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은 꽉 쥔 주먹에 힘을 풀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다음 자리를 떠났다.다른 한 면접관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며 농담을 했다.“재석아, 넌 이 학생에게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방금 그 문제는 대학원 3학년의 학생이라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걸.”재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훌륭할수록 난 그 학생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더욱 궁금해지거든.”‘정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잠재력이 있어.’...시험장에서 나오자, 정은은 수민의 톡을 받았다.일주일 전, 두 사람은 면접시험이 끝나면 함께 축하하기로 약속했는데, 수민은 이미 그녀들이 자주 가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예약했다.정은은 차를 부를 준비를 했다.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은 언니? 정말 언니였구나.”강서정도 오늘 면접시험을 보러 왔다. 하지만 그녀의 시험은 오후에 시작되었다.그녀는 긴장할까 봐 미리 와서 환경을 익히려고 했는데, 정은을 만날 줄은 몰랐다.“이곳엔...” 서정은 정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정은은 평온하게 대답했다. “면접시험 보러 왔어.”“필기시험을 통과한 거예요?!” 서정은 놀라서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음.”“몇 점인데요?”“412점”“언니가 바로 우리 전공 필기시험 1등이었어요?!”정은은 의아해했다.“그래? 난 그런 일에 관심이 없어서...”“허, 시치미를 떼긴요? 재밌어요?” 서정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녀는 392점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는데, 정은이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정은은 무척 억울했다. 그녀는 확실히 순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면접시험에 관한 문자를 받고, 또 시험 시간을 확인한 다음, 그녀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았다.보통 학교 홈페이지의 합격 명단은 필기시험 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겼지만, 정은은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었다.“못 믿겠으면 됐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정은도 설명하기 귀찮았다. 서정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그녀에게 있어서 조금도
“우리 오빠와 헤어진 것은 그쪽이 한 가장 잘못된 결정이 될 거예요. 우리 오빠를 떠나면 그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요!”서정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너무 우쭐대지 마요. 필기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반드시 대학원에 합격되는 건 아니니까. 우리 두고 봐요!”말을 마치자, 서정은 도도하게 정은의 곁을 지나갔다.정은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고, 평온하게 시선을 돌리더니 계속 택시를 잡았다.수민이 이 말을 들었을 때 그야말로 속이 터졌다.“넌 그 여자의 뺨이라도 세게 때리지 그랬어?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렇게 그 여자를 보냈다니?! 안 되겠어,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강서정 그 계집애 아직도 서비대에 있지? 지금 바로 달려가서 혼내줄 거야.”정은은 웃으며 말했다.“좀 진정해. 그건 그냥 수준 없는 도발에 불과해. 이런 말들, 난 이미 수백 번 넘게 들어봤어.”말하면서 정은은 스테이크를 천천히 썰며 먹기 시작했다.알맞게 구운 고기는 입에 넣자마자 육즙이 터지더니 우유의 향기가 퍼졌다.예전처럼 맛있었다.수민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넌 보살이냐, 왜 이렇게 잘 참는 거야?”정은은 피식 웃었다. 잠시 후, 그녀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더니 휴지로 입을 닦고서야 대답했다.“너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어?”“무슨 말?”“사이다는 상대방의 얼굴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말로 그 사람을 이기는 것도 아니야. 상대방이 아끼는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심지어 그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네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지. 난 이번 면접시험을 꼭 통과하겠지만, 강서정이 통과할 수 있을지는 누가 알겠어.”대학원 시험을 보기 전에 가문의 권력을 이용하여 교수님을 매수하려고 했으니, 그녀는 이미 졌다.수민은 그제야 깨달으며 묵묵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너도 참 대단해!”모두 같은 재벌 집 큰 아가씨였으니, 서정의 성적이 어떤지에 대해 수민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려 하다니. 확실히 운이 좀 필요하겠다.’...행운
