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여묵은 어떻게든 송석석이 후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했다. 송석석처럼 자유로운 사람이 높은 담벼락에 갇혀 살면 안 된다.“궐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동의할 수 없습니다. 소신의 사람입니다. 억지로 빼앗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뜻은 묻지도 않으셨잖습니까.”“이유가 되지 못한다.”“겨우 혼인이라는 굴레 속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렇게 강압적으로...”황제가 사여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전쟁도 그런 식으로 하느냐? 적군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거야? 적의 감정까지 돌보는 건가?”그러나 사여묵은 물러서지 않았다. “적군이 아닙니다.”다시 날카로운 모습을 찾은 사여묵은 송석석을 대놓고 지켰다. “송씨 가문은 참혹하게 멸문당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큰 공을 세운 공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후궁이 되라고 강요할 수 있습니까?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입니까?”황제와 사여묵은 오랫동안 눈을 부라리며 서로 노려보았다. “솔직하게 말하마. 반역을 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다. 그건 핑계다. 진심으로 그 애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후궁으로 남겨 내 곁에 두고 싶은 거다.”“궐에 아름다운 여인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폐하의 마음에 드는 여인이 부족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여인을 평생 궐에 가두는 건 불공평합니다.”황제는 어안이 벙벙했다. “사여묵, 내가 누굴 후궁으로 삼든, 그건 내 일이다. 군공을 세웠다고 네가 내 일에 간섭할 수 있다고 여기지 말아라.”“간섭할 겁니다! 어떻게든 간섭할 겁니다!” 사여묵은 목청껏 외쳤다. 잘생긴 얼굴이 핏기가 서 얼굴이 붉어졌다.황제가 싸늘하게 말했다. “짐은 내일 당장 성지를 내리겠다.”“궐에서 한발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성지를 쓰거나 전하는 자가 있다면 소신이 나설 겁니다.”“내 직접 성지를 쓰겠다. 감히 나를 막아서겠다는 것이냐?”사여묵이 목청껏 외쳤다. “오 공공, 당장 북명왕부로 사람을 보내. 내 옷을 받아 오시게. 며칠간 어서방에
술을 깨는 탕약까지 마시고 숨을 돌린 황제는 오 공공을 데리고 제용전으로 향했다. 오 공공이 조심스레 물었다. “폐하, 송 장군을 후궁으로 삼으시려는 겁니까?”황제가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짐이 자기 동생과 여인을 빼앗을 사람으로 보이느냐? 설령 짐이 그 애를 후궁으로 삼고 싶어도 태후께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태후 마마와 송 장군의 어머니가 친자매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친했다. 태후께서 어찌 자기 딸과 같은 여인을 후궁으로 들이겠느냐?”오 공공이 미소를 지었다. “폐하께서 왕야님을 압박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송 장군이 후궁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왕야께서 자기 마음을 털어놓길 바라셨던 거지요?”오 공공은 슬그머니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가 한탄했다. “송회안 장군이 희생당하고 사여묵은 전쟁에 나가라는 성지를 받았다. 사여묵은 전쟁 가기 전에, 국공부를 찾아가 송씨 부인에게 간청했다. 남강을 수복하고 돌아와 송석석과 혼례를 올리겠다고. 그러나 송씨 부인은 자기 딸을 전북망에게 시집보냈다. 이 일을 사여묵에게 어찌 알려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구나. 혹여 연모하던 여인이 다른 사내에게 시집갔다는 말에 정신이 흐트러져 전쟁에서 패배할까 봐 걱정되었으나, 시안은 사여묵에게 서신을 보내 이 소식을 알렸고, 저 멀리 남강에서 알게 된 사여묵이 매우 슬퍼했었지.” 황제는 자기 이마를 살짝 눌렀다. “전북망은 그 애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전공을 세우고 돌아오자마자 첩을 들이겠다고 내게 청하더구나. 송석석이 미련 없이 그와 헤어지겠다고 할 줄도 몰랐다만. 한순간 화가 나서 내린 결정이라고 여긴 내 생각이 짧았던 게야, 부인이라도 지아비를 무조건 사랑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송석석을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그 순간, 짐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느냐? 내 동생에게 기회가 생긴 것 같으면서도 송석석의 과거가 신경 쓰이더구나.”오 공공이 황급히 말했다. “폐하께 낚인 걸 보니, 왕야님 마음속에 아직 송 장군이 있나 봅니다.”황제가 코웃
잠에서 깨었을 땐 이미 다음날 정오였다.잠이 계속 쏟아졌지만, 궐에 들라는 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머리를 빗고 단장을 마친 송석석이 하품을 하며 물었다. “보주, 내 친구들은 일어났어?”“아직 주무시고 계세요.” 보주는 어젯밤 송석석의 방에 있는 부드러운 침대에서 잠을 잤다. 아씨를 지킬 수 있어 얼마나 마음이 편안했는지 몰랐다.“깨우지 말고 계속 자게 해. 사흘 밤낮을 자도 신경 쓰지 마라.” 사실 그녀도 내일까지 깨지 않고 자고 싶었다.보주는 그녀의 상투를 빗질해 주고 보석이 박힌 비녀를 골라 꽂았다. 얼굴에 있는 멍 자국을 보고 있자니, 보주는 마음 한편이 아팠다. “네, 아씨. 진복 아저씨한테 들었어요. 장군님과 도련님들도 전쟁에서 돌아오면 너무 피곤해서 며칠씩 잠든다고 하셨어요.”“그래.” “궐에서 보낸 사람이 태후마마의 사람이더냐, 황제폐하의 사람이더냐?”보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후마마의 사람입니다.”송석석이 의아한 듯 물어다. “황후마마?”그녀는 제 황후(齊皇後)와 왕래하지 않았다. 매산에서 돌아와 궐에 들 때면 태후에게 인사를 올리고 지나가던 길에 황후에게 인사를 올린 게 전부였다.그렇게 딱 한 번 인사를 올린 적 있는 황후였기에, 그녀는 황후의 얼굴로 자세히 몰랐다. 황후의 부친은 이부 상서(吏部尚書)이고, 제씨 가문(齊家)은 백 년 된 명문가이다. 조상들 대다수가 현신(賢臣)과 대학자(大儒)로 제황후는 규방(閨房)에서 유명했다.일찍이 당시의 태자, 지금이 황제와 혼사를 했기에 내각을 나가기 전부터 유명했었다. 다만 송석석은 그녀와 직접 대면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 이전에 매산에 있었고, 돌아온 뒤에는 어떤 연회에도 참석하지 않았었다.그렇기에 제 황후와 친분이 없었다. 자신을 왜 궁으로 불렀는지 이유도 알 수 없었고, 궐에 들어가서 직접 대면해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한 송석석은 보주와 함께 궐로 향했다.궐에 들어서자, 제 황후를 옆에서 모시던 상궁 란
