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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작가: 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1 11:02:51
”도겸 오빠, 제가 그런 짓을 한 것도 다 오빠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정말 오빠의 곁에 있고 싶어요.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줄래요?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예요!”

도겸은 무뚝뚝하게 입술을 벌렸다. 연희가 당황해하며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며,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넌 이미 범죄를 저질렀어?! 날 사랑한다는 핑계 따윈 집어치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이게 바로 네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인 거야? 넌 다 너 자신을 위해서 그런 짓을 한 거잖아! 헤어지자, 이제부터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난 더 이상 너와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연희는 도겸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경고했다.

“난 똑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고 싶지 않아. 네가 날 구해준 것을 봐서, 이번에 이 일은 이대로 넘어가겠어. 그러나 매번 이렇게 운이 좋진 않을 거야.”

말이 끝나자, 도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라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연희는 쫓아가려고 했지만 얼마 걷지 못하고 배가 은근히 아프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이 건강해서 생리통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인지, 한 달이 되어갔지만 여전히 생리가 오지 않았다.

다리 사이로 전해오는 축축한 느낌, 그리고 점차 멀어지는 남자의 차를 보면서 연희는 먼저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진료실 의사는 몇 가지 질문을 한 후에 연희에게 일반적인 검사를 해 주었다.

30분 후, 연희는 검사 보고서를 들며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제가... 제가 임신을 했다고요?”

“HCG 수치가 양성으로 나왔으니 임신한 게 맞습니다. 아직은 임신 초기라서, 출혈량이 많지 않다면 잘 휴양하면 돼요.”

연희는 의사가 하는 말을 전혀 듣지 않았고, 유독 '임신'이라는 두 글자만 머릿속에서 메아리를 치고 있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면, 아마도 설날 그쯤에 임신한 것 같았다.

