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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소정은은 자신이 정말 예전의 그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대학을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공부를 하고 싶어? 꿈이나 깨! 이따가 점수가 나오면 엄청 창피하겠지!’박나영도 맞장구를 쳤다.“시율이가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좀 궁금해지네.”소수정은 입술을 구부리며 웃었다.“그래, 다들 그렇게 궁금해하니 얼른 확인해 봐, 정은아. 우리 모두 보자. 부담 가질 필요는 없어. 점수가 높든 낮든, 합격하든 하지 못하든 다 괜찮아.”이미숙은 정은을 보며 바로 거절하려고 했다.그러나 정은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좋아요.”사람들은 컴퓨터 앞으로 둘러섰다. 정은은 방금 이미 수험표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했기에 지금 엔터키만 가볍게 두드리면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아빠가 대신 눌러주세요.”“내가?”“네, 그때 수능 점수도 아빠가 확인해주셨잖아요?”“그래.” 소진헌은 손을 비비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엔터키를 눌렀다.로드 중이라는 표시가 나오자, 사람들 모두 숨을 죽였다.1초, 2초...“나왔어! 나왔어!”[총점수: 412]주덕순은 멍해진 시율을 떠밀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만점이 얼마인데? 400여 점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데...”시율은 입술을 움직였지만 소리를 내지 못했다.“왜 말을 안 하는 거야?”박나영은 재빨리 놀라운 감정을 조절하며 가볍게 웃었다.“동서, 만점은 500점이야. 정은이의 성적은 아마 3위권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물론 수석일 가능성도 있어.”주덕순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그제야 눈을 크게 떴다.“그럼 정은이는 서비대 대학원에 합격한 거예요?!”소수정은 무뚝뚝하게 말했다.“엄밀히 말하면 대학원 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나뉘죠. 필기시험 성적만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요.”주덕순은 가볍게 한숨을 돌렸다.‘그래, 정은이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합격할 수 있겠어. 3위권으로 들어가긴 개뿔...’박나영은 웃으며 말을 이어받았다.“그러나 필기시험 성적도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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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정은은 이미숙의 생일을 놓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생일 하루를 앞두고 제시간에 도착했다.이미숙은 책을 꼭 안으며 물었다.“내가 줄곧 이 원문책을 찾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니?”“그동안 줄곧 입에 달고 다니셨으니, 제가 모르는 게 더 말이 안 될 텐데요.”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흥, 그러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은 거야? 그래도 고마워, 우리 딸. 이 선물 너무 마음에 들어.”이미숙은 웃으며 다정하게 정은을 안았다. 그리고 물처럼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전에 줄곧 긴 머리를 하고 다녔잖아, 왜 이렇게 짧게 잘랐니?”정은은 이미숙에게 기대었다.“짧게 잘라서 보기 싫어요?”“아니. 우리 딸은 어떤 헤어 스타일을 해도 다 예뻐!” 이미숙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정은은 담담하게 웃으며 이미숙을 더욱 세게 안았다.“필기시험을 통과했으니 곧 면접시험을 봐야겠지?” 이미숙이 말했다.“이제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정은은 멈칫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숙은 다정하게 웃었다.“나도 이 작은 도시가 널 가둘 수 없단 것을 진작에 알았지. 이제 너도 다 컸으니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잖아. 가서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정은은 속눈썹을 가볍게 떨며 입을 열었다.“이번에 절대로 두 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주방에 있던 소진헌은 주걱을 들고 나왔다. 모녀가 서로에게 기댄 채 귓속말을 하는 것을 보며 그는 입을 열었다.“무슨 기밀이라도 얘기하는 거야? 빨리 손 씻고 밥 먹자!”“네!”이튿날, 정은은 J시로 돌아가는 고속열차에 올라탔다.두 주일 넘게 집을 비웠기에 집안은 쌀쌀했고 먼지까지 쌓였다.짐을 내려놓은 다음, 정은은 가장 먼저 어항 속의 물고기를 살펴보았다. 두 마리의 금붕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서 사료를 조금 주었다.그런 다음, 정은은 또 베란다의 화분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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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정은 자신조차도 지금 아무런 자신이 없었다.