖아. 심지어 부모님의 돈이나 갉아먹고. 정은아, 너도 참...”주덕순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옆에 있던 소진호는 미친 듯이 그녀에게 눈짓을 했지만, 주덕순은 보이지 않은 척했다.이미숙은 웃음을 거두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요, 시율이 제일 대단하죠. 대학도 힘들게 졸업한 아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니까요.”주덕순은 일부러 이미숙의 비웃음을 무시하며 더욱 득의양양해졌다.“그럼! 우리 시율은 어릴 때부터 나와 그이를 걱정시킨 적이 없었어.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었고! 시율이 외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몇 년 뒤에 시율에게 같은 공무원을 하나 소개해주시겠다잖아. 그럼 앞으로 시율이도 돈 걱정없이 다리 펴고 잘 수 있을 거야.”여기까지 말하자, 주덕순은 목소리를 높였다.“나는 평생 그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결국 부족한 게 없으니까. 난 단지 우리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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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0화

    말하면서 영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정은에게 건네주었다.정은은 그것이 원본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즉시 자신의 손에 있는 복사본을 돌려주었다.교환을 마치자, 영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죄송해요. 저도 처음으로 별장 수속을 밟아서 많은 절차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정은 씨의 시간을 낭비해서 정말 죄송해요...”“괜찮아요.”주덕순은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모든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또 이해가 안 됐다.“방, 방금 무슨 계약서라고 했지?” 주덕순은 영기 손에 있는 서류를 가리켰다.“주택 매매 계약서요.”“누구 건데?”“당연히 정은 씨의 거죠. 이 집은 정은 씨가 산 거니까요.”주덕순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러니까, 소정은이 여기서 집을 샀다고?!”“네.” 영지는 영문을 몰랐다. ‘이 사람은 누구지?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거야?’“그럴 리가?!” 주덕순은 눈을 부릅뜨더니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럼 19호 아니면 20호 빌딩을 산 거야? 어느 층인데? 구조는? 면적은 몇 평이야?”“여사님,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요, 19호와 20화 빌딩은 모두 일반 고층 건물이에요. 정은 씨는 별장을 구매하셨고요.”‘뭐?!’“별, 별장을?!” 주덕순은 목이 찢어질 뻔했다.“이 사람들이 별장을 샀다고?! 레이크 별장인가?! 그, 그럴 리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정은은 한숨을 내쉬었다.“둘째 큰어머니, 저 정말 형편이 없는 딸인 것 같아요. 서른이 다 되가는 사람이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그저 부모님께 별장 한 채를 선물하며 효도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는 그냥 제 부모님들이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럼 둘째 큰어머니도 이제 제 엄마 아빠를 위해 이렇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주덕순은 말문이 막혔다.“저희는 이제 새 집을 꾸미러 가야 하니까, 두 분 계속 집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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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1화

    “이건 좀...” 주덕순은 판매원의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했다.“내일 사인하면 안 될까? 내일 꼭 사러 올게!”판매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그래요, 그럼 내일 다시 오세요. 하지만 그 전에 다른 손님이 계약을 한다면 저도 방법이 없어요.”주덕순은 이를 악물었다.“그럼 내가 전화 좀 할게, 응?”“그래요.”주덕순은 VIP 룸에서 나와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전화를 걸기 전, 그녀는 특별히 고개를 돌려 이미숙과 정은을 살펴보았다. 그녀들이 절대로 들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주덕순은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아버지, 저예요. 전에 새 집을 사려 하셨잖아요, 그래서 저 오늘 레이크 다이아에 왔는데... 맞아요, 바로 요즘 가장 잘 팔리는 그 건물이에요! 제가 시율이 아빠랑 다 봤는데, 환경이 너무 좋아요... 맞아요,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럼 오늘 오셔서 바로 계약을 하시지 그래요? 그래야 저희도 마음이 놓이죠...”주덕순은 돈이 없었기에 다른 계획을 하고 있었다.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그 집은 나름 괜찮았지만, 레이크 다이아와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마침 주덕순의 부모님이 집을 바꾸려 했기에, 그녀는 먼저 자신의 부모님이 이 건물을 사게끔 설득했다. ‘앞으로 두 분에게 떼를 좀 쓰면, 우리가 지금 지내는 집과 바꿔주실 거야. 