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날씨는 아주 좋았다.따뜻한 햇빛이 두꺼운 구름을 뚫었고, 정은은 조깅을 할 때 땀을 약간 흘렸다.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그녀는 미리 산 약을 들고 택시를 타고 오미선의 집에 갔다.“교수님, 이 약들은 모두 하루에 세 번 마셔야 해요.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냉장고에 넣을 필요가 없으니까, 마실 때 살짝 데우시면 돼요.”오미선은 두려운 게 없었지만,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한약의 냄새였다. 맛은 더럽게 없을 뿐만 아니라 냄새까지 매우 고약했다. 그녀는 시커먼 약즙을 보며 묵묵히 거리를 두었고,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꼭 마셔야 해?”“그럼요.”정은이 말했다.“전 이미 이모님에게 하루에 세 번 꼭 교수님을 잘 감시하라고 했어요. 절대로 잊으면 안 돼요.”오미선은 시무룩해졌다.“그래, 알았어.”그녀는 학생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오미선을 보며, 정은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약은 엄청 쓰지만, 제가 특별히 빈대떡을 사왔어요. 매번 약을 드신 때, 빈대떡 한 조각을 드시면 그렇게 쓰지 않을 거예요.”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거지상을 하던 오미선은 바로 웃음을 지었다.“그럼 그렇지.”잡담을 나누다, 오미선은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내년에 서비대학교 생물학원은 실험팀을 설립할 의향이 있어. 이미 세 사람을 정했지만, 아직 나머지 두 명이 남은 상태야.”“거기에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성적 및 각 과목의 종합 평균점이 모두 우수여야 하고, 둘째는 실험 점수가 반드시 두 번 또는 두 번 그 이상의 A를 받아야 해.”실험팀의 조건이 이렇게 엄격한 것을 보자, 정은은 좀 놀랐다.오미선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설명했다.“이 실험팀에 들어가면 기말에 가산점이 있어. 우수 팀원은 졸업한 후, 직접 박사 과정을 시작할 수 있고. 아니면 썬바이오 테크놀로지 연구개발회사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실험실에 가입할 수 있어.”썬바이오 테크놀로지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존재였다. 그
정은도 오미선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잘 알고 있었다.“안심하세요. 저는 꼭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집에 돌아오자, 정은은 가져온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석사 과정에 비해, 이 과제는 구체적인 실험 및 연구성과와 관련된 동시에 또 실험경험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다.그렇게 정신없이 읽어보다가, 이미 새벽이 다 되었다.정은은 피곤한 두 눈을 비비며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누군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소정은- 문 열어! 네가 안에 있다는 거 다 알아!”거실과 침실을 사이에 두고도 강도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정은의 귀로 전해졌다.“쾅쾅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지난번 별장에서 하마터면 성추행을 당할 뻔했던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입술이 창백해졌고, 이불을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을 주었다.“소정은-”“문 열어--”“정은아-”정은은 귀를 막으며, 남자가 이대로 단념하고 떠나기를 바랐다.그러나 5분이 지나도 도겸은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정은이 열지 않으면 평생 부수려는 기세였다.오래된 아파트는 방음이 잘 안됐고, 또 한밤중에 소란을 피웠으니 이웃들의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누구야, 한밤중에 시끄러워죽겠네. 잠 좀 자자!”“어느 미친개가 밤에 짖어대는 거야?”“더 이상 꺼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정은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 문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강도겸,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정은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네가 집에 있을 줄 알았어.”“그래서?!”“문 열어, 빨리.”“왜? 당신이 누군데?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냐고 당신이!”도겸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계속 문을 두드릴게.”“당신--”“두드린다.”결국 정은은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도겸은 이 기회를 틈타 문을