연희는 보고서를 꽉 쥐더니, 망연하던 표정은 순식간에 확고해졌다. 그녀는 마치 방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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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희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남자의 말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다.‘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지? 나에게 만회할 기회조차 주지 않다니. 난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야!’“도겸 오빠,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 이것 봐요, 우리 아이의 초음파 사진이에요. 정말 이 아이를 버릴 거예요?”도겸은 시선을 아래로 움직이더니 연희의 약간 떨리는 손에 있는 그 초음파 사진을 보았다. 사진은 검고 모호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냉담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아이를 지우라고.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차라리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게 더 낫잖아.”게다가 도겸은 이것이 자신의 아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말을 마치자, 연희가 귀찮은 도겸은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연희는 남자가 매몰차게 돌아서는 것을 보고 두 손을 주먹으로 꽉 쥐었다. 분노와 질투심이 밀려왔다.‘지금 내가 그런 일을 했다고 날 버리려는 거야? 난 단지 나 자신의 남자를 지켰을 뿐인데,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지? 다 그 소정은 때문이야. 일부러 도겸 오빠를 꼬셨기에 오빠가 지금까지도 단념하지 못한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도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겠지!’여기까지 생각하자 연희는 이를 우두둑 갈았고, 아름답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안 돼, 난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이때 연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이렇게 하면 어쩜 일이 해결될지도 몰라...’토요일, 정은은 경찰서의 전화를 받았다. 맞은편의 사과를 들으면서 그녀는 오히려 무척 평온했다.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정은은 이미 예상했다. 그리고 여전히 신고를 한 이유도 단지 자신을 위해서였다.‘나머지는 하늘에 맡기자고.’전화를 끊은 후, 정은의 핸드폰에 영상 하나가 들어왔다.게시판에 올라온 루머는 이 일이 점차 커질 때 학교측에서 삭제했다.학교에서도 그 IP주소를 조사해 봤는데 외지에 있는 IP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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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5화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없었다.도겸이 잘못을 깨달았어도 너무 늦었던 것이다.정은은 무뚝뚝하게 도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손은 문손잡이를 꽉 잡으며 방어하는 자세를 보였다.그녀는 또박또박 대답했다.“미안하지만 네 마음 거절할게.”정은은 용서하고 싶지도, 화해하고 싶지도 않았다.도겸은 욱해지기 시작했다.“왜?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전에 나와 화해하기 싫은 이유가 서연희 때문이었잖아? 지금 난 이미 그 여자와 헤어졌는데, 넌 왜 여전히 날 거절하는 거지?!”‘난 이미 그렇게 많이 양보했는데, 정은이는 도대체 언제까지 욕심을 부리고 싶은 거지?’버럭 화를 내고 있는 도겸에 비해, 정은은 훨씬 평온했다.“예전에 난 너밖에 없었으니, 나에게 있어 넌 나의 전부였어.”도겸을 위해서 정은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포기했다.두 사람이 가장 뜨겁게 사랑할 때, 도겸은 정은의 전부였고, 정은은 도겸에게 자신의 남은 인생을 맡기고 싶었다!도겸의 눈빛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는 절박하고 거의 열광에 가까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지금도 똑같잖아? 네가 원한다면 우리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정은은 시선을 드리우며 고개를 저었다.“영원히 제자리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너와 헤어진 후, 난 너 말고도 이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많고, 내가 추구할 만한 일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어.”도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추구할 가치가 있는 일이 뭔데? 대학원에 진학하는 거? 아니면 공부하는 거? 그러나 석사 과정을 마치더라도 넌 결국 일자리를 찾아야 하잖아. 돈을 벌어야 하니까. 난 네가 원하는 만큼 줄 수 있는데.”정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야.”도겸은 코웃음을 쳤다.“그 50억짜리 수표 이미 가져갔잖아? 그런데 지금은 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다니? 내가 믿을 것 같아? 아니면 처음부터 돈 때문에 나에게 접근한 거였어?!”분노가 극에 달한 남자는 말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정은은 도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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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가서 읽어 봐. 9월에 정식으로 입학할 텐데, 그 전에 연구 방향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실험팀에 가입할 때, 갈피를 잡지 못할 거야.”정은은 그 자료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세요. 저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자료들을 외울 테니 절대로 교수님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 거예요!”오미선은 정은이 맹세를 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널 못 믿을까 봐 그래? 네가 면접 시험을 본 영상, 나도 다 봤어. 그동안 나도 네가 현재의 연구 작업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한 적이 있어.”그녀는 정은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러나 그 영상을 보고 나니, 난 네가 전에 배운 것을 하나도 잊지 않았단 것을 발견했어.”그리고 조재석이 물어본 그 문제는 오미선에게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대학원 3학년의 학생이라도 정은보다 더 잘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좋고 나쁨은 답안 자체에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정은이 해답 과정에서 보여준 사고성과 논리 능력이었다.“넌 내 학생이니, 나보다 네 재능과 우수함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넌 그런 실력이 있단 말이야. 알았어?”...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오미선은 전화를 받으러 갔다.정은은 그 자료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오미선이 한 말을 생각하니 저도 몰게 넋을 잃었다.그동안 정은은 줄곧 확고하게 걸어온 것은 아니다. 그녀도 자신이 잘하지 못하고 일을 망칠까 봐 두려워했고 망설이기까지 했다.특히 오미선이 요 몇 년 동안 줄곧 한 과제에 전념해 왔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은은 자신의 가입이 새로운 성과를 가져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논문을 열자, 정은은 이 자료들의 코드 순서가 뜻밖에도 연월에 따라 배열된 것을 발견했다.아래로 내려갈수록 연대는 점점 더 오래되었다.어떤 것은 심지어 지난 세기 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생물이 금방 하나의 학과로 독립되었을 때였다.전에 정은은 독자의 각도로 책을 보았기에, 생물학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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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7화