어차피 그 집도 방이 3개라서 엄청 넓은 데다가, 자식이라곤 나 하나밖에 없으니, 돌아가시면 이 집도 다 내 거잖아? 내가 미리 들어가서 사는 것뿐이이라고. 집 명의는 일단 두 분의 이름으로 쓰자. 전액으로 다 지불한 후에 다시 내 명의로 바꾸면 돼. 그때 가서 직접 증여 절차를 밟으면 세금도 절약할 수 있어.’“그럼 제가 판매원에게 말할게요. 두 분 지금 얼른 택시 타고 오세요. 맞아요. 인성 고등학교 근처에 있어요...”다른 한편, 주덕순이 이 집을 살지 말지, 또 누가 들어가서 지내고, 집은 누구의 명의로 되는지에 대해, 정은과 이미숙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들은 심지어 주덕순이 쇼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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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2화

    이렇게 생각하니 주덕순은 질투를 할 수밖에 없었다.소씨 가문 세 형제들 중, 첫째는 회사를 차려 사장님이 됐기에 돈이 확실히 많았다. 그래서 그들과 같은 일반 가정과는 아예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그 다음은 주덕순네였는데, 소진호는 비록 소진우보다 돈이 없었지만, 소진헌과 비하면 훨씬 부자였다. 주덕순 부모님 덕에 기업 대리로 일하고 있었으니, 평소에 한가할 뿐만 아니라 연봉도 수천만 원 넘었다.게다가 주덕순도 전기 시설의 관리직이었고, 지금은 소시율까지 공무원으로 들어갔으니, 그나마 풍족한 가정이었다.‘제일 잘 못 사는 게 작은 도련님네지. 연성대 나왔다고 잘난척은? 결국 고향에 돌아와서 교사가 되었잖아. 그것도 과외비 하나 못 버는 정직한 교사. 이미숙은 더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이고. 듣기 좋게 말하면 작가, 사실은 그저 백수일 뿐이잖아. 그동안 무슨 세상 사람을 놀라게 하는 저작을 썼는데? 얼마나 많은 책을 출판했는지, 또 저작권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데? 사인회도 한 번 열지 못한 사람이 작가라고? 집에 앉아서 빈둥빈둥 놀기만 했으면서!’원래 주덕순은 소진헌 앞에서 자랑하길 좋아했는데, 지금 가장 가난한 소진헌네가 갑자기 별장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다니?! 그것도 L시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별장에서.주덕순의 부모님은 그동안 저축한 돈을 몽땅 내놓아도 결국 가장 작은 아파트 하나밖에 살 수 없었다.‘셋째가 무슨 돈이 있다고?’“여보, 요즘 도련님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봤어요?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어요?”“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도련님은 당신 친동생이잖아요?!”“우리는 평소에 얘기도 잘 하지 않았어. 게다가 당신도 그들과 적게 어울리라고 하지 않았어?”주덕순은 확실히 소진헌네와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누가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같이 다니길 좋아하겠는가? 그녀는 심지어 이미숙이 돈을 빌려 달라고 말할까 봐 두려웠다.“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건데?”“도련님이 말도 없이 갑자기 별장을 하나 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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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정은 바로 중점을 알아차렸다.[정은이가 그 별장을 샀다고요?]“그래, 정말 대단한 아이야! 우리 시율보다는 훨씬 낫지. 시율이도 지금 공무원이 되어서 매달 정해진 월급만 받을 수밖에 없잖아...”[정은이에게 무슨 돈이 있는 거죠?]주덕순은 입술을 가리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요즘 젊은 아가씨들은 능력이 엄청 대단하다니깐. 명품 옷에 비싼 가방을 다 하고 다니고. 혼자 살 돈이 없지만, 남자들이 막 선물로 주고 그러잖아...”소수정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아이고, 내 입 좀 봐.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데. 그래, 그럼 아가씨도 얼른 일 봐. 먼저 끊을게.”주덕순은 소수정이 낚인 것을 보며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수정은 핸드폰을 꽉 쥐더니 생각에 잠겼다.주덕순은 소수정과 전화를 다한 다음, 또 박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저예요, 시율이 엄마...”[전화하길 잘 했네. 전에 회사 손님이 집에 와서 세배를 했는데, 술과 담배 그리고 특산물 좀 가져오셨어. 이미 두 몫으로 나누었으니까, 시간 있으면 정은이 엄마랑 같이 와서 가져가.]전에 박나영은 설날에 받은 물건을 주덕순에게 조금 나누어주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소진헌네에게 나누어주었다.주덕순은 마음이 씁쓸해지더니 또다시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올해는 정은이네도 있는 거예요?”[전에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 동서에게만 주었는데, 올해는 많이 남아서.]‘아무리 많아도 난 다 받을 수 있는데.’“형님께서 늘 저희를 이렇게 생각하시다니, 정말 너무 고마워요. 그러나 정은이네는 아마도 그 물건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예요.”[왜?]박나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이제 레이크 다이아에 별장까지 샀으니 무슨 좋은 담배와 좋은 술을 사지 못하겠어요?”“레이크 다이아의 별장을 샀다고?” 