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561 챕터

제181화

수민은 입을 삐죽거렸다.“정말 뻔뻔한 사람들이네. 방금 넌 나를 막지 말았어야 했어.” 수민은 방금 힘을 얼마 쓰지 않았기에, 정말 싸운다면, 서영숙은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정은은 연희가 떠날 때의 안색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자, 됐어, 화내지 마. 그럴 가치가 없잖아.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 때문에 화를 내면 몸만 상해.”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하지만 다음에 또 이렇게 나온다면, 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정은은 얌전하니까 이런 일은 내가 나서면 돼.’“알았어.” 정은이 웃었다.“너 오늘 많이 놀랐지? 내가 한턱 낼게. 뭐 먹고 싶어?”수민은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이 말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자, 내가 널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갈게.”“응? 이 말은 내가 해야 되는 거 아니야?”“누가 말해도 똑같아. 내 마음만 알면 돼.”...차 안에서.서영숙은 검사 보고서를 들고 있었다. 연희 뱃속의 아이가 무척 건강하다는 의사의 말을 떠올리며,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연희는 서영숙의 표정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서영숙과 만났던 것이다.도겸과 함께 할 때, 그는 자신의 가정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연희는 그가 재벌 집 도련님이고, 아래에 여동생이 하나 있다는 것밖에 몰랐다.남자가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한 다음, 연희는 갖은 방법을 생각해가며 그와 연락을 취하려 했다.그러나 예외 없이 줄곧 캄캄 무소식이었다.도겸이 이토록 단호하게 헤어지려 하자, 연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수소문한 끝에 서영숙의 핸드폰 번호를 알아냈고, 연희는 얼른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임신한 일을 말했다.현재 서영숙은 연희와 그녀 뱃속의 아이에 대해 나름 만족한 모양이었다.오기 전에 미래의 시어머니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연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포장된 선물 상자를 꺼냈다.그녀는 달콤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어머님, 처음 뵙는 것이니 제가 선물을 조금 준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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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연희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 준 다음, 서영숙은 또 그녀에게 배를 조심하라고 당부한 후에야 기사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분부했다.”“네, 사모님.”서영숙은 뒷줄에 앉아 그 못생긴 스카프를 보며 참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렸다.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려, 그녀는 아예 그것을 좌석 아래로 던진 다음 재빨리 손을 뗐다. 마치 손에 무슨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것 같았다.연희를 떠올리면 서영숙은 한숨을 금치 못했다.‘생김새도 보통, 행동거지도 대범하지 못해. 청순하다고 말하는 것도 다 억지로 칭찬하는 것일 뿐이야. 정말 가난한 티가 난다니깐.’서영숙은 다시 한번 그 스카프를 바라보았다.장밋빛의 스카프는 촌스러웠고, 아무리 고급스럽게 포장을 해도 그 수준 떨어지는 기운을 감출 수 없었다.‘일반 가정 출신은 정말 안목이 없다니까.’‘전에 소정은이 준 선물은 그래도 스카프에 주얼리, 가방 등이 있었지. 모든 게 정교할 뿐만 아니라 나와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딱 봐도 열심히 고른 게 분명해...’여기까지 생각하자 서영숙은 마음속으로 퉤퉤 했다.‘그 재수 없는 여자를 왜 생각하는 거야?!’...“사모님, 도착했습니다.”서영숙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강서정이 내려왔다. 그녀의 손에 정교하게 포장된 상자가 있는 것을 보고, 서정은 그게 무슨 비싼 물건인 줄 알았다.그러나 그것이 뜻밖에도 장밋빛 스카프일 줄이야. 문제는 그 스카프는 바느질이 울퉁불퉁하여 예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촌스럽기까지 했다.“엄마, 이게 어디서 난 물건이에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딴 촌스러운 물건을 산 거예요? 설마 이걸 쓰고 다니시려는 건 아니죠?”서정은 검지와 중지로 그들 집안과 어울리지 않는 그 스카프를 들었다.솔직히 그녀는 이렇게 못생긴 목도리는 정말 처음이었다.‘정말 구역질이 나네, 이 색깔이 뭐야? 집안의 개가 봐도 깜짝 놀랄걸.’서영숙은 씩씩거리며 말했다.“네 오빠의 여자친구가 준 거다. 자신이 더 정성스럽게 만든 선물이 더 성의가 있다나. 