    그 말을 듣자, 정은도 더욱 불안해졌다.‘수민 회사가 바로 성동로 근처에 있는데!’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더니 정은은 거의 토를 하고 싶었다.기사는 약속한 대로 일찍 도착했다. 정상이라면 30분 정도 걸려야 했지만, 그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정은은 병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구급차의 경적 소리를 들었다.“빨리 이쪽으로 옮겨요! 성동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부상자들이니 얼른 응급실로 보내요...”정은은 구급차에서 옮겨진 부상자들이 의식을 잃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더니 발걸음을 재촉했다.프론트 데스크의 간호사를 찾은 다음, 정은은 얼른 수민의 이름을 말했다.“가족인가요?”“네, 전화 받고 찾아왔어요.”“그...”간호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서 한 번 만나보세요.”정은은 가슴이 덜컹 가라앉았다.그녀는 떨리는 오른손을 꾹 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문손잡이를 돌리자, 정은은 흰 천으로 덮인 사람이 병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순간, 정은은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하마터면 땅에 쓰러질 뻔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전해왔다.“정은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정은은 고개를 번쩍 돌렸다. 지금 수민은 멀쩡하게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깜짝이야! 그럼 저 안에 누운...”“저기요, 왜 여기로 오신 거예요?” 방금 길을 안내한 간호사가 지나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아가씨 친구는 이 옆방에 있어요.”정은은 말문이 막혔다.간호사는 또 수민을 가리키며 말했다.“방금 문을 열 때, 이 분이 바로 뒤에 서 계셨는데. 어떻게 사람을 잘못 보실 수가 있죠...”복도에서.“아직도 삐진 거야?” 수민은 정은의 손을 잡았다.“내가 잘못했어. 화내지 마, 응? 화나면 주름이 생긴다는 말 못 들었어? 우리 정은이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주름이 생기면 안 되지.”정은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진 것을 보고, 수민은 재빨리 한마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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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8화

    ”그래, 너 잘났다! 됐지?”“병원의 규정에 따라, 교통사고 부상자는 가족들에게 연락해야 하는데, 난 부모님에게 괜한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 네 번호를 알려줄 수밖에 없었어.”수민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투덜댔다.“핸드폰이 깨지지만 않았어도 네 전화를 받을 수 있었는데.”정은은 그제야 왜 수민의 핸드폰이 줄곧 전원이 꺼진 상태였는지를 깨달았다.“그럼 지금 좀 어때? 어디 아픈데 없어?”교통사고 현장을 지나간 데다가 또 이것이 대형 연쇄 교통사고였기에 정은은 수민을 걱정했다.“네가 오기 전에 해야 할 검사는 이미 다 마쳤는데, 모든 게 다 정상이야. 이제 가서 수속을 밟으면 퇴원할 수 있어.”정은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럼 됐어.”수민은 가방 하나밖에 없어서 두 사람은 바로 1층에 가서 계산을 한 다음 떠나려 했다. 그러나 서영숙과 마주칠 줄이야. 그녀의 곁에는 심지어 서연희가 있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서영숙은 눈웃음을 지었고,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아주 화목해 보였다.“그럼 앞으로 좀 주의해. 여기저기 부딪치지 않게.”“안심하세요. 꼭 주의할게요.”“풉.” 수민은 냉소를 지었다.“불여우가 이렇게 날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그 남자의 엄마를 믿고 있었구나!”서영숙은 반년 만에 정은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초라하지 않았고, 오히려 혈색이 아주 좋았다.연희는 멈칫하더니 마찬가지로 정은을 본 게 분명했다.그녀는 즉시 허리를 받치며 배를 내밀었다. 그리고 먼저 인사를 했다.“정은 언니, 정말 우연이네요. 병원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정은은 웃음을 거두며 바로 떠나려 했다.다음 순간, 연희는 무심한 척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요즘 배가 아파서 병원에 와서 검사를 했는데, 글쎄 임신한 거 있죠?”.정은은 발걸음을 멈췄다.“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정말 너무 의외였죠. 그러나 도겸 오빠에게는 아주 큰 서프라이즈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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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9화

