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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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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류춘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소진헌은 계속해서 말했다.“참, 내가 방금 이 대걸레로 변기 청소를 했는데, 미처 씻지 못했네. 하지만 괜찮을 거야. 우리 집 화장실은 더럽지 않으니까. 류 씨도 신경 쓸 필요 없어.”‘괜찮긴 개뿔!’“아! 아빠...”정은이 말을 이어받았다.“어제 먹다 남은 음식들을 변기에 부었는데, 비록 물을 내렸지만. 여전히 기름이 가득한 것 같아요. 아주머니, 설마 몸에서 쉰내 나는 거 아니에요?”소진헌과 정은은 너 한 마디 나 한 마디 주고 받으면서, 화제는 갈수록 메스껍고 징그러워졌다. 류춘미는 원래 득의양양했지만, 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너, 너...” 그녀는 코로 냄새를 맡았는데, 마치 자신에게서 정말 정은이 말한 그 쉰내가 나는 것 같았다.“당신들 딱 기다려!”이 한마디를 남긴 다음, 류춘미는 아주 빨리 도망갔다.‘샤워! 지금 당장 샤워해야 돼!’그 순간, 정은은 자신이 ‘대걸레의 여신’이라고 느꼈다!정은의 행동에 대해, 이미숙은 비록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그리 찬성하지 않았다.“여자애가 걸핏하면 대걸레를 들고 다니면 안 돼. 보기 싫어.”“그 아주머니가 너무 얄미워서 그래요...”정은은 바닥에 널린 등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소진헌은 이미 묵묵히 현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날씨가 좋아지면, 화분대를 다시 박고 정원 안쪽으로 옮겨야겠다.”그는 이런 마찰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차피 큰일이 아니었으니까.오늘 같은 억울함은 자신에게 있어 별거 아니었지만, 이미숙이 다시 한번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정은은 잠시 침묵했다.“아빠,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류춘미가 오늘 정원을 망친 이상, 앞으로 더욱 심한 짓을 할 수 있었다.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단지 꽃을 망친 데다가 증거조차 없었으니, 경찰서에 잡혀갈 리가 없었다.소진헌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으면 뭘 또 어쩌겠어? 수십 년간 알고 지낸 이웃이니, 난 류 씨가 어떤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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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소진헌은 놀라움을 느꼈다.“왜 이곳에 온 거야?”정은이 말을 하려던 참에, 주택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이 웃는 얼굴을 하며 걸어왔다.“집을 보고 싶으신 건가요? 저희는 주택 구조가 아주 다양해서, 고객님의 여러 가지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요.”정은이 말했다.“일단 환경 좀 보고 싶은데요.”“이쪽이 바로 저희 주택단지의 모형입니다. 이곳에서 저희 아파트 주위의 환경 배치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죠. 마트, 학교, 병원이 있으니, 아주 편리합니다.”정은은 그 모형을 힐끗 바라보았다.“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 같아요.”“그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층수가 높기 때문에 건물 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좁을 거예요.”“별장 구역이 있다고 들었는데?”레이크 다이아는 총 두 가지 유형의 주택이 있었다. 하나는 일반 분양 주택이었는데, 바로 정은이 지금 보고 있는 모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채로 된 작은 별장이었다.작다고 하는 이유는 그 별장이 2층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 층의 면적이 그리 크지 않지만, 앞뒤에 각각 정원이 하나씩 갖추어져 있었다.대문은 아주 넓었고, 한식 건축 스타일이라 식구가 적은 가족들이 지내기에 아주 적합했다.‘큰 별장’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전문적으로 식구가 적은 가정을 위해 디자인했으니, 거주 공간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이 썰렁해 보이지 않게 했다. 독창적인 한식 디자인까지 더해져 레이크 다이아는 L시의 가장 핫한 주택단지로 되었다.정은은 오기 전에 미리 조사를 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레이크 별장을 보고 싶어요.”소진헌은 꽃을 심기를 좋아해서, 집에 꼭 큰 정원이 있어야 했다.이미숙은 야외에서 책을 보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뒷마당이 있어야 하고, 제일 좋기는 정자가 있어야 했다. 그럼 그녀도 쉬는 시간에 차를 마시며 쉴 수 있었다.직원은 정은이 별장을 보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은근히 놀랐다. 