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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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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자세히 살폈다.야들야들한 손목에 푹 파인 자국이 두 개 생겼고, 깊은 곳은 이미 피부가 벗겨졌다.흰 피부 때문에 보기가 더 흉했다.‘별로 힘을 쓰지 않았는데, 어떻게 피부가 벗겨졌지?’유강후가 긴장하며 자세히 살피려 하자, 온다연이 손을 움츠리며 울먹였다.“저리 가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그녀는 울어서 눈이 빨개졌지만 피부는 여전히 희고 보드라워 순진무구하고 만만해 보였다.유강후는 눈빛이 사악해졌고, 또 그녀를 안고 한바탕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손목 피부가 까지고 울어서 눈이 빨개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안쓰러웠다.유강후는 억지로 그녀를 안아 다리 위에 올려놓고 그녀의 머리에 키스하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에는 살살 할게. 뚝, 그만 울어.”그는 말하면서 그녀의 잠옷 단추를 벗겼다.“좀 보자, 다쳤으면 약을 발라야 해.”온다연은 급히 옷깃을 붙잡으며 풀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 유강후는 그녀를 달래면서 억지로 단추를 풀었다.정말 다쳐서 피가 스며 나온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쉽게 다쳐?”유강후가 자기 몸을 지켜보자, 그녀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아저씨가 너무 세게 해서 그렇죠.”그가 눈이 빨개져서 날뛰는 모습은 정말 무서웠다.유강후는 옷을 입혀준 후 지난번에 의사가 처방한 연고를 찾아 조금씩 발라주었다.온다연은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가 꽉 잡고 있어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그가 약을 바르게 내버려두었다.아직 세 개가 남아있고, 그가 꼭 한 통을 다 써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 그녀는 덜컥 겁이 나서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이만하면 안 돼요?”유강후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얘가 나를 뭐로 보고? 내가 그렇게 인정이 없는 사람인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내가 계속한다는 건가? 아니면 이 일 자체를 거부하는 건가? 그건 안 된다.’게다가 처음에는 그녀도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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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유강후는 부드러운 캐시미어 니트를 가져와 갈아입히고 머리를 정리해 준 후에야 그녀를 안고 식사하러 나갔다.장화연이 꽃게 요리를 만들었다.온다연은 조금 먹어보니 맛있어서 스스로 게살을 바르다가 손이 찔렸다.그녀의 가늘고 흰 손가락에서 작은 핏방울이 흘러나왔다.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직접 가위와 도구를 챙겨와 게살과 게알을 조금씩 발라 그녀의 앞접시에 올려주었다.하지만 그녀가 두 개째 먹으려 하자, 유강후는 동작을 멈추었다.“게는 성질이 차서 한 개만 먹어야 해. 먹고 싶으면 여름에 실컷 먹자. 지금은 안 돼.”그는 장화연을 돌아다보며 말했다.“장 집사가 점점 일을 못하네. 출산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잖아. 앞으로 이렇게 성질이 찬 음식은 상에 올리지 마.”장화연은 온다연의 목에 생긴 빨간 자국을 힐끗 보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출산한 지 1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아시면 됐어요.”유강후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데, 이권이 들어오더니 나지막이 보고했다.“주희가 오늘 아침에 깨어났는데, 온다연 씨를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있어요. 그 바람에 상처가 벌어지면서 또 출혈이...”“안 만나.”유강후는 안색이 좋지 않았고 목소리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죽고 싶으면 죽으라고 해. 옥상에 다시 올라가서 뛰어내리면 되겠네.”하지만 온다연이 의자에서 일어났다.“만날게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안 돼.”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막 깨어났는데, 또 내장 출혈이 생기면 힘들어요. 만날게요.”그녀는 의자를 밀어내고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녀를 와락 끌어당겼고 눈에 분노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말했잖아. 안 된다고.”온다연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발끝을 쳐들고 유강후의 아래턱에 뽀뽀하고는 그의 팔을 잡고 나지막이 말했다.“화내지 말아요. 주한의 동생이잖아요. 주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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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침대에 한 달 동안 누워있어서 그런지, 그는 많이 야위어 무척 허약해 보였다.하지만 눈은 주한과 좀 더 비슷해진 것 같았다.