서정이 막무가내로 나오자, 도겸은 머리가 아팠다. 특히 방금 정은까지 언급하니, 그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였다.몰디브에서 돌아온 후, 도겸은 번호를 바꾸어 가며 정은에게 무수히 많은 문자를 보냈지만, 예상대로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그렇게 그는 정은이 지내는 곳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번을 찾아가도 정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초조감에 도겸은 안절부절못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서정의 입에서 정은의 소식을 들었다니...“뭐라고? 이게 정은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야?”“당연히 있지! 소정은이 합격을 했단 말이야! 그것도 일등으로! 오미선 교수님은 올해 세 학생만 받겠다고 하셨고, 난 마침 4등으로 떨어졌단 말이야!”‘만약 소정은이 없었다면, 난 3위로 합격했을 텐데.’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으니 서정은 괴로운 동시에 달갑지 않았으며 또 분노에 정은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도겸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정은이가 대학원에 붙었다고?”“그래! 시험도 엄청 잘 봤다고! 이제 됐지? 그 여자는 오빠를 떠나서 아주 잘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등이란 성적으로 대학원 시험을 통과했어! 이제 곧 서비대 대학원생이 될 거라고! 왜? 이제 후회돼? 그럼 애초에 왜 그 여자를 붙잡지 않은 거야? 왜 그 여자를 놓아줘서 내 일을 망친 거냐고!”서정은 말하면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그 여자를 6년 넘게 철장에 가뒀잖아. 조금만 더 가두면 어디 덫이나? 이게 뭐야, 오빠 여자는 이미 새가 되어 날아갔고, 두 사람 사이는 갈수록 멀어질 뿐이잖아. 오빠 이제 다시는 소정은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입 닥쳐!” 도겸은 마치 자극을 받은 짐승처럼 눈빛이 음침해졌고, 서정의 얼굴에 떨어졌다.“네가 이번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는 네 능력이 딸렸기 때문이지, 다른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어! 난 두 번 다시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그렇지 않으면...”방 안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서정은 도겸의 눈빛
분노로 가득 찼던 서정의 두 눈은 순식간에 밝아졌다.‘아! 그랬구나! 어쩐지 면접시험에서 일등을 했더라니.’서정은 즉시 핸드폰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다 직은 다음, 서정은 고개를 숙이며 사진속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재석은 정은의 뒤에서 걷고 있었는데, 키가 훤칠해서 가녀린 여자의 그림자를 뒤덮었다.이 각도에서 보면 마치 남자가 의도적으로 여자를 품에 안은 것처럼 보였다.‘역시 허탕치지 않았어.’서정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소정은, 너도 내 마음이 독하다고 탓하지 마. 네가 굳이 나와 빼앗으려 하니까 나도 어쩔 수없이 이러는 거야.’그녀는 차에 올라가서 컴퓨터를 꺼내며 서비대학교 홈페이지를 클릭했다.그리고 곧 제보 이메일을 찾아냈다.서정은 사진을 올린 다음, 또 정의로운 글을 편집했다[서비대의 기풍이 타락되지 않도록, 많은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학교측에서 소정은의 입학자격을 다시 고려할 것을 간청합니다.]마지막으로 ‘익명 발송’을 클릭한 다음, 이메일이 성공적으로 발송됐다. 뿐만 아니라 서정은 또 서비대 게시판에 같은 글을 올렸다.하나는 이번 대학원 시험에서 많은 관심을 받은 수석이고, 하나는 서비대학교 유명한 천재 교수였다. 두 사람은 또 마침 면접시험이 끝난 이 민감한 시기에 만났다니. 이 글이 발송되자마자 바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다.[야, 재벌 집 며느리로 되려는 사람들이 이젠 하다하다 대학원 입학자격까지 빼앗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많은 수험생들이 떨어졌던 거였어.][서비대도 이런 상황이 있었으니, 다른 대학교들은 더 심하겠지? 재벌들의 실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네. 하지만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뭘 어쩌겠어.][수능과 대학원 입시가 더 이상 공평하지 않을 때, 국가에 더 이상 인재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사진도 밝혀진 이상, 서비대는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거야?][서비대 측에서 즉시 소정은의 대
