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겸 오빠, 제가 그런 짓을 한 것도 다 오빠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정말 오빠의 곁에 있고 싶어요.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줄래요?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도겸은 무뚝뚝하게 입술을 벌렸다. 연희가 당황해하며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며,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넌 이미 범죄를 저질렀어?! 날 사랑한다는 핑계 따윈 집어치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이게 바로 네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인 거야? 넌 다 너 자신을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거잖아! 헤어지자, 이제부터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난 더 이상 너와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연희는 도겸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경고했다.“난 똑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날 구해준 것을 봐서, 이번에 이 일은 이대로 넘어가겠어. 그러나 매번 이렇게 운이 좋진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 도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연희는 쫓아가려고 했지만 얼마 걷지 못하고 배가 은근히 아프기 시작했다.그녀는 몸이 건강해서 생리통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인지, 한 달이 되어갔지만 여전히 생리가 오지 않았다.다리 사이로 전해오는 축축한 느낌, 그리고 점차 멀어지는 남자의 차를 보면서 연희는 먼저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진료실 의사는 몇 가지 질문을 한 후에 연희에게 일반적인 검사를 해 주었다.30분 후, 연희는 검사 보고서를 들며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제가... 제가 임신을 했다고요?”“HCG 수치가 양성으로 나왔으니 임신한 게 맞습니다. 아직은 임신 초기라서, 출혈량이 많지 않다면 잘 휴양하면 돼요.”연희는 의사가 하는 말을 전혀 듣지 않았고, 유독 '임신'이라는 두 글자만 머릿속에서 메아리를 치고 있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면, 아마도 설날 그쯤에 임신한 것 같았다.연희는 보고서를 꽉 쥐더니, 망연하던 표정은 순식간에 확고해졌다. 그녀는 마치 방향을
연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남자의 말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지? 나에게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다니. 난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야!’“도겸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 이것 봐요, 우리 아이의 초음파 사진이에요. 정말 이 아이를 버릴 거예요?”도겸은 시선을 아래로 움직이더니 연희의 약간 떨리는 손에 있는 그 초음파 사진을 보았다. 사진은 검고 모호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냉담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아이를 지우라고.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게 더 낫잖아.”게다가 도겸은 이것이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말을 마치자, 연희가 귀찮은 도겸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연희는 남자가 매몰차게 돌아서는 것을 보고 두 손을 주먹으로 꽉 쥐었다. 분노와 질투심이 밀려왔다.‘지금 내가 그런 일을 했다고 날 버리려는 거야? 난 단지 나 자신의 남자를 지켰을 뿐인데,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지? 다 그 소정은 때문이야. 일부러 도겸 오빠를 꼬셨기에 오빠가 지금까지도 단념하지 못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희는 이를 우두둑 갈았고, 아름답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안 돼, 난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이때 연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이렇게 하면 어쩜 일이 해결될지도 몰라...’토요일, 정은은 경찰서의 전화를 받았다. 맞은편의 사과를 들으면서 그녀는 오히려 무척 평온했다.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정은은 이미 예상했다. 그리고 여전히 신고를 한 이유도 단지 자신을 위해서였다.‘나머지는 하늘에 맡기자고.’전화를 끊은 후, 정은의 핸드폰에 영상 하나가 들어왔다.게시판에 올라온 루머는 이 일이 점차 커질 때 학교측에서 삭제했다.