온다연이 온 것을 보고, 그는 애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나가 나를 만나주지 않을 줄 알았어요.”온다연은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가슴이 아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왜 너를 만나지 않겠어? 몸조리 잘해. 몸이 중요하잖아. 완쾌하면 그때 만나도 늦지 않아.”주희가 자조 섞인 말투로 나지막이 말했다.“완쾌하면 오지 않을 거잖아요.”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희야, 이러지 마. 너 이제 유명인이잖아. 팬도 많고. 팬들이 네가 이러는 걸 알면 속상할 거야.”주희의 눈에 대수롭지 않은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상관없어요. 스타가 된 건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예요. 그들한테 좋아해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이때 들어온 유강후는 주희를 보자, 눈에 짙은 독기와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속삭였다.“손바닥에 땀이 났네. 옷을 벗어. 여기 난방이 너무 잘 되네.”그는 말하면서 직접 그녀의 코트 지퍼를 열었다.옷이 너무 두꺼워서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덥다고 느꼈다.그래서 그녀는 순순히 유강후의 말대로 코트를 벗었다.유강후는 코트를 비서에게 건넨 후 또 그녀의 스카프도 풀었다.주희는 그녀의 목을 지켜보며 눈빛이 무서울 정도로 음침해지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잠시 후, 그는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을 하더니 피를 토했다.깜짝 놀란 의사와 간호사가 얼른 다가와 검사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온다연은 걱정됐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기에 그 자리에 서서 보고만 있었다.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의사와 간호사에게 둘러싸인 주희를 힐끗 보고는 온다연에게 스카프를 다시 매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스카프를 매는 게 좋겠어. 바람 맞으면 안 되니까.”온다연은 주희 생각만 하며 조바심을 쳤다.“왜 갑자기 피를 토하죠? 다쳤던 곳에 문제가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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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추운 날인데 옷을 얇게 입은 것을 보니 급하게 뛰어온 모양이다.항상 풀메이크업을 하던 얼굴도 민낯 그대로라 어려 보이고 이목구비가 깨끗하면서도 화사해 보였다.하지만 얼굴이 눈물범벅인 것을 보니 조금 전에 울었던 것 같다.그녀는 유강후를 보고 황급한 기색을 띤 채 걸음을 멈추었다.“유 대표님...”유강후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들어가 봐요.”남하윤은 눈물을 닦더니 나지막이 말했다.“고마워요. 유 대표님이 아니었으면 아버지가 저를 풀어주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오늘에야 주희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어요...”“주희는 지금 좀 어때요?”유강후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을 말하듯 극히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4층에서 뛰어내려 장기를 다쳤는데, 응급 수술을 한 후에 한 달 동안 누워 있다가 오늘에야 깨어났어요.”남하윤은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졌다.“혹시 불구가 됐나요?”“아니요. 게다가 예전과 똑같이 성질이 더러워요. 들어가 보면 알아요.”말을 마친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남하윤은 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유강후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온다연을 쳐다보았다.이를 발견한 온다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남하윤 씨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 주희가 남하윤 씨랑 잘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이 말을 들은 유강후가 코웃음을 쳤다.“남씨 집안 아가씨의 눈에 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데. 저 자식은 소중한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남의 것을 넘보고 있으니 좋은 결말이 있을 수 없어.”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이니 괴롭히지 마세요.”“나이가 어리다고? 나는 저 나이일 때 미래그룹 경영을 맡았어. 그리고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심리적 연령이 실제보다 높아. 연하남이 순진한 척, 거친 척하는 것은 다 수단일 뿐이야.”온다연은 잠자코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어쨌든 앞으로 자주 만나지 않을 테니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유강후는 코웃음을 치더니 입을 다물었다.위층에 올라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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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온다연은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그동안의 불안과 걱정을 한순간에 보상받은 느낌이랄까. 