도겸은 멍해졌다.“너...”정은은 그날 별장에서 발생한 일을 떠올리며, 도겸을 바라보는 눈빛은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가까이 오지 마! 나한테서 떨어져!”“정은아...”도겸은 가슴이 아팠다.“그날, 난...”“그만해! 이제 가봐, 우리 사이에 할 말이 더 이상 없으니까.”“정은아...”도겸은 눈시울을 붉힌 채 뻣뻣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우리 그만 화해하자, 응? 내가 잘못했어... 난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그런 일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어...”“나, 난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래서 저도 모르게...”“이번에 이렇게 찾아온 것도, 널 데리고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거야...”“돌아간다고?” 정은은 차갑게 눈을 들었다.“돌아가서 뭐 하려고? 내가 당신들 사이에 끼어들라는 거야?”“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난 즉시 서연희와 헤어질 거야.”정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싫어.”“정은아...”도겸은 다시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정은은 재빨리 침실로 달려가 문을 쾅 닫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밖에 점차 인기척이 없어졌고, 그녀는 그제야 나와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도겸이 벽에 기댄 채 잠들었을 줄이야...해가 금방 떠오르자, 햇빛은 유리창을 뚫고 부드럽게 실내로 쏟아졌다.소파에서 웅크리고 있던 도겸은 살짝 움직이더니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현기증이 밀려왔고,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현기증이 좀 사라진 후에야 도겸은 일어나서 앉았고, 미간을 비비며 사방을 둘러보았다.낯선 환경에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깔끔했다. 그러나 도겸에게 있어, 이곳은 여전히 초라하고 비좁았다.정은이 침실에서 나왔다.도겸은 눈을 들자, 맑고 차가운 검은 눈동자를 마주했다.“정은아?”정은은 의자에 앉아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어젯밤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역시... 술에 취하지 않으면, 강도겸은 결코 나
‘마음속에 아직 정은 누나가 있으면서, 왜 굳이 딴 여자를 찾은 거냐고? 이것 봐, 쯧쯧!’...어제 도겸이 다녀간 후, 정은의 집은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그녀는 대청소를 했다. 시간도 늦은 것 같아, 정은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문제를 풀며 오늘의 복습을 했다.저녁에 그녀는 김밥 두 개를 말았는데, 다 먹지 못했고 많이 남았다. 주방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저녁 8시가 다 되었다.정은은 문제를 좀 더 푼 다음, 자려고 했다. 알람을 맞추자마자 갑자기 핸드폰에 알람이 들어왔다. 누군가 그녀의 톡 친구를 추가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심현빈이었다.정은은 눈을 깜박였다.‘이 사람은 왜 날 추가하려는 거지?’‘비록 강도겸의 절친이지만, 우린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닌데...’두 사람은 여러 번 같은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거의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생각에 잠긴 정은은 현빈에게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추가했다.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상대방에게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마치 실수로 친구 신청을 잘못 누른 것 같았다.정은은 영문을 몰랐지만,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핸드폰을 한쪽에 놓은 다음, 그녀는 계속 문제를 풀었다....술집에서, 현빈은 핸드폰을 거두며 방금 도겸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선우를 바라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집까지 데려다줬어?”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빨리 도망가서 다행이에요. 도겸 형 어머니랑 부딪치면 정말 큰 일인데.”요 며칠 서영숙은 별장에 자주 찾아갔기에, 운이 좋지 않아 그녀에게 붙잡힌다면, 이것저것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참, 전에 몇 번이나 불렀는데 줄곧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난 거예요?”현빈은 술잔에 든 브랜디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일 다 끝냈거든.”“참!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어요!” 선우는 얼른 술잔을 내려놓았다.“뭔데?”“정은 누나 말이에요, 석사 입학시험 다 마쳤겠죠?”“그저께.”