내가 보기에 그냥 나한테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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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서영숙에게 있어 그녀의 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었다.‘그래도 내 며느리는 대학원 석사 정도 해야지. 해외 명문대에 유학한 배경이 있으면 더 좋고.’아무리 봐도 연희는 서영숙의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다만 그녀의 뱃속에 아이가 있었기에 서영숙은 마지못해 그녀와 만나겠다고 한 것이었다.‘우리 가문에 시집을 와? 헛된 망상을 하고 있어!’서정은 이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녀는 서영숙의 계획에 놀라지 않은 것 같지 않았다.그리고 서정은 손에 들고 있던 스카프를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티슈로 손을 닦았는데, 행여나 그런 궁상맞은 기운이 몸에 묻을까 봐 두려웠다.“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서연희가 뭐라고, 내 올케 언니가 될 자격은 없죠... 심지어 소정은 만도 못하잖아요.”학교 퀸카라는 호칭을 갖고 있었으니, 얼굴은 겨우 합격이었지만, 집안이든 돈이든 학력이든 아무도 없었다.‘우리 오빠가 대체 그 여자 어디가 마음에 든 거야?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귀찮아 죽겠으니까 듣고 싶지 않아요. 우리 오빠의 일들은 앞으로 나한테 말하지 마요. 나 밖에 나가볼게요!”서정은 선물과 비싼 과일을 챙긴 다음 외출할 준비를 했다.그녀는 오미선을 찾아가서 다시 한번 자신을 위해 기회를 쟁취하고 싶었다. 만약 오미선이 학생을 하나 더 모집하겠다고 승낙한다면, 서정은 아직 희망이 있었다!서영숙은 서정이 부랴부랴 외출하는 것을 보고 뒤에서 타일렀다.“날씨도 추워서 길이 미끄러우니까 운전할 때 주의해...”오미선의 집에 도착하자, 지난번 거절당했던 기억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서정은 입술을 깨물며 자기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그러나 성공하면 대학원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에, 결국 서정은 선물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이번에 그녀는 선물을 많이 가져오지 않았는데, 주로 성의를 더 많이 선보이려 했다.오기 전에 서정은 이미 여러 번 연습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말을 하면 사람들이 기뻐하고, 또 어느 각도에서 웃을 때가 더 보기 좋은지.서정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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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정은은 표정이 차가워졌다.“내가 면접시험을 본 영상은 이미 전 나라의 사람들이 봤으니, 내 점수에 이의가 있다면 학교측에 반영하지 그래. 입만 열면 허튼소리를 지껄이지 말고. 요즘 사회는 소문을 마구 퍼뜨려도 벌을 피할 수 있잖아. 나와 조 교수님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그 주모자가 누구인지, 난 아직 알아내지 못했거든.”정은은 말할 때 눈빛은 서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녀의 그 어떤 미세한 표정도 놓치지 않았다.정은이 ‘사진’과 ‘주모자’를 언급했을 때, 서정은 시선을 딴 데로 돌렸는데, 마음이 찔린 게 분명했다.정은은 즉시 알아차렸다.‘강서정이 한 짓이었구나. 예상했던 사람이긴 해.’“전부터 계속 날 비난하던데, 설마 날 질투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에이 정말, 내가 왜 진작에 교수님 비위를 맞출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까?’“넌 뭐가 그리 잘났는데요? 서연희가 우리 오빠의 아이를 임신을 했어요. 아직 모르죠?”정은은 조용히 대답했다.“너보다 조금 일찍 알았을 뿐이야.”“오늘 교수님을 찾으러 왔지? 지금 집에 안 계시니 그만 돌아가.”정은은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몰랐다. 서정은 마치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순식간에 화를 내기 시작했다.“네가 뭔데?! 교수님이 안 계시면, 너도 날 쫓아낼 자격이 없어요! 난 오늘 꼭 들어갈 거예요. 그래서 날 어쩔 건데요?”“정은이는 어쩔 수 없지만, 주인인 난 거절할 수 있겠지?”뒤에서 오미선은 안경을 위로 밀었고, 얼굴은 무척 차가웠다.서정은 안색이 굳어졌다.‘교수님이 언제 오신 거지? 방금 내가 한 그 말들을 들었을까?’“교수님, 저는...”“나 너 기억해.” 오미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정을 훑어보았다. “지난번에도 날 찾아왔었지.”서정은 오미선이 자신을 기억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기뻐할 겨를도 없이, 오미선은 엄숙하게 말했다.“내가 지난번에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어? 난 교수님이니, 내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온갖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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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서정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정말이에요? 