그 줄임말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정은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난 괜찮아.”[그 사람들은 머리도 쓰지 않나 봐. 남이 뭐라 하면 그런 줄 알고 제멋대로 지껄이다니. 넌 그 댓글들 보지도 말고, 이상한 생각하지도 마. 네가 오늘 이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난 절대로 네가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할 거야. 우리 오빠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수민의 말에 정은은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고마워, 수민아.”이쪽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재석의 전화가 들어왔다.[나도 게시판의 일을 알고 있어.]재석은 쓸데없는 말하지 않고 바로 요점을 말했다.[누군가 고의로 사진을 찍어 이 일을 통해 여론을 일으키려고 하는 게 분명해. 그리고 아마도 이번에 네가 수석으로 대학원 시험에 합격된 일과 관련이 있을 거야.]정은은 입술을 깨물며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가 침묵을 하자, 재석은 잠시 멈추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학교에서도 제보를 받았는데, 지금 이미 이 일을 조사하고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과를 조사해낼 거야. 학교측은 좋은 학생에게 누명을 씌우지 않을 것이고, 또한 나쁜 사람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정은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이 일을 저지른 사람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어렵진 않겠지만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학교측도 이 일을 매우 중시하고 있어. 특히 오미선 교수님...]이 일이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오미선은 이미 전해들었다.재석과 관련이 되었기에, 학교측이 여전히 망설이고 있을 때, 오미선은 직접 나서서 정은을 위해 담보할 테니 학교측에서 끝까지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재석은 심지어 손을 쓰지도 않았는데, 이 일이 바로 해결되었다.정은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오미선이 엄숙한 표정으로 자신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담담하게 웃었다.
세심한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올린 계정이 바로 서비대학교 공식 계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은 나름 정은을 위해 해명한 셈이었다.영상 속에서, 재석은 정은에게 마지막으로 질문한 면접관이었다. [어머! 영어로 질문을 한 거였어?!][이게 봐주는 거라고? 난이도가 헬인 것 같은데.][와, 나 솔직히 그 영어 단어들을 들었을 때, 전신이 마비된 거 있지?][면접시험 현장에서 학생에게 문제를 풀라고 하는 건 정말 처음 보네요.][조 교수님 정말 다정하셔. 화이트보드까지 준비하라고 하다니, 너무 멋있잖아!][조 교수님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ㅠㅠ][저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 마음속 과학연구학자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은 것 같아요.][금테 안경까지 끼니 정말 취향 저격이에요. 소설에서 나오는 점잖지만 야심이 많은 남자 주인공 같아요!]물론 계속 악플을 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이 영상이 조작된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또 학교측에서 일부러 그런 댓글을 달게 한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악플은 곧 긍정적인 댓글에 눌렸다.진실을 안 네티즌들은 심지어 즉시 서정을 겨냥하기 시작했다.[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봐?][대체 누구야, 감히 우리를 이용하다니?][내 댓글 공격을 받아랏!]수민운 줄곧 댓글을 살피고 있었는데, 여론에 반전이 생긴 것을 보고 재빨리 정은에게 문자를 보냈다.날씨가 따뜻해지자 화분에 연녹색의 작은 싹이 돋아났다. 정은은 심란하여 책을 보고 싶지 않아 아예 화분의 마른 잎들을 하나하나 다듬기 시작했다.문자 제시음을 듣자, 정은은 고개를 돌렸는데, 수민이 보낸 문자를 보았다.그녀는 장갑을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야 문자를 확인했다.수민이 보낸 링크를 클릭하니, 더없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것은 정은이 처음으로 영상을 통해 자신의 면접시험을 본 것이지만, 주의력은 온통 재석에게 떨어졌다.질문을 할 때, 또 그녀에게 포기할 것인가를 물어볼 때, 마지막 대답이 끝날 때까지 남자
