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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Author: 십일
정은은 꽉 쥔 주먹에 힘을 풀더니 공손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다음 자리를 떠났다.

다른 한 면접관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보며 농담을 했다.

“재석아, 넌 이 학생에게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방금 그 문제는 대학원 3학년의 학생이라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을걸.”

재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훌륭할수록 난 그 학생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지 더욱 궁금해지거든.”

‘정은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잠재력이 있어.’

...

시험장에서 나오자, 정은은 수민의 톡을 받았다.

일주일 전, 두 사람은 면접시험이 끝나면 함께 축하하기로 약속했는데, 수민은 이미 그녀들이 자주 가는 프랑스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정은은 차를 부를 준비를 했다.

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은 언니? 정말 언니였구나.”

강서정도 오늘 면접시험을 보러 왔다. 하지만 그녀의 시험은 오후에 시작되었다.

그녀는 긴장할까 봐 미리 와서 환경을 익히려고 했는데, 정은을 만날 줄은 몰랐다.

“이곳엔...”

서정은 정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정은은 평온하게 대답했다.

“면접시험 보러 왔어.”

“필기시험을 통과한 거예요?!”

서정은 놀라서 저도 모르게 목청을 높였다.

“음.”

“몇 점인데요?”

“412점”

“언니가 바로 우리 전공 필기시험 1등이었어요?!”

정은은 의아해했다.

“그래? 난 그런 일에 관심이 없어서...”

“허, 시치미를 떼긴요? 재밌어요?”

서정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392점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는데, 정은이 이렇게 높은 점수를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정은은 무척 억울했다. 그녀는 확실히 순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면접시험에 관한 문자를 받고, 또 시험 시간을 확인한 다음, 그녀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았다.

보통 학교 홈페이지의 합격 명단은 필기시험 성적에 따라 순위를 매겼지만, 정은은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었다.

“못 믿겠으면 됐어.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

정은도 설명하기 귀찮았다. 서정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그녀에게 있어서 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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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말, J시는 겨울에 들어선 후 두 번째 눈을 맞이했다.이번 눈은 첫눈보다 더 많이 내렸고, 이틀 연속 내렸기에 J시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이른 아침, 정은은 미안함을 안고 재석의 집 문을 두드렸다.“선배님...” 정은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재석은 잠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여전히 헝클어져 있었다. 이 말을 듣고 그는 가슴이 조여졌다.“무슨 일이야?!”“그런 거 아니에요!” 시간이 확실히 이르고 너무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에 정은은 더욱 미안해지더니 또 좀 부끄러워했다.“나 때문에 깬 거죠?”“아니야, 원래 일어날 시간이거든.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지난번에 그 눈놀이 도구 말인데요... 아직 있어요?”재석은 멍해졌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눈은 확실히 그쳤다.“이렇게 일찍 내려가서 눈놀이를 할 거야?” 재석은 생각을 한 다음 입을 열었다.정은은 두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네! 일찍 내려가야 밟힌 흔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깨끗하잖아요.”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꼭 어린아이 같아.”“눈놀이에 어른과 아이가 있나요? 놀고 싶으면 노는 거죠.”“잠깐만 기다려.”말이 끝나자 재석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통 하나를 들고 나왔다.안에는 전에 둔 오리, 공룡, 곰돌이 그리고 삽 등이 있었다.“고마워요 선배님! 나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정은은 통을 받고 몸을 돌려 재빨리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10분 뒤, 단정하게 차려입은 재석이 아래층에 나타났다.정은은 한 무리의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하얀 패딩, 크고 빨간 모자, 주위의 눈과 하얗게 어우러지는 동시에 오직 그 빨간색만 선명하고 눈부셨다.“선배님! 이리 와요.”정은이 재석을 향해 웃었다.재석은 손을 흔들었다.“너희들끼리 놀아.”정은은 가볍게 흥얼거리며 몸을 돌려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파헤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벌떡 일어서서 무언가를 세게 던졌다.손바닥만 한 눈덩이가 재석을 향해 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03화

