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1156 챕터

제141화

보주는 행복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아씨, 아씨…!”송석석은 고개를 돌려 보주를 쳐다보았다. 보주는 눈물을 흘리면서 입은 정작 웃고 있엇다. 기괴한 모습으로 달려오는 보주를 보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송석석과 같이 앉아있던 사여묵이 보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보주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맞소?”“기억하십니까?”송석석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당연하죠.” 사여묵이 미소를 지었다. “만종문에 갔을 당시, 저 계집이 대추나무를 흔들고 있는 걸 나와 사형이 목격했었소. 우리를 보았는지 저 아이가 놀라서 나무에서 떨어지더군요.”“만종문에도 가셨어요?”“그렇소. 남강 전쟁에 가기 전까지 1년에 한 번씩은 다녀왔댔소.”6월의 뜨거운 햇빛이 그의 눈가에 비치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던 사여묵이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뒤론 가본 적 없소.”“왕야님을 뵌 기억이 없네요.” 송석석이 의아한 눈빛으로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왜 매년 만종문에 가시는 겁니까?”“그대 사부님과 사숙에게 무공을 배우러 갔소. 난 줄곧 만보재(萬寶齋)에 묵었소. 송 장군은 어렸을 때, 거기를 피해 다녔었죠?”송석석은 숨이 턱 막혔다. ‘만보재를 피해 다닌 것도 알고 있다고?’ ‘사부님과 사숙께서 왕야님 앞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자주 했나 보네.’만보재는 사숙의 거처였지만 안에 암방(暗房)이 있었다. 그녀는 매번 실수할 때마다 암방에 갇혔었다. 그래서 만보재에 갈 일도 없었다.만종문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게 사숙이었다. 사숙의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절로 오금이 저렸고, 만종문 사람들 모두 그를 두려워했다. 사부님조차 사숙의 눈치를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송석석은 사여묵이 매년 만종문에 수련하러 온 사실을 몰랐다.왕야는 그녀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진작 자신에게 옛일을 꺼내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거리를 다 돌고 난 뒤, 예부 시랑(禮部侍郎)은 그들을 데리고 경축연으로 향했다.경축연에는 명부에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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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이방은 진성에 돌아오는 길이 많이 피곤했다.그도 그럴 것이, 전북망은 그녀와 거리를 두고, 그녀의 부축을 받지 않았으며 신체적인 접촉을 꺼려했었다. 그녀와 함께 포로로 잡힌 이들조차도 그녀를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같이 잡힌 포로들이 거세를 당한 이유를 이방은 잘 알고 있다. 이방이 서경 태자를 거세하고 모욕을 주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서경인에게 같은 방식으로 보복당한 것이다. 그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입 밖에 차마 꺼낼 수 없어, 이방에게 원한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여, 아무도 이방과 대화하려 하지 않았고 전부 이방과 거리를 뒀다.이방이 위풍당당하게 나갈 때만 해도 분명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으나, 이방은 반쪽 얼굴이 망가져서 왔다. 심지어 누구도 이방을 존경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방은 이런 것들은 견딜 수 있었다. 다만 그녀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건, 송석석이 병사들의 숭배를 받고, 송석석이 장병들의 보살핌을 받는 사실이다. 북명왕조차 송석석을 입이 닳게 칭찬했다.특히 진경에 돌아왔을 때, 송석석은 어연을 타고 백성의 환영을 받으며 궐에 들어가 경축연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방은 아무 초대도 못 받고 홀로 집에 돌아와야 했기에 심기가 불편했다.이방은 얼굴을 가리고 황급히 장군부에 들어섰다. 그리고 방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아무도 들이지 않았다.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이방은 찬찬히 살펴보았다.송석석보다 원래 못났던 이방은 반쪽 얼굴까지 잃는 바람에 얼굴 피부가 검게 괴사해 촌 동네에서 궂은일을 하는 아녀자 같았다. 자신감 넘치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부녀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장군이 날 무시하는 건, 내가 포로로 잡혔을 때, 성적 모욕을 당했다고 여기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깨끗해.’이방은 자신의 얼굴에 있는 흉터 자국을 쳐다보았다. 전북망이 직접 그녀의 얼굴을 치료했었다.