    그래서 서영숙은 수민을 뚫어지게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만약 눈빛이 칼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수민은 틀림없이 갈기갈기 짖어졌을 것이다.“조수민 씨, 나에게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연희는 고개를 들며 억울한 표정으로 수민을 바라보았다.다만 이런 수법은 수민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무슨 오해? 넌 자존심이 있는 거야? 부끄러운 줄 아는 거야?”서영숙은 노발대발했다.“조수민, 너무 지나치게 굴지 마! 그래도 난 네 윗사람이야.”“어머, 말로 이길 수 없으니까 절 협박하시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여태껏 남의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참, 지금 더 심한 말을 할 수도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됐어, 수민아, 더 이상 말해봤자지. 이 사람들과 다툴 필요 없어.”정은은 이런 말다툼을 하기가 귀찮았다.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뭐가 달라지겠는가?그녀의 담담한 말투, 평온한 눈빛에 서영숙은 바로 폭발했다.“너 지금 열등감 느끼고 있는 거지?” 서영숙은 냉소를 지었다.“우리 도겸이와 6년 넘게 사귀었는데도 임신한 적이 없잖아. 그런데 연희는 이제 겨우 몇 개월 만에 바로 임신을 했잖니? 아이도 낳을 줄 모르는 넌 애초에 젊고 철이 없던 도겸을 속일 수밖에 없었겠지. 내가 널 우리 가문의 며느리도 받아들일 것 같아? 꿈이나 깨!”서영숙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은은 그녀를 바라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무시에 서영숙은 마음이 불편해졌다.예전에 서영숙은 정은을 무시했지만, 상대방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이 뒤바뀌면서 정은이 오히려 그녀를 무시했다.그러니 서영숙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이런 느낌은 마치 전에 자신의 발밑에서 기어다니던 개가 어느 날 갑자기 식탁에 뛰어올라 그녀를 향해 짖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입 깨문 것과 같았다.정은은 미소를 지었다.“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꿈을 꾸지 않을 거예요. 강씨 가문의 며느리는 원하는 사람이 되라고 해요.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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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전에 몇 번 만났을 때도 정은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된 이상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 나았다. 어차피 우연하게 몇 번 만난 것 외에 두 사람은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강서원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 아이는 생긴 것도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본예의도 없군.’두 사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자, 강서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정은아, 너 어디 갔었어? 빨리 와봐, 난 이미 다 골랐어.”이미숙이 정은을 불렀다.“벌써요? 전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엄마가 입어보는 것도 못 봤네요...”“돌아가서 다시 입어볼게.”“네.”“방금 한 여사님을 만났는데, 내가 원피스를 하나 골라줬거든. 그런데 글쎄 자신의 아들이 ‘7일담'을 보고 있다는 거야...”이 시각, 먼 실험실에 있는 재석은 재채기를 여러 번 했다.진욱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조 교수, 재채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 거야? 대체 밖에 여자가 얼마나 있길래...”“지금 많이 한가한가 봐??”진욱은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내일 그냥 혼자 크리스털 호텔의 세미나에 참석해.”‘안 돼!’진욱은 속으로 생각했다.조수진은 몰래 웃었다.“쌤통이다! 그러게 누가 조 교수님을 건드리래!”...정은 일행이 쇼핑을 마칠 때, 시간은 이미 오후 6시가 되었다.그래서 그들은 아예 백화점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모녀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의논할 때, 나석천의 전화가 걸려왔다.[이미 레스토랑을 예약했으니 직접 지하 1층으로 내려오세요.]이미숙이 말했다.“편집장님이 밥을 사시다니? 이건 말이 안 되죠.”[제가 작가님을 J시로 초청했잖아요. 그럼 따지고 보면 제가 작가님의 의식주를 모두 책임져야 하죠. 지금은 그냥 밥을 한끼 사는 것일 뿐, 이건 제가 영광이죠.]나석천의 목소리는 여전히 명랑하고 우렁찼다.이미숙이 L시 사람이라서 입맛이 좀 담백한 것을 고려하여 나석천은 J시와 외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6화