학교에서도 그 IP주소를 조사해 봤는데 외지에 있는 IP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할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었다.도겸이 잘못을 깨달았어도 너무 늦었던 것이다.정은은 무뚝뚝하게 도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손은 문손잡이를 꽉 잡으며 방어하는 자세를 보였다.그녀는 또박또박 대답했다.“미안하지만 네 마음 거절할게.”정은은 용서하고 싶지도, 화해하고 싶지도 않았다.도겸은 욱해지기 시작했다.“왜?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전에 나와 화해하기 싫은 이유가 서연희 때문이었잖아? 지금 난 이미 그 여자와 헤어졌는데, 넌 왜 여전히 날 거절하는 거지?!”‘난 이미 그렇게 많이 양보했는데, 정은이는 도대체 언제까지 욕심을 부리고 싶은 거지?’버럭 화를 내고 있는 도겸에 비해, 정은은 훨씬 평온했다.“예전에 난 너밖에 없었으니, 나에게 있어 넌 나의 전부였어.”도겸을 위해서 정은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포기했다.두 사람이 가장 뜨겁게 사랑할 때, 도겸은 정은의 전부였고, 정은은 도겸에게 자신의 남은 인생을 맡기고 싶었다!도겸의 눈빛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절박하고 거의 열광에 가까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금도 똑같잖아?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정은은 시선을 드리우며 고개를 저었다.“영원히 제자리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너와 헤어진 후, 난 너 말고도 이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많고, 내가 추구할 만한 일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어.”도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추구할 가치가 있는 일이 뭔데? 대학원에 진학하는 거? 아니면 공부하는 거? 그러나 석사 과정을 마치더라도 넌 결국 일자리를 찾아야 하잖아. 돈을 벌어야 하니까. 난 네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는데.”정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야.”도겸은 코웃음을 쳤다.“그 50억짜리 수표 이미 가져갔잖아? 그런데 지금은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다니? 내가 믿을 것 같아? 아니면 처음부터 돈 때문에 나에게 접근한 거였어?!”분노가 극에 달한 남자는 말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정은은 도겸이
”가져가서 읽어 봐. 9월에 정식으로 입학할 텐데, 그 전에 연구 방향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실험팀에 가입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할 거야.”정은은 그 자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세요. 저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자료들을 외울 테니 절대로 교수님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 거예요!”오미선은 정은이 맹세를 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널 못 믿을까 봐 그래? 네가 면접 시험을 본 영상, 나도 다 봤어. 그동안 나도 네가 현재의 연구 작업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 적이 있어.”그녀는 정은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러나 그 영상을 보고 나니, 난 네가 전에 배운 것을 하나도 잊지 않았단 것을 발견했어.”그리고 조재석이 물어본 그 문제는 오미선에게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대학원 3학년의 학생이라도 정은보다 더 잘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좋고 나쁨은 답안 자체에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정은이 해답 과정에서 보여준 사고성과 논리 능력이었다.“넌 내 학생이니, 나보다 네 재능과 우수함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넌 그런 실력이 있단 말이야. 알았어?”...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오미선은 전화를 받으러 갔다.정은은 그 자료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오미선이 한 말을 생각하니 저도 몰게 넋을 잃었다.그동안 정은은 줄곧 확고하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녀도 자신이 잘하지 못하고 일을 망칠까 봐 두려워했고 망설이기까지 했다.특히 오미선이 요 몇 년 동안 줄곧 한 과제에 전념해 왔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은은 자신의 가입이 새로운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논문을 열자, 정은은 이 자료들의 코드 순서가 뜻밖에도 연월에 따라 배열된 것을 발견했다.아래로 내려갈수록 연대는 점점 더 오래되었다.어떤 것은 심지어 지난 세기 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생물이 금방 하나의 학과로 독립되었을 때였다.전에 정은은 독자의 각도로 책을 보았기에, 생물학의 발
