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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작가: 십일
정은도 오미선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안심하세요. 저는 꼭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

...

집에 돌아오자, 정은은 가져온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석사 과정에 비해, 이 과제는 구체적인 실험 및 연구성과와 관련된 동시에 또 실험경험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정신없이 읽어보다가, 이미 새벽이 다 되었다.

정은은 피곤한 두 눈을 비비며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누군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소정은- 문 열어! 네가 안에 있다는 거 다 알아!”

거실과 침실을 사이에 두고도 강도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정은의 귀로 전해졌다.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지난번 별장에서 하마터면 성추행을 당할 뻔했던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입술이 창백해졌고, 이불을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을 주었다.

“소정은-”

“문 열어--”

“정은아-”

정은은 귀를 막으며, 남자가 이대로 단념하고 떠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5분이 지나도 도겸은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정은이 열지 않으면 평생 부수려는 기세였다.

오래된 아파트는 방음이 잘 안됐고, 또 한밤중에 소란을 피웠으니 이웃들의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누구야, 한밤중에 시끄러워죽겠네. 잠 좀 자자!”

“어느 미친개가 밤에 짖어대는 거야?”

“더 이상 꺼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정은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 문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강도겸,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정은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네가 집에 있을 줄 알았어.”

“그래서?!”

“문 열어, 빨리.”

“왜? 당신이 누군데?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냐고 당신이!”

도겸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계속 문을 두드릴게.”

“당신--”

“두드린다.”

결국 정은은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도겸은 이 기회를 틈타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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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석은 아주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거실로 나왔을 때, 그는 정은이 이미 과일을 깎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설거지하지 말라고 했더니 과일을 깎는 거야?” 재석은 어쩔 수 없단 듯이 고개를 저었다.정은은 이쑤시개로 사과 한 조각을 들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죠. 난 빈둥빈둥 노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재석은 과일을 받았다.“참, 나 돌아가서 쓰레기 좀 치워야 하는데, 이따가 같이 내려갈래요?”“좋아.”쓰레기를 버리고자, 정은은 집의 냉장고가 비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최근 구매할 시간이 없어 그녀는 마트에 가자고 제의했다.재석은 자연히 동의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강서원이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여기서 차 세워요, 안에 못 들어가니까.”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강서원은 차 문을 열다 갑자기 멈칫하더니, 미리 준비한 플랫슈즈를 꺼내 갈아 신었다.‘하마터면 이걸 잊을 뻔했네.’그녀는 단숨에 7층까지 올라갔는데, 이번에 플랫슈즈를 갈아 신었으니 지난번처럼 그렇게 낭패스럽지 않았다.강서원은 열쇠를 꺼냈는데, 생각하다가 다시 가방에 넣으며 문을 두드렸다.똑똑.“재석아, 집에 있니?”몇 번 물어도 대답이 없는 후에야 강서원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어? 사람은?”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강서원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소기봉이었다.[당신 정말 재석이네에 찾아간 거야?!]“그래요.”[자금이 몇 시인데! 시간도 확인하지 않는 거야! 밤중에 달려가서 재석이 쉬는 것만 방해하잖아. 당신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강서원은 사방을 둘러보다 또 침실 두 칸과 주방, 베란다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이상하네... 재석이가 어디에 간 거지?”[왜? 재석이 집에 없어?]“한 바퀴 찾았는데 아무도 없네요.”[아이고! 신나서 달려갔더니 허탕을 쳤구나. 이게 무슨 헛수고야?]“당신은 몰라서 그래요. 재석이 오늘 저녁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 다시다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는데, 직접 요리하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5화