게다가 정은은 별장 지역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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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정은은 많은 고급 주택이 고객의 자산을 확인한 후에야 주택을 볼 수 있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럼 VIP고객이 되려면 어떤 요구가 있는 거죠?”“우선 L시에 주택을 구매 자격이 있어야 하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에요. 둘째, 계좌 유동 자금은 반드시 20억 이상에 달하거나, 블랙카드를 소지해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자산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부동산을 제시할 수도 있고요.”현금이든 예금이든 블랙 카드든 정은은 없는 게 없었다.어느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소진헌은 이미 정은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왜 갈수록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는 거야? 20억의 유동자금이 있어야 한다니, 드라마를 찍는 것도 아니고...”이미숙은 옆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소설도 감히 그렇게 쓰지 못하는데, 넌 그걸 대놓고 묻다니. 그동안 큰 도시에서 공부를 했다고 담력이 꽤 커졌구나.”그리고 미안해하며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우리 딸이 장난이 좀 심해서,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 했네요.”이번에 그 직원은 더 이상 연기조차 하지 않았고 바로 눈을 부라렸다.“어디서 온 촌놈들이에요? 별장을 살 돈도 없는데 여기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정신이 나간 거예요?”이미숙은 멈칫했고, 소진헌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먼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따질 수가 없어 그저 사과만 했다.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자, 그 직원은 더욱 신이 나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 꼴로 별장을 사려고요? 아마 아파트의 화장실 하나조차 살 수 없을걸요! 살다 살다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정말 재수 없어!”‘평소에 출근하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오늘 난 또 드디어 큰 고기 하나 낚은 줄 알았네. 그런데 그저 돈이 없는 거지라니! 어이없어.’이미숙은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어쨌든 우리도 손님인데...” “듣기 싫으면 들어오지 말았어야죠. 뭐, 손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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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나정 언니...” 영지는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왜 날 보는 거야? 넌 자신을 체크하는 절차를 알고 있는 거야? 만약 무슨 문제가 생기면, 네가 그 책임을 질 거야?”“저, 저도 절차를 대충 알고 있어요. 전에 배운 적이 있어요. 만약 자산을 체크한 후, 이 아가씨의 블랙카드에 문제가 없다면, 저도 그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요”“허, 일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빨리도 배웠네. 그러나 이것만 기억해. 우리는 눈치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이 우리의 고객님이고, 누가 집을 살 수 있는지를 모두 잘 파악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영지는 입술을 오므렸다.“고마워요, 나정 언니. 그러나 저는 신인이니, 아직 고객님과 거래를 성사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현재 인턴 단계에 처해있기에, 많이 보고 많이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낭비해도 괜찮아요.”말이 끝나자, 영지는 정은을 바라보았다.“고객님,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저희는 고객님의 카드를 체크할 거예요. 만약 문제가 없다면 바로 별장을 보러 가실 수 있어요.”그리고 영지는 또 소진헌과 이미숙을 바라보았다.“아저씨, 아주머니, 이쪽에 앉아서 차 한 잔 마셔요. 카드 체크가 곧 끝날 거예요.”소진헌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야, 아가씨도 참.”그는 지금 몹시 당황해 하고 있었다.‘정은이가 진짜 이 집을 사려고? 이따가 자산을 검사하면 거짓말이 들통날 텐데. 아까 밖으로 나갔어야 했는데. 우릴 비웃으면 비웃었지, 굳이 이런 내기를 할 필요가 없잖아.’이미숙은 소진헌보다 냉정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그녀는 앉아서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지만, 찻잔을 든 손이 계속 떨렸다.“고객님, 이쪽으로 오세요.”“그래요.” 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자와 한 사무실로 들어갔다.“풉, 능청스럽게 굴긴. 언제까지 연기할 수 있을지 두고 봐요! 정말 뻔뻔스럽네요...”...10분 후,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나왔다.