‘내 외모를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야. 외모를 보는 사람이라면 나보다 훨씬 예쁜 송석석과 이혼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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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잠시 넋이 나갔던 이방이 얼른 답했다. “누가 그럽니까? 제가 모욕을 당했다고 누가 그럽니까?”“넌 대답이나 하여라.” 김순희의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밖에 소문이 널리 퍼졌다. 누가 말했느냐고? 사람들 전부 다 알고 있다.”이방은 남강의 일이 이렇게 빨리 진성까지 퍼질 줄 몰랐고, 머리가 큰 돌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닙니다. 포로로 잡힌 것은 사실이나 매질만 당했습니다.”“증인을 찾아 오너라. 너와 포로로 잡힌 자들이 있지 않느냐? 증언을 해달라고 하여라.” 전기가 나섰다.이방은 같이 포로로 잡혔던 자기 사촌 오라비와 병사들이 떠올랐지만 달리 그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전북망이 그들을 찾아가 여러 번 물었지만, 그들 모두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오두막에 같이 갇혔던 자들이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그러나 그들 입에서 다른 말을 들을 수 없었던 전북망은 이방이 성적인 능욕을 당했다고 여기는 수밖에 없었다.이방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해줄 사람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방은 쌀쌀맞게 대꾸했다. “전 결백합니다. 입이 바르지 못한 자들이 헛소리하는 겁니다. 전 신경 쓰지 않습니다.”“네가 신경 안 쓴다고 우리 장군부가 신경을 안 쓰는 건 아니잖느냐? 외출할 때면 매일 남들에게 손가락질당한다. 얼마나 우스운 처지가 됐는지 아느냐?”김순희는 목까지 붉어지며 화를 냈다. “네가 이 집에 시집올 수 있었던 건, 네가 우리 장군부에 도움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명성을 훼손하라고 데려온 게 아니다.”이방이 성릉관에서 큰 공을 세웠기에 앞날이 창창할 줄 알았으나, 남강에서 이렇게 맥없이 돌아올 줄 몰랐다. 이방 때문에 장군부의 위세가 흔들리고 있다.전씨 가문에는 아직 시집과 장가를 못 간 아이들이 있었다.전북삼과 전소환은 나이가 찼음에도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고 줄곧 미뤄왔다. 원래는 전북망 아들 내외가 남강에서 공을 세워 돌아오면 제대로 된 가문을 골라 시집과 장가를 보낼 생각으로 기다렸었다. 하지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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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잠시 고민하던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석석은 국공부의 아씨라 전북망과 다시 혼인해주면 장군부도 체면이 설 것이다. 전에는 이방과 전북망 사이가 급작스럽게 발전한 바람에 아들을 나무랄 시간이 미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장군부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언제 농간을 당했을지 모르는 여자를 며느리로 둔 탓에 가족들 혼사도 영향을 받았다. 만약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합친다면 전북삼과 전소환의 혼사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송석석이 돌아온다면 재물도 자연히 따라올 것이고, 장군부도 가난에서 벗어날 것이다. 김순희는 사실 차례를 연 이후로 약조차 사 먹을 돈이 없었다.송석석은 효심이 지극했다. 그러니 시부모님도 끔찍이 모실 것이다. 게다가 송석석이 예전에 그들에게 태후와의 친분을 자랑하지 않은 탓에 덕을 못 봤지만, 큰 공을 세운 송석석이 다시 며느리로 돌아와 주면 진성의 권세가들은 자연스레 장군부를 추앙할 것이다. 김순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송석석에게 이득 본 것만 떠올랐다. “전에 그렇게 소란을 피웠는데 송석석이 다시 들어오려 할까요?”전기가 말했다. “말하지 않았소? 효심이 깊은 아이이기도 하고, 북망에 대한 애정도 있을 것이오.” 김순희가 턱을 살짝 괴었다.“그렇긴 하지만, 군공을 세워 어깨가 올랐갔을 텐데, 장군부로 들어와 우리 시중드는 게 싫다면 어쩌죠?” “당신이 시어머니이니 효심으로 잘 모셔야죠. 그리고 그 아이는 돈과 아랫사람도 있잖소. 직접 못 돌보겠으면 사람을 부려도 되는 일이잖소?”“그렇긴 하지만, 며느리는 자연히 시부모님을 모셔야 합니다. 예전에도 군말 없이 잘했잖습니까.”“이방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땐, 왜 지적하지 않은 것이오?”“둘이 같은 사람입니까?” 김순희는 고분고분하게 명령에 따르던 송석석의 순한 모습이 떠올랐다. 이방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여자라면, 송석석은 효심이 지극한 여자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굳게 박혔다. 