    그러나 일은 점원이 예상했던 것처럼 되지 않았다.강서원은 이미숙에게 다가가더니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이 원피스가 잘 어울리네요.”강서원도 입어보았는데, 나름 괜찮았지만 이미숙이 입는 게 더 잘 어울렸다.사이즈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더 잘 어울렸다.강서원의 기질은 너무 강직해서 부드럽지 못했지만, 이미숙은 딱이었다.부드럽게 생긴 데다가 미소까지 부드러워 이목구비가 무척 편안해 보였다.‘얄밉지 않은 얼굴이야.’말하자면, 강서원은 줄곧 동서인 백지영, 그리고 지난번 다례 수업에서 한복을 입은 정은처럼 기질이 부드러운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그러나 앞에 있는 이미숙은 의외로 강서원의 마음에 들었다.점원은 한쪽에서 안절부절못했다. 이미숙처럼 세심한 사람은 재빨리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차릴 것이다.그녀는 강서원을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고마워요.”이미숙은 곁에 있는 한 원피스를 가리켰다.“여사님은 몸매가 좋아서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원피스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한번 입어봐요...”강서원은 상체가 풍만하고 허리가 가녀려 허리라인이 돋보이는 원피스를 입는 게 더 적합했다.사실 지금 이미숙이 입고 있는 이 원피스는 커팅부터 원단까지 모두 괜찮지만, 허리라인이 뚜렷하지 않아 강서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뚱뚱해 보이게 만들었다.이미숙이 가리키고 있는 원피스도 검은색이었는데, 입으면 아주 날씬해 보일 수 있었다. 커팅은 허리라인을 돋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 꼬리와 같은 하이웨스트 디자인은 나른함을 더했다. 이는 원피스 자체의 엄숙함을 덜어주었다.강서원도 기대를 품지 않고 옷을 입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그녀와 정말 잘 어울렸다.전신거울 앞에 선 강서원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안목이 정말 좋네요. 코디라도 배운 적이 있는 건가요?”이미숙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지만 코디 잡지를 즐겨 보곤 했죠.”“보기만 하면 되나요?”“스스로 코디도 할 수 있죠...”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5화

    소씨 가문의 남자는 저마다 잘생겼는데, 소진헌은 키가 크고 훤칠했으며 중년이 되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몇 벌의 양복을 입어보자 모두 아주 어울렸다.소진헌은 이미숙에게 물었다.“여보, 어느 게 괜찮을 것 같아?”정은도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이미숙은 잠시 생각했다.“다 괜찮은데.”“그럼 어느 걸 골라야 하지?”이미숙이 말했다.“고를 필요 없어요. 다 사면 되죠.”“그건 안 돼, 이게 얼마나 비싼데? 난 이 한 벌이면 충분해. 집에 옷이 아직 많잖아.”이미숙은 이미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네주었다.“이 세 벌 다 포장해줘요. 고마워요.”“네, 알겠습니다!”점원은 웃으며 카드를 가져갔다.소진헌은 수줍은 소녀처럼 이미숙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여보, 이건 너무 비싸잖아. 한 벌에 몇 백만 원이라니...”“괜찮아요, 내가 당신에게 사주는 거예요.” 이미숙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어제 배당금을 받았는데, 수억이 넘어요.”소진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그, 그렇게 많아?”“그럼요.”“여보, 정말 너무 대단해!”이미숙은 얼굴이 붉어졌다.“콜록!” 정은은 큰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곁에 있는데, 두 분은 좀 자제하시면 안 되는 건가?’소진헌의 옷을 사는데 시간이 들지 않았지만, 이미숙은 아니었다. 2층 여성복 구역을 몇 번이나 돌아다녔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어떤 옷들은 심지어 딱 봐도 아니었기에 입어 볼 의욕이 전혀 없었다.정은은 갑자기 한 프랑스의 브랜드를 떠올렸다. 이름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아, 매장을 찾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 매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멀리 떨어진 모퉁이에 있었다.그래도 옷은 예뻤는데, 이미숙은 발을 디디자마자 눈이 밝아졌다.정은이 골라줄 필요 없이 이미숙은 이미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그녀는 먼저 치마 두 벌을 입어 보았는데, 오렌지색과 파란색이었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모두 피부톤과 잘 어울렸다.치맛자락의 무늬는 레이스에 자수를 더한 것으로, 고전적이고 우아한 운치를 띠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4화