    정은은 옷걸이 옆에 따로 걸어놓은 양복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짙은 검은색이라 너무 고리타분했다.비록 재석은 평소에도 양복을 입었지만, 이것보다 훨씬 세련됐다.그렇다, 이 정장은 고리타분했다.정은은 안으로 들어간 다음 식탁 앞에 멈추었다.식탁 위에 요리 세 개와 국 하나가 놓여 있었다.“갈비찜과 소고기 볶음은 너한테서 배웠어. 야채볶음은 내가 영상을 따라 배운 거고, 무국은 원래 할 줄 알았던 음식이야.”재석은 각 요리의 내력을 분명하게 설명했다.정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가 가르쳐준 적이 있나요? 왜 기억이 안 나죠?”“난 몰래 배운 거라.”말하는 사이에 재석은 이미 밥 두 그릇을 담았다.“앉아.”또 정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고마워요.”정은은 먼저 갈비를 집었고, 남자의 기대에 찼지만 또 일부러 침착한 척하는 눈빛을 맞이하며 입에 넣었다.“이 맛은... 어때?”정은은 남자가 똑바로 앉더니 표정도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발견했다.“아주 맛있어요,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요!”재석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어디 너와 비교할 수 있겠니?”“선배님, 너무 겸손하지 마요!”정은은 정말 억지로 칭찬하는 것이 아니었고, 맛은 확실히 괜찮았다.“옆에서 일을 거두면서 보고 배운 거예요?“절차도 묵묵히 기억했지.”똑똑한 사람은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었다.소고기 볶음과 야채볶음은 모두 맛있었다.“정말?” 당당한 재석도 자신이 없을 때가 있었다.정은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 “거짓말이에요.”“응?”“그럴 리가요.”...다 먹고 정은은 그릇을 치우려 했지만 남자가 엄숙하게 거절했다.“너는 소파에 가서 앉아 있어. 핸드폰 놀든, 텔레비전 보든 다 괜찮으니까. 주방은 내가 치울게.”정은은 눈을 깜박였다.“전에 내 집에 있을 때, 우리 같이 치우지 않았어요?”“너도 너희 집이라고 했잖아. 지금 내 집에 있으니까 내 말 들어.”‘이건 또 무슨 도리지?’“그럼 다음에 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4화

    “재석아, 그 아이는 네가 추천한 사람이니 넌 어떻게 생각하니?”마정일은 말을 마친 다음, 재석에게 질문을 던졌다.재석은 한순간 침묵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우선, 저는 이것이 정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원에 핀 꽃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지만, 벌과 나비가 스스로 찾아왔죠. 그럼 이것이 꽃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요? 둘째, 이 학교 학생들의 자질을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둘째, 사람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고작 이런 일 때문에 크게 싸우다니. 소문이 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밖으로 알려지면 학교에 망신을 주는 동시에 학교의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예요. 그래서 학교 교사와 학생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인 것 같네요.”중점이 바로 교사와 학생의 자질이었다.“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제가 정은이를 믿는다는 거예요. 그 아이는 종래로 이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왜 아무도 정은이의 처지와 심정을 고려하지 않는 거죠? 정은이도 피해자잖아요.”재석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마정일은 그가 단숨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그래, 그 학생은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어. 예쁘고 매력이 넘친 것은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니, 어떻게 무턱대고 탓할 수 있겠어?”재석은 안색이 누그러졌다.“그렇게 말씀하시면 다행이고요.”마정일은 은근히 놀라서 재석을 힐끗 보았다.‘대놓고 그 아이의 편을 들어주다니?’“아이고, 우리 학교의 그 녀석들은 조금도 차분하지 못하다니깐. 정은이가 예쁘다고 하나같이 달려들어 고백하는 것 좀 봐. 지금은 사회도 참 달라졌어. 우리 그때는 이럴 엄두조차 없었잖아. 나는 오히려 이런 게 좋다고 생각해. 좋아하면 대담하게 고백을 해야지!”“그나저나, 만약 정은이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면, 우리 학교의 아이들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때? 서비대학교와 우리 학교도 엄청 가깝고, 평소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데이트도 할 수 있잖아. 나도 내 실험실도 장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3화

    “그럼 연락처 줬어?”정은이 대답했다.“아니요.”“둘 다?”“네.”교수님은 그제야 알아차렸다.‘이 여자애는 그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데, 두 사람이 착각을 하고 싸우기 시작했던 거구나.’지도원도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기에, 이 일은 정은과 무관하며 본교 학생이 잘못한 거라 매듭을 지었다.“이제 별일 없으니까 그만 가봐.”그 후로 정은은 점심에 식당에 가서 먹지 않았고, 배달을 시키거나 민지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이제야 겨우 조용해졌다.그러나 이 일은 이웃 대학에서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스캔들이 되었다.하지만 모두 정은과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문을 닫고 실험에 몰두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논문을 썼다.그 외에 외부의 어떤 소리도, 좋든 나쁘든, 선악을 막론하고 정은은 일절 듣지 않고 묻지 않았다....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과학자 표창 대회가 J시 시청에서 거행되었다.재석은 두 개의 최고급 상장을 수여 받으며 장내의 주목을 끌었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전공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둔 거물이었지만, 거물과 거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재석은 의심할 여지 없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최고의 거물이었다.“축하한다, 재석아, 벌써 3년 연속 상을 받았지?”“마 교수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 당시 교수님은 5년 연속 상을 받으셨고, 그 기록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잖아요. 제 작은 성과는 언급할 가치도 없죠.”“하하... 재석아, 넌 여전히 이렇게 겸손하구나!” 마정일이 그때 받은 상은 재석에 비하면 훨씬 못했다.그러나 재석은 말을 예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듣기에도 편안했다.“시대도 부단히 앞서가고 있으니, 앞으로 학술계는 너희 젊은이들의 천하가 될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그저 너희들에게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는 것 같군. 그래야 우리도 큰 공을 세운 셈이지.”“저희들의 천하가 된다 하더라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어요?”“하하하... 난 말주변이 없어서 널 이길 수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2화