이방이 시중을 들지 않는 것은 괜찮아도 송석석이 시중을 들지 않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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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그리고 그 제안을 송석석이 동의하면 좋은 일이지만, 만약 거부한다면 얼굴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한참이나 고민하던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 “둘째를 불러 먼저 얘기해보는 게 좋겠습니다. 둘째가 거부하면 그때 다시 얘기하시지요.”김순희는 도저히 송석석을 먼저 찾아갈 수 없었다. 설령 송석석이 전북망과 재회하기를 바란다고 해도 시어머니로서 체면을 잃을 것 같았다.장군부는 이방 한 명으로 충분히 곤욕을 치렀다. 송석석 때문에 또다시 입방아에 오를 수 없었다.김순희가 망상에 빠져있을 무렵, 송석석은 지안궁에서 태후를 만나고 있었다.50살도 안 된 태후는 관리가 잘 되어 눈꼬리의 주름만 빼면 여전히 젊었을 때 미모를 유지했다.흰 머리가 몇 가닥 나이긴 하지만 뚜렷하지 않았다.그녀는 매우 우아하고 화려했다. 태후가 부드러운 미소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한마디 말도 없이 전쟁에 나가다니.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으면 내 네 모친을 무슨 낯으로 본단 말이냐?”태후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녀는 송석석이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를 떠올린 땐, 마음 한구석이 콕콕 쑤셨다.“걱정을 끼쳐 송구하옵니다, 마마. 그럴 의도는 아니었사옵니다.”송석석이 얼른 잘못을 인정했다.“이리 오너라, 네 얼굴이 보고 싶구나.” 태후가 그녀를 자애롭게 쳐다봤다.송석석은 태후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으려 했다. 그러나 태후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 “그냥 옆에 앉도록 해.”송석석은 양반집 규수의 모습을 하고 적절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살포시 앉았다.태후는 그녀의 손을 잡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런, 벌거숭이가 따로 없구나. 매산에서 돌아올 때 봤던 벌거숭이랑 똑 닮았어.”태후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진성에 돌아와 머물던 그때, 피부가 얼마나 윤기 흘렀는지 아느냐? 지금 네 꼴을 보아라, 손톱에도 때가 가득하구나.”송석석이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돌아오는 길이 긴박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환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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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태후의 목이 살짝 메었다.송석석은 어릴 때부터 자주 어머니와 함께 궐에 들어와 놀았다. 태후는 그 시절, 황후였다.두 여인이 만나면 평생 지아비를 위해 살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곤 했었다.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태후는 한숨을 쉬며 궐에 갇힌 자기 신세를 한탄했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건 사실이지만 궐의 높은 담장 아래에 평생 갇혀 살아야 했다.송석석의 어머니도 당시 그녀의 말에 동조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밖으로 나가 세상 구경을 해야 한다고 했다.이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송석석은 예닐곱 살 때 집을 떠나 매산 만종문으로 가 무공을 배웠다. 천하제일이 될 수는 없지만, 자기 목숨 정도는 지킬 수 있었다.명문가의 어떤 부모가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을 험한 무술의 세계로 보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송석석의 어머니는 달랐다. 심지어 자기 딸이 언젠간 전쟁을 하러 갈 수도 있다며 송석석의 아버지에게 단호하게 말했었다.그러나 나중에 전쟁에서 지아비와 아들을 잃은 그녀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극에 달했고 생각이 바뀌었다.어쩌면 시집을 가 아이를 낳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적어도 목숨이 보장되니 말이다. 그래서 송석석에게 평범한 아녀자의 삶을 권했을 것이다.태후의 말에 어떻게 대꾸해야 할지 몰랐던 송석석은 결국 침묵했다.만종문에 있을 때, 그녀는 생기가 넘쳤고 활발했다. 벌거숭이처럼 뛰어다녔지만,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집안에 큰 변고가 생기며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죽어갔다. 세상이 여인에게 바라는 모습에 따라 얌전히 살았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송석석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신녀 송구스럽지만, 나중에 다시 얘기 나누면 아니되겠사옵니까.”태후는 부드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돌아가거라. 목욕하고 쉬도록 하거라. 네 냄새를 너무 맡았더니 눈이 맵구나.”