그래도 되는 거예요?!”“그럼.”“저 교수님의 학생으로 되고 싶어요! 사실 저도 교수님을 오랫동안 존경해 왔거든요. 교수님의 학생이 될 수 있다면, 정말 한이 없어요.”그녀는 자신이 방금 오미선의 집에서 나온 것을 잊은 것 같다.“그럼 그렇게 하자, 네 이름은...”서정은 영리하게 말을 이어받았다.“교수님, 저는 강서정이라고 해요. 서비대 생물학과 학생이고요.”“본교의 학생이었구나? 그럼 기초도 괜찮겠군.”송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참, 서정아, 개학할 때, C강의동에 와서 날 찾아. 내가 널 네 선배님들에게 소개할게.”‘선배님?’서정은 송지혜가 지금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는 무척 흥분해졌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나도 그 실험팀에 가입할 수 있겠지? 서비대 실험팀은 손꼽히는 수준이잖아. 소정은도 들어갈 수 없을 거야!’여기까지 생각하니 서정은 웃음이 더욱 간절해졌다.송지혜는 서정이 눈치가 빠르고 말까지 잘하는 것을 보며 매우 만족했다. 그녀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오미선의 집 방향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흥, 우리 학교에 이름난 교수님이 둘이나 있을 필요가 있을까? 난 오미선보다 훨씬 실력이 있고, 심지어 인맥 방면에서 한 수 위였지만, 하필 학교는 과제 경비, 교육 자원, 심지어 학생 분배까지 모두 오미선의 편을 들어줬지. 대체 왜? 오미선이 나이가 많아서? 경력이 많아서?’그동안 오미선의 과제는 줄곧 정체된 상태였고, 3년이 지나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도 매우 평범했다.‘올해의 학생은 더욱 말할 것도 없지! 오미선이 이번에 선택한 세 명의 대학원생은 수준이 모두 별로라고 들었어. 그중에는 나이가 좀 많은 학생까지 있다나? 몇 번 만에 합격했을지 누가 알아. 늙어서 사람 보는 안목도 따라서 나빠진 거야. 이런 나이 많은 학생은 딱 봐도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데. 오미선만 마음이 약해서 그런 학생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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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오미선은 방금 소식을 얻었는데, 올해 70%의 대학원 연구 비용이 모두 송지혜의 팀으로 분배되었고, 그녀는 나머지밖에 얻을 수 없었다.잡다한 비용을 제외하면, 지배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20%도 안 됐다.요 몇 년 실험에 줄곧 새로운 진전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논문을 쓸 수가 없었다. 논문이 없으면 학술 성과가 없는 것과 같았다.그렇게 오미선 팀의 비용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녀도 몸이 안 좋은 데다가, 학생들 중 이 팀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오미선은 길게 탄식을 했다.바로 그때, 맞은편에 사는 송지혜가 웃으며 다가왔다.“오 교수님, 지금 방금 실험실에서 돌아오는 길인가요? 실험팀이 최근에 새로운 발견을 했다면서요? 정말이에요?”오미선은 말을 하지 않았다.“아, 그럼 가짜겠네요. 오 교수님은 매일 실험실로 달려갔으니, 참 부지런해 보이던데, 어째서 성과가 없는 거죠? 올해 오 교수님의 팀에게 남겨준 비용이 또 줄어들었다면서요? 아이고, 나도 전에 이런 돈 없는 고생을 해봤는데. 그때는 오 교수님이 너무 부러웠죠. 뭐 세상일을 모르는 법이죠. 지금 그 운은 마침 나에게 돌아왔으니까요!”여기까지 말하자, 송지혜는 가볍게 웃었다.“하지만 오 교수님이 고생을 좀 해야겠어요.”오미선은 턱을 살짝 치켜들더니 숄을 꽉 잡았다.“10년 전의 실험 비용은 현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전 생명과학원의 산출은 현재의 두 배예요. 자원의 많고 적음은 최종 학술 산출과 필연적인 연관이 없지만...”오미선은 말머리를 돌렸다.“어떤 사람들은 교수님으로서 나쁜 영향을 끼쳤기에, 대학원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였지만 대등하지 않은 학술성과를 거뒀던 거죠.”송지혜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발뺌하긴요. 계속 이렇게 가다 오 교수님의 실험팀이 앞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조차 문제가 될 텐데! 더군다나 요 몇 년 오 교수님의 학생들 중 아주 휼륭한 학생이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선생님으로서 당신은 나보다 더 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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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정은에게 지금 다른 생각이 있었지만, 그 전에 좀 더 기다려야 했다.‘계약이 만료되어야만 움직일 수 있어.’...이날, 정은은 평소대로 외출하며 도서관에 가려고 했다.밖에 나오자마자 재석을 만났다.그는 최근에 새로운 과제를 준비해야 했기에 무척 바빴고, 며칠 밤을 새워 금방 실험실에서 돌아왔다.“선배님, 좋은 아침이에요.”