박나영도 당연히 이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들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가서 집을 본 적도 있었다. 아들이 결혼할 나이에 들어서자, 엄마인 그녀도 신혼집을 마련해야 했다.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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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괜찮아. 대금을 받고 자금이 넉넉해지면, 가격을 좀 더 올려서 남의 별장을 사면 되잖아.”‘남이 살던 아파트를 사서 인훈이 신혼집으로 하자고? 그게 말이 돼?’박나영은 입술을 벌렸지만, 소진후가 이렇게 말한 이상 결국 포기했다. 게다가 지금 회사 사정이 확실히 좋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레이크 다이아의 별장 때문에 박나영은 매일 밤 잠을 설쳤다.사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했고, 포기하기엔 또 달갑지 않았다.[레이크 다이아 별장이라고? 확실해?]박나영은 전화 너머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주덕순은 웃으며 생각했다. ‘거 봐, 누구나 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잖아. 가장 못 사는 도련님네가 별장을 샀다니.’“제가 그 구매 계약서를 직접 봤다니깐요! 가짜일 리가 없어요. 게다가 동서도 스스로 인정했고요. 정은이가 효도하고 싶다고 별장을 사줬다나. 아이고, 우리 시율이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을까요? 이렇게 보면 정은이 그 계집애는 인훈보다 더 나은 것 같네요!”‘인훈이는 비록 회사를 차렸지만, 부모님에게 별장을 사준다는 말을 한 적이 아예 없었잖아?’박나영의 목소리가 조금 차가워졌다.[정은이야 줄곧 효심이 있는 아이였지. 그러나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났을까?]“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형님, 지금 젊은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대단한데,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니까요.”박나영은 더 이상 별장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언제 시간 나면 얼른 와서 물건 가져가.]“내일 갈게요. 시율이 아빠더러 퇴근하는 길에 들르라고 할게요.”[그래.]통화가 끝나자, 주덕순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소진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당신은 왜 이 일을 온 세상에 떠벌리려는 거야? 진헌이네가 별장을 샀는데 어쩜 당신이 더 흥분한 거지?”이것은 주덕순 답지가 않았다.“내가 언제 떠벌렸다는 거예요? 다 같은 가족들끼리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죠. 정은이네가 별장을 산 것은 아주 큰 경사라고요!”“당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소진호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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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전에 몇 번 만났을 때도 정은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았다. 어차피 우연하게 몇 번 만난 것 외에 두 사람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강서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이는 생긴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예의도 없군.’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서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정은아, 너 어디 갔었어? 빨리 와봐, 난 이미 다 골랐어.”이미숙이 정은을 불렀다.“벌써요? 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입어보는 것도 못 봤네요...”“돌아가서 다시 입어볼게.”“네.”“방금 한 여사님을 만났는데, 내가 원피스를 하나 골라줬거든. 그런데 글쎄 자신의 아들이 ‘7일담'을 보고 있다는 거야...”이 시각, 먼 실험실에 있는 재석은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진욱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 교수, 재채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대체 밖에 여자가 얼마나 있길래...”“지금 많이 한가한가 봐??”진욱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내일 그냥 혼자 크리스털 호텔의 세미나에 참석해.”‘안 돼!’진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조수진은 몰래 웃었다.“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조 교수님을 건드리래!”...정은 일행이 쇼핑을 마칠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가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아예 백화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모녀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의논할 때, 나석천의 전화가 걸려왔다.[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직접 지하 1층으로 내려오세요.]이미숙이 말했다.“편집장님이 밥을 사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제가 작가님을 J시로 초청했잖아요. 그럼 따지고 보면 제가 작가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죠. 지금은 그냥 밥을 한끼 사는 것일 뿐, 이건 제가 영광이죠.]나석천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하고 우렁찼다.이미숙이 L시 사람이라서 입맛이 좀 담백한 것을 고려하여 나석천은 J시와 외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6화