    경혜는 도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그녀는 오늘에야 남자의 차가 포르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옷은 아르마니, 시계는 파텍필립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케이크를 보니 경계는 눈빛이 절로 깊어졌다.다른 한편, 정은이 학교에 가지 않은 이유는 이미숙을 데리고 쇼핑을 하러 갔기 때문이다.그녀는 전공 수업의 교수님에게 미리 설명을 했다. 다행히 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배우지 않고 주로 지난주 팀 과제를 보고하고 총결하는 것이었는데, 민지와 서준이 보고하면 됐기에 정은도 부담 없이 휴가를 낼 수 있었다.내일이 바로 사인회였고, 요 몇 년 동안 이미숙은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 거의 참석한 적이 없었다.이미숙은 이리저리 골랐지만, 옷장에 있는 옷이 사인회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못 입는 건 아니지만 뭐가 좀 부족했다.소진헌은 진심으로 칭찬을 했다.“우리 여보는 무엇을 입어도 다 예뻐, 정말이야!”그러나 이미숙은 평소처럼 소진헌의 농담에 웃지 않았다.정은은 재빨리 알아차렸다.“엄마, 우리 새 옷 사러 가요! J시에 큰 백화점이 얼마나 많은데, 틀림없이 엄마가 좋아하는 옷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이미숙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그래!”소진헌은 어수룩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왜 내 칭찬이 쓸모가 없는 거지?’...SSG 백화점에서.세 식구는 관광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1층에 고급 브랜드가 가득 모인 사치품 매장이 점차 작아지는 것을 보며, 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백화점 정말 크네!”의상은 2층과 3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 층수를 미처 누르지 못해서 그들은 4층으로 올라갔다.이미숙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책장 포스터에 이끌려 세 사람은 아예 이 층에서 내리기로 했다.위에는 ‘SSG RENDEZ-VOUS’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서점처럼 보이지만 일반 서점과 달랐는데, 서점과 카페 및 레스토랑이 하나로 된 곳이었다.문에 들어서면 카페라서 공기 중에 진한 원두 향기가 풍겼다.뒤에는 음식이 있었다.가운데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3화

    “그래, 진작에 이렇게 나왔어야지...”말하면서 민지는 서준의 팔짱을 끼고 기뻐하며 학교 밖으로 돌진했다.서준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손을 빼려고 했다.민지는 바로 그를 잡아당겼다.“야, 쑥스러워하지 마. 우린 절친이잖아!”민지는 말을 마치고 종종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팔을 못 빼겠네! 이 여잔 힘이 왜 이렇게 센 거야?’두 사람은 교문을 나서자마자 케이크를 들고 스포츠카에서 내려오는 도겸을 보았다. “어머!”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이 사람은 왜 매번 차를 교문 앞에 세우는 건지 모르겠네. 심각한 교통 체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서준은 잠시 침묵했다.“아마도 이런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어디가 멋있다는 거야? 포르쉐에서 내려오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그럴 수도?”민지는 서준을 바라보았다.“너도 이런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우리 집은 국산 자동차를 선호해서.”민지가 말했다.“나와 우리 아버지, 그리고 삼촌 할아버지는 모두 렉서스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거든.”“그럼 왜 자꾸 포르쉐를 운전하는 거지?”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도겸을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들고 있는 케이크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서준은 그녀가 침을 삼키는 동작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도겸은 몇 번이나 찾아오면서 정은이 늘 민지와 서준과 함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 횟수가 많아지자, 그도 두 사람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었다.도겸은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정은이는? 오늘 왜 너희들과 같이 있는 않는 거야?”민지는 사실대로 말했다.“정은 언니 오늘 학교에 안 나왔어요.”“왜?”“휴가를 냈거든요.”“왜 갑자기 휴가를 낸 거야?”“그건 저희도 잘 몰라요.”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묻고 싶었다.그러나 민지는 이미 서준의 팔을 잡으며 밀크티 가게로 향했다.“저희는 아직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도겸은 허탕을 쳤다. 양복 차림을 한 사람이 미니언즈 포장의 케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2화