[잠깐, 내가 오늘 정말 다른 일 있어서 너에게 전화한 거야.]“무슨 일이죠?”현빈의 말투가 엄숙해졌다.[몰디브에 있었던 일 말이야, 이미 결과를 알아냈어.]정은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앉았다.“누가 그런 거죠?”[오늘 시간 있어? 같이 밥 먹자. 너한테 줄게 좀 있거든.]정은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그리고 이튿날 오후 3시에 현빈과 만나기로 약속했다....다음 날, 레스토랑에서.“이 서류는 내 변호사가 받은 건데, 한 번 확인해 봐.”자리에 앉자마자 현빈은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서류 봉투를 꺼내 정은의 앞으로 밀었다.“작년부터 이 다국적 기소 사건은 계속 추진되어 왔어. 그동안 호텔은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모든 감시 카메라 화면을 제공했고. 게다가 목격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단서를 따라 계속 조사하다가 마침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던 거야.”현빈은 가장 먼저 이 일을 알았고, 자신의 변호사를 무척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알았을 때도 전혀 놀라움을 느끼지 않았다.‘내가 그때 추측한 것과 거의 차이가 없으니까...’현빈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그윽한 눈빛이 정은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은근히 웃으며 말했다.“피해자는 정은 씨니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는 정은 씨가 결정하면 돼.”정은은 손을 살짝 움켜쥐더니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그 서류를 열었고...안에는 서연희가 그 당시 잠수 코치를 매수해 산소통을 교체한 장면, 선물함에 독사를 넣은 장면을 아주 상세하게 찍었다.그 외에도 영상이 있었으니,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앞에서 발뺌하고 싶어도 변명할 말이 없었다.정은은 여러 번 상처를 입었고, 심지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 장본인을 봤을 때, 그녀는 마땅히 분노를 느껴야 했지만, 지금 정은은 무척 침착했고 평온했다. 마치 이 결과를 진작에 안 것처럼.한참 뒤, 정은은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물었다.“이 서
연희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끌려갔다. 그녀는 당황해하더니, 가장 먼저 자신이 외국에서 한 일들을 떠올렸다.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놀라운 눈빛을 보며, 연희는 웃으며 침착하게 말했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경찰서에 가서 한 번 확인해 볼게.”연희의 세 룸메이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결국 그녀가 끌려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 연희가 경찰에게 잡혀간 것 같은데...”“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그럼 이제 어떡해? 연희 부모님에게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야?”“넌 연희 부모님의 번호를 알고 있어?”룸메이트가 고개를 흔들었다.이때,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 한 번은 도겸이 연희를 학교로 데려다줄 때, 마침 그들과 마주쳤는데, 그들에게 명함을 건넨 적이 있었다.‘그 명함 위에 전화번호가 있을 거야.’이렇게 생각하니, 그 여자아이는 얼른 기숙사로 달려가 명함을 찾은 다음, 위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도겸이 마침 회의를 마치고 퇴근하려던 참에 개인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핸드폰 두 대를 가지고 있었고, 그의 개인 번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 번호는 비록 낯설었지만, 도겸은 여전히 받았다.[혹시 강도겸 대표님이신가요? 저는 연희의 룸메이트인데, 연희가 방금 학교에서 경찰에게 끌려갔거든요! 지금 너무 걱정이 되네요. 저희 대신 경찰서에 가 보시면 안 될까요?]도겸은 눈썹을 찌푸리며 상대방이 다급하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았어, 내가 해결할게.”그는 외투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기사가 차문을 열자 도겸은 허리를 굽혀 앉으면서 분부했다.“경찰서로 가.”‘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경찰에게 끌려갈 수가 있겠어? 경찰들이 서연희를 잡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도겸은 핸드폰을 매만지더니 어두운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그는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서연희가 경찰서로 끌려갔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좀 알아봐.”...