    그러나 일은 점원이 예상했던 것처럼 되지 않았다.강서원은 이미숙에게 다가가더니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이 원피스가 잘 어울리네요.”강서원도 입어보았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이미숙이 입는 게 더 잘 어울렸다.사이즈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더 잘 어울렸다.강서원의 기질은 너무 강직해서 부드럽지 못했지만, 이미숙은 딱이었다.부드럽게 생긴 데다가 미소까지 부드러워 이목구비가 무척 편안해 보였다.‘얄밉지 않은 얼굴이야.’말하자면, 강서원은 줄곧 동서인 백지영, 그리고 지난번 다례 수업에서 한복을 입은 정은처럼 기질이 부드러운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앞에 있는 이미숙은 의외로 강서원의 마음에 들었다.점원은 한쪽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이미숙처럼 세심한 사람은 재빨리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것이다.그녀는 강서원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이미숙은 곁에 있는 한 원피스를 가리켰다.“여사님은 몸매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원피스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한번 입어봐요...”강서원은 상체가 풍만하고 허리가 가녀려 허리라인이 돋보이는 원피스를 입는 게 더 적합했다.사실 지금 이미숙이 입고 있는 이 원피스는 커팅부터 원단까지 모두 괜찮지만, 허리라인이 뚜렷하지 않아 강서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뚱뚱해 보이게 만들었다.이미숙이 가리키고 있는 원피스도 검은색이었는데, 입으면 아주 날씬해 보일 수 있었다. 커팅은 허리라인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 꼬리와 같은 하이웨스트 디자인은 나른함을 더했다. 이는 원피스 자체의 엄숙함을 덜어주었다.강서원도 기대를 품지 않고 옷을 입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와 정말 잘 어울렸다.전신거울 앞에 선 강서원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안목이 정말 좋네요. 코디라도 배운 적이 있는 건가요?”이미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지만 코디 잡지를 즐겨 보곤 했죠.”“보기만 하면 되나요?”“스스로 코디도 할 수 있죠...”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5화

    소씨 가문의 남자는 저마다 잘생겼는데, 소진헌은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중년이 되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몇 벌의 양복을 입어보자 모두 아주 어울렸다.소진헌은 이미숙에게 물었다.“여보, 어느 게 괜찮을 것 같아?”정은도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이미숙은 잠시 생각했다.“다 괜찮은데.”“그럼 어느 걸 골라야 하지?”이미숙이 말했다.“고를 필요 없어요. 다 사면 되죠.”“그건 안 돼, 이게 얼마나 비싼데? 난 이 한 벌이면 충분해. 집에 옷이 아직 많잖아.”이미숙은 이미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네주었다.“이 세 벌 다 포장해줘요. 고마워요.”“네, 알겠습니다!”점원은 웃으며 카드를 가져갔다.소진헌은 수줍은 소녀처럼 이미숙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여보, 이건 너무 비싸잖아. 한 벌에 몇 백만 원이라니...”“괜찮아요, 내가 당신에게 사주는 거예요.” 이미숙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어제 배당금을 받았는데, 수억이 넘어요.”소진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 그렇게 많아?”“그럼요.”“여보, 정말 너무 대단해!”이미숙은 얼굴이 붉어졌다.“콜록!” 정은은 큰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곁에 있는데, 두 분은 좀 자제하시면 안 되는 건가?’소진헌의 옷을 사는데 시간이 들지 않았지만, 이미숙은 아니었다. 2층 여성복 구역을 몇 번이나 돌아다녔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어떤 옷들은 심지어 딱 봐도 아니었기에 입어 볼 의욕이 전혀 없었다.정은은 갑자기 한 프랑스의 브랜드를 떠올렸다. 이름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 매장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 매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멀리 떨어진 모퉁이에 있었다.그래도 옷은 예뻤는데, 이미숙은 발을 디디자마자 눈이 밝아졌다.정은이 골라줄 필요 없이 이미숙은 이미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그녀는 먼저 치마 두 벌을 입어 보았는데, 오렌지색과 파란색이었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모두 피부톤과 잘 어울렸다.치맛자락의 무늬는 레이스에 자수를 더한 것으로, 고전적이고 우아한 운치를 띠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4화