    “선배님, 다 됐어요?”정은이 입을 열고서야 재석은 정신을 차렸다.“응, 다 됐어.”“고마워요.”재석은 또 정은의 허리를 힐끗 쳐다보았다.다른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녀가 너무 말랐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밥을 제대로 먹지 않은 게 분명해!’...도겸은 해가 지고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 줄곧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다.그도 잠을 자고 싶었지만 아예 잠이 오지 않았다.머리는 지칠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과거를 회상했다.두 사람이 달콤하고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고, 자신이 찌질하게 굴던 장면도 있었다.날이 밝자, 도겸은 그제야 추억의 늪에서 벗어났다.아침 8시, 직장인들은 저마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운전을 하며 달북동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평소에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였지만, 오늘 꼬박 한 시간이나 걸렸다.“안녕하세요, 망고 케이크 하나 주세요.”점원은 멈칫했다.“통째로 된 케이크를 원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한 조각을 원하시는 거예요?”“통째로 된 거요.”“손님, 정말 운이 좋네요. 지금 금방 하나 만들었는데 곧 자르려고 했거든요. 몇 분만 늦으셨다면 아마도 1시간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도겸은 가볍게 응답했다.점원은 포장을 하면서 물었다.“이렇게 일찍 케이크를 사러 오셨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내 여자... 전 여자친구가 좋아해서요.”이 말 한마디에 젊은 점원은 바로 예전에 본 로맨스 소설을 떠올렸다.‘누가 진정한 주인공인지 모르겠네.’도겸은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아 케이크를 받은 다음 바로 차에 올라탔다.점원은 카운터 앞에 서서 유리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이야, 스포츠카라니... 더 소설 주인공 같잖아.’...오전 두 시간의 수업이 끝나자, 하민지와 임서준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다.강의동을 나오자마자 민지는 참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목이 좀 마른데.”서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이미 그의 침묵에 익숙해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1화

    도겸의 심장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소진헌이 재석을 대할 때의 열정과 자신을 대할 때의 냉담함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도겸은 계속 서 있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을 닫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는데, 재석이 정은의 집에 들어간 게 분명했다.도겸은 거절당한 선물 더미를 가지고 별장으로 돌아갔다.왕순자는 이미 청소를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이곳은 다시 정은이 금방 떠났을 때의 쓸쓸하고 적막한 곳으로 변했다.도겸은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안방으로 들어갔다.화장대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고, 그 위에는 아직 다 쓰지 않은 스킨케어 제품이 놓여 있었지만, 그들의 주인은 이미 그들을 원하지 않았다.‘정은이 날 버린 것처럼.’도겸은 아래의 서랍을 열었다. 전에 이 안에는 수표 한 장과 토지 증여 계약서, 그리고 다이아몬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몇 개의 다이아몬드는 사수자리의 모양을 이루었다.이것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팔찌였다. 정은의 22번째 생일이 되던 해에 도겸은 특별히 유명한 디자이너인 존 스미스를 청하여 그녀를 위해 디자인했고, 그녀가 자신의 삶을 비춘 별이라는 뜻이었다.정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 도겸은 고의로 그녀와 말다툼을 벌였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톡까지 차단했다.정은의 생일날인 새벽 12시, 도겸은 이 팔찌를 들고 서비대학교 문 앞에 나타나 그녀에게 가장 큰 서프라이즈를 가져다주었다.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비록 정은이 팔찌를 받았고, 두 사람도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했지만 도겸은 그녀가 별로 기뻐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그 후 그도 정은이 이 팔찌를 몇 번 찬 것을 보았다.그러나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정은이 이 팔찌를 낄 때마다 두 사람은 크게 싸우곤 했다.후에 정은은 아예 팔찌를 서랍에 잠그며 다시는 끼지 않았다.“도겸아, 난 너와 다투고 싶지 않아. 정말이야. 매번 다툴 때마다 난 우리의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아. 나와 너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70화