    인훈은 말을 하지 못했다.정은이 입을 열었다.“심 대표님, 이제 손 놓아도 돼요.”현빈은 웃으며 마치 그제야 알아차린 듯, 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녀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섬세하고 얇은 어깨는 패딩을 사이에 두고도 여전히 뼈를 만질 수 있었다.여자의 몸에서 나는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도 현빈의 콧구멍으로 파고들었다.현빈은 온몸이 오그라들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정은은 몸을 돌려 현빈에게서 유연하게 벗어났다.현빈은 반응이 빨랐는데, 정은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긴 팔을 뻗어 다시 그녀를 잡아당겼다.한 사람은 달리고 다른 한 사람은 따라갔다.하나는 도망가고 다른 하나는 쫓아갔다.정은은 화가 났다.“심현빈 씨! 작작 좀 하면 안 돼요?!”남자는 눈가에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좋아, 드디어 날 심 대표님이라고 부르지 않네.”...두 사람이 밀당을 하는 사이, 재석은 멀지 않은 가로등 아래에 서 있었고, 손에 종이주머니를 들고 있었다.불빛 때문인지, 그의 반쪽 얼굴이 그늘 속에 숨어 있어서 지금 표정을 분명하게 볼 수 없었다.“선배님?” 정은은 바로 재석을 발견했다.가만히 서 있던 남자가 걸음을 들어 다가오더니 정은의 목에 있는 남자 목도리에 시선이 떨어졌다.인훈은 자신의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것이 아니었다.현빈은 코트에 양복을 입고 있었지만, 목도리를 하지 않았다.“조 교수님!” 인훈은 웃으며 인사를 했다.“여기서 만났다니, 정말 공교롭네요!”“공교롭긴요.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네?”재석은 주머니에 든 목도리를 꺼내 앞으로 다가갔고, 정은의 목에 있는 남자 목도리를 벗긴 다음 현빈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정은 자신의 목도리를 둘러주었다.“방금 이웃 대학교 문 앞에서 네 두 친구를 만났는데, 너에게 목도리를 돌려주려고 했던 거야. 나도 마침 오는 길이라 대신 너한테 주겠다고 했어. 두 사람 야식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거든.”“고마워요, 선배님! 또 귀찮게 했네요.”정은은 목도리 안으로 움츠러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02화

    가로등 아래에서, 정은 그들은 걸으면서 계속 말을 했다.찬바람이 쌩쌩 불자, 내쉬는 숨결은 순식간에 안개가 되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정은아, 밀크티 마실래? 오빠가 쏠게.”인훈은 흰 이빨을 드러냈다.정은이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한 남자가 그녀 앞에 와서 멈추었다.세 사람의 의혹을 맞이하며 그 사람은 마술사처럼 뒤에서 장미꽃 한 다발을 꺼내 정은에 건네주었다.“안, 안녕! 난 이 학교 대학원 3학년의 학생이야. 그, 그동안 널 주목해 왔어... 이 꽃은 너에게 줄게.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그, 그리고, 우리 서로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을까? 널 처음 봤을 때 난 너에게 첫눈에 반했거든. 매우 갑작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 나 자신도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도무지 막을 수가 없었어. 나에게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학교 밖에서 이런 일에 부딪쳤다니.정은은 가게에서 나올 때, 오늘 마침내 ‘우연히’ 도겸과 경혜를 만나지 못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지만, 뜻밖에도 남의 고백을 받았다니.인훈은 반응하여 가장 먼저 현빈의 표정을 살폈다.‘이야, 완전 열받은 표정이네. 어쩔 수 없지, 우리 정은이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도 당연하잖아? 밥을 먹으러 나오다가 고백까지 받다니. 헤헤...’정은은 앞에 있는 꽃을 보며 한순간 침묵했다.“꽃은 정말 예뻐요...”남자는 바로 웃으며 눈에서 빛이 났다.“그럼 받...”“하지만 난 받을 수 없어요, 미안해요.”“왜, 왜?”“우선, 나는 그쪽을 모르고, 우리도 친한 사이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무 이유없이 나에게 꽃을 주다니, 난 그 꽃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자격 같은 거 필요 없어.”남자는 다급히 설명하려 했다.“이거 그냥 너에게 주는 거야.”“그럼 더 받으면 안 되죠. 장미는 사랑을 대표하고, 오늘 내가 이 꽃을 받으면 그게 무슨 뜻인지 누구나 다 알잖아요. 미안해요.”“이게 아니라, 내가 너에게 꽃을 선물한 것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01화