재석의 새까만 눈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너도 그게 ‘만약’이라고 했잖아. 난 네가 통과할 수 있다고 믿어.”정은은 활짝 웃었다.“그럼 나도 선배님만 믿을게요.”...서비대학교 면접시험은 3월 초로 정해졌다.정은은 특별히 정장 한 벌에 굽이 낮은 검은색 구두를 선택했다. 단정한 차림새는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절대로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외출하기 전, 정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오렌지색과 녹색이 섞인 스카프를 꺼내 묶었다.평범하고 답답했던 정장은 순식간에 살아났다.어젯밤에 비가 내렸기에 지면은 축축했고, 바람도 촉촉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세상은 마치 비닐봉지라도 덮어씌운 것 같았다.정은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대기실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탄식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잔뜩 긴장했다. 그녀는 그래도 평온한 편이었다.“저기, 넌 긴장하지도 않은 거야?” 뒷좌석의 젊은 여자아이가 정은의 어깨를 두드리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아니. 그리 긴장되지가 않아.”그녀는 벼락치기를 싫어했기에 오늘을 위해 엄청 많은 준비를 했다.지금 정은은 두려워하지 않았고, 단지 전쟁터에 나가기 직전의 흥분을 느낄 뿐이었다.“45번, 소정은 학생.”“네.”정은은 일어나서 옷의 주름을 편 뒤, 교실로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 정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일렬로 단정하게 앉아 있는 면접관 중에 뜻밖에도 재석이 있었던 것이다!남자는 오늘 회색 양복에 금테 안경을 쓰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이는 평소의 재석보다 좀 더 엄숙해 보였으며 더욱 인정사정 없어 보였다.그러나 다음 순간, 재석은 고개를 들더니 부드러운 눈빛은 정은의 얼굴을 스쳤다.정은은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제 본격적으로 면접시험이 시작되었다.면접관은 우선 몇 가지 전문적인 질문을 던졌고, 정은은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나름 여유롭게 대답할 수 있었다.나머지 몇 명의 면접관은 정은이 유창하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많은 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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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에헴! 그렇긴 하지만 또 그게 아니에요.”“quasi-crystals가 또 뭐죠?”“준결정체라고 하는데, 준결정 체내의 원자 배열 조합이 반복 주기성 대칭에 따라 배열되지 않고, 원자 배열 방식이 결정체와 비결정체 사이에 있는 결정 구조예요. 그리고 이것을 발견한 사람은 다니엘 셰시트먼이라고, 2011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여받았어요.”“아, 그렇군요... 잠깐만요! 무슨 노벨상을 수여받았다고요?”“화학상이요.”“그런데 오늘은 생물학과 면접시험이 아닌가요?”‘왜 갑자기 물리와 화학에 대해 묻는 거지?’“소 교수님이 방금 말했잖아요. 자신의 질문은 생물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쉿! 사실 이 문제는 대학생에게 있어서 너무 어렵긴 하죠.”“앞의 몇 가지 질문에 아주 잘 대답했는데. 다만 운이 좀 나빴네요. 소 교수님이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할 줄이야...”“어려운가?” 재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물론 대답을 포기할 수 있어.”정은은 고개를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화이트보드와 기호펜 있나요?”‘이 문제의 중점은 data support, 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거야! 동시에 다른 학과의 능력을 고찰하는 거지.’“응.” 재석은 손을 들어 화이트보드를 준비하라고 했다.곧 화이트보드가 들어왔고, 그들은 펜을 정은에게 건네주었다.정은은 몸을 돌려 화학식을 적었다. 그리고 이 화학식을 접점으로 준결정의 원자 구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그중에는 두 가지 중요한 원리, 즉 20면체 원리와 황금 중치 원리가 있었다.이 두 가지 원리를 통해 가장 간단한 준결정 구조를 얻을 수 있으며, 이 모델은 Al-Mn 준결정의 고해상도의 모든 디테일을 설명할 수 있었다.이상은 화학 분야에 관한 지식이었다.곧이어 정은은 또 분형 기하학, 패턴 서열, 연관 측정, 연관 차원 등 몇 가지 측면에서 준결정체에 대한 공식을 추론했다. 그중 패턴 서열은 각각 2 단계, 3 단계, k단계에서 세분화되었다.이상은 수학 영역에 속했다.영어와 숫자가 빽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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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정은은 꽉 쥔 주먹에 힘을 풀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다음 자리를 떠났다.다른 한 면접관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며 농담을 했다.