정은은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사실 학교 밖에서는 직접 내 이름을 불러도 되는데.” 재석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참, 네 의견을 묻고 싶은데. 전에 너에게 말했던 그 완성하지 못한 과제 기억하니?”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과제는 지금 그녀가 접촉하고 있는 과제 방향과 매우 부합되었다.게다가 그것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과제였기에, 이대로 포기하기엔 매우 아쉬웠다.“잘 생각해 봤어? 계속 연구하고 싶지 않아?”정은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하지만... 지금 실험실이 없어서 데이터 부분을 완성할 수 없어요. 그래서...”모든 결론은 데이터가 필요하며, 수없이 많은 실험 기록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정은은 재료도 없고 도구도 없었기에 실험을 전혀 전개할 수 없었다.“내 실험실에 오면 돼.”잠시 멈칫하더니, 재석은 한마디 덧붙였다.“무료로 써.”재석의 실험실은 비록 최근에 설립되었지만, 있어야 할 설비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 모두 현재 세계 차원에서 가장 선진적인 기자재였다.“그래도 돼요?” 정은은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이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 그것도 나한테 이런 좋은 기회가 떨어지다니.’“내 말이 농담처럼 보여?”정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정말 고마워요!”재석은 담담하게 웃으며 눈빛에 미소가 번쩍였다.실험실은 실학동 8층에 있었다.서비대학교의 실험실은 수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매 실험팀에 주어진 정원도 제한이 있었다.그러나 재석의 실험실은 비교적 특수했다. 그들은 직접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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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재석이 말했다.“아무 시간이나 실험실을 사용할 수 있고, 매일 출근도장을 찍을 필요가 없어. 넌 시간이 있을 때 오기만 하면 돼.”정은은 현재 오미숙이 그녀에게 준 논문을 이해해야 할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의 최신 연구성과에도 관심을 돌려야 했다.이제 또 하나의 정식 논문 과제를 완수해야 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재석은 이런 일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정은의 능력으로, 시간을 합리적으로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절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곧이어 그는 또 정은에게 실험실의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실험실마다 역할이 달랐기에 주의사항도 달랐다. 정은은 열심히 들으며 중요한 점을 적기도 했다.“현재 내가 이끄는 실험팀만 이 실험실을 사용하고 있어. 나 말고도 네 명의 팀원이 더 있는데, 기회 되면...”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경을 쓴 마흔 살 정도 하는 남자가 탕비실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몸집이 크고, 근육까지 있어 언뜻 보기에는 건장한 반달곰 같았다.그런데 손에 보온컵을 들고 있었는데, 구기자가 둥둥 떠 있었다. 안에는 심지어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났다.“어? 조 교수, 우리 팀에 신입이 들어온 거야?” 남자는 정은을 훑어보았지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반면 궁금해하는 동시에 자제했다.‘예의가 있고 분수가 있는 사람이군.’“소개할게. 전진욱, 내 동료이자 실험팀 성원 중 하나야. 서비대에서 기초물리를 가르치고 있어.”“안녕.” 진욱은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무서웠던 얼굴은 순식간에 어수룩해졌다. 그야말로 얌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정은은 잠시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얼른 웃으며 악수했다.“전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소정은이라고, 소 교수님의...”‘어...’“친구야.”전진욱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재석을 바라보더니 시선은 마지막에 정은의 얼굴에 떨어졌다.‘조 교수가 친구를 데리고 실험실을 참관하러 온 것을 본 적이 없는데...’“젊은 아가씨, 그렇게 긴장하지 마. 날 전 교수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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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부츠를 신은 긴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자는 카멜색 코트에 흰색 니트를 입고 입었고, 손에는 회색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있었다.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교함을 드러냈다.