말을 마치자, 선우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은 누나, 요즘 잘 지내고 있었어요? 내가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그의 설명을 들은 후, 정은은 침묵에 빠졌다.선우는 그녀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즉시 자신만만하게 맹세했다.“정은 누나, 안심해요. 이번에는 내가 밥 사는 거니까, 우리끼리 만나는 것뿐이에요. 난 절대로 도겸 형 부르지 않을 거예요.”[그래.]정은은 그제야 동의했다.전화를 끊자, 선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때 가서 두 사람이 ‘공교롭게’ 만났다면, 이건 그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이때 현빈이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도겸에게 말할게.”“그래요, 그럼 이렇게 정한 걸로 해요!”선우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만약 성공적으로 화해를 한다면, 내가 바로 큰 공을 세운 공신이지.’...햇빛이 맑고 화창한 날씨에, 선우는 미리 스프리암의 자리를 예약했다.전에 그들은 늘 이곳에 와서 밥을 먹었기에, 이름만 말하면 정은은 바로 찾아올 수 있었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정은은 선우가 웃으며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웨이터가 그녀를 안내했고, 정은은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정은 누나, 석사 입학시험이 끝났다고 해서요. 축하해요.”“나 방금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서 주문했는데, 이따가 우리 같이 한잔 마셔요!”선우는 도겸처럼 가문이 그렇게 잘나가는 편이 아니었지만, 사람은 없지만, 성격은 명문가 도련님 중 가장 좋았다. 그는 전에도 정은을 몇 차례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두 사람도 이렇게 조금씩 친해진 것이었다.“고마워. 나도 줄곧 네가 날 도와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어.”선우는 웃으며 대답했다.“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 정말 서운해요! 우리 사이에 감사하는 무슨.”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내자, 음식이 차례대로 올라왔다.“선우야? 너도 여기에 있었어?” 나지막한 목소
현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러니까 생물학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응용생명과학은 구체적인 실천인 거지. 생물정보학은 컴퓨터 방향에 치우쳐 응용수학, 정보학, 통계학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생물학 문제를 연구하는 건가?”정은은 현빈을 바라보는 눈빛이 저도 모르게 달라졌다.“아주 정확해요.”“그래?” 현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네가 해석을 잘해서 그래, 난 단지 총결을 해서 더 알기 쉬운 단어로 설명을 한 거지.”정은은 자기도 모르게 맞은편의 남자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기억 속에서, 현빈은 레스토랑 아니면 술집 또는 어떤 클럽에 자주 나타났는데, 그야말로 플레이보이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생물학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니.‘정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구나.’정은은 도겸과 6년을 함께 했지만, 그는 심지어 정은의 전공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으니, 이 방면의 화제에 대해 얘기할 리도 없었다.그들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모이거나, 별장 침실의 큰 침대에서 뒹굴었다.그래서 현빈이 그녀가 익숙한 전문적인 단어를 말할 때, 정은을 나름 의외였다. 옆에 앉은 선우는 완전히 멍해졌다. 그 낯선 단어들을 들으면서 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렇게 겨우 밥을 다 먹은 다음, 선우는 가장 먼저 일어나서 계산하러 갔다.현빈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 고개를 돌리자, 정은의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보니, 그의 눈빛도 점점 그윽해졌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빈은 핸드폰을 확인했다.“선우는 임시로 일이 좀 생겼다고 하네. 정은 씨를 대신 데려다주라고 부탁했어.”정은은 손목시계를 보았는데,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택시를 타고 가면 되니까요.”“신사로서 어떻게 식사를 한 후에 여인이 혼자 집에 가게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나도 남의 부탁을 받고 움직이는 거라서.”정은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럼... 부탁할게요.”“내 영광이지.”두 사람이 레스토랑을 나서자, 현빈은 정은의 장갑을 받으며 조수석