    경혜는 도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그녀는 오늘에야 남자의 차가 포르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옷은 아르마니, 시계는 파텍필립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케이크를 보니 경계는 눈빛이 절로 깊어졌다.다른 한편, 정은이 학교에 가지 않은 이유는 이미숙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갔기 때문이다.그녀는 전공 수업의 교수님에게 미리 설명을 했다. 다행히 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배우지 않고 주로 지난주 팀 과제를 보고하고 총결하는 것이었는데, 민지와 서준이 보고하면 됐기에 정은도 부담 없이 휴가를 낼 수 있었다.내일이 바로 사인회였고, 요 몇 년 동안 이미숙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거의 참석한 적이 없었다.이미숙은 이리저리 골랐지만, 옷장에 있는 옷이 사인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못 입는 건 아니지만 뭐가 좀 부족했다.소진헌은 진심으로 칭찬을 했다.“우리 여보는 무엇을 입어도 다 예뻐, 정말이야!”그러나 이미숙은 평소처럼 소진헌의 농담에 웃지 않았다.정은은 재빨리 알아차렸다.“엄마, 우리 새 옷 사러 가요! J시에 큰 백화점이 얼마나 많은데, 틀림없이 엄마가 좋아하는 옷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이미숙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그래!”소진헌은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왜 내 칭찬이 쓸모가 없는 거지?’...SSG 백화점에서.세 식구는 관광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 고급 브랜드가 가득 모인 사치품 매장이 점차 작아지는 것을 보며, 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백화점 정말 크네!”의상은 2층과 3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층수를 미처 누르지 못해서 그들은 4층으로 올라갔다.이미숙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책장 포스터에 이끌려 세 사람은 아예 이 층에서 내리기로 했다.위에는 ‘SSG RENDEZ-VOUS’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서점처럼 보이지만 일반 서점과 달랐는데, 서점과 카페 및 레스토랑이 하나로 된 곳이었다.문에 들어서면 카페라서 공기 중에 진한 원두 향기가 풍겼다.뒤에는 음식이 있었다.가운데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3화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말하면서 민지는 서준의 팔짱을 끼고 기뻐하며 학교 밖으로 돌진했다.서준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손을 빼려고 했다.민지는 바로 그를 잡아당겼다.“야, 쑥스러워하지 마. 우린 절친이잖아!”민지는 말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팔을 못 빼겠네! 이 여잔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야?’두 사람은 교문을 나서자마자 케이크를 들고 스포츠카에서 내려오는 도겸을 보았다. “어머!”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사람은 왜 매번 차를 교문 앞에 세우는 건지 모르겠네. 심각한 교통 체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서준은 잠시 침묵했다.“아마도 이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어디가 멋있다는 거야? 포르쉐에서 내려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그럴 수도?”민지는 서준을 바라보았다.“너도 이런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집은 국산 자동차를 선호해서.”민지가 말했다.“나와 우리 아버지, 그리고 삼촌 할아버지는 모두 렉서스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거든.”“그럼 왜 자꾸 포르쉐를 운전하는 거지?”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도겸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들고 있는 케이크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서준은 그녀가 침을 삼키는 동작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도겸은 몇 번이나 찾아오면서 정은이 늘 민지와 서준과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횟수가 많아지자, 그도 두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도겸은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정은이는? 오늘 왜 너희들과 같이 있는 않는 거야?”민지는 사실대로 말했다.“정은 언니 오늘 학교에 안 나왔어요.”“왜?”“휴가를 냈거든요.”“왜 갑자기 휴가를 낸 거야?”“그건 저희도 잘 몰라요.”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묻고 싶었다.그러나 민지는 이미 서준의 팔을 잡으며 밀크티 가게로 향했다.“저희는 아직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도겸은 허탕을 쳤다. 양복 차림을 한 사람이 미니언즈 포장의 케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2화