태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냄새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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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수란키는 존경할 만한 장군이었다.만약 서경의 2황자가 황위를 차지한 뒤, 태자의 죽음을 밝히고 전쟁을 선포하면 어쩔 수 없이 성릉관으로 출병해야 했다.수란키는 절대 황제가 된 2황자의 명령에 맞서지 않을 것이다.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 없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란키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수란키는 어떻게든 2황자가 태자가 되고, 황위를 이어 받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한편, 사여묵은 송석석과 그녀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황제께 전했다.황제는 뿌듯해하며 송석석에게 큰 찬사를 보냈다.황제는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황후께도 여러 번 말했지만 송석석을 궐에 불러 비로 삼으라고 하신다.”한창 서경 황자의 난에 관해 얘기를 하던 사여묵은 황제의 제안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제를 쳐다보았다. “예, 예? 뭐라고요?”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사여묵은 술이 완전히 깼다.“폐하, 송석석을 궐에 들여 비로 삼을 생각이십니까?”“뭘 그리 흥분해?” 황제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 “군공을 세운 국공의 딸이다. 국공부는 그녀가 관리한다. 송 장군을 따랐던 장군들은 지금 그 딸을 따르고 있다. 여인은 사내처럼 의지가 굳세지 못하니 아비의 지나온 영광에 폐를 끼치는 것보다 궐에 들어와 궁녀가 되는 게 더 적합하다.”사여묵의 목소리가 살짝 격앙되었다.“소신, 폐하께서 이런 염려를 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송 장군은 이번에 처음 전쟁에 참여한 건 맞지만, 앞으로 이, 삼 년은 전쟁 날 일이 없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대비해서 뭐합니까?”“미리 대비하는 게 나중에 모든 걸 잃고 대비하는 것보다 낫다.”황제가 어두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근데 어찌 이리 흥분하는 것이냐? 비록 네 휘하이긴 하나, 그녀와 넌 혼례를 할 수 없다. 짐이 후궁을 들이겠다는데 왜 네가 반대하느냐?”사여묵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직접 물으셨습니까? 궐에 들어오겠다고 하덥니까? 그런 여인이 어찌 폐하의 후궁이 되어 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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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사여묵은 어떻게든 송석석이 후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송석석처럼 자유로운 사람이 높은 담벼락에 갇혀 살면 안 된다.“궐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소신의 사람입니다. 억지로 빼앗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뜻은 묻지도 않으셨잖습니까.”“이유가 되지 못한다.”“겨우 혼인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렇게 강압적으로...”황제가 사여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전쟁도 그런 식으로 하느냐? 적군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거야? 적의 감정까지 돌보는 건가?”그러나 사여묵은 물러서지 않았다. “적군이 아닙니다.”다시 날카로운 모습을 찾은 사여묵은 송석석을 대놓고 지켰다. “송씨 가문은 참혹하게 멸문당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운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후궁이 되라고 강요할 수 있습니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까?”황제와 사여묵은 오랫동안 눈을 부라리며 서로 노려보았다. “솔직하게 말하마. 반역을 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다. 그건 핑계다. 진심으로 그 애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후궁으로 남겨 내 곁에 두고 싶은 거다.”“궐에 아름다운 여인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폐하의 마음에 드는 여인이 부족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여인을 평생 궐에 가두는 건 불공평합니다.”황제는 어안이 벙벙했다. “사여묵, 내가 누굴 후궁으로 삼든, 그건 내 일이다. 군공을 세웠다고 네가 내 일에 간섭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말아라.”“간섭할 겁니다! 어떻게든 간섭할 겁니다!” 사여묵은 목청껏 외쳤다. 잘생긴 얼굴이 핏기가 서 얼굴이 붉어졌다.황제가 싸늘하게 말했다. “짐은 내일 당장 성지를 내리겠다.”“궐에서 한발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성지를 쓰거나 전하는 자가 있다면 소신이 나설 겁니다.”“내 직접 성지를 쓰겠다. 