    민지는 눈알을 굴렸다.‘내 이럴 줄 알았어.’고개를 돌리자, 서준은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고, 민지는 침을 삼켰다.“왜, 왜 날 그렇게 보고 있는 건데?”서준은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백을 받은 사람은 네가 아닌데, 왜 이렇게 긴장하는 거야?”“정은 언니를 위해 괴로워하고 있는 거야.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난다니깐... 그나저나 쮼, 정은 언니는 이렇게 예쁘고, 능력도 이렇게 강한데, 넌 마음이 조금이라도 설렌 적이 없는 거야?”민지를 바라보던 서준은 이 순간 어이가 없었다.“무슨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그런 적 없었어?”“응.”“그럼 넌 눈에 문제가 있는 거구나.”서준은 민지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왔다.“나도 내 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정은은 그 남학생을 한 번 바라보았다.“미안, 난 너희 학교의 학생이 아니야.”“괜찮아, 그럼 톡이라도 추가하자!”“그것도 안 될 것 같아.”“왜?”“남자친구 있으니까.”“아, 그래...” 남자의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실례해서 미안!”말이 끝나자 바로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정은은 한숨을 돌렸다.주위에서 구경을 하던 학생들도 모두 흩어졌다.실험실로 돌아가는 길에 민지는 갑자기 물었다.“정은 언니, 남자친구 사귀었어요?”“아니. 그거 거짓말이야.”오직 이 이유를 대야 가장 빨리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그럼 나중에 언니에게 고백하는 사람들에게 전부 그 이유로 대처할 생각이에요?”“어? 사람들? 그건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지금도 하나밖에 없잖아...”“언니 정말 너무 단순하시다! 미녀는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는 법이죠. 오늘은 하나겠지만, 내일은 한 무더기가 찾아올 거예요. 믿지 못하겠으면 두고 봐요.”“에이, 설마?”“허.”이때의 정은은 민지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러나 다음날, 또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나타나더니, 번호를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정은은 그제야 자신이 단순하단 것을 알아차렸다.연속 3일, 매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1화

    도겸이 말하기 전에 경혜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이곳을 선택했어요. 학교와 가까워서 몇 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까요. 특별히 운전하거나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으니, 간단하고 편리하잖아요. 이 가게의 맛도 꽤 괜찮고요.”현빈은 담담하게 응답했지만, 믿지 않은 모양이었다.“강 대표님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야.”번마다 다정한 여자친구를 찾을 수 있다니.경혜는 웃음 하나 변하지 않고 한 바퀴 휙 둘러보았다.“어머! 조 교수님도 계셨네요? 모두 아는 사이인 것 같으니 같이 앉는 건 어때요?”그녀는 열정적으로 말을 마친 다음, 또 고개를 돌려 도겸을 바라보았다.“어때요?”“나야 상관없지. 너만 괜찮다면.”“아.” 인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미안하지만 우린 이미 식사를 마쳤거든요.”경혜는 깜짝 놀랐다. “네?”“이 테이블에 앉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잘됐네요, 자자...”말하면서 인훈은 바로 일어서더니 외투를 들었다.재석, 현빈과 정은도 얼른 일어나 두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자, 두 사람 얼른 앉아요.”경혜와 도겸은 말문이 막혔다.현빈이 말했다.“난 계산하러 갈게.”인훈과 정은도 말을 이어받았다. “저도 같이 가요.”“그럼 다 같이 가면 되겠네.”말이 끝나자, 일행은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했고, 곧이어 식당을 나왔다.도겸과 경혜는 테이블 앞에 서서 앉지도 못했다.경혜는 눈을 드리우며 말했다.“미안해요,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네요.”도겸은 무뚝뚝하게 앉아 메뉴판을 내밀었다.“음식 시켜.”경혜는 조심스럽게 세 요리를 주문한 다음 그에게 물었다.“도겸 씨는 뭘 먹고 싶어요?”도겸은 고개를 저었다.“난 필요 없어.”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남자는 연거푸 담배 세 대나 피웠다.하얀 연기가 감도는 가운데, 도겸의 눈빛은 음침하고 포악했다....또 월요일이 찾아왔고, 아침수업이 끝난 후, 정은과 민지, 서준은 곧장 이웃 대학으로 달려갔다.실험실로 가서 실험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세 사람은 각자 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0화