그녀는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조산했을 때 20주밖에 되지 않아 십중팔구 살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기적이 있을 줄이야.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아기의 작은 손을 살짝 건드렸다.아기는 잠들어 있었지만 손을 꼼지락거리며 반응을 보였고 가냘프게 옹알거렸다.그 부드러운 촉감이 온다연에게는 꿈만 같았다.그녀가 이렇게 자기 아이를 만진 것은 처음이다.이전에는 문밖에 멀찍이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이제 그녀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질 수도 있다.아직 안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살짝 만지고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굉장히 만족했다.그녀는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탐욕스럽게 훑어보았고, 그 진지한 모습은 마치 아기의 모습을 머릿속에 새기려는 것 같았다.이제 이 세상에서 그녀는 혼자가 아니다.영원히 그녀를 떠나지 않고 영원히 그녀를 버리지 않을 아이가 생겼다.그녀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함께할 것이다. 이렇게 조그마한 아기에서 점차 소년이 되고, 소년에서 아빠처럼 키 크고 듬직한 남자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그녀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요를 불러주며 눈이 올 때는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여름의 밤바람 속에서 함께 잠자리를 잡을 것이다.꽃이 만발한 산비탈에 가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고상한 음악 연주를 듣기도 하며 함께 긴 거리를 거닐며 인간 세상을 체험하게 할 것이다.그녀의 모든 희망과 사랑이 여기에 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아이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눈시울을 붉히자, 유강후는 마음이 아파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고 울지도 마. 이제는 정상적인 아기와 똑같아. 며칠 더 지나면 안을 수도 있어. 그때 실컷 안아주면 돼.”온다연은 여전히 뚫어져라 아기를 들여다보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기뻐서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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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보더니 말했다.“여기서 아기를 좀 더 보고 있어. 전화 좀 받고 올게.”아기에게 정신이 팔린 온다연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그래요.”방에서 나온 유강후는 직접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남하윤은 주희의 병실에 없었다.주희는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기대어 앉아 사람을 갈기갈기 찢으려는 듯이 날이 선 눈빛으로 유강후를 쏘아보았다.유강후도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키가 큰 데다 카리스마가 있어 같은 높이에서 마주 보아도 상대방을 작아지게 한다.그런 그가 이렇게 내려다보면 상대방에게 한없이 비천한 느낌을 준다.주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강후가 그렇게 보고 있으니, 마음속에서 비천하고 어두운 생각들이 제멋대로 튀어나왔다.그는 지금처럼 자신의 출신과 무능함이 싫었던 적은 없다.하지만 유강후에게 이런 생각을 들키면 안 된다.그는 일부러 경멸의 눈빛을 지었다.“당신은 나를 구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유강후, 나는 당신을 누나 곁에 두지 않을 거야.”유강후는 개미 한 마리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떻게 막을 건데?”“스타인 너의 인지도로? 아니면 남씨 집안 아가씨의 재력으로?”그는 말하면서 손가락에 낀 반지를 문지르더니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너를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쉬워.”“그리고 남씨 집안은 절대 너를 위해 나와 맞서지 않을 거야.”“주희야, 좀 똑똑하게 굴어. 네 형의 은혜를 잊지 못하는 다연의 마음을 잘 이용하고 나랑 얘기할 때 예의를 갖추면 너한테 많은 득이 될 거야.”“스타가 아니라 엔터 회사를 차리는 것도 문제 되지 않아.”그는 거들먹거리면서 주희를 힐끗 보았다.경멸에 찬 그 모습은 더없이 모욕적이었다.“안타깝군. 온다연의 관심을 끌려고 투신자살할 생각을 하다니.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아무도 너를 존중하지 않아.”주희는 화가 나서 이마에 핏줄이 섰지만 억지로 분노를 참으로 코웃음을 쳤다.“다른 사람의 존중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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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3월 25일까지 한 달 남짓 남았는데, 그날이 정말 기대되네.”“그날이 되면 누나는 빨간색 스카프를 매고 형을 그리워할 거야.”