그 말을 듣자, 정은도 더욱 불안해졌다.‘수민 회사가 바로 성동로 근처에 있는데!’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더니 정은은 거의 토를 하고 싶었다.기사는 약속한 대로 일찍 도착했다. 정상이라면 30분 정도 걸려야 했지만, 그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정은은 병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구급차의 경적 소리를 들었다.“빨리 이쪽으로 옮겨요! 성동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부상자들이니 얼른 응급실로 보내요...”정은은 구급차에서 옮겨진 부상자들이 의식을 잃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더니 발걸음을 재촉했다.프론트 데스크의 간호사를 찾은 다음, 정은은 얼른 수민의 이름을 말했다.“가족인가요?”“네, 전화 받고 찾아왔어요.”“그...”간호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서 한 번 만나보세요.”정은은 가슴이 덜컹 가라앉았다.그녀는 떨리는 오른손을 꾹 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문손잡이를 돌리자, 정은은 흰 천으로 덮인 사람이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순간, 정은은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하마터면 땅에 쓰러질 뻔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전해왔다.“정은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정은은 고개를 번쩍 돌렸다. 지금 수민은 멀쩡하게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깜짝이야! 그럼 저 안에 누운...”“저기요, 왜 여기로 오신 거예요?” 방금 길을 안내한 간호사가 지나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아가씨 친구는 이 옆방에 있어요.”정은은 말문이 막혔다.간호사는 또 수민을 가리키며 말했다.“방금 문을 열 때, 이 분이 바로 뒤에 서 계셨는데. 어떻게 사람을 잘못 보실 수가 있죠...”복도에서.“아직도 삐진 거야?” 수민은 정은의 손을 잡았다.“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응? 화나면 주름이 생긴다는 말 못 들었어? 우리 정은이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주름이 생기면 안 되지.”정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 것을 보고, 수민은 재빨리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 너 잘났다! 됐지?”“병원의 규정에 따라, 교통사고 부상자는 가족들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난 부모님에게 괜한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네 번호를 알려줄 수밖에 없었어.”수민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투덜댔다.“핸드폰이 깨지지만 않았어도 네 전화를 받을 수 있었는데.”정은은 그제야 왜 수민의 핸드폰이 줄곧 전원이 꺼진 상태였는지를 깨달았다.“그럼 지금 좀 어때? 어디 아픈데 없어?”교통사고 현장을 지나간 데다가 또 이것이 대형 연쇄 교통사고였기에 정은은 수민을 걱정했다.“네가 오기 전에 해야 할 검사는 이미 다 마쳤는데, 모든 게 다 정상이야. 이제 가서 수속을 밟으면 퇴원할 수 있어.”정은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럼 됐어.”수민은 가방 하나밖에 없어서 두 사람은 바로 1층에 가서 계산을 한 다음 떠나려 했다. 그러나 서영숙과 마주칠 줄이야. 그녀의 곁에는 심지어 서연희가 있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서영숙은 눈웃음을 지었고,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아주 화목해 보였다.“그럼 앞으로 좀 주의해. 여기저기 부딪치지 않게.”“안심하세요. 꼭 주의할게요.”“풉.” 수민은 냉소를 지었다.“불여우가 이렇게 날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그 남자의 엄마를 믿고 있었구나!”서영숙은 반년 만에 정은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초라하지 않았고, 오히려 혈색이 아주 좋았다.연희는 멈칫하더니 마찬가지로 정은을 본 게 분명했다.그녀는 즉시 허리를 받치며 배를 내밀었다. 그리고 먼저 인사를 했다.“정은 언니, 정말 우연이네요. 병원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정은은 웃음을 거두며 바로 떠나려 했다.다음 순간, 연희는 무심한 척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요즘 배가 아파서 병원에 와서 검사를 했는데, 글쎄 임신한 거 있죠?”.정은은 발걸음을 멈췄다.“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너무 의외였죠. 그러나 도겸 오빠에게는 아주 큰 서프라이즈였어요
