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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Kabanata 201 - Kabanata 210

561 Kabanata

제201화

도겸은 그제야 연희가 전혀 단순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난 이 여자가 청순하고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바보처럼 속고 당할 줄이야. 심지어 그런 여자 때문에 정은이를 잃어버렸어... 만약 서연희만 아니었다면, 나와 정은이는 이렇게 남남처럼 지낼 리가 없잖아?’여기까지 생각하면, 도겸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고, 연희가 있는 곳이라면 아예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그는 이미 연속 며칠간 회사에서 잤다. 연희는 감히 전화를 걸지 못했기에 서영숙을 통해 끊임없이 도겸을 재촉했다.도겸은 어머니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별장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서연희, 넌 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별장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벌써 저녁 8시가 되었다.문을 열자, 연희는 문 앞에 서서 도겸의 외투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다.도겸은 몸을 옆으로 피하며 뚜벅뚜벅 거실로 걸어갔다.연희는 텅 빈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고, 섭섭함에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오늘 옅은 색의 느슨한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긴 머리카락이 가슴 앞에 드리우니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다.그러나 도겸은 오히려 그런 연희를 직접 무시하며 서영숙을 향해 걸어갔다.“어머니께서 돌아오라고 하셔서 이렇게 돌아온 거예요.”말을 마치자 바로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거기 서지 못해.”도겸은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엄청 피곤해서 좀 쉬고 싶어요.”서영숙은 눈썹을 찌푸리며 도겸의 아무렇지 않은 말투에 불만을 느꼈다.“따라와, 할 말 있으니까.”그녀의 태도가 강경했기에 도겸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결국 따라갔다.두 사람은 서재에 들어갔다. 도겸은 앉아서 자신을 위해 물 한 잔을 따르며 천천히 마셨고, 서영숙의 어두운 표정을 외면했다.“연희 뱃속의 아이가 네 것인데, 넌 신경을 좀 쓸 수 없니?”서영숙은 눈을 부라렸다. 사실 그녀도 아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완벽한 외모는 모든 사람들을 현혹시켰지만, 도겸은 지극히 무정하고 냉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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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정은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서 깨어났다.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들어보니, 누군가 자신의 집 밖에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게 확실했다.“누구세요?” 정은은 경계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밤 재석은 실험실에 남아 야근을 했기에, 만약 정말 강도라도 만났다면 정은은 반격할 힘조차 없었다.노크 소리가 잠시 멈췄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정은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도겸은 계속 두드렸다.“대답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을 거예요.”“정은아, 나야...”도겸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쩜 고집이 이렇게 센 건지.’“무슨 일이야?”정은은 도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들어가서 너랑 얘기 좀 하고 싶어서 그래. 나 절대로 너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 거야. 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 문을 열고 있어도 되는데...”“우리 사이에 더 이상 할 말은 없어.”정은은 도겸의 말을 끊으며 문을 전혀 열고 싶지 않았다.후에 도겸이 어떻게 애원하든 정은은 그저 못 들은 척했다.그러나 오늘 유난히 인내심이 있었던 도겸은 정은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계속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정은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밖에서 아직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핸드폰을 들었다.“여보세요, 경찰서죠? 지금 누가 계속 제 집에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그렇게 도겸은 경찰에게 끌려갔다.‘드디어 조용해졌군.’