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세요.”“흥. 말로 이기지 못하겠으니 쫓아버리는 건가? 정수호, 자네 똑바로 들어. 내 앞에서 똑똑한 척하지 마. 속셈도 다 집어치우고. 진작 나한테 다 들켰으니까.”고혜란은 나에게 다가와 차갑게 경고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어머님도 너무 똑똑한 척하지 마세요. 어머님이 생각하시는 게 제 진짜 마음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내 말에 고혜란의 얼굴을 이내 싸늘해졌다.“뭐라고? 지금 나한테 똑똑한 척하지 말라고 했어?”“어머님, 저는 어머님을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저를 모두 다 꿰뚫어 봤다고 자신하지 말라는 뜻이었어요. 제가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흥. 차라리 자네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안 그러면 우리 딸 지능을 의심해야 하니까. 왕정민에게 속은 것도 모자라 자네한테까지 속아 똑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넘어진다니. 나 고혜란은 그렇게 멍청한 딸 둔 적 없으니까.”고혜란은 매사에 자신이 넘쳤다. 심지어 자기가 총명하니 자기 딸도 총명하다고 자신했다. 게다가 자기의 사상을 애교 누나에게 강요했다. ‘어쩐지 애교 누나가 겁 많고 나약하다 했네.’“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그러니 인제 그만 가보시지 그래요?”고혜란은 내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려고 꿰뚫을 것처럼 노려봤다.사실 나는 별생각이 없었다. 단지 고혜란과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고혜란이 가지 않는다면 내가 갈 수밖에.나는 먼저 고혜란을 지나쳐 떠났다.내가 떠나는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고혜란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그도 그럴 게, 자기 딸을 좋아한다고 말하던 사람이 자기한테 잘 보이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무시하고 대꾸하고 그것도 아니면 사탕발림으로 살살 꼬드겼으니 말이다.고혜란은 속으로 점점 자기 딸을 나 같은 사람과 결혼하게 두면 안 되겠다고 확신했다.집에 도착하기 바쁘게 고혜란은 애교 누나를 불러 꾸짖었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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