그래서 서영숙은 수민을 뚫어지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만약 눈빛이 칼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수민은 틀림없이 갈기갈기 짖어졌을 것이다.“조수민 씨, 나에게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연희는 고개를 들며 억울한 표정으로 수민을 바라보았다.다만 이런 수법은 수민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무슨 오해? 넌 자존심이 있는 거야? 부끄러운 줄 아는 거야?”서영숙은 노발대발했다.“조수민, 너무 지나치게 굴지 마! 그래도 난 네 윗사람이야.”“어머, 말로 이길 수 없으니까 절 협박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여태껏 남의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참, 지금 더 심한 말을 할 수도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됐어, 수민아, 더 이상 말해봤자지. 이 사람들과 다툴 필요 없어.”정은은 이런 말다툼을 하기가 귀찮았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뭐가 달라지겠는가?그녀의 담담한 말투, 평온한 눈빛에 서영숙은 바로 폭발했다.“너 지금 열등감 느끼고 있는 거지?” 서영숙은 냉소를 지었다.“우리 도겸이와 6년 넘게 사귀었는데도 임신한 적이 없잖아. 그런데 연희는 이제 겨우 몇 개월 만에 바로 임신을 했잖니? 아이도 낳을 줄 모르는 넌 애초에 젊고 철이 없던 도겸을 속일 수밖에 없었겠지. 내가 널 우리 가문의 며느리도 받아들일 것 같아? 꿈이나 깨!”서영숙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은은 그녀를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무시에 서영숙은 마음이 불편해졌다.예전에 서영숙은 정은을 무시했지만, 상대방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이 뒤바뀌면서 정은이 오히려 그녀를 무시했다.그러니 서영숙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이런 느낌은 마치 전에 자신의 발밑에서 기어다니던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식탁에 뛰어올라 그녀를 향해 짖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입 깨문 것과 같았다.정은은 미소를 지었다.“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꿈을 꾸지 않을 거예요. 강씨 가문의 며느리는 원하는 사람이 되라고 해요. 아주머니
생각할수록 화가 난 서영숙은 뜻밖에도 정은과 수민을 쫓아갔다.전에 서영숙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직 수준이 없는 사람만이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때의 서영숙은 그런 수준이 없는 사람으로 되었다. 정말 화가 난 게 분명했다.“안중에 사람도 없는 악독한 것.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바로 너희들을 말하는 것이었네!”수민은 이 말을 듣자마자 웃었다.‘날 욕해도 되지만, 정은이를 건드리면 절대로 안 돼!’“그 입 닥쳐요, 아줌마!”“왜, 내 말이 틀렸어? 이 여자는 내 아들과 6년 동안 함께 해도 임신한 적이 한 번도 없었잖아. 그럼 소정은에게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너 정말 웃기네. 반응이 왜 이렇게 커? 도둑이 제 발 저린 거지?”“허!” 수민은 냉소를 지었다.“6년 넘게 임신하지 않았다고요? 그럼 당신 아들의 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요? 자주 병원을 드나들면서, 술과 담배까지 했으니 얼른 그 귀염둥이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세요. 만약 정말 무슨 문제가 있다면, 큰일인데...”말을 마치자, 수민의 눈빛은 연희의 배에 떨어졌다.연희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황급히 변명했다.“난 남자친구라곤 도겸 오빠 하나밖에 없었어요. 난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아들 도겸을 언급하자, 서영숙은 갑자기 흥분해졌다.“감히 허튼소리를 하다니,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수민은 또 어떻게 그런 서영숙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녀는 즉시 소매를 걷고 말했다.“그래요, 도대체 누가 누구의 입을 찢는지 두고 봐요!”정은은 두 사람이 손을 쓰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수민을 말렸다.연희도 멍해졌는데,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다.그녀는 한쪽에 서서 서영숙과 수민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았고, 정은이 다가오는 틈을 타서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땅에 주저앉으며 울부짖었다.“내 배! 배가 너무 아파요!”서영숙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고, 수민과 싸울 겨를도 없이 즉시 연희를 바라보았다.