정은은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정은은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한 다음, 옷을 챙기고 실험실로 출발했다.앞으로 며칠 동안 그녀는 돌아오지 않고 실험실에서 밤을 보낼 작정이었다.한 편으로는 도겸이 계속 문을 두드릴까 봐 두려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확실히 진도를 따라가야 했다.정은은 9월 개학하기 전에 이 논문을 완성해야 했다.‘일석이조인 셈이지.’그런데 뜻밖에도 정은이 피하고 싶은 사람은 그녀가 아파트에서 나온 순간 골목에서 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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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먼저 손을 놓은 사람은 분명히 도겸이었다. 그러나 정은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곧 그 그늘에서 벗어날 때, 도겸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끌고 가려 하다니?‘이건 너무 웃기지 않아?’“강도겸, 앞으로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마. 난 널 증오하고 싶지 않거든.”정은의 단호한 말투와 무정한 눈빛은 마치 칼처럼 도겸의 자신감을 쿡쿡 찔렀다.“정은아... 이러지 마... 응?”그러나 정은은 그저 담담하게 도겸을 바라보기만 했다.“난 이미 모든 문제를 해결했어. 우리 어머니도 이미 동의했단 말이야. 이제 네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우리는 즉시 혼인신고를 할 수 있어!”“난 싫어.”그리고 도겸도 단지 자신을 속이고 있을 뿐,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었다.“정은아...”“난 바빠서 먼저 갈게.”말을 마치고 정은은 도겸을 넘어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도겸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으며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도겸은 혼을 잃은 것 같았다. 마치 전 세상이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멍하니 이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얼마가 지났는지, 도겸은 뻣뻣하게 눈동자를 움직이며 정은이 떠난 방향을 보고 중얼거렸다.“나에게 정말 기회가 없는 거야?”...연희는 그날 밤 도겸과 서영숙이 서재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몰랐다. 처음에 그녀는 편하게 이 집에서 지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남자의 냉담한 태도를 마주칠 때마다 연희는 자신이 수시로 쫓겨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런 불안한 감정은 금새 사라졌다.서영숙은 연희가 강씨 가문의 공신이라고 위로하면서, 두 이모님에게 그녀를 잘 챙겨주며 절대로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심지어 거액을 들여 연희에게 임산부 보양식까지 많이 사주었다.게다가 도겸도 연희가 이 별장에서 지내는 것을 묵인한 것 같았는데, 전처럼 배척하고 싫어하지 않았다.그 후 별장의 가정부들도 이를 눈치채며 연희에 대한 태도가 뒤바뀌었다.어떤 가정부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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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실험실에서.조미진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전 교수는 속산이 빠르니까 빨리 이 데이터 좀 계산해줄래? 정말 급해서 그래!”전진욱도 한창 바쁠 때였다.“컴퓨터로 계산해. 나 지금 시간이 없거든...”“에이, 이 데이터 엄청 중요하니까 좀 봐봐. 몇 분밖에 안 걸려!”진욱은 맞은편 실험대에 있는 정은을 가리켰다.“그럼 정은이에게 부탁해. 정은이의 속산 실력도 엄청 강하거든.”지난번에 데이터를 수정할 때, 모두들 정은의 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수아만이 정은이 황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았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무슨 일인데요 미진 언니? 제가 도와드릴까요?” 정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미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것 좀 봐줘...”2분 후, 정은이 입을 열었다.“다 됐어요. 이미 메일로 보내드렸어요.”미진은 깜짝 놀랐다.‘이렇게 빨리 완성했다고?!’진욱도 놀라서 하던 일을 그만두며 미진에게 그 데이터를 달라고 말했다.“나도 좀 보자...”미진은 어이가 없었다.“방금 계산해달라고 했는데, 바쁘다며 거절했잖아? 지금 계산을 다 마쳤는데 또다시 계산을 하려 하다니. 이게 뭐 하는 짓이니!”진욱은 미진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계산에 전념했다.손태민도 이 상황을 보고 즉시 시간을 재었다.“다 됐어. 얼마나 걸렸는데?”“2분 5초요.”그러고 정은도 겨우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진욱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정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너 속산을 배운 적 있지?!”“주산법도 속산에 속하나요?”“언제 배웠는데?”“다섯 살? 아니다, 여섯 살인가? 