    “다 심 대표님의 그 두 공사팀 덕분이야...”원래 그들은 기초 토목 건설을 책임졌지만, 인훈은 곧 자신이 상대방의 실력을 얕잡아 봤다는 것을 발견했다.기초 토목 건설을 제외하고, 이 사람들은 인테리어, 자재 감식까지 훌륭했다.그래서 토지 건설이 완료된 후, 인훈은 당분간 공사팀을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이어서 공사팀으로 하여금 내부 인테리어와 스마트 배치 제어까지 완성하게 했다.“심 대표님, 무슨 문제 없죠?”정은은 이 말을 듣고 인훈과 함께 현빈을 바라보았다.현빈은 정은의 눈빛을 마주하며 살짝 웃었다.“당연히 없죠.”정은이 입을 열기만 하면, 현빈은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마워요, 심 대표님!”“현빈 오빠라 불러.”‘또 시작이네.’인훈이 말했다.“헤헤... 현빈 형 고마워요.”현빈은 깜짝 놀랐다.다 먹자, 인훈은 계산하려고 했다.현빈은 이미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갔다.“사장님, 계산이요.”“심 대표님, 식사 끝나셨어요? 오늘 꽃등심 맛은 어때요?”현빈은 고개를 돌려 정은을 보았다.“맛 어때?”사장님은 빙그레 웃으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정은은 사실대로 말했다.“맛있어요.”“그럼 됐어요! 최근 이 요리가 얼마나 잘 팔리는지, 저희 예전의 간판 메뉴보다 더 잘 팔리고 있어요. 장사도 많이 좋아졌고요. 말하자면 심 대표님의 소중한 제안 덕분이기도 하죠.”현빈은 돈을 지불하고 핸드폰을 거뒀다.“정은이 덕분이죠.”사장님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애매한 눈빛으로 정은과 현빈을 바라보았다.“그럼요! 다 고맙죠!”문을 나서자, 찬바람은 옷 안으로 파고들어갔다.정은은 재빨리 패딩 지퍼를 당겼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다음 순간, 현빈은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그녀의 목에 둘렀다.정은은 멈칫하더니 얼른 벗으려 했다.“아니에요, 지퍼를 높게 당기면 바람을 막을 수 있어요...”그러나 현빈은 듣지 않았다.“그냥 두르고 있어.”...이웃 대학교 문 앞에서, 민지와 서준은 실험실에서 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00화

    정은은 오미선을 위로한 다음 또 직접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마지막에는 링거를 다 맞아야 퇴원할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다.떠나기 전에 정은은 또 박애영을 한쪽으로 불렀다.“전 이미 교수님과 얘기를 마쳤으니, 내일 요양원에서 차를 보낼 거예요. 밖에 있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박애영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그래도 정은이 너밖에 없구나! 나도 말렸지만 효과가 없었어. 네가 나서니 바로 해결됐잖아. 안심해, 교수님을 잘 돌볼 테니까!”“그럼 수고 많으세요.”“수고는 무슨...”정은이 간 후, 박애영은 문을 밀고 병실로 들어갔다.오미선은 그녀의 뒤를 쳐다보았다.“정은이 갔어?”“네, 갔어요. 가기 전에 특별히 저에게 교수님 잘 챙겨드리라고 했어요. 정은이도 정말 정성을 다했어요.”오미선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은이는 참 좋은 아이지. 다 내가 쓸모없어서 그래. 늙어서 아이들을 위해 자원을 쟁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송지혜의 괴롭힘을 받게 하다니.”“절대로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정은은 교수님을 탓한 적이 없어요. 하물며 정은이도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아니잖아요.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한 이상, 틀림없이 계획이 있을 거예요.”“정은이는 해결할 방법이 있지만,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지...”박애영은 흠칫 놀랐다.“핸드폰 줘. 전화 한 통 좀 할게.”...시간은 쏜살같이 지나며 어느덧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시간이 되었다.세 사람은 여전히 학교 밖의 그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현빈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미리 음식을 시켰다.인훈과 정은은 하나는 공사장에서 왔고, 다른 하나는 실험실에서 왔으며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오빠!”“어, 정은아, 넌 왜 목도리도 안 하고 나왔어? 안 추워?”“목도리를 실험실에 두고 왔어. 괜찮아. 지퍼를 당기면 얼굴을 다 가릴 수 있거든.”식당에 들어간 두 사람은 단번에 현빈을 보았다.양복 차림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꼿꼿했고, 어깨가 넓어서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9화

    “그래서 어제 아침에 도대체 누구의 전화를 받으셨어요? 화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니.”“흥!”정은도 서두르지 않았다.“제가 한 번 맞춰볼게요... 학장님은 아닐 텐데. 줄곧 이런 사소한 일들을 상관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럼 백 부총장님? 그런데 최근 스폰서의 고소로 방금 처벌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오랫동안 꼬리를 숨기셔야 할 텐데...”여기까지 말하자 정은은 잠시 멈추더니 눈알을 굴렸다.“이 두 사람을 모두 배제한다면, 생명과학대학에서 교수님을 이렇게 도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송지혜 교수님일 뿐이겠죠?”이 이름을 듣자마자 오미선은 눈을 부릅떴다.“그 사람 언급하지 마!”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심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 교수님밖에 없는 것 같네요.”“심심해? 만약 송지혜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속고 있겠지! 나한테 어떻게 실험실이 소방대 시정 요구를 받았다는 이렇게 큰 일을 속일 수가 있니?!”“속이지 않으면요? 교수님께서 먼 M국에서 날아와 학원 측, 심지어 학교 측을 찾아가서 따지는 것을 지켜보라고요? 그러다 결국 저희의 실험실이 확실히 소방 규정에 맞지 않아 시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실 거예요. 이 시정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빠르면 2, 3개월, 느리면 1년 정도 걸릴 거고요.”“이쪽도 똑같이 처벌하고, 저쪽은 교수님이 이유 없이 세미나를 결석하고, 자의로 팀을 떠난 일로 학교 측의 문책을 받으시라는 거예요?”“이번 일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겠어요? 당연히 송지혜 교수님 아니겠어요?”오미선은 화가 나서 되려 웃음이 나왔다.“그럼 나란 교수님은 조금도 쓸모가 없겠구나?”정은은 경탄하며 천천히 말했다.“그거 알고 계세요? 이번 소방검사는 시에서 조직한 것이었어요. 만약 일반적인 교내 검사일 뿐이라면, 저도 두말없이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람을 찾아 평정하게 하라고 했을 거예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요. 시 소방대가 주도하고 학교 측은 협조만 하면 됐거든요.”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8화