    “이 물건들 그냥 가져가. 우리는 친척도 친구도 아니니, 이 물건들이 비싸든 안 비싸든 우리는 받을 이유가 없어. 그리고 너와 정은이는 이미 헤어졌어. 지금은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이니, 우리는 네 선물을 받을 이유가 더욱 없지 않겠어?”도겸과 처음이자 유일하게 만났을 때, 이미숙은 소진헌과 레스토랑에서 30분 넘게 기다렸다.도겸은 빈손으로 와서 간단히 인사를 한 후,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먼저 말을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때 이미숙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이 남자는 우리 정은이와 어울리지 않아.’그러나 정은은 그때 도겸에게 푹 빠졌다. 도겸이 핑계를 대고 떠난 뒤, 그녀는 열심히 그의 편을 들어주며 그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이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마음이 아팠다.굽실거리는 딸이 안타까웠고, 남자의 존중을 받지 못해서 더욱 안쓰러웠다.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든, 적어도 도겸은 그들을 하나도 존중하지 않았다.한 남자가 자신의 부모님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면 또 어떻게 그 여자를 존중하겠는가?이미숙은 어머니로서 기쁨을 안고 찾아왔지만, 다시 근심과 걱정을 안고 돌아갔다.물론, 그녀도 또한 이러한 도리를 정은에게 들려줄 수 있었다. 심지어 좀 더 강경하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으니 반드시 헤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미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녀는 정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끝을 보지 않는다면, 정은은 앞으로 후회할 것이고, 줄곧 이 일이 마음에 걸려 평생 행복해하지 않을 것이다.아이가 성인이 된 이상, 부모로서 그들도 이제 손을 놓아줘야 했다. 정은이 스스로 인생을 겪도록.그러나 이미숙은 정은이 이대로 공부를 포기할 줄은 몰랐다.그 대가는 너무 컸다.“다행히 모든 일이 지나갔고, 정은이도 이제 새로운 생활을 하기 시작했어. 만약 마음속으로 여전히 우리 정은이에게 미안하다면, 더 이상 찾아와서 방해하지 마.”이미숙은 다른 사람과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다투는 것을 더욱 좋아하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9화

    도겸은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전화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대리를 불렀다.“이것들 모두 종료해.”“네?” 대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사가 현재 가장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그중 몇 개는 곧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갑자기 종료를 하다니?“내가 한 말에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거야?”“아, 아닙니다.”“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거야?”“그것도 아닙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대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대표님, 저 이해가 좀...”“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20여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지 모두 큰 문제였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 이미 깊은 밤이 되었다.그는 사무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휘영청 밝고 등불은 희미했다.“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현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도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네가 얼마나 좋은 여자를 놓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전에 그들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도겸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별장에 돌아가 텅 빈 거실을 바라볼 때 절정에 달했다.‘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현빈은 이미 정은이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했어...’이른 아침, 금빛 햇살이 대지에 쏟아졌다.정은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소진헌과 이미숙을 깨우지 않고 혼자 먹고 조용히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그렇게 소진헌과 이미숙이 일어났을 때,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정은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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