죄송해요,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잊어버렸어요.” 정은은 궁색함 때문에 머리를 긁적였다.진욱은 침을 삼켰다.“그 이후로 배운 적이 없는 거야?”“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정은은 영문을 몰랐다.‘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더니, 이게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태민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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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미진이 물었다.“누가 이길 것 같아?”진욱이 대답했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태민이가 우세를 차지하고 있어.”미진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도 진욱의 관점에 찬성했다.5분이 지나자, 정은은 네 번째 문제를 계산한 다음 마지막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태민은 네 번째 문제에서 잠깐 막혔기 때문에 좀 뒤떨어졌다.정은은 역전을 이루었지만 우세는 그리 뚜렷하지 않았다.6분이 됐을 때, 두 사람 모두 마지막 문제에 막혔다....6분 50초, 정은은 답안을 쓴 다음 계산을 끝냈다.태민도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다 됐어요!”그러나 아쉽게도 정은보다 10초나 느렸다.그는 가볍게 숨을 쉬더니 땀을 닦으며 웃었다.“괜찮아요. 속도 말고 정확도를 봐야 하잖아요. 저는 자신 있어요.”그 결과, 정은은 전부 맞았고, 태민은 한 문제 틀렸다.태민은 깜짝 놀랐다.‘와, 내가 졌다니, 말도 안 돼!’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정은아, 넌 속산이 왜 이렇게 강한 거야? 정말 어렸을 때 잠깐밖에 안 배운 거 맞아?”진욱도 묵묵히 지켜보며 속으로 은근히 고개를 끄덕였다.정은은 능력이 강한 것 외에 마음 역시 차분했다. 관건적인 순간, 그녀는 침착하고 태연하게 맞설 수 있었다.이것만 봐도 태민은 질 수밖에 없었다.미진은 웃으며 농담을 했다.“태민아, 이제 패배를 인정하는 거야?”태민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실력이 있는 자가 왕이죠. 제가 졌어요.”‘전 교수님은 실험실의 선배이자 속산의 강자였으니 그렇다 쳐도, 정은이는 이제 막 대학원에 합격한 새내기잖아. 그런데 내가 뜻밖에도 그런 정은이에게 졌다니?’태민은 자신이 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미진은 위로하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시합인 이상, 승패가 있는 게 정상이지. 다음에 다시 노력해 봐. 그러나 밥은 꼭 오늘 사야 돼.”마지막 말이 중점이었다.“그럼요,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죠! 오늘 밤 제가 밥 살게요! 그나저나 정은아, 넌 마지막 문제를 어떻게 계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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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재석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왔기에 손에 교과서를 들고 있었다.미진이 대답했다.“방금 태민과 정은이 속산 시합을 했는데, 진 사람이 저녁을 쏜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어요.”재석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정은은 눈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마치 모든 간극이 사라진 것처럼. 정은은 이미 진정으로 그들과 친구가 된 것 같았다.재석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그래, 그럼 모두들 오늘 일찍 퇴근하고, 태민이 밥 사기를 기다리자.”“네?” 미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교수님, 저 아직 진 사람이 누군지 말하지 않았는데, 왜 태민에게 한턱 내라고 하시는 거예요?”“태민이 진 거 아니야?”“맞아요...”이 순간, 태민은 엄청난 상처를 받았다!“수아야, 넌?” 미진은 담담하게 물었다.“전 갈 시간 없어요.”...결국 그들은 포장마차에서 먹기로 정했다.비록 미진은 태민에게 제대로 한 끼 사야 한다면서 크게 떠들어댔지만,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오히려 태민의 사정을 고려했다.태민은 가정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았다. 부모님은 모두 시골 사람이었고, 집의 모든 돈을 다 써서야 그는 박사 과정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최근에 실험팀에 가입한 후, 태민도 돈을 조금 벌 수 있었지만, 매달 부모님에게 돈을 부쳐야 했기에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포장마차는 비싸지 않고 또 맛이 좋았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비록 지난번에 재석이 선택한 레스토랑만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떠들썩해서 모두들 배불리 먹었다.돌아가는 길에 재석은 앞을 바라보며 능숙하게 운전을 하고 있었고, 정은은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그는 눈빛을 살짝 돌리면 보석처럼 반짝이는 여자아이의 눈빛을 볼 수 있었는데,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그렇게 기뻐?”