외남정 거리를 지날 때, 수천수만 개의 드론이 공중에 날아올라, 가지런하고 질서 있게 각종 모양으로 변환하고 있었다.이것은 드론 공연이었다. 공연 시간은 불과 십여 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비용은 수십억이었다.현장에 와서 구경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현빈 그들이 지나간 곳은 마침 좋은 관람 위치였다. 그리하여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며 앞의 드론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정은은 현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는데, 순식간에 현란한 드론 공연에 매료되었다.“여기 총 몇 대의 드론이 있을 것 같아?”“이걸 어떻게 맞혀요?”“당연히 추측할 수 있지.”“모르겠어요.”“음...”현빈은 잠시 멈추었다.“1,000대 정도 될걸.”“그걸 어떻게 알고요?”“프러포즈할 때, 두 사람이 사귄 지 1,000일에 고백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아?”다음 순간, 정은은 드론이 밤하늘에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문장으로 변환된 것을 발견하였다.“프러포즈인 줄은 또 어떻게 알았어요?”현빈은 그녀에게 전방의 전망대를 보라고 했다. 정장 차림을 한 남자는 이미 장미꽃을 뒤에 숨기고 있었다.“대단해요.” 정은은 칭찬했다.예전에 정은은 현빈이 무식한 재벌 집 도련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녀의 인상을 완전히 깨뜨렸다.현빈은 전문적이고 세밀하며 또 세심하게 관찰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방금 식탁에서 한담을 나눌 때, 정은의 전공을 언급할 때마다, 현빈은 썬바이오의 주식 파동에 대해 말했고, 짧디짧은 두 마디에 그녀는 그가 금융계를 휘젓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자세히 돌이켜보면, 강도겸의 친구들은 모두 도겸의 성질을 받아주었지만, 돈을 버는 능력은 하나도 딸리지 않았다.재벌들의 세상은 정은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래서 빨리 빠져나와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요 앞이 바로 우리 집이에요. 데려다줘서 고마워요.”현빈의 차는 골목에 세울 수밖에 없었기에, 정은은
‘고작 10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현빈은 표정이 싸늘해졌다.“호기심이 사람 잡는다는 거 몰라?”[미안해요.]“돈을 받았으면 이제 그 입 다물어.”...집에 돌아온 정은은 샤워를 한 다음, 자기 전에 논문 두 개를 더 보려고 했다.자리에 앉자마자, 현빈의 톡이 들어왔다.[장갑을 내 차에 두고 갔는데.]이어 상대방은 장갑 한 켤레의 사진을 보내왔다. 정은이 오늘 낀 그 장갑이었다.정은은 그제야 금방 차에 올라탔을 때, 안이 너무 따뜻해서 저도 모르게 장갑을 벗은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 옆에 있던 현빈이 받은 다음 한쪽에 놓았다.그녀는 떠날 때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언제 장갑 주면 되지?]정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했다.[주소 좀 보내주면 안 될까요? 내가 사람 시켜서 가지러 가라고 할게요.][내가 사는 동네는 배달이나 택배가 안에 들어올 수 없는데.][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시간 내서 같이 커피 한잔하는 건 어때? 그때 가서 장갑을 정은 씨에게 돌려줄게. 최근에 나도 서비대학교에서 MBA를 연수하고 있어서. 마침 정은 씨도 서비대학교의 학부생이었잖아. 만약 괜찮다면, 날 데리고 학교도 좀 구경할 겸 말이야.]만약 상대방이 단순히 장갑을 돌려주거나, 그녀에게 밥을 사주려 했다면, 정은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현빈과의 관계가 아직 그 정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상대방이 지금 부탁을 하고 있는 데다, 장갑을 잃은 것은 또 확실히 그녀 자신의 문제였다. 지금 남이 시간을 내서 돌려주는 건 더욱 말이 안 됐으니, 만약 현빈을 도울 수 있다면, 정은도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그래요.][나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있는데. 오전 11시, 정은 씨는 어때?]정은은 의견이 없어 OK의 이모티콘을 보냈다....약속한 날이 되자, 현빈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카페까지 걸어갔다.카페는 서비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오솔길에 있었다. 사장님은 품위가 있는
도겸은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전화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대리를 불렀다.“이것들 모두 종료해.”“네?” 대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사가 현재 가장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그중 몇 개는 곧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갑자기 종료를 하다니?“내가 한 말에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거야?”“아, 아닙니다.”“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거야?”“그것도 아닙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대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대표님, 저 이해가 좀...”“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20여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지 모두 큰 문제였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 이미 깊은 밤이 되었다.그는 사무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휘영청 밝고 등불은 희미했다.“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현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도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네가 얼마나 좋은 여자를 놓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전에 그들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도겸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별장에 돌아가 텅 빈 거실을 바라볼 때 절정에 달했다.‘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현빈은 이미 정은이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했어...’이른 아침, 금빛 햇살이 대지에 쏟아졌다.정은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소진헌과 이미숙을 깨우지 않고 혼자 먹고 조용히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그렇게 소진헌과 이미숙이 일어났을 때,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정은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