민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내일 2킬로미터 더 달려야 한다는 말을 뒤로 했다.그리고 정은을 안고 애완동물처럼 깡충깡충 뛰었다.“사랑해요, 정은 언니, 내가 그 가게의 닭볶음탕을 먹고 싶어한 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또 어떻게 알았어요?”정은은 민지가 자신을 안도록 내버려두더니 웃으며 말했다.“네가 전에 한 번 말했잖아, 그래도 기억해뒀지. 그리고 나도 그 닭볶음탕이 도대체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하네.”“날 믿어요, 절대로 언니를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까. 그 가게는 맛이 아주 좋아요!”맛있는 음식을 발견하는 것은 아마도 먹방들의 타고난 능력일 것이다. 민지가 추천한 것이라면, 대부분 엄청 맛있는 음식이었다.이 레스토랑의 주방장은 아주 정통적인 닭볶음탕을 만들었다.또 J시 사람의 입맛을 결합하여 간단하게 개량했기에 엄청 고소하고 맛있었다.닭고기가 부드러우며 매콤한 향기까지 곁들이니, 생각만 해도 민지는 이미 침을 삼키기 시작했다.요 며칠, 조깅의 성과를 공고히 하기 위해 서준은 민지의 식단을 엄격히 통제했다. 매일 그 싱겁고 무미건조한 음식들만 먹으니 민지는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비록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몰래 간식을 훔쳐 먹었지만, 간식이 어떻게 맛있는 요리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정은 언니, 완전 사랑해요.”마침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자, 민지는 감동에 눈물을 글썽였다.“야, 내가 언제 널 학대했어?”“그럼 조깅 취소해.”“그래, 그럼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 내년 건강검진 보고서에 ‘지방간’이라는 결과가 또 나올 테니까.”‘됐어, 건강을 위해서라도 말을 말자. 난 그래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아는 사람이니까.’서준은 민지의 다이어트를 돕기 위해 매일 날이 밝기도 전에 찾아와서 문을 두드려 그녀를 불렀다.사실 민지는 가끔 서준의 얼어붙은 볼과 코를 보고, 또 아직 이불 속에 틀어박혀 쿨쿨 자는 자신을 생각하면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건 죽을 죄야! 한겨울에 누가 더 자고 싶지 않겠어?’‘우리 아빠도 서준처럼 매일 일찍
민지가 대답했다.“여행 이미 마쳤어요!”“벌써?”“여긴 그리 크지 않으니,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며칠 걸릴 리가 없잖아요?”정은의 의혹스러운 눈빛은 서준에게 향했다.만약 그녀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그때 서준은 2박 3일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 기간에 몇 번 더 보완되었고, 코스도 더 많아졌다.그러니 하루 만에 끝내는 건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았다.정은이 입을 열어 물어보려고 할 때, 서준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콜록... 맞아요, 하루 만에 끝냈지만 즐거우면 됐죠.”“정은 언니, 이번에 서준이 가방이 나보다 더 큰 거 있죠!”서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말하지도 않고, 놀 때도 꺼내 쓰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그렇게 큰 가방을 메고 산을 올라갔는데, 엄청 대단하죠!”‘칭찬인 건가... 그건 좀...’정은은 이상한 눈빛으로 서준을 보더니, 마치 그의 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맞힌 것 같다.2박 3일 동안 여행할 준비를 한 이상, 갈아입을 옷, 생활용품 따위를 챙겨야 하지 않을까?아마 민지는 원래 이것이 2박 3일 여행이라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에헴, 누나!”정은은 크게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오직 민지 만이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정은 언니, 바쁜 일이 끝난 후, 하루 동안 쉬는 느낌은 정말 너무 좋아요! 그냥 점심까지 자고 나서 여러 코스를 돌아다니니...”‘그래서 2박 3일은 그렇다 쳐도, 온전한 하루조차 여행하지 못한 거야?’“서준이 줄곧 재촉했는데, 귀찮아 죽는 줄 알았어요... 사람이야 그냥 즐거움을 위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편한 대로 행동해야지, 누가 꼭 몇 시에 외출해야 한다고 규정했죠?”“늦잠을 잔 후에 다크서클이 바로 없어졌어요. 전에 밤을 새울 때 눈까지 작아졌는데.”서준이 말했다.“그래? 네 눈은 항상 그렇지 않았어? 이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민지는 허리를 짚으며 눈을 부릅떴다.“임서준, 너 나한테 얻어맞고 싶은
수민은 차여 넘어진 의자를 향해 턱을 들었다.동건은 재빨리 알아차리고 즉시 의자를 들고 제자리에 놓았다.“이제 나랑 좀 더 있을 수 있지? 헤헤...”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동건은 이미 수민의 가녀린 허리를 껴안고 침대 위로 가져갔다.5분 후.“수민아...”“너 뭐 하는 거야? 잠깐 누워있겠다며? 왜 내 단추를 풀어?”“쉿, 말하지 말고 우리 한 판 더 하자.”수민은 말문이 막혔다.새벽 3시, 밖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건은 그녀가 이곳에 밤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차 좀 빌려줘.” 수민은 거울을 보고 체크하다가 목에 담담한 키스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앞으로 흔적 좀 남기지 말고 조심해.”동건은 침대에 기대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왜? 