감히 나를 막아서겠다는 것이냐?”사여묵이 목청껏 외쳤다. “오 공공, 당장 북명왕부로 사람을 보내. 내 옷을 받아 오시게. 며칠간 어서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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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술을 깨는 탕약까지 마시고 숨을 돌린 황제는 오 공공을 데리고 제용전으로 향했다. 오 공공이 조심스레 물었다. “폐하, 송 장군을 후궁으로 삼으시려는 겁니까?”황제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짐이 자기 동생과 여인을 빼앗을 사람으로 보이느냐? 설령 짐이 그 애를 후궁으로 삼고 싶어도 태후께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태후 마마와 송 장군의 어머니가 친자매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친했다. 태후께서 어찌 자기 딸과 같은 여인을 후궁으로 들이겠느냐?”오 공공이 미소를 지었다. “폐하께서 왕야님을 압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송 장군이 후궁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왕야께서 자기 마음을 털어놓길 바라셨던 거지요?”오 공공은 슬그머니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가 한탄했다. “송회안 장군이 희생당하고 사여묵은 전쟁에 나가라는 성지를 받았다. 사여묵은 전쟁 가기 전에, 국공부를 찾아가 송씨 부인에게 간청했다. 남강을 수복하고 돌아와 송석석과 혼례를 올리겠다고. 그러나 송씨 부인은 자기 딸을 전북망에게 시집보냈다. 이 일을 사여묵에게 어찌 알려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구나. 혹여 연모하던 여인이 다른 사내에게 시집갔다는 말에 정신이 흐트러져 전쟁에서 패배할까 봐 걱정되었으나, 시안은 사여묵에게 서신을 보내 이 소식을 알렸고, 저 멀리 남강에서 알게 된 사여묵이 매우 슬퍼했었지.” 황제는 자기 이마를 살짝 눌렀다. “전북망은 그 애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전공을 세우고 돌아오자마자 첩을 들이겠다고 내게 청하더구나. 송석석이 미련 없이 그와 헤어지겠다고 할 줄도 몰랐다만. 한순간 화가 나서 내린 결정이라고 여긴 내 생각이 짧았던 게야, 부인이라도 지아비를 무조건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송석석을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짐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느냐? 내 동생에게 기회가 생긴 것 같으면서도 송석석의 과거가 신경 쓰이더구나.”오 공공이 황급히 말했다. “폐하께 낚인 걸 보니, 왕야님 마음속에 아직 송 장군이 있나 봅니다.”황제가 코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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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잠에서 깨었을 땐 이미 다음날 정오였다.잠이 계속 쏟아졌지만, 궐에 들라는 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머리를 빗고 단장을 마친 송석석이 하품을 하며 물었다. “보주, 내 친구들은 일어났어?”“아직 주무시고 계세요.” 보주는 어젯밤 송석석의 방에 있는 부드러운 침대에서 잠을 잤다. 아씨를 지킬 수 있어 얼마나 마음이 편안했는지 몰랐다.“깨우지 말고 계속 자게 해. 사흘 밤낮을 자도 신경 쓰지 마라.” 사실 그녀도 내일까지 깨지 않고 자고 싶었다.보주는 그녀의 상투를 빗질해 주고 보석이 박힌 비녀를 골라 꽂았다. 얼굴에 있는 멍 자국을 보고 있자니, 보주는 마음 한편이 아팠다. “네, 아씨. 진복 아저씨한테 들었어요. 장군님과 도련님들도 전쟁에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며칠씩 잠든다고 하셨어요.”“그래.” “궐에서 보낸 사람이 태후마마의 사람이더냐, 황제폐하의 사람이더냐?”보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후마마의 사람입니다.”송석석이 의아한 듯 물어다. “황후마마?”그녀는 제 황후(齊皇後)와 왕래하지 않았다. 매산에서 돌아와 궐에 들 때면 태후에게 인사를 올리고 지나가던 길에 황후에게 인사를 올린 게 전부였다.그렇게 딱 한 번 인사를 올린 적 있는 황후였기에, 그녀는 황후의 얼굴로 자세히 몰랐다. 황후의 부친은 이부 상서(吏部尚書)이고, 제씨 가문(齊家)은 백 년 된 명문가이다. 조상들 대다수가 현신(賢臣)과 대학자(大儒)로 제황후는 규방(閨房)에서 유명했다.일찍이 당시의 태자, 지금이 황제와 혼사를 했기에 내각을 나가기 전부터 유명했었다. 다만 송석석은 그녀와 직접 대면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 이전에 매산에 있었고, 돌아온 뒤에는 어떤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았었다.그렇기에 제 황후와 친분이 없었다. 자신을 왜 궁으로 불렀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고, 궐에 들어가서 직접 대면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한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궐로 향했다.궐에 들어서자, 제 황후를 옆에서 모시던 상궁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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