“그 스카프는 누나가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형이 생일 선물로 준 것인데, 누나는 정말 좋아했어. 그때는 아까워 매지 않았지만 형이 죽은 후 매년 그날이 되면 그 스카프를 매고 형을 추모했어.”유강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무척 기분 좋아진 주희는 계속해서 그를 자극했다.“누나가 입은 흰색 옷들은 당신이 골라준 거지? 불쌍하네. 이렇게 오래됐는데 누나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도 몰라. 누나는 빨간색을 좋아하고, 해바라기색도 좋아해...”유강후는 움직이는 그의 입술을 보면서 속에서 분노가 조금씩 치밀어 올랐다.온다연이 해바라기를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그녀가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다.하지만 주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온다연은 확실히 빨간색 스카프를 가지고 있다.버들개지가 흩날리던 어느 날 저녁, 본가의 대문 밖에 온다연이 검은색 옷차림으로 서 있었는데, 평소에 본 적이 없는 빨간색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그때는 봄인데도 날씨가 추워서 스카프를 매는 게 정상이었다.하지만 그녀가 그 스카프를 맸을 때 얼마나 예뻤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그날 저녁, 유강후가 차를 몰고 그녀의 곁을 지나갈 때 그녀의 머리카락과 옷이 바람에 휘날렸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유강후는 그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석양 아래서 먹물 같은 머리카락과 검은색 옷차림 때문인지, 피부가 눈보다 더 흰 것 같았고 입술은 짙은 붉은색을 띠었다. 버들개지가 눈송이처럼 그녀의 머리 위에 내려앉아 슬픈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그녀는 조금 전에 울었는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얌전히 거기 서서 겁에 질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당시 가슴이 쿵 하는 느낌이었다.바로 그 순간, 유강후는 인내심을 잃고 앞당겨 행동을 개시하기로 했다.그 후 얼마 지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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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이때 밖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챈 이권이 뛰어 들어와 유강후의 손을 붙잡고 조용히 말렸다.“셋째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이 사람이 죽으면 온다연 씨한테 뭐라고 설명하시겠어요?”유강후는 눈이 빨개지며 몸에서 독기를 내뿜더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체형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 얼굴이 바꾸면 돼. 어차피 다연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 알아보지 못할 거야.”그가 말하면서 손에 힘을 주자, 주희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조금 전까지 발버둥 치던 그가 갑자기 조용해졌고 눈도 감았다.온다연이 만나기 싫어한다는 말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했다.이권은 곧 큰일 날 것 같아 필사적으로 유강후의 손을 잡아당기며 다급하게 말했다.“뭔가 하시더라도 여기서 하시면 안 돼요. 도련님, 손을 놓으세요.”이때 남하윤도 들어왔다.그녀도 이 장면을 보고 혼비백산하며 달려와 필사적으로 유강후의 팔을 잡아당겼다.“대표님, 제발 놔주세요. 주희가 성격이 안 좋아서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했을 거예요. 제가 즉시 데려가겠습니다.”하지만 그녀는 유강후를 움직일 수 없었다.엉겁결에 온다연이 생각난 남하윤이 즉시 소리쳤다.“대표님, 온다연 씨와 곧 결혼하실 텐데, 결혼 전에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건 좋지 않아요. 불길하잖아요.”“그리고 이곳은 병원이고, 온다연 씨가 바로 위층에 있어서 소동이 커지면 알게 될 거예요.”이 말을 들은 유강후는 눈에 더욱 독기가 서렸지만 천천히 손을 놓았다.이를 본 남하윤이 급히 주희를 붙들었다.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이건 마지막 경고야. 또 한 번 나와 온다연의 일에 참견하면 그때는 남씨 가문도 너를 지키지 못해.”그는 남하윤을 힐끗 보았다.“데려가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도록 해요. 매번 선의를 베풀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다음에는 남하윤 씨 체면도 봐주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겼다.잠깐 사이에 그는 차분하고 존귀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방금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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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온다연이 나지막이 말했다.“주희야, 남하윤 씨는 좋은 사람이고 너한테도 잘하니까 잘 만나 봐. 더 이상 그런 극단적인 짓을 하지 말고. 뭐가 소중한지를 알아야 해.”주희는 눈을 내리깐 채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고 나지막이 말했다.“누나는 그렇게 사는 게 좋아요?”온다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주희야, 내게는 사랑하는 아기가 있어.