그리고 전에 몇 번 만났을 때도 정은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았다. 어차피 우연하게 몇 번 만난 것 외에 두 사람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강서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이는 생긴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예의도 없군.’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서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정은아, 너 어디 갔었어? 빨리 와봐, 난 이미 다 골랐어.”이미숙이 정은을 불렀다.“벌써요? 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입어보는 것도 못 봤네요...”“돌아가서 다시 입어볼게.”“네.”“방금 한 여사님을 만났는데, 내가 원피스를 하나 골라줬거든. 그런데 글쎄 자신의 아들이 ‘7일담'을 보고 있다는 거야...”이 시각, 먼 실험실에 있는 재석은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진욱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 교수, 재채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대체 밖에 여자가 얼마나 있길래...”“지금 많이 한가한가 봐??”진욱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내일 그냥 혼자 크리스털 호텔의 세미나에 참석해.”‘안 돼!’진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조수진은 몰래 웃었다.“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조 교수님을 건드리래!”...정은 일행이 쇼핑을 마칠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가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아예 백화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모녀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의논할 때, 나석천의 전화가 걸려왔다.[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직접 지하 1층으로 내려오세요.]이미숙이 말했다.“편집장님이 밥을 사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제가 작가님을 J시로 초청했잖아요. 그럼 따지고 보면 제가 작가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죠. 지금은 그냥 밥을 한끼 사는 것일 뿐, 이건 제가 영광이죠.]나석천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하고 우렁찼다.이미숙이 L시 사람이라서 입맛이 좀 담백한 것을 고려하여 나석천은 J시와 외지
그러나 일은 점원이 예상했던 것처럼 되지 않았다.강서원은 이미숙에게 다가가더니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이 원피스가 잘 어울리네요.”강서원도 입어보았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이미숙이 입는 게 더 잘 어울렸다.사이즈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더 잘 어울렸다.강서원의 기질은 너무 강직해서 부드럽지 못했지만, 이미숙은 딱이었다.부드럽게 생긴 데다가 미소까지 부드러워 이목구비가 무척 편안해 보였다.‘얄밉지 않은 얼굴이야.’말하자면, 강서원은 줄곧 동서인 백지영, 그리고 지난번 다례 수업에서 한복을 입은 정은처럼 기질이 부드러운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앞에 있는 이미숙은 의외로 강서원의 마음에 들었다.점원은 한쪽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이미숙처럼 세심한 사람은 재빨리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것이다.그녀는 강서원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이미숙은 곁에 있는 한 원피스를 가리켰다.“여사님은 몸매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원피스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한번 입어봐요...”강서원은 상체가 풍만하고 허리가 가녀려 허리라인이 돋보이는 원피스를 입는 게 더 적합했다.사실 지금 이미숙이 입고 있는 이 원피스는 커팅부터 원단까지 모두 괜찮지만, 허리라인이 뚜렷하지 않아 강서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뚱뚱해 보이게 만들었다.이미숙이 가리키고 있는 원피스도 검은색이었는데, 입으면 아주 날씬해 보일 수 있었다. 커팅은 허리라인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 꼬리와 같은 하이웨스트 디자인은 나른함을 더했다. 이는 원피스 자체의 엄숙함을 덜어주었다.강서원도 기대를 품지 않고 옷을 입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와 정말 잘 어울렸다.전신거울 앞에 선 강서원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안목이 정말 좋네요. 코디라도 배운 적이 있는 건가요?”이미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지만 코디 잡지를 즐겨 보곤 했죠.”“보기만 하면 되나요?”“스스로 코디도 할 수 있죠...”두