    현빈이 말했다. “이번 주는 주로 주체의 구조를 짓기 시작했고, 현재 진도는...”현빈이 본론을 얘기하자, 정은은 열심히 듣기 시작했고 씹는 동작도 느려졌다.마침 치킨이 올라왔는데, 재석은 하나 집어서 정은의 그릇에 넣으려 했다. 같은 시간, 현빈도 생선 고기를 집어주었다.두 사람은 멈칫하더니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눈이 마주치자 분위기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교수님은 정말 친절하시네요.”“심 대표님보다 못하죠.”정은은 앞에 있는 치킨과 생선을 바라보았다.“고마워요. 다 이리 줘요.”두 남자는 그제야 눈을 돌렸다.“물고기는 고단백이라서 많이 먹어.”“치킨이 엄청 바삭바삭해. 네가 좋아하는 맛이야.”“감사합니다, 심 대표님, 선배님.”정은은 두 사람을 공정하게 대했다.“얼른 먹어요, 나한테 집어줄 필요 없고요.”분위기는 방금 전처럼 싸늘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경쾌하지도 않았다.바로 이때, 문이 열리더니 인훈이 찬바람을 맞으며 들어왔다.“미안 정은아, 길이 막혀서.”“오빠? 왜 왔어? 이번엔 안 온다며?” 정은은 질문을 하며 얼른 앉으라고 했다.5일 전, 세 사람은 단톡방에서 약속 시간을 잡았는데, 인훈은 출장을 가야 하는 바람에 이번 주에 올 수 없다고 했고, 현빈에게 위탁하여 공사 진도를 정은에게 보고하라고 했다.그래서 음식이 올라오자, 그들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기 시작했다.인훈은 맞은편에 앉아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쳤다.“이번에 아주 순조로웠어.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모든 재료를 주문했기에, 어젯밤에 바로 돌아왔어. 오늘 공사장에 다녀왔는데 큰 문제도 없더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것이니, 그래도 직접 와서 소통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정은은 재빨리 종업원에게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오라고 했고, 또 요리 두 개를 더 추가했다.인훈은 정말 배가 고팠다.젓가락을 들자마자 먹기 시작하더니, 배를 조금 채우고 나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그의 눈빛은 먼저 정은에게 떨어졌고, 이어서 재석에게 떨어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89화

    여전히 서비대학교 근처의 그 식당이었다.정은과 재석이 도착했을 때, 현빈은 이미 안에 있었다.“정은아, 왔어...”그는 웃으며 앞으로 다가가더니 정은에게 집중했다.마치 재석이 보이지 않은 것처럼.“오래 기다렸죠, 심 대표님.”‘심 대표님’이란 호칭에 재석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현빈은 그제야 그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조 교수님, 또 이렇게 만났네요.”재석은 여전히 웃음을 지었다.“그러게요, 심 대표님과 꽤 인연이 있나 봐요.”“그럼 들어오세요.”말하면서 현빈은 재석을 자신의 옆자리로 인도한 후, 또 정은을 위해 다른 한쪽의 의자를 당겼다.이 순서대로 앉으면, 재석 옆에 현빈, 현빈 옆에 정은이었다.“저쪽은 대문을 마주하고 있어. 사람들 드나들면, 바람이 세니 정은아, 넌 그냥 내 옆에 앉아.”말하면서 재석은 자기 옆의 의자를 당겼다.정은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곳에 가서 앉았다.그렇게 정은 옆에 재석, 재석 옆에 현빈, 세 사람은 이런 순서로 앉았다.“좀 따뜻해졌어?” 재석은 현빈의 어두운 안색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네.” 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현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이쪽은 바람이 정말 세서 확실히 쌀쌀하네요. 그럼 나도 안쪽으로 앉을게요.”그리고 세 사람은 현빈, 정은, 재석의 순서대로 앉았다.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다.현빈은 웃으며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난 이미 주문했어. 모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야.”정은은 고맙다고 말했지만, 재석이 아직 여기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선배님, 메뉴에 먹고 싶은 거 있는지 좀 봐요.”“아니야, 난 다 돼.”“그럼 절대로 사양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어요.”“좋아.”현빈은 마음이 씁쓸했다.‘왜 나한테 메뉴 보라는 말을 하지 않는 거지? 왜 나한테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하라고 하지 않는 거냐고?’그러나 현빈은 자신이 요리를 주문했다는 것을 잊었다.정은은 자연히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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