“재석아, 넌 이 학생에게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방금 그 문제는 대학원 3학년의 학생이라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걸.”재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훌륭할수록 난 그 학생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더욱 궁금해지거든.”‘정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잠재력이 있어.’...시험장에서 나오자, 정은은 수민의 톡을 받았다.일주일 전, 두 사람은 면접시험이 끝나면 함께 축하하기로 약속했는데, 수민은 이미 그녀들이 자주 가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예약했다.정은은 차를 부를 준비를 했다.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은 언니? 정말 언니였구나.”강서정도 오늘 면접시험을 보러 왔다. 하지만 그녀의 시험은 오후에 시작되었다.그녀는 긴장할까 봐 미리 와서 환경을 익히려고 했는데, 정은을 만날 줄은 몰랐다.“이곳엔...” 서정은 정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정은은 평온하게 대답했다. “면접시험 보러 왔어.”“필기시험을 통과한 거예요?!” 서정은 놀라서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음.”“몇 점인데요?”“412점”“언니가 바로 우리 전공 필기시험 1등이었어요?!”정은은 의아해했다.“그래? 난 그런 일에 관심이 없어서...”“허, 시치미를 떼긴요? 재밌어요?” 서정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녀는 392점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는데, 정은이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정은은 무척 억울했다. 그녀는 확실히 순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면접시험에 관한 문자를 받고, 또 시험 시간을 확인한 다음, 그녀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았다.보통 학교 홈페이지의 합격 명단은 필기시험 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겼지만, 정은은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었다.“못 믿겠으면 됐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정은도 설명하기 귀찮았다. 서정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그녀에게 있어서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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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우리 오빠와 헤어진 것은 그쪽이 한 가장 잘못된 결정이 될 거예요. 우리 오빠를 떠나면 그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요!”서정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너무 우쭐대지 마요. 필기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반드시 대학원에 합격되는 건 아니니까. 우리 두고 봐요!”말을 마치자, 서정은 도도하게 정은의 곁을 지나갔다.정은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고, 평온하게 시선을 돌리더니 계속 택시를 잡았다.수민이 이 말을 들었을 때 그야말로 속이 터졌다.“넌 그 여자의 뺨이라도 세게 때리지 그랬어?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렇게 그 여자를 보냈다니?! 안 되겠어,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강서정 그 계집애 아직도 서비대에 있지? 지금 바로 달려가서 혼내줄 거야.”정은은 웃으며 말했다.“좀 진정해. 그건 그냥 수준 없는 도발에 불과해. 이런 말들, 난 이미 수백 번 넘게 들어봤어.”말하면서 정은은 스테이크를 천천히 썰며 먹기 시작했다.알맞게 구운 고기는 입에 넣자마자 육즙이 터지더니 우유의 향기가 퍼졌다.예전처럼 맛있었다.수민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넌 보살이냐, 왜 이렇게 잘 참는 거야?”정은은 피식 웃었다. 잠시 후, 그녀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더니 휴지로 입을 닦고서야 대답했다.“너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무슨 말?”“사이다는 상대방의 얼굴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말로 그 사람을 이기는 것도 아니야. 상대방이 아끼는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지어 그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네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지. 난 이번 면접시험을 꼭 통과하겠지만, 강서정이 통과할 수 있을지는 누가 알겠어.”대학원 시험을 보기 전에 가문의 권력을 이용하여 교수님을 매수하려고 했으니, 그녀는 이미 졌다.수민은 그제야 깨달으며 묵묵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너도 참 대단해!”모두 같은 재벌 집 큰 아가씨였으니, 서정의 성적이 어떤지에 대해 수민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려 하다니. 확실히 운이 좀 필요하겠다.’...