“네, 그럼요. 방금 미진 언니가 먼저 나에게 내일 보자고 인사하신 거 있죠? 전 교수님도 자신이 가장 아끼던 속산 노트를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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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처음에는 정상이었지만, 두 볼에 홍조가 나타나더니 점차 붉어졌고, 지금은 귀까지 빨개졌다.10초도 안 되는 사이에 재석의 얼굴에 이런 변화가 생기자, 정은은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차 안이 너무 답답해서 그런가 봐.”정은은 재빨리 자신의 차창을 내렸다.“이제 좀 괜찮아요?”“응.”...재석은 정은을 데려다준 다음, 최근에 시작한 실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단 것을 떠올리며 다시 실험실로 돌아갔다.정은은 소파에 누웠다. 실험실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기쁨이 지나간 후, 그녀는 온몸이 나른해져 소파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서 차 안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모든 장면이 유난히 선명하게 나타났다. 재석의 뼈마디가 분명한 손이 자신의 머리 위에 떨어졌을 때, 그 부드러운 힘은 정은으로 하여금 자신이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응원을 받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착각이 아닐 수도 있겠지? 선배님은 정말 날 응원하고 있어. 하지만... 그뿐이야.’정은은 소파에 누워 있었기에 눈을 살짝 뜨면 바로 천장이 보였다.전의 세입자는 이곳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주방 연기에 그을려 누렇게 변한 흔적도 있었고, 진흙이 튄 흔적도 있었다.정은은 청소를 했지만, 벽지를 붙이든 조명기구로 가리든 그 더러운 흔적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지울 수가 없었다.언뜻 보기에는 쉽게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관찰하거나, 불빛을 밝게 켜면 모든 추악함이 드러날 것이다.남에게 형편없는 자신을 들켜 미움받기보다는 처음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낫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자신의 결점도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이 점을 깨닫자, 정은은 숨을 내쉬며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그래, 이제 심장도 두근거리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왔어.’그녀는 일어나서 욕실로 걸어갔다.‘일단 샤워하고 푹 자자. 무슨 일 있으면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고! 내일 말하고 싶지 않으면 모레가 있잖아. 모레, 글피, 그렇게 하루하루 미루면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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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말을 마치자, 수민이 계속 물어볼까 봐 두려운 듯 정은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아, 배고프다. 레스토랑 예약했죠? 얼른 밥 먹으러 가자.”도심에 샤브샤브 맛집이 하나 있는데, 인기가 많아서 주말에 항상 줄을 엄청 섰다. 수민은 2주전에 미리 예약해서 다행히 대기 필요없다.샤브샤브 가게 근처에 바로 고기 파는 시장이다. 모두 시장에서 직접 재고해 온 것으로, 원재료가 너무 신선하고 깨끗하다.평소에 매운 것 즐겨먹었던 정은은 가끔 담백한 샤브샤브를 먹으니 꽤 맛있다고 생각했다.특히 이 가게의 국물은 소뼈로 끓여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고기를 넣지 않아도 향기가 퍼졌다.수민은 앉자마자 메뉴를 가져왔다.“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각각 2인분씩 주세요.”그녀는 이번 주에 야근을 하느라 살이 많이 빠졌다. 모처럼 나와서 긴장을 푸는 것이니 당연히 제대로 먹어줘야 했다.‘살이 쪄도 괜찮아.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있지만, 절대로 굶을 순 없어!’정은은 한 상 가득 올라온 고기와 야채를 보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이거 다 먹을 수 있을까?”‘두 사람이 이렇게 많이 시키다니. 낭비가 아닐까?’수민은 눈썹을 치켜세우다 무언가를 떠올렸다.“너한테 말하는 걸 깜박했네. 방금 큰어머니가 나더러 우리 오빠에게 전화를 하라고 했어. 이번 주에 집에 돌아오라고 말이야. 방금 전화할 때, 오빠는 마침 쉬고 있다고 했고, 나도 오빠를 이곳으로 불렀어. 에헴... 정은아, 내가 제멋대로 결정했다고 날 탓하는 거 아니지?”정은은 국물을 마시다가 이 갑작스러운 소식에 기침을 하더니 사레가 들릴 뻔했다.수민은 정은의 반응이 이렇게 큰 것을 보고 약간 영문을 몰랐다.“너는 우리 오빠는 친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놀라는 거지?”‘두 사람은 이웃인 데다가, 지금은 또 같은 실험실에서 과제를 하고 있으니 매일 붙어 다니는 거랑 다름이 없잖아? 그럼 사이가 엄청 친할 텐데.’