    “선배님, 다 됐어요?”정은이 입을 열고서야 재석은 정신을 차렸다.“응, 다 됐어.”“고마워요.”재석은 또 정은의 허리를 힐끗 쳐다보았다.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너무 말랐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게 분명해!’...도겸은 해가 지고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 줄곧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그도 잠을 자고 싶었지만 아예 잠이 오지 않았다.머리는 지칠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했다.두 사람이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자신이 찌질하게 굴던 장면도 있었다.날이 밝자, 도겸은 그제야 추억의 늪에서 벗어났다.아침 8시, 직장인들은 저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전을 하며 달북동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평소에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였지만, 오늘 꼬박 한 시간이나 걸렸다.“안녕하세요, 망고 케이크 하나 주세요.”점원은 멈칫했다.“통째로 된 케이크를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한 조각을 원하시는 거예요?”“통째로 된 거요.”“손님, 정말 운이 좋네요. 지금 금방 하나 만들었는데 곧 자르려고 했거든요. 몇 분만 늦으셨다면 아마도 1시간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도겸은 가볍게 응답했다.점원은 포장을 하면서 물었다.“이렇게 일찍 케이크를 사러 오셨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내 여자... 전 여자친구가 좋아해서요.”이 말 한마디에 젊은 점원은 바로 예전에 본 로맨스 소설을 떠올렸다.‘누가 진정한 주인공인지 모르겠네.’도겸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케이크를 받은 다음 바로 차에 올라탔다.점원은 카운터 앞에 서서 유리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이야, 스포츠카라니... 더 소설 주인공 같잖아.’...오전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하민지와 임서준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다.강의동을 나오자마자 민지는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목이 좀 마른데.”서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이미 그의 침묵에 익숙해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1화

    도겸의 심장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소진헌이 재석을 대할 때의 열정과 자신을 대할 때의 냉담함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도겸은 계속 서 있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닫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는데, 재석이 정은의 집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도겸은 거절당한 선물 더미를 가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왕순자는 이미 청소를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이곳은 다시 정은이 금방 떠났을 때의 쓸쓸하고 적막한 곳으로 변했다.도겸은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안방으로 들어갔다.화장대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고, 그 위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스킨케어 제품이 놓여 있었지만, 그들의 주인은 이미 그들을 원하지 않았다.‘정은이 날 버린 것처럼.’도겸은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전에 이 안에는 수표 한 장과 토지 증여 계약서, 그리고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몇 개의 다이아몬드는 사수자리의 모양을 이루었다.이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팔찌였다. 정은의 22번째 생일이 되던 해에 도겸은 특별히 유명한 디자이너인 존 스미스를 청하여 그녀를 위해 디자인했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비춘 별이라는 뜻이었다.정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 도겸은 고의로 그녀와 말다툼을 벌였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톡까지 차단했다.정은의 생일날인 새벽 12시, 도겸은 이 팔찌를 들고 서비대학교 문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가장 큰 서프라이즈를 가져다주었다.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비록 정은이 팔찌를 받았고, 두 사람도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했지만 도겸은 그녀가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그 후 그도 정은이 이 팔찌를 몇 번 찬 것을 보았다.그러나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정은이 이 팔찌를 낄 때마다 두 사람은 크게 싸우곤 했다.후에 정은은 아예 팔찌를 서랍에 잠그며 다시는 끼지 않았다.“도겸아, 난 너와 다투고 싶지 않아. 정말이야. 매번 다툴 때마다 난 우리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아. 나와 너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0화