소씨 가문의 남자는 저마다 잘생겼는데, 소진헌은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중년이 되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몇 벌의 양복을 입어보자 모두 아주 어울렸다.소진헌은 이미숙에게 물었다.“여보, 어느 게 괜찮을 것 같아?”정은도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이미숙은 잠시 생각했다.“다 괜찮은데.”“그럼 어느 걸 골라야 하지?”이미숙이 말했다.“고를 필요 없어요. 다 사면 되죠.”“그건 안 돼, 이게 얼마나 비싼데? 난 이 한 벌이면 충분해. 집에 옷이 아직 많잖아.”이미숙은 이미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네주었다.“이 세 벌 다 포장해줘요. 고마워요.”“네, 알겠습니다!”점원은 웃으며 카드를 가져갔다.소진헌은 수줍은 소녀처럼 이미숙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여보, 이건 너무 비싸잖아. 한 벌에 몇 백만 원이라니...”“괜찮아요, 내가 당신에게 사주는 거예요.” 이미숙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어제 배당금을 받았는데, 수억이 넘어요.”소진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 그렇게 많아?”“그럼요.”“여보, 정말 너무 대단해!”이미숙은 얼굴이 붉어졌다.“콜록!” 정은은 큰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곁에 있는데, 두 분은 좀 자제하시면 안 되는 건가?’소진헌의 옷을 사는데 시간이 들지 않았지만, 이미숙은 아니었다. 2층 여성복 구역을 몇 번이나 돌아다녔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어떤 옷들은 심지어 딱 봐도 아니었기에 입어 볼 의욕이 전혀 없었다.정은은 갑자기 한 프랑스의 브랜드를 떠올렸다. 이름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 매장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 매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멀리 떨어진 모퉁이에 있었다.그래도 옷은 예뻤는데, 이미숙은 발을 디디자마자 눈이 밝아졌다.정은이 골라줄 필요 없이 이미숙은 이미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그녀는 먼저 치마 두 벌을 입어 보았는데, 오렌지색과 파란색이었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모두 피부톤과 잘 어울렸다.치맛자락의 무늬는 레이스에 자수를 더한 것으로, 고전적이고 우아한 운치를 띠고
경혜는 도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그녀는 오늘에야 남자의 차가 포르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옷은 아르마니, 시계는 파텍필립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케이크를 보니 경계는 눈빛이 절로 깊어졌다.다른 한편, 정은이 학교에 가지 않은 이유는 이미숙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갔기 때문이다.그녀는 전공 수업의 교수님에게 미리 설명을 했다. 다행히 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배우지 않고 주로 지난주 팀 과제를 보고하고 총결하는 것이었는데, 민지와 서준이 보고하면 됐기에 정은도 부담 없이 휴가를 낼 수 있었다.내일이 바로 사인회였고, 요 몇 년 동안 이미숙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거의 참석한 적이 없었다.이미숙은 이리저리 골랐지만, 옷장에 있는 옷이 사인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못 입는 건 아니지만 뭐가 좀 부족했다.소진헌은 진심으로 칭찬을 했다.“우리 여보는 무엇을 입어도 다 예뻐, 정말이야!”그러나 이미숙은 평소처럼 소진헌의 농담에 웃지 않았다.정은은 재빨리 알아차렸다.“엄마, 우리 새 옷 사러 가요! J시에 큰 백화점이 얼마나 많은데, 틀림없이 엄마가 좋아하는 옷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이미숙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그래!”소진헌은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왜 내 칭찬이 쓸모가 없는 거지?’...SSG 백화점에서.세 식구는 관광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 고급 브랜드가 가득 모인 사치품 매장이 점차 작아지는 것을 보며, 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백화점 정말 크네!”의상은 2층과 3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층수를 미처 누르지 못해서 그들은 4층으로 올라갔다.이미숙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책장 포스터에 이끌려 세 사람은 아예 이 층에서 내리기로 했다.위에는 ‘SSG RENDEZ-VOUS’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서점처럼 보이지만 일반 서점과 달랐는데, 서점과 카페 및 레스토랑이 하나로 된 곳이었다.문에 들어서면 카페라서 공기 중에 진한 원두 향기가 풍겼다.뒤에는 음식이 있었다.가운데는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말하면서 민지는 서준의 팔짱을 끼고 기뻐하며 학교 밖으로 돌진했다.서준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손을 빼려고 했다.민지는 바로 그를 잡아당겼다.“야, 쑥스러워하지 마. 우린 절친이잖아!”민지는 말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팔을 못 빼겠네! 이 여잔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야?’두 사람은 교문을 나서자마자 케이크를 들고 스포츠카에서 내려오는 도겸을 보았다. “어머!”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사람은 왜 매번 차를 교문 앞에 세우는 건지 모르겠네. 심각한 교통 체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서준은 잠시 침묵했다.“아마도 이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어디가 멋있다는 거야? 포르쉐에서 내려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그럴 수도?”민지는 서준을 바라보았다.“너도 이런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집은 국산 자동차를 선호해서.”민지가 말했다.“나와 우리 아버지, 그리고 삼촌 할아버지는 모두 렉서스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거든.”“그럼 왜 자꾸 포르쉐를 운전하는 거지?”