“정은이는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도겸은 몸을 돌렸다.현빈이 또박또박 말했다.“정은이에게 한 사람을 사랑할 용기가 있고, 동시에 그 사람을 포기할 용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마도 이것 때문에 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 아마도 너와 다른 사람들은 정은이가 너한테 미쳐서 6년 동안 참아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난 알아. 정은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정은이는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전에 내린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배신을 당했더라도 정은이는 너와 좋게 끝내고 싶었어.”현빈의 말은 도겸의 정곡을 쿡쿡 찔렀다.도겸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너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야?”“그렇게 생각해도 돼.” 현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더 이상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가정에서 나온 아이는 감정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정은이는 온전하고 포용적이며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원하거든.”재삼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 아니라.현빈은 도겸이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신도 불합격이었다.그는 생각이 많은 여우라서, 예전 같으면 절대로 한 여자를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왜냐하면 확실히 도겸이 말한 대로, 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모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현빈은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그는 정은을 위해 제멋대로 굴고 싶었다.앞으로 두 번, 심지어 세 번, 수천수만 번 이런 일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결국 도겸은 문을 박차며 가버렸고, 그 소리는 하늘을 뒤흔들었다.선우와 동건은 문 뒤에 서 있었는데,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다.“도겸이 형 그 눈빛 봤어요?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아요.”동건이 대답했다.“야, 그 자식 정말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을지
“너 설마, 나와 깨끗이 선을 그으면, 정은이는 절친이었던 우리의 사이를 개의치 않고, 네 마음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멍청하긴!” 도겸은 현빈이 든 찻잔을 빼앗아오며 땅에 찧었다.낭랑한 소리와 함께 그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심현빈, 전에는 왜 몰랐지, 너 사랑꾼이었어? 여자 없인 못 사는 거냐고?”선우와 동건은 얼른 뒤로 물러서며, 깨진 조각에 다치지 않도록 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모두 도겸의 말 때문에 은근히 놀랐다.현빈은 뜻밖에도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 방식으로 도겸과 강제로 선을 긋고 있었다.전에 두 사람은 비록 사이가 틀어졌지만, 사적으로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에 불과했다.그러나 투자할 프로젝트는 여전히 함께 투자하며 같이 돈을 벌었다.이익 앞에서 개인적인 일은 전부 보잘것없었으니까.선우와 동건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자 때문에 싸우더라도 장사는 계속해야 했다.하물며 현빈은 여우였다.‘그런데 이번엔 왜...’도겸이 현빈을 사랑꾼이라 욕하는 것을 듣고, 선우와 동건도 현빈이 이해되지 않아 침묵을 지켰다.현빈은 바닥에 깨진 찻잔을 바라보았다.“정말 아깝네. 멀쩡한 찻잔이 이렇게 깨졌다니. 넌 성질이 참 더러워. 그나저나, 넌 그때 정은이를 이 찻잔과 똑같이 대하지 않았니?”도겸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쩨쩨하면 뭐가 어때? 유치하면 또 어때? 난 쩨쩨하고 유치해서 너와 깨끗하게 선을 그을 거야. 뭐 굳이 완벽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길 원해서 그래. 왜, 안 돼?”“너...”이 말에 도겸은 화가 나서 숨이 거칠어졌고, 이를 꽉 물었다.현빈은 웃으며 도발했다.“왜? 그 프로젝트들이 아까운 거야? 그 돈이 그렇게 아까워?”“그래, 너만 잘났다. 넌 돈이 싫은 거야?!”“그건 아니지만 돈보다 정은이가 더 중요해.”선우와 동건은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현빈은 계속해서 말했다.“네 말대로, 내가 너와 깨끗하게 선을