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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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서정이 막무가내로 나오자, 도겸은 머리가 아팠다. 특히 방금 정은까지 언급하니,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였다.몰디브에서 돌아온 후, 도겸은 번호를 바꾸어 가며 정은에게 무수히 많은 문자를 보냈지만, 예상대로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그렇게 그는 정은이 지내는 곳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을 찾아가도 정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초조감에 도겸은 안절부절못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서정의 입에서 정은의 소식을 들었다니...“뭐라고? 이게 정은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당연히 있지! 소정은이 합격을 했단 말이야! 그것도 일등으로! 오미선 교수님은 올해 세 학생만 받겠다고 하셨고, 난 마침 4등으로 떨어졌단 말이야!”‘만약 소정은이 없었다면, 난 3위로 합격했을 텐데.’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으니 서정은 괴로운 동시에 달갑지 않았으며 또 분노에 정은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도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정은이가 대학원에 붙었다고?”“그래! 시험도 엄청 잘 봤다고! 이제 됐지? 그 여자는 오빠를 떠나서 아주 잘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등이란 성적으로 대학원 시험을 통과했어! 이제 곧 서비대 대학원생이 될 거라고! 왜? 이제 후회돼? 그럼 애초에 왜 그 여자를 붙잡지 않은 거야? 왜 그 여자를 놓아줘서 내 일을 망친 거냐고!”서정은 말하면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그 여자를 6년 넘게 철장에 가뒀잖아. 조금만 더 가두면 어디 덫이나? 이게 뭐야, 오빠 여자는 이미 새가 되어 날아갔고, 두 사람 사이는 갈수록 멀어질 뿐이잖아. 오빠 이제 다시는 소정은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입 닥쳐!” 도겸은 마치 자극을 받은 짐승처럼 눈빛이 음침해졌고, 서정의 얼굴에 떨어졌다.“네가 이번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는 네 능력이 딸렸기 때문이지, 다른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어! 난 두 번 다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방 안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서정은 도겸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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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분노로 가득 찼던 서정의 두 눈은 순식간에 밝아졌다.‘아! 그랬구나! 어쩐지 면접시험에서 일등을 했더라니.’서정은 즉시 핸드폰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다 직은 다음, 서정은 고개를 숙이며 사진속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재석은 정은의 뒤에서 걷고 있었는데, 키가 훤칠해서 가녀린 여자의 그림자를 뒤덮었다.이 각도에서 보면 마치 남자가 의도적으로 여자를 품에 안은 것처럼 보였다.‘역시 허탕치지 않았어.’서정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소정은, 너도 내 마음이 독하다고 탓하지 마. 네가 굳이 나와 빼앗으려 하니까 나도 어쩔 수없이 이러는 거야.’그녀는 차에 올라가서 컴퓨터를 꺼내며 서비대학교 홈페이지를 클릭했다.그리고 곧 제보 이메일을 찾아냈다.서정은 사진을 올린 다음, 또 정의로운 글을 편집했다[서비대의 기풍이 타락되지 않도록, 많은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측에서 소정은의 입학자격을 다시 고려할 것을 간청합니다.]마지막으로 ‘익명 발송’을 클릭한 다음, 이메일이 성공적으로 발송됐다. 뿐만 아니라 서정은 또 서비대 게시판에 같은 글을 올렸다.하나는 이번 대학원 시험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수석이고, 하나는 서비대학교 유명한 천재 교수였다. 두 사람은 또 마침 면접시험이 끝난 이 민감한 시기에 만났다니. 이 글이 발송되자마자 바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다.[야, 재벌 집 며느리로 되려는 사람들이 이젠 하다하다 대학원 입학자격까지 빼앗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많은 수험생들이 떨어졌던 거였어.][서비대도 이런 상황이 있었으니, 다른 대학교들은 더 심하겠지? 재벌들의 실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뭘 어쩌겠어.][수능과 대학원 입시가 더 이상 공평하지 않을 때, 국가에 더 이상 인재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사진도 밝혀진 이상, 서비대는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거야?][서비대 측에서 즉시 소정은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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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그 줄임말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정은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난 괜찮아.”