다른 남자가 볼까 두려워?”“또 말을 이따위로 할 거야?”동건은 긴장을 하며 침을 꿀꺽꿀꺽 삼켰다.“아니... 내가 너무 매료되어서 이런 흔적 남기는 것도 정상이잖아. 내 등 좀 봐...”말하면서 그는 돌아섰다.“다 네가 손톱으로 파낸 흔적이야, 그런데 내가 언제 뭐라고 했어?”수민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등에 긁힌 자국이 가득하고, 심지어 껍질이 벗겨진 것을 보니 확실히 무서웠다.“에헴!” 수민은 가볍게 기침을 했지만 지지 않으려 했다.“그 뭐야... 넌 흔적이 다 등에 있으니 옷만 입으면 누가 알겠어? 이건 목이잖아. 내일 색깔이 더 깊어질 텐데. 어떻게 동료를 만나라는 거야?”“헤헤... 그럼 만나지 말고 휴가를 내. 우리 둘이 별장에서 하루 종일 누워 있자!”“허, 네 말에 속을 것 같아? 꿈이나 깨!”동건은 마음이 찔렸다.“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런 뜻이 아니라고.”“그건 너 자신이 더 잘 알갰지. 차 키 가져와.”동건은 침대 머리맡에서 BMW의 키를 꺼내 던졌다.수민은 힐끗 보더니 다시 던져주었다.“난 마이바흐를 원해.”“까다롭긴!”“내일 저녁에 퇴근하면 이리 와.” 남자는 이 기
“수민아, 정말 보고 싶었어!”말을 마치자마자 동건은 뜨거운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수민도 능숙하게 응답했다.사실 그녀도 동건이 꽤 그리웠다.동건의 손은 수민의 옷자락으로 파고들며 점점 대담해졌다.그러나 수민은 그의 손을 꽉 잡았다.“응?” 동건이 물었다.“여기서 하고 싶지 않아, 집에 가서 하자.”그 한마디에 동건은 억지로 욕구를 참으며 가속페달을 쭉 밟았고, 엔진 소리가 거칠게 울렸다. 원래 20분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지만, 10분 만에 동건의 집앞에 도착했다.문이 닫히자마자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치더니 곧바로 뜨거운 입맞춤이 이어졌다.그렇게 침실에 들어갔고, 옷이 여기저기 흩어졌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한 시간 후, 정은은 나른한 눈빛을 띠며 욕실로 향했다.동건은 침대에 기대어 단단한 가슴을 드러냈다.“어딜 가?”“샤워.”“씻지 말고 좀 더 누워 있어.”“땀 냄새 나서 싫어.”동건은 다정하게 속삭였다.“안 나. 네 땀은 엄청 향기로워.”“내 땀이 아니라 네 땀이잖아.”“아...”샤워를 마친 수민은 원래 입던 옷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챙겼다.동건은 점점 이상하다고 느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놀란 눈으로 물었다.“설마 지금 가려고?”“응.”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수민은 내일 출근해야 했기에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대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거야?”동건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수민은 고개를 돌리며 눈썹을 치켜세웠다.동건은 침대에서 내려와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자고 바로 가다니, 내 집이 호텔이야? 내가 무슨 제비냐고?”수민은 부드럽게 설명했다.“난 그런 뜻이 아니야...”“아니긴 개뿔! 나를 심심풀이로 쓰는 거잖아?!”말을 마치자, 화를 못 참은 동건은 침대 끝에 있는 벤치를 발로 차 넘어뜨렸다.수민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그래도 설명을 하려 했는데... 이 남자는 정말 어이가 없군.’“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줬지?”“나는...”“네가 자신을 제비라 생각한다면
남자는 이 상황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동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수민아, 이분은...?”분명히 수민이 직접 소개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동건도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궁금했다.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이미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눈빛 속에 심지어 작은 기대가 어렴풋이 비쳤다.“아, 이분은 고씨 가문의 큰아들, 고동건이야.” 수민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대답은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 남자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그런데, 이분은 수민과 무슨 사이지?” 남자가 다시 물었다.이번에 동건은 수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말했다. “남자친구예요.”말을 마치며 동건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난 수민의 남자친구라고요.”동료는 수민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젓길 바라는 눈길을 보냈다.이에 동건은 화가 나더니 오히려 웃음이 나왔고, 수민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자신의 강한 소유욕을 과시했다.