“심현빈, 이게 무슨 뜻이야?” 강도겸은 다탁 앞으로 걸어왔다.“뭐가?”“왜 개발구역의 프로젝트를 중단한 거지?”현빈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협력하고 싶지 않아서 중단했어.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네가 중단하고 싶으면 다야?! 하루 지체하면 얼마나 큰 손실을 봐야 하는지 아냐고?”“아마도.”“그런데도 중단을 해?!”현빈은 차를 다 마신 다음, 아주 능숙하게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도겸은 찻주전자를 꾹 눌렀다.“넌 3일 동안 피해 다녔고, 지금은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어. 계속 질질 끌면서 태도를 표명하지 않을 작정이냐?”현빈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내가 피했다고? 언제?”“네 비서가 너 출장 갔다고 했어. 그게 일부러 나 피한 거 아니야?”“허, 널 피한다고? 착각 좀 하지 마. 내가 L시 시찰을 하러 가는 일정은 이주 전에 이미 정해졌어. 내가 굳이 너를 피할 필요가 있을까?”“L시?” 도겸은 예민하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현빈은 담담하게 웃었다.선우가 갑자기 다가와서 말했다.“현빈이 형, L시에 갔었어요? L시는 정말 좋은 곳이죠. 먹는 것도 모두 내 입맛에 맞고요... 그런데 정은 누나의 고향이 L시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날 때리고 그래요!”동건은 미친 듯이 눈짓을 했지만, 선우는 좀처럼 눈치채지 못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선우를 때렸다.선우는 그제야 반응을 하더니 즉시 입을 다물었다.도겸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현빈을 보며 또박또박 물었다.“너 L시에 가서 정은이를 만난 거야?”현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시찰하러 갔다고 말했잖아.”“그런데...”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확실히 정은이를 만났지.”“지금 뭐라고 했어?”“정은이를 만났다고.”“너 한 번만 더 말해봐?!”“정은이 만났는데.”도겸는 그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겼다.“심현빈, 내가 지난번에 경고했었지?”현빈은 도겸의 손을 뿌리치며 유유히 옷깃을 정리했다.“경고? 허, 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고를 해? 전 남자친구
이미숙은 현빈이 자신의 책까지 보았을 줄은 몰랐다.“『7일담』이 내가 쓴 책이란 것을 알고 있었어?”현빈은 정은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알아요.”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이미숙도 물어보지 않았다.다만 정은은 두 똑똑한 사람의 눈빛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아이고...’“그래서 범인은 정말 그 성실한 물리 선생님인 거예요?”이미숙은 깜짝 놀랐다.“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지?”책 속의 모든 증거는 전부 물리 선생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완벽한 범죄를 실시했다.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그가 범인인게 확실했지만, 현빈은 오히려 그 사람이 정말 범인이냐고 물었다.그를 바라보는 이미숙은 은근히 감탄했다.“책에 몇 군데 숨겨진 묘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첫 번째, 계단 사이의 어긋난 그림자.두 번째, 알 수 없이 사라진 흉기. 결국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세 번째, 혼자 사는 딸 집에 슬리퍼 두 켤레가 나타났다. 책에서는 손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왜 하필 남자 슬리퍼였을까?혼자 사는 여자가 자주 남자를 집에 초대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특별히 슬리퍼를 준비했단 말인가?이것은 불합리했다.준비해도 남자가 아닌 여자 슬리퍼를 준비해야 마땅했다.“모든 숨겨진 단서는 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요.물론.”현빈은 말머리를 돌렸다.“이것은 단지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에요.”이미숙은 웃으며 말했다.“이 질문을 했을 때, 답은 이미 네 마음속에 있을 거야.”현빈도 따라서 웃었다.“그래서 2부가 더 있는 거네요, 맞죠?”이미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다.현빈이 차를 골목 어귀에 세우자, 정은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부모님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고마워, 현빈아.”“아저씨, 별말씀을요.”위층으로 올라갈 때, 소진헌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아니...
정은은 책일 받았다.엄청난 유혹이라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마워요.”“그럼 현빈 오빠라고 불러봐.”...J시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2시였다.정은 일가족은 현빈과 같은 객실이 아니었다.역을 나서자, 그녀는 차를 부르려 했다. 이때 정은은 현빈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는 웃으며 소진헌을 향해 걸어왔다.“아저씨, 제 차가 바로 밖에 있으니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소진헌은 잠시 멈칫했다.“아니야, 너무 번거로우니까 우리는 그냥 차 부르면 돼.”“번거롭긴요, 가는 길에 데려다 드리는 건데.” 말을 하면서 현빈은 그가 들고 있던 트렁크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아이고, 그럼 부탁할게.”“부탁은요.”정은은 묵묵히 핸드폰을 거두었다.차에서, 현빈은 운전석에 앉아 능숙하게 핸들을 잡고 있었고, 정은은 조수석에, 이미숙과 소진헌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아저씨, 지금 보시고 있는 그 은 2003년에 재판된 책 맞죠?”현빈은 백미러를 통해 힐끗 훑어보며 물었다.소진헌은 즉시 흥미가 생겼다.“너도 이 책을 아는 거야?”“저희 할아버지께서 역사를 좀 연구하셨거든요. 저도 귀동냥으로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2010년 이후의 『통감』은 두 번 역사 내용을 삭제했는데. 그 전에도 한번 더 삭제했었죠?”소진헌은 두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한번이 아니라, 이 책은 총 세 번이나 삭제된 적이 있어! 최근에는 네가 말한 2010년, 그 전에는 2004년. 