[그 사람들은 머리도 쓰지 않나 봐. 남이 뭐라 하면 그런 줄 알고 제멋대로 지껄이다니. 넌 그 댓글들 보지도 말고, 이상한 생각하지도 마. 네가 오늘 이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난 절대로 네가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할 거야. 우리 오빠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수민의 말에 정은은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고마워, 수민아.”이쪽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재석의 전화가 들어왔다.[나도 게시판의 일을 알고 있어.]재석은 쓸데없는 말하지 않고 바로 요점을 말했다.[누군가 고의로 사진을 찍어 이 일을 통해 여론을 일으키려고 하는 게 분명해. 그리고 아마도 이번에 네가 수석으로 대학원 시험에 합격된 일과 관련이 있을 거야.]정은은 입술을 깨물며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가 침묵을 하자, 재석은 잠시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학교에서도 제보를 받았는데, 지금 이미 이 일을 조사하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과를 조사해낼 거야. 학교측은 좋은 학생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을 것이고, 또한 나쁜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정은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이 일을 저지른 사람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어렵진 않겠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학교측도 이 일을 매우 중시하고 있어. 특히 오미선 교수님...]이 일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오미선은 이미 전해들었다.재석과 관련이 되었기에, 학교측이 여전히 망설이고 있을 때, 오미선은 직접 나서서 정은을 위해 담보할 테니 학교측에서 끝까지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재석은 심지어 손을 쓰지도 않았는데, 이 일이 바로 해결되었다.정은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오미선이 엄숙한 표정으로 자신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담담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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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세심한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올린 계정이 바로 서비대학교 공식 계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은 나름 정은을 위해 해명한 셈이었다.영상 속에서, 재석은 정은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한 면접관이었다. [어머! 영어로 질문을 한 거였어?!][이게 봐주는 거라고? 난이도가 헬인 것 같은데.][와, 나 솔직히 그 영어 단어들을 들었을 때, 전신이 마비된 거 있지?][면접시험 현장에서 학생에게 문제를 풀라고 하는 건 정말 처음 보네요.][조 교수님 정말 다정하셔. 화이트보드까지 준비하라고 하다니, 너무 멋있잖아!][조 교수님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ㅠㅠ][저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마음속 과학연구학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은 것 같아요.][금테 안경까지 끼니 정말 취향 저격이에요. 소설에서 나오는 점잖지만 야심이 많은 남자 주인공 같아요!]물론 계속 악플을 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 영상이 조작된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또 학교측에서 일부러 그런 댓글을 달게 한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악플은 곧 긍정적인 댓글에 눌렸다.진실을 안 네티즌들은 심지어 즉시 서정을 겨냥하기 시작했다.[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봐?][대체 누구야, 감히 우리를 이용하다니?][내 댓글 공격을 받아랏!]수민운 줄곧 댓글을 살피고 있었는데, 여론에 반전이 생긴 것을 보고 재빨리 정은에게 문자를 보냈다.날씨가 따뜻해지자 화분에 연녹색의 작은 싹이 돋아났다. 정은은 심란하여 책을 보고 싶지 않아 아예 화분의 마른 잎들을 하나하나 다듬기 시작했다.문자 제시음을 듣자, 정은은 고개를 돌렸는데, 수민이 보낸 문자를 보았다.그녀는 장갑을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야 문자를 확인했다.수민이 보낸 링크를 클릭하니, 더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것은 정은이 처음으로 영상을 통해 자신의 면접시험을 본 것이지만, 주의력은 온통 재석에게 떨어졌다.질문을 할 때, 또 그녀에게 포기할 것인가를 물어볼 때, 마지막 대답이 끝날 때까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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