수민도 뭐라 하지 않았고, 부드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남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수민은 즉시 똑바로 서더니, 자신의 어깨에 놓은 동건의 손을 털어냈다. “이제 됐어. 그 사람 이미 떠났잖아.”동건은 손을 호호 불며 아픈 표정을 지었다. “아야! 좀 살살 해!”수민은 대꾸했다. “싫어.”“너 정말... 전화해도 안 내려오고, 전화도 안 받고. 대단하네.”“누가 그렇게 전화를 했는지 궁금했는데, 너였구나. 배불리 먹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거야?”동건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제시간에 내려왔으면 내가 전화를 그렇게 했겠어?”“제시간? 내가 너랑 약속했던가?” 수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동건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네가 오늘 야근 안 한다고 했잖아!”“그렇게 말했지만, 데리러 오라고 한 적은 없어.”수민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바로 퇴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있었고, 동건이 데리러 올 필요
그리고 도겸은, 상대방의 이런 모습을 보며 현빈이 묵인했다고 느꼈다.화가 난 그는 핸들을 내리치더니 고요한 밤에 갑자기 경적 소리가 울렸다.위층에서 직접 욕을 하기 시작했다.“한밤중에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죽으려고 작정을 한 건가!”말을 마치자 물 한 대야가 쏟아졌다.마침 도겸의 차 꼭대기에 뿌렸다.현빈은 이미 쿨하게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모든 것, 앞서 현빈이 정은을 위층으로 데려다 준 장면까지, 베란다에 서 있던 재석은 똑똑히 보았다.찬바람이 쌩쌩 불며 눈까지 그의 얼굴에 떨어졌지만, 재석은 마치 추위를 모르는 듯 30분 넘게 이렇게 서 있었다.그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그저 가슴이 심하게 답답하고 숨조차 잘 쉬지 못했다.머릿속은 많은 생각을 했지만 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지난번 정은을 떠보며, 그녀가 연애 대신 학업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대답을 받은 재석은 자신이 마음속의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시 친구로 되어 이렇게 정은의 곁에 있으면서 그녀의 성장을 목격하는 것도 좋았다.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재석은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그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정은의 곁에 남자라곤 오직 자신뿐이었으면 좋겠다고.그녀의 눈빛은 영원히 자신에게 떨어졌으면 좋겠다고.정은의 미소도, 그녀의 기쁨도 오직 자신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만약 가능하다면, 재석은 심지어 자신이 정은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이런 미친 생각들은 정은이 현빈의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이 나란히 올라오는 것을 보았을 때 들끓기 시작했다.재석은 쓴웃음을 지었고, 자신도 이렇게 이성을 잃을 줄은 몰랐다.더 슬픈 것은 감정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하나뿐이라는 것이다....같은 밤,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 동건도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수민의 전화를
눈에 거슬리는 동시에 도겸은 두 눈이 붉어졌고, 현빈의 뒷모습을 보며, 펑하고 핸들을 내리쳤다.도겸은 내려가서 현빈의 멱살을 잡고 그를 호되게 한 대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남에게 손을 대는 것일까?단념하지 않는 전 남자친구? 아니면, 예전의 절친?그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결국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물건을 올려준 뒤, 현빈은 떠날 준비를 했다.정은은 거실에서 물을 따르며 건네주었다.“고마워요, 오빠, 물 좀 마시고 가요.”현빈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정은은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내일 다시 차츰차츰 치우려 했다.바로 이때,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은은 낮에 베란다 문을 닫지 않았는데, 이때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화분이 아직 베란다에 있었기에, 만약 바람에 날려 가서 사람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큰일이었다.그래서 정은은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화분을 실내로 옮겼다.그중 하나가 비교적 무거워서 그녀는 몇 번 시도했지만 조금도 들지 못했다.이때 두 손이 나타나더니, 화분을 받으며 듬직하게 들어올렸다.현빈이 말했다.“내가 할게.”정은은 한숨을 돌렸다.“고마워요, 오빠.”손을 거둬들일 때, 부주의로 현빈의 손을 부딪혔지만, 정은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남자의 눈빛은 조여졌고, 그다지 많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현빈이 그 잘 자란 코코넛을 쉽게 실내로 옮기는 것을 보고, 정은은 또 손을 들어 다른 몇 개를 가리키며 어색하게 말했다.“이거, 그리고 이거도 다 옮겨야 하는데...”현빈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내가 짐꾼처럼 보여?”정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지만 내 오빠잖아요. 전에 어려움이 있으면 오빠를 찾으라고 했고요.”이번에 현빈이 말문이 막혔다.‘오빠, 오빠, 그놈의 오빠!’그는 자신이 정말 정신이 나갔다고 느꼈다. 어떤 호칭이든 정은의 입에서 나오면 이유 없