“어때? 그 카드 가짜지?” 왕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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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그래서 영지가 어떻게 소개하든, 정은은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영지는 이미 자신의 흥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그럼, 어떻게 지불하실 건가요?”“전액으로 지불할게요.”소진헌은 딸이 정말 별장을 살 줄은 몰랐다. 게다가 돈까지 다 준비되었다니! 그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는데, 소리를 내기도 전에 허리에서 통증이 전해왔다. 이미숙이 그를 꼬집었던 것이다.“정은이 뭘 하든 당신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돼.”소진헌은 다시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영지는 떨리는 두 손으로 은행카드를 받은 다음, 또 허둥지둥 일련의 계약서를 준비했다.“고객님, 정말 잘 생각해 보셨어요? 문제가 없으시다면 제가 지금 카드로 결제해 드릴게요.”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영지는 자신이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절차대로 모든 수속을 밟은 다음, 마지막에 정은이 주택 매매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무실 쪽에서도 5억 원이 이미 입금되었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그 순간, 영지는 실감을 느끼는 동시에 마음이 놓였다.‘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래?! 출근한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벌써 집 한 채를 팔았다니?! 그것도 별장을! 5억이라니, 운이 너무도 좋잖아!’영지는 바보처럼 헤헤 웃었다. 그러나 왕나정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보자, 그녀는 바로 웃음을 참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참지 못하고 몰래 웃기 시작했다.수백 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으니, 영지는 기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1초 전까지만 해도 날뛰며 그들을 비웃던 왕나정은 지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두 눈을 부릅떴다.“영지야, 너, 방금 뭐라고 했어...”“아, 나정 언니. 저는 방금 이 고객님의 카드가 확실히 블랙 카드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방금 VIP 응접실에서 저는 이미 고객님과 함께 별장을 선정했고, 가격을 협상했는데, 이렇게 나온 것도 단지 계약서를 사인하기 위해서였어요.”왕나정은 입술이 떨렸다. “정,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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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5억... 난 평생 일하면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서야 겨우 이 돈을 모을 수 있을 텐데.’정은은 마음이 찔렸다.“그동안 저도 그저 먹고 논 게 아니에요. 그래서 돈을 좀 모았죠.”그러던 중, 말을 하지 않던 이미숙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어떻게 모았는데?”그녀의 눈빛은 무척 날카로웠다.정은은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엄마도 그 헛소문들을 들은 것 같군.’“엄마, 이건 다 제가 스스로 당당하게 번 돈이에요. 깨끗하니까 편하게 써도 돼요.”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처음에 강도겸은 정은과 함께하기 위해 심지어 부모님과의 인연까지 끊었다. 강구염은 화가 나서 도겸의 모든 은행 카드를 동결했고, 서영숙에게도 도겸을 도와주지 말라고 강요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두 사람은 아주 좁고 작은 지하실에서 지냈다. 비 오는 날엔 심지어 물이 새서 몸은 추웠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도겸은 창업을 시도하려 했고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정은은 매일 나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후에 다른 사람의 소개로 정은은 미용 제품을 만드는 생물과학기술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제품을 사용해 본 후, 연구팀과 협력하여 관련 피부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정은은 직접 프로그램을 작성하여 그들을 도와 대량의 표본 데이터를 통계했다. 원래 복잡했던 통계 작업이 순식간에 간단해지면서 효율은 높아지고 정확도도 크게 향상되었다.당시 회사에서는 5천만 원을 제시하며 이 프로그램을 구매하려 했지만, 정은은 곧바로 승낙하지 않고 도겸에게 돌아가 이야기했다. 도겸은 직접 나서서 가격 협상을 했고, 타고난 상인의 재능을 발휘하여 최종적으로 2억 원에 거래를 성사시켰다.