수아는 재석을 본 순간, 눈빛이 밝아졌다.“조 교수님, 좋은 아침이에요!”“좋은 아침.” 재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수아야, 소개해 줄게.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멤버인데, 소정은이라고 해. 너보다 두 살 어려.” 태민은 가장 먼저 그녀에게 이 소식을 공유했다.수아는 그제야 오늘의 실험실에 한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을 발견했는데, 웃음이 그대로 굳어졌다.정은이 오기 전, 수아는 실험팀의 막내였고, 모두들 그녀에게 양보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나 수아도 확실히 그럴 자격이 있었다.콜롬비아대학에서 졸업한 다음, 또 서비대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얼굴과 지혜를 가진 미녀였다.게다가 재석의 실험팀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으니, 그 연구능력, 학술수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정은이 차례대로 인사를 하자, 수아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간단하게 얼버무린 다음, 손을 거두어들였다.그녀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정은은 오히려 수아가 자신을 향한 적의를 느낄 수 있었다.옆에 있는 미진은 두 여자아이를 훑어보더니 말을 하지 않았다.재석이 입을 열었다.“사실 정은 씨는 우리 실험팀에 가입한 성원이 아니야.”“...네?”“정은 씨는 자신의 실험 과제가 있는데, 단지 우리의 실험실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야.”‘실험실을 빌린다고?’태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조 교수님은 종래로 실험실을 남에게 빌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번에...’다른 사람들도 같은 의혹이 들었다.미진과 진욱은 눈을 마주쳤고, 수아는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재석은 정은을 단독실험대로 데려갔다.“앞으로 이곳은 네 실험대야. 무슨 필요한 것 있으면 나에게 말할 수 있고, 칠판에 적을 수도 있어. 매일 다른 사람들이 와서 재료를 보충할 거야.”정은은 고개를 살짝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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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지금 수아는 정은을 향한 시기를 숨기기조차 귀찮았다.사람들은 수아가 이렇게 나올 줄 몰라,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졌다.이때, 태민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며 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그 실험 데이터는 내가 이미 널 도와서 계산한 적이 있는데, 빨라도 내일 오전에야 결과가 나올 거야. 다들 모처럼 시간이 있으니, 함께 밥을 먹고 긴장을 풀면 얼마나 좋아... 게다가 조 교수님도 평소에 바빠서 입을 열 틈이 없는데. 오늘 교수님이 한턱 낸다고 하시니 우리도 당연히 가야 하지 않겠어?”수아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수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었다. 재석의 아름다운 얼굴은 조금 차가웠고, 하얀 셔츠는 그를 천사처럼 보이게 했다. 마치 속세에서 멀리 떨어진 신처럼, 수아는 그런 남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결국 그녀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그래요, 나도 모두의 흥을 깨고 싶지 않네요.”태민은 한숨을 돌렸지만 또 은근히 좀 서운했다.‘이 큰 아가씨는 정말 까칠하다니깐. 역시 조 교수님만이 수아의 생각을 좌우할 수밖에 없어.’...사람들은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레스토랑으로 갔다.재석은 미리 예약했는데, 한식집이었다. 음식 맛이 매운 편이었지만,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미진은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오늘 회식 장소에 너무 만족했다.태민은 가장 활발했다. 실험실에 젊은 여자가 적었기에, 그는 정은을 여동생처럼 대하며 열정적으로 불렀다.“정은아, 뭘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시켜. 절대로 사양하지 말고. 우리 조 교수님은 줄곧 대범하고 통이 크시거든. 뭘 먹고 싶어?”미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은근히 농담을 했다.“평소에 태민의 말을 믿으면 안 되지만, 오늘 이 말은 사실이야.”“에이 조 교수님, 저 좀 봐주시면 안 돼요? 다음에는 그런 말하지 마세요.”그가 고의로 농담을 하자, 분위기는 단번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정은은 태민에 대한 인상이 꽤 좋았기에, 지금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오직 수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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