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도겸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들고 있는 케이크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서준은 그녀가 침을 삼키는 동작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도겸은 몇 번이나 찾아오면서 정은이 늘 민지와 서준과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횟수가 많아지자, 그도 두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도겸은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정은이는? 오늘 왜 너희들과 같이 있는 않는 거야?”민지는 사실대로 말했다.“정은 언니 오늘 학교에 안 나왔어요.”“왜?”“휴가를 냈거든요.”“왜 갑자기 휴가를 낸 거야?”“그건 저희도 잘 몰라요.”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묻고 싶었다.그러나 민지는 이미 서준의 팔을 잡으며 밀크티 가게로 향했다.“저희는 아직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도겸은 허탕을 쳤다. 양복 차림을 한 사람이 미니언즈 포장의 케이
“선배님, 다 됐어요?”정은이 입을 열고서야 재석은 정신을 차렸다.“응, 다 됐어.”“고마워요.”재석은 또 정은의 허리를 힐끗 쳐다보았다.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너무 말랐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게 분명해!’...도겸은 해가 지고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 줄곧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그도 잠을 자고 싶었지만 아예 잠이 오지 않았다.머리는 지칠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했다.두 사람이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자신이 찌질하게 굴던 장면도 있었다.날이 밝자, 도겸은 그제야 추억의 늪에서 벗어났다.아침 8시, 직장인들은 저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전을 하며 달북동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평소에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였지만, 오늘 꼬박 한 시간이나 걸렸다.“안녕하세요, 망고 케이크 하나 주세요.”점원은 멈칫했다.“통째로 된 케이크를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한 조각을 원하시는 거예요?”“통째로 된 거요.”“손님, 정말 운이 좋네요. 지금 금방 하나 만들었는데 곧 자르려고 했거든요. 몇 분만 늦으셨다면 아마도 1시간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도겸은 가볍게 응답했다.점원은 포장을 하면서 물었다.“이렇게 일찍 케이크를 사러 오셨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내 여자... 전 여자친구가 좋아해서요.”이 말 한마디에 젊은 점원은 바로 예전에 본 로맨스 소설을 떠올렸다.‘누가 진정한 주인공인지 모르겠네.’도겸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케이크를 받은 다음 바로 차에 올라탔다.점원은 카운터 앞에 서서 유리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이야, 스포츠카라니... 더 소설 주인공 같잖아.’...오전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하민지와 임서준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다.강의동을 나오자마자 민지는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목이 좀 마른데.”서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이미 그의 침묵에 익숙해진
도겸의 심장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소진헌이 재석을 대할 때의 열정과 자신을 대할 때의 냉담함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도겸은 계속 서 있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닫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는데, 재석이 정은의 집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도겸은 거절당한 선물 더미를 가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왕순자는 이미 청소를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이곳은 다시 정은이 금방 떠났을 때의 쓸쓸하고 적막한 곳으로 변했다.도겸은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안방으로 들어갔다.화장대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고, 그 위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스킨케어 제품이 놓여 있었지만, 그들의 주인은 이미 그들을 원하지 않았다.‘정은이 날 버린 것처럼.’도겸은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전에 이 안에는 수표 한 장과 토지 증여 계약서, 그리고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몇 개의 다이아몬드는 사수자리의 모양을 이루었다.이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팔찌였다. 정은의 22번째 생일이 되던 해에 도겸은 특별히 유명한 디자이너인 존 스미스를 청하여 그녀를 위해 디자인했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비춘 별이라는 뜻이었다.정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 도겸은 고의로 그녀와 말다툼을 벌였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톡까지 차단했다.정은의 생일날인 새벽 12시, 도겸은 이 팔찌를 들고 서비대학교 문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가장 큰 서프라이즈를 가져다주었다.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비록 정은이 팔찌를 받았고, 두 사람도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했지만 도겸은 그녀가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그 후 그도 정은이 이 팔찌를 몇 번 찬 것을 보았다.그러나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정은이 이 팔찌를 낄 때마다 두 사람은 크게 싸우곤 했다.후에 정은은 아예 팔찌를 서랍에 잠그며 다시는 끼지 않았다.“도겸아, 난 너와 다투고 싶지 않아. 정말이야. 매번 다툴 때마다 난 우리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아. 나와 너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고