“도겸이는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알아! 싸다 싸! 그러게 누가 그때 저런 말을 하래?”선우는 한숨을 쉬었다.“도겸이 형이 언제 단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은 누나는 이미 그 과거에서 벗어났는데.”“흥.” 동건은 냉소를 지었다.“도겸이가 단념을 한다고? 두고 봐. 정은 씨가 고개를 돌리지 않는 한, 저 자식 평생 이러고 있을 거야.”“이건 또 무슨 말이에요??”“그 가사가 뭐였더라? ‘얻을 수 없다면 영원히 소란을 피울 거야.’ 남자는 말이야, 정말 천박한 존재지. 됐어, 너희들 천천히 놀아, 나도 갈게.”“아니... 이제 막 왔는데 왜 가는 거예요?”동건은 헤헤 웃었다.“수민이가 갑자기 야근을 안 해도 된다고 했거든. 수민이 데리러 갈 거야.”선우의 눈빛은 더욱 이상해졌다.“그런데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고?”동건은 변명했다.“네가 뭘 알아? 나는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남자친구가 퇴근한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는 것은 정상 아니야? 이것도 할 수 없다면, 양가 부모님들은 또 어떻게 우리 둘이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어?”“아, 늦었으니 먼저 갈에! 안녕!” 말하면서 동건은 성큼성큼 떠났다.선우의 잘생긴 얼굴에는 엄청난 의혹이 나타났다.‘왜 다들 요즘 귀신에 홀린 것 같지... 이상해! 너무 이상해!’...겨울의 비는 마치 바늘을 숨긴 듯 했고, 쌀쌀한 바람은 뼈를 에는 듯 했다.8시도 안 되었지만,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도겸은 클럽을 떠난 후, 차를 몰고 정은의 거처로 곧장 달려갔다.도중에 그는 질투와 불쾌감을 느끼며 심지어 정은에게 어떻게 따져야 할지를 생각했다.‘심현빈이랑 안 친하다며?’‘둘이 불가능하다며?’‘그런데 왜 그 자식과 집에 가서 부모님을 만난 거야?’‘두 사람 언제 사귄 거냐고?’‘심현빈이 대체 뭐가 좋은 거야?!’‘대체 왜?!’그러나 막상 도착하자, 도겸은 위층으로 올라갈 용기조차 없었다.그저 차 안에 멍하니 앉아서 비가 유리창에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았고, 지구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자전하고 있는데!’선우는 또 다른 한쪽을 바라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도겸은 한 잔 한 잔 이어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카드놀이도 하지 않고 공도 치지 않았으며 여자가 다가오면 더욱 멀리 피했다.다른 사람들은 혀를 찼다.“우리 도겸이 형 지금 정말 침울해진 것 같아. 보는 내 마음이 다 아프네!”“꺼져, 오글거려 죽겠네! 말 좀 똑바로 할 수 없어? 우리 도겸이는 사랑을 위해 이렇게 된 것이니, 이건 일편단심이라고!”“그래도 여자는 다 똑같지 않아? 돈만 있으면 어떤 여자를 살 수 없겠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선우는 그들이 갈수록 말을 심하게 하는 것을 듣고 즉시 호통을 쳤다.“이제 그만 좀 해. 그딴 말 좀 적게 하고. 너희들은 뭐 이런 상황이 없을 줄 알아!”그들 중에는 심지어 ‘소정은'이라는 이름을 언급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선우는 가슴이 떨렸다.그것은 절대로 도겸 앞에서 언급하면 안 되는 이름이었고, 도겸은 듣자마자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그때 가서 소란을 피우면 정말 수습하기 어려웠다.동건은 연속 몇 판 지자, 카드를 던졌다.“재미없네. 너 무슨 속임수 썼지? 어떻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거야?”“형은 운이 나쁜 데다가 머리도 좋지 않잖아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야! 전선우, 너 많이 컸다?”선우는 입을 삐죽거렸다.“칭찬으로 들을게요.”동건은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안 놀아.”그가 가자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사람들도 자연히 흩어졌다.선우는 카드놀이를 놀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자 술을 마실 흥미도 없었다. 무대 아래는 분위기가 막 뜨거워졌기에, 춤을 춰도 재미가 없어 아예 소파 구석에 틀어박혀 핸드폰을 보았다.그렇게 선우는 현빈이 올린 사진을 보았다.“모임? 누구랑 가족 모임에 참가한 거야?” 선우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는 사진을 클릭하며 맛있는 것이 참 많다고 감탄하려 하다가, 갑자기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