그리고 수민이 재석을 부르는 것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정은이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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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재석도 차를 몰고 왔고, 두 사람은 또 같은 층에서 지내고 있었기에 정은은 그와 함께 돌아갔다.낡은 아파트 단지에는 차고가 없어서, 재석은 맞은편 백화점에 가서 차를 세운 다음 다시 아파트로 걸어와야 했다.두 사람이 백양나무 숲을 지날 때,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버들개지가 하늘에서 하늘하늘 춤을 추니 마치 흩어진 하얀 눈송이와 같았다.“에취.”정은은 저도 모르게 재채기를 했다.“미안해요, 난... 에취.”연이어 재채기를 하자, 재석은 정은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더니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먼저 코를 가리고 숨을 너무 크게 쉬지 마.”재석이 시킨대로 하자, 정은도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돌아갔다.문 앞에서 작별인사를 한 후, 정은은 재빨리 문을 닫고 몸을 돌려 재채기를 여덟 번이나 했다.겨우 멈췄지만 코가 새빨개졌다.J시는 뭐든 다 좋았지만, 매년 떠도는 버들개지 때문에 정은은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이곳에서 7, 8년 넘게 지냈어도 그녀는 여전히 습관이 되지 않았다.10분 뒤, 정은은 뜨거운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나서야 좀 편안해졌다.그녀는 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꺼내며 내일 실험실로 가져갈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음식을 다 포장한 다음 주방을 정리하니 벌써 11시가 다 되었다.정은은 쓰레기통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계란 껍데기와 썩은 채소가 있었기에 그녀는 한숨을 쉬며 아래층으로 내려가 쓰레기를 버렸다.돌아오는 길, 미처 계단에 들어서지도 않았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응, 선우야, 무슨 일 있어?”[정은 누나, 조심해요! 지금 도겸 형이 누나 집으로 찾아갔는데, 저도 막을 수가 없었어요! 형 오늘 술을 좀 많이 마셨으니 누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정은은 경계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대답하기도 전에 한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아...”“정은아...”남자는 온몸에 술 냄새를 풍기며, 취한 얼굴이 벌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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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도겸은 손을 거두어들이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안절부절못했다.“미안해, 정은아. 나,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나,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난 단지 네가 내 곁에서 멀리 도망치는 걸 원하지 않았을 뿐이야...”“내 몸에 손 대지 마!” 정은은 머리를 안으며 아파서 눈물까지 흘리기 직전이었다.이때, 선우가 마침내 도착했다. 현빈도 그와 함께 찾아왔다.“괜찮아?” 현빈은 도겸을 넘어 정은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의 말투는 무척 다급했다.선우의 전화를 받았을 때, 현빈은 마침 비즈니스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그는 오늘 저녁 60억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그러나 정은에게 무슨 일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현빈은 직접 손님을 내팽개치며 자리를 떠났다.그렇게 미친 듯이 액셀을 밟으며 10분 만에 달려온 그는 마침 골목 어귀에서 선우를 만났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은의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아니나 다를까, 도겸은 술주정을 부리고 있었다.정은은 도겸의 접근을 원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현빈의 호의를 거절했다.뒤로 물러서자 남자에게서 나는 그 독특한 향기가 좀 옅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이제 괜찮아요.”현빈은 정은의 어지러운 머리카락에 시선을 돌렸다. ‘두피가 빨개졌는데도 능청스럽게 괜찮다고 말하다니.’그는 마음이 아팠다.“넌 여자야, 그렇게 강인한 척할 필요가 없단 말이야!”정은이 대답하기도 전에, 도겸이 먼저 소리를 질렀다.“심현빈,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내 입이 나한테 달렸으니, 나도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뭘 어쩔 건데?”도겸은 펄쩍펄쩍 날뛰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현빈은 무척 평온했다. 그러나 현빈의 눈빛은 어둡고 무서웠다.도겸은 차갑게 선우를 바라보았다.“이런 자식을 불렀다니, 이게 무슨 뜻이야? 날 무시하는 거야? 아니면 이 자식이 내 앞에서 내 여자를 꼬시는 것을 지켜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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