“이 물건들 그냥 가져가. 우리는 친척도 친구도 아니니, 이 물건들이 비싸든 안 비싸든 우리는 받을 이유가 없어. 그리고 너와 정은이는 이미 헤어졌어. 지금은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이니, 우리는 네 선물을 받을 이유가 더욱 없지 않겠어?”도겸과 처음이자 유일하게 만났을 때, 이미숙은 소진헌과 레스토랑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도겸은 빈손으로 와서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먼저 말을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때 이미숙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남자는 우리 정은이와 어울리지 않아.’그러나 정은은 그때 도겸에게 푹 빠졌다. 도겸이 핑계를 대고 떠난 뒤, 그녀는 열심히 그의 편을 들어주며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이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마음이 아팠다.굽실거리는 딸이 안타까웠고, 남자의 존중을 받지 못해서 더욱 안쓰러웠다.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든, 적어도 도겸은 그들을 하나도 존중하지 않았다.한 남자가 자신의 부모님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면 또 어떻게 그 여자를 존중하겠는가?이미숙은 어머니로서 기쁨을 안고 찾아왔지만, 다시 근심과 걱정을 안고 돌아갔다.물론, 그녀도 또한 이러한 도리를 정은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심지어 좀 더 강경하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으니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미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녀는 정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을 보지 않는다면, 정은은 앞으로 후회할 것이고, 줄곧 이 일이 마음에 걸려 평생 행복해하지 않을 것이다.아이가 성인이 된 이상, 부모로서 그들도 이제 손을 놓아줘야 했다. 정은이 스스로 인생을 겪도록.그러나 이미숙은 정은이 이대로 공부를 포기할 줄은 몰랐다.그 대가는 너무 컸다.“다행히 모든 일이 지나갔고, 정은이도 이제 새로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어. 만약 마음속으로 여전히 우리 정은이에게 미안하다면, 더 이상 찾아와서 방해하지 마.”이미숙은 다른 사람과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투는 것을 더욱 좋아하지
도겸은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전화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대리를 불렀다.“이것들 모두 종료해.”“네?” 대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사가 현재 가장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그중 몇 개는 곧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갑자기 종료를 하다니?“내가 한 말에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거야?”“아, 아닙니다.”“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거야?”“그것도 아닙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대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대표님, 저 이해가 좀...”“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20여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지 모두 큰 문제였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 이미 깊은 밤이 되었다.그는 사무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휘영청 밝고 등불은 희미했다.“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현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도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네가 얼마나 좋은 여자를 놓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전에 그들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도겸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별장에 돌아가 텅 빈 거실을 바라볼 때 절정에 달했다.‘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현빈은 이미 정은이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했어...’이른 아침, 금빛 햇살이 대지에 쏟아졌다.정은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소진헌과 이미숙을 깨우지 않고 혼자 먹고 조용히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그렇게 소진헌과 이미숙이 일어났을 때,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정은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