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너도 앞으로 나아갈래?”조용히 웃는 주희, 웃는 모습이 우는 것 같았다.“누나, 예전에 우리 셋이 약속했잖아요. 누나가 집을 받으면 함께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가서 살기로. 이제 나는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 집을 받지 않아도 돼요. 나랑 함께 떠나는 게 어때요?”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옛날 일을 가지고 역겹게 굴지 마. 나와 다연은 아이가 있고 곧 결혼도 할 거야. 죽고 싶으면 혼자 조용히 죽어.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주희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유강후를 가리켰다.“누구나 다 되지만 저 사람은 안 돼요. 유강후는 유씨 집안 사람이잖아요.”“형이 어떻게 죽었는지 잊었어요? 유씨 집안 사람한테 죽임을 당했잖아요. 누나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나는 반대할 권리가 없지만 유씨 집안 사람은 안 돼요.”온다연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주희야, 그렇게 오랜 세월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도 알잖아. 이제 아기가 생겼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고, 내 아이의 아빠면 돼.”주희는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나는 우리 형과의 약속을 잊었네요. 스물다섯 살 때...”온다연이 직접 그의 말을 잘랐다.“그건 나와 네 형 사이의 일이니 너와 상관없어.”그녀는 주희 옆에 있는 남하윤을 쳐다보았다. 남하윤은 극히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그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희야, 나는 앞으로 내 아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거야. 더 이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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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유강후는 몸이 약간 경직되어 있었다. 그녀는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쳐든 후 그의 턱에 뽀뽀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가 그 일은 하지 않았다고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강후는 그녀를 안아 들었고, 몇 걸음 만에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녀가 자주 묵던 방에 들어선 그는 침대에 앉아 그녀를 자기 다리에 올려놓은 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온다연은 그의 시선에 머리가 쭈뼛 섰다.그녀는 유강후가 정말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온다연은 어떻게 해야 화를 풀어줄 수 있을지 몰라 가녀린 손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술을 깨물었다.“아저씨, 저, 저는 정말...”유강후는 굳은 얼굴로 젤리같이 매혹적인 그녀의 입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뽀뽀한 적은 있어?”온다연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연인도 아닌데 왜 뽀뽀를 하지?’하지만 이마에 뽀뽀한 적은 있다.그래서 그녀는 성실하게 대답했다.“이마에 뽀뽀한 적이 있어요.”그녀를 껴안은 유강후의 손에 갑자기 힘이 실렸다. 활활 타오르는 질투심 때문에 그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온다연은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는 잘못을 저지른 초등학생처럼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몇 번이나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비위를 맞추고 용서를 빌려는 의미가 다분했다.하지만 질투심에 불타는 유강후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응대하지 않았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예전처럼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술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댔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다.이전에는 이 방법이 가장 잘 통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뽀뽀해 주면 다 해결됐다.하지만 오늘은 뽀뽀해 줘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의 차가운 태도는 그녀를 서럽게 했다.온다연은 당황해서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이 말했다.“저를 상대하기 싫어요? 그러면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유강후는 여전히 말없이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더욱 서러워진 온다연은 천천히 그의 몸에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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