그렇게 정은은 도겸을 도와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도겸은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고, 2년 후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회사가 상장한 그날, 도겸은 정은에게 말했다.“넌 이 회사의 절반을 가질 자격이 있어.”그날 밤, 도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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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지금 주문할게! 먼저 화분대를 사야겠어. 네 엄마는 등꽃을 좋아하니까. 그때 가서 등나무를 심을 수 있지... 그리고 또 수국을 몇 개 더 사야지. 5월에 꽃이 피면, 서 선생은 날 엄청 부러워하겠지...”서 선생님은 소진헌의 동료였다. 두 사람은 다른 학과를 가르치지만, 사이가 좋았는데, 모두 꽃을 좋아하는 달인이기 때문이다.서민철은 전에 교직원 주택단지를 떠나, 근처에서 분양주택을 하나 샀다. 1층이라서 작은 정원이 있었는데, 꽃을 가득 심었다. 그러나 면적이 크지 않아서 작은 식물을 좀 키울 수밖에 없었고, 수국과 같은 꽃이 활짝 피어야 보기 좋은 식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소진헌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기에, 핸드폰으로 쇼핑으로 하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멈칫했다.“새 집으로 이사 가면, 지금 이 집은 어떡하지?”정은이 대답했다.“그냥 남겨둬요.”“그럴 필요가 있을까?” 다른 선생님들은 이곳에서 이사가자마자 바로 집을 팔았다.위치가 좋고 또 인성 고등학교와 가깝기 때문에, 집을 사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대부분 외지에서 온 학생과 학부모들이었다.물론 가격도 괜찮았다.소진헌은 비록 집을 팔고 싶지 않았지만, 정은이 별장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썼기에, 이 집을 팔면 그래도 도움이 좀 될 거라 생각했다.정은은 또 어찌 소진헌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 “이사 가더라도 일단 남겨둬요. 좀 더 기다리자고요.”소진헌은 의혹을 느꼈다.“뭘 기다려?”“그때 되면 알게 될 거예요.”“비밀도 참 많아...”소진헌이 중얼거렸다.정은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철거에 관한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다.만일 비밀이 새면, 문제도 뒤따를 것이다.그러나 정은이 이 일을 안 것도 다 도겸 덕분이었다.그때 도겸은 L시의 한 대형 백화점 개발에 관한 프로젝트가 낙찰됐는데, 정은은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부주의로 서랍에 있는 계약서를 보았다.익숙한 ‘L시’라는 두 글자를 보며, 정은은 참지 못하고 뒤져 보았고, 그 백화점의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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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주덕순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다가가서 소진호의 팔을 안았다.“어머 동서, 뜻밖에도 여기서 만났네.”이미숙도 웃으며 인사했다.“둘째 형님.” “정은과 분양 사무소엔 어쩐 일이야? 설마 집을 사려는 건 아니겠지?”“아니요.” 그들은 어제 이미 샀으니까.“그래”주덕순은 이미숙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가에 웃음이 짙어졌다.“우리는 집을 보러 왔는데. 바로 그 레이크 다이아 말이야, 지금 한창 잘나가는 그 아파트! 고층 한 채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던데, 글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책임자에게 돈을 줘도 살 수가 없다나! 우리도 시율이 덕분에 이곳의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거야. 시율이가 이곳의 부동산 컨설턴트를 알고 있거든. 우리도 지금 계약서를 체결하자마자 바로 나온 거지.”여기까지 말하자, 주덕순은 득의양양해하며 턱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이미숙의 의아한 표정을 봤을 때, 그야말로 엄청난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느꼈다.‘몰랐지? 부럽지? 질투하지? 아쉽게도 동서는 아무것도 없잖아.’이미숙은 확실히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단지 두 사람이 또 집을 바꾸려 한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3년 전 금방 새 집 하나 바꾸지 않았어? 그런데 왜 또 바꾼 거지?’“아,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이 너무 작아서, 많이 불편하거든. 게다가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있겠어?”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지내고 있는 집은 팔려고요? 아니면 세를...”소진호가 대답했다.“우리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덕순은 그를 세게 잡아당기더니 웃으며 말했다.“우리는 팔고 싶지도, 세를 놓고 싶지도 않아. 그깟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뭐 하러 팔겠어? 그냥 부동산 투자하는 셈 치고, 집값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면 더 좋지 않겠어?”