    “왜? 왜 날 이렇게 보는 건데?”“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선배님이 참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요.”‘진짜 엄청 좋은 사람이야.’“가자, 이렇게 서 있으면 안 추워?” 재석이 웃었다.정은은 손을 비비며 대답했다.“좀 춥네요.”...또 토요일이 찾아왔다.정은은 일찍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든 다음, 또 두유를 마셨다.재석이 외출할 시간에 맞춰, 정은은 샌드위치와 두유를 봉지에 담아서 그에게 건네주었다.“아침밥이야?”“네!”“마침 안 먹었는데. 고마워.”재석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고, 정은도 가려고 했지만 먼저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싶었다.바닥을 다 닦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정은아! 나 애영 아주머니야! 얼른 병원에 와서 오 교수님 좀 보러 와...]병실에서.정은은 황급히 문을 밀고 들어왔다.“교수님?!”오미선은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박애영은 옆에서 초조하게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정은을 보고서야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정은아, 왜 이제야 왔어!”“아주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교수님이랑 같이 요양하러 갔잖아요?”매년 서비대학교는 외지에 나가 요양하는 정원이 있었는데, 교직원 복지라고 할 수 있었다.대선배인 오미선은 이미 명단에 있었지만, 예년처럼 그녀는 스스로 포기했다.올해도 정은이 말렸던 것이다. 학교에 아무 일도 없고, 자신이 민지와 서준을 데리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게다가 시일내에 아무런 중요한 세미나도 없었기에 오미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다.“그래, 어제 출발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교수님이 전화를 받으신 거야. 누가 전화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어차피 전화를 받고 나서 교수님이 쓰러지셨는데, 난 재빨리 병원으로 데려다준 거야.”“의사 선생님은 뭐래요?”“너무 흥분해서 그런 거래. 이틀 동안 입원해서 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오늘 아침, 교수님이 퇴원하시겠다고 난리를 부리신 거야. 난 교수님에게 남은 두 링거를 다 맞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7화

    기사는 차를 몰고 온 다음, 길가에 천천히 멈추었다.“사모님.”강서원은 차에 올라탄 다음, 실망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집으로 가요.”차가 떠나는 순간, 재석과 정은은 쇼핑백을 들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그들은 마침 어깨를 스쳤다.재석이 말했다.“그냥 다 줘.”말하면서 그는 정은에게서 쇼핑백을 받았다.정은도 거절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히 좀 무거웠다.두 사람이 골목 어귀로 걸어가자, 재석이 갑자기 물었다.“요즘 이웃 대학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거야?”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은 설비가 완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넓어요. 마 교수님도 엄청 친절하시고, 그 선배님들도 아주 다정해요. 소모품을 수령할 때, 꼭 우리를 도와 기록해 줬거든요.”그러나 이 소모품들도 다 정은이 견적서에 따라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원래 실험실을 무료로 빌려 쓰는 것 자체가 쑥스러웠으니, 또 어떻게 공짜로 남의 소모품을 쓰겠는가?재석은 멈칫하더니 계속 물었다.“무슨 문제 없어?”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근 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동안 밀렸던 진도도 점점 따라잡고 있었다. 전공 과목에서도 정은은 크게 어려움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지난번 수행평가에서 ‘A+’를 받지 못하고 ‘A’에 그친 것이 아쉬웠지만, 그것은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어 반 전체가 만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머릿속에서 최근의 큰일을 모두 한 번 생각한 다음,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 그녀는 갑자기 무엇을 떠올렸다.“지금 망설이고 있잖아. 학교 식당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정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오늘 오전에 참석한 회의에서 마 교수님을 만났거든.”정은은 마음이 다급해지더니 이어서 미안함을 드러냈다.“미안해요, 뜻밖에도 마 교수님께서 그 소란을 듣게 되실 줄이야. 선배님에게 다 말한 거예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고개를 푹 숙였다.부끄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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