    “이 물건들 그냥 가져가. 우리는 친척도 친구도 아니니, 이 물건들이 비싸든 안 비싸든 우리는 받을 이유가 없어. 그리고 너와 정은이는 이미 헤어졌어. 지금은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이니, 우리는 네 선물을 받을 이유가 더욱 없지 않겠어?”도겸과 처음이자 유일하게 만났을 때, 이미숙은 소진헌과 레스토랑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도겸은 빈손으로 와서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먼저 말을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때 이미숙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남자는 우리 정은이와 어울리지 않아.’그러나 정은은 그때 도겸에게 푹 빠졌다. 도겸이 핑계를 대고 떠난 뒤, 그녀는 열심히 그의 편을 들어주며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이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마음이 아팠다.굽실거리는 딸이 안타까웠고, 남자의 존중을 받지 못해서 더욱 안쓰러웠다.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든, 적어도 도겸은 그들을 하나도 존중하지 않았다.한 남자가 자신의 부모님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면 또 어떻게 그 여자를 존중하겠는가?이미숙은 어머니로서 기쁨을 안고 찾아왔지만, 다시 근심과 걱정을 안고 돌아갔다.물론, 그녀도 또한 이러한 도리를 정은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심지어 좀 더 강경하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으니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미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녀는 정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을 보지 않는다면, 정은은 앞으로 후회할 것이고, 줄곧 이 일이 마음에 걸려 평생 행복해하지 않을 것이다.아이가 성인이 된 이상, 부모로서 그들도 이제 손을 놓아줘야 했다. 정은이 스스로 인생을 겪도록.그러나 이미숙은 정은이 이대로 공부를 포기할 줄은 몰랐다.그 대가는 너무 컸다.“다행히 모든 일이 지나갔고, 정은이도 이제 새로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어. 만약 마음속으로 여전히 우리 정은이에게 미안하다면, 더 이상 찾아와서 방해하지 마.”이미숙은 다른 사람과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투는 것을 더욱 좋아하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9화

    도겸은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전화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대리를 불렀다.“이것들 모두 종료해.”“네?” 대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사가 현재 가장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그중 몇 개는 곧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갑자기 종료를 하다니?“내가 한 말에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거야?”“아, 아닙니다.”“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거야?”“그것도 아닙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대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대표님, 저 이해가 좀...”“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20여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지 모두 큰 문제였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 이미 깊은 밤이 되었다.그는 사무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휘영청 밝고 등불은 희미했다.“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현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도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네가 얼마나 좋은 여자를 놓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전에 그들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도겸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별장에 돌아가 텅 빈 거실을 바라볼 때 절정에 달했다.‘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현빈은 이미 정은이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했어...’이른 아침, 금빛 햇살이 대지에 쏟아졌다.정은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소진헌과 이미숙을 깨우지 않고 혼자 먹고 조용히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그렇게 소진헌과 이미숙이 일어났을 때,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정은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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