주씨 가문은 돈이 있었고, 주덕순 부모님도 그녀를 무척 아꼈으니 그들은 확실히 그럴 실력이 있었다.“동서, 아직 이곳의 아파트를 보지 못했겠지?”이미숙은 고개를 저었다.“네.” 어제 정은은 들어오자마자 바로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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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이미숙은 어색하게 웃었다.‘내가 만약 정말 책으로 돈을 벌 수 있었다면, 정은이가 우리에게 별장을 사줄 필요도 없었겠지.’정은은 이미숙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둘째 큰아버지, 둘째 큰어머니, 저와 엄마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에이, 주말에 뭐가 그렇게 바쁘다는 거야? 정은아, 너도 그래. 이제 서른이 다 되어가는 사람이 공부도 하지 않고, 일자리도 찾지 않고, 남자친구는 더 없고. 너처럼 이 나이에 부모님을 의지하는 아가씨가 더 있을까?”주덕순은 저번 체리의 일 때문에 정은을 보복하고 싶었다.이제 어렵게 기회를 얻자, 주덕순은 정은에게 전부 되갚아주려 했다.“다른 사람은 그렇다 쳐도, 네 큰오빠 좀 봐. 지금 J시에 자신의 회사를 차렸으니 얼마나 대단하니. 우리 시율은 비록 그런 능력이 없지만, 그대로 자신의 노력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셈이지.”“가끔 난 정말 도련님과 동서가 걱정돼. 힘들게 키운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니. 가문을 빛내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을 먹여살릴 능력조차 없잖아. 심지어 부모님의 돈이나 갉아먹고. 정은아, 너도 참...”주덕순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옆에 있던 소진호는 미친 듯이 그녀에게 눈짓을 했지만, 주덕순은 보이지 않은 척했다.이미숙은 웃음을 거두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게요, 시율이 제일 대단하죠. 대학도 힘들게 졸업한 아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니까요.”주덕순은 일부러 이미숙의 비웃음을 무시하며 더욱 득의양양해졌다.“그럼! 우리 시율은 어릴 때부터 나와 그이를 걱정시킨 적이 없었어. 말도 잘 듣고, 철도 들었고! 시율이 외할아버지가 그러셨는데, 몇 년 뒤에 시율에게 같은 공무원을 하나 소개해주시겠다잖아. 그럼 앞으로 시율이도 돈 걱정없이 다리 펴고 잘 수 있을 거야.”여기까지 말하자, 주덕순은 목소리를 높였다.“나는 평생 그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결국 부족한 게 없으니까. 난 단지 우리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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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말하면서 영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정은에게 건네주었다.정은은 그것이 원본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즉시 자신의 손에 있는 복사본을 돌려주었다.교환을 마치자, 영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죄송해요. 저도 처음으로 별장 수속을 밟아서 많은 절차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정은 씨의 시간을 낭비해서 정말 죄송해요...”“괜찮아요.”주덕순은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모든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또 이해가 안 됐다.“방, 방금 무슨 계약서라고 했지?” 주덕순은 영기 손에 있는 서류를 가리켰다.“주택 매매 계약서요.”“누구 건데?”“당연히 정은 씨의 거죠. 이 집은 정은 씨가 산 거니까요.”주덕순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그러니까, 소정은이 여기서 집을 샀다고?!”“네.” 영지는 영문을 몰랐다. ‘이 사람은 누구지?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거야?’“그럴 리가?!” 주덕순은 눈을 부릅뜨더니 마치 벼락에 맞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럼 19호 아니면 20호 빌딩을 산 거야? 어느 층인데? 구조는? 면적은 몇 평이야?”“여사님, 뭔가 착각하신 모양인데요, 19호와 20화 빌딩은 모두 일반 고층 건물이에요. 정은 씨는 별장을 구매하셨고요.”‘뭐?!’“별, 별장을?!” 주덕순은 목이 찢어질 뻔했다.“이 사람들이 별장을 샀다고?! 레이크 별장인가?! 그, 그럴 리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정은은 한숨을 내쉬었다.“둘째 큰어머니, 저 정말 형편이 없는 딸인 것 같아요. 서른이 다 되가는 사람이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그저 부모님께 별장 한 채를 선물하며 효도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는 그냥 제 부모님들이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럼 둘째 큰어머니도 이제 제 엄마 아빠를 위해 이렇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주덕순은 말문이 막혔다.“저희는 이제 새 집을 꾸미러 가야 하니까, 두 분 계속 집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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