그리고 처음에 삭제했을 때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총 36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거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은 2004년 삭제되기 전의 판본인데, 총 30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고. 후에는 총 4개의 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에 그 전에 분명히 한 번 더 삭제했을 거야.”“1996년이에요.” 현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현빈은 소진헌을 바라본 다음, 또 담담하게 정은을 보았다. ‘정은이와 이 아저씨가 좀 닮은 것 같은데...’“아빠, 이 사람 아세요?” 정은은 다가와서 놀라는 말투로 말했다.‘아빠?’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그는 이번에 L시에 출장을 왔는데, 사흘 있다가 오늘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항공편이 날씨 때문에 결항되어 그는 비서에게 오전의 고속열차를 예약하게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정은과 마주쳤다니 !’“방금 바로 이 총각이 날 도와 도둑을 잡았어. 솜씨가 대단한 사람이야!”정은은 멍하니 있다가 반응했다.“고마워요, 심 대표님.”“정은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섭섭하지.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 상황에 틀림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선뜻 나섰을 거야.”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정은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네.”하지만 지금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이미숙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넌 어디로 가는 길이니?”현빈은 사실대로 말했다. “J시로요.”“정말 딱이네! 우리도 J시로 가는 길이거든. 넌 몇 시 차야?”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아저씨는요?”소진헌은 시간을 말했다.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마침 그 열차표를 끊었는데.”“잘됐네, 그럼 우리 같이 갈 수 있겠구나!”“네.”소진헌은 열정적으로 현빈을 끌고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현빈은 차분하게 핸드폰을 꺼내 열차표를 변경했다.‘인연은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경호원은 소진헌을 찾아가 상황을 물었다. 소진헌은 잃어버린 핸드폰과 지갑을 모두 찾았다고 말했다.경호원은 당직실에 가서 사인하라고 했는데, 왜냐하면 방금 경찰이 나섰기 때문이다.소진헌은 자연히 협조했다.이미숙은 그와 함께 갔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그녀는 좀 움직이고 싶었다.이제 정은과 현빈만 남았다.주위에 다른 사람도 있었지만, 소진헌과 이미숙이 떠나자 두 사람은 지금 단둘이 있는 것과
소진헌은 외출하기 전에 국수 한 그릇을 먹어서 지금은 배가 조금도 고프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다.20분 후, 개찰구로 향하라는 통지가 울렸다.이미숙과 정은은 짐이 없어서 앞에서 걸었다. 그리고 개찰구를 지난 다음, 안에 서서 소진헌을 기다렸다.소진헌은 두 사람 뒤를 따라갔는데, 한손으로는 트렁크를 끌고 있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미숙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표를 꺼내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자신의 지갑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방금 줄을 섰을 때, 한 사람이 뒤에서 소진헌을 부딪쳤는데,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틀림없이 그때 내 가방에서 지갑을 훔쳐간 거야.’“아빠, 빨리요.”정은은 안에 서서 재촉했다.“나 지갑을 잃어버렸어. 안에 주민등록증과 열차표가 있거든.”정은은 바로 말했다.“핸드폰으로 인증하면 돼요. 앱에서 임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어차피 지갑에 현금이 얼마 없는 데다가, 주민등록증도 다시 하나 만들면 됐다.소진헌은 쓴웃음을 지었다.“핸드폰도 잃어버렸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이때 소진헌은 멀리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바로 방금 그를 부딪친 사람이었다.“도둑 잡아!”소진헌은 트렁크를 내려놓고 돌진했다.정은과 이미숙은 소진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안에서 나오려 했지만, 직원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여사님, 규정에 따라 개찰구를 지나간 승객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나가고 싶으시면 출구 방향으로 가세요.”출구에서 다시 대합실로 돌아가려면 한 바퀴 크게 돌아야 했다.이미숙이 설명했다.“우리 남편이 도둑을 잡으러 가서요. 무슨 일 생길까 봐 그러는 거니까, 좀 봐주면 안 될까요?”“죄송합니다, 규정은 규정이라서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정은은 잠시 망설였다.“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저희는 출구에서 나갈 테니까, 이쪽의 경호원에게 통지해서 저희 아버지 좀 도와줄 순 없나요?”“이건 안심하세요. 방금 누군가가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왜요?][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작가 선생님은?]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7일 담.]‘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