송석석과 보주는 황후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앞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황후마마의 부름을 받고 몸종과 함께 왔사옵니다.”황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그만 일어나시오.”“황후마마, 감사하옵니다.”송석석과 보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황후는 송석석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황후는 예전에 송석석을 만난 적 있는데, 그때도 송석석이 매우 아름다워 살짝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고된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그녀의 피부는 많이 상해 있었음에도 여전히 절세미인이었다.황제가 자신에게 송석석을 불러 후궁으로 들어올 생각 있는지 물어보라는 말에 그녀는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송석석처럼 무술에 재능이 있으면서도, 절세미인이기도 한 여인이 궁에 들어오면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을 것이다. 물론 신분과 지위가 황후보다 못하겠지만, 황제의 마음을 얻는 것만으로 이미 승자인 셈이다.다만 현명했던 황후는 대놓고 적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송석석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전 장군은 처자의 소중함을 몰라보고 눈앞의 새로운 것에 눈이 팔려 이리 귀한 여인을 알아보지 못했구려.”황후의 칭찬인 것 같으면서도 칭찬 같지 않은 말에 송석석은 기분이 묘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다만 황후가 자신에게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궁금할 뿐이었다.황후가 차 한 모금을 들이키고, 손톱에 낀 금색의 호갑투(護甲套)로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어루만지더니 큰 결심을 한 듯 송석석을 쳐다보았다.“그래도 명주는 명주인 법, 흙모래에 가려졌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명주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터니.” 송석석은 자신에게 지아비를 소개해 주려는 것 같은 황후의 의미심장한 말에 불쾌했지만, 티를 내지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신녀는 지나간 일을 뒤돌아보지 않사옵니다. 사람은 앞날을 보며 살아가야 한다 생각하옵니다. 신녀를 명주에 비유한 것은 당치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신녀는 그저 어릴 때부터 매산에서 무예를
장춘궁에서 나와 출궁을 하던 중, 사여묵과 송석석이 마주쳤다.술에서 덜 깬 사여묵은 어제 입고 온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전투복과 녹슨 투구를 한 채, 금옥관을 묶고 있었다. 붉은 궁문에 기댄 그에게서 익숙한 땀 냄새가 났다.나른한 눈빛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멍하니 쳐다보는 사여묵에게 다가간 송석석이 손을 흔들었다.“어제 궐에 묶으셨어요?”“그래.”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차림이 예쁘구려. 부잣집 규수 같소.”송석석이 웃음을 터트렸다.“원래 부잣집 규수였습니다만.”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황후께서 궐에 들어와 후궁이 되라고 하셨소?”송석석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어찌 황후마마께서 하신 말을 알고 계신 거예요?”사여묵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어젯밤 태후마마를 만났으니 오늘 황후마마께 문안을 올리러 올 것 같았소.”“정확하셔요. 왕야님께서 이 사달이 난 내막을 알고 계시나 봅니다.” 송석석이 사여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황제 폐하께서 저를 궐에 들이시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계세요?”이리저리 알아보는 것보다야 사여묵에게 직접 묻는 편이 훨씬 신뢰가 있었다.어두운 눈빛을 한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수락했소?”송석석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으로 답했다.“수락이라뇨? 줄곧 오라비로 여긴 폐하의 후궁이 될 수 없습니다.”사여묵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폐하와 왕야님께서 제 오라비 때문에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셨고 저도 자연스레 두 분과 놀았지요. 그때부터 두 분을 제 오라비로 여겼습니다.”그녀의 말을 듣던 사여묵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오라비?”송석석은 사여묵이 자기 대신 황제에게 마음을 전해주길 바랐다.“그렇습니다. 폐하와 왕야님은 제게 오라비 같은 존재예요.”사여묵이 다시 물었다. “폐하를 오라비로 여기는 것이오? 아니면 나도 오라비로 여기는 것이오?” “두 분 다요.”송석석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황제의 비웃음에 사여묵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아직은 오라비에 불과하지만, 그녀가 후궁이 되지 않으면 둘 사이 감정은 천천히 키울 수 있다고 믿었던 사여묵은 황제에게 인사를 건넨 자리에서 일어났다.황제는 그의 뒷모습을 힐끔 쳐다보더니 오 공공을 찾았다. “오 공공!”“폐하, 찾으셨사옵니까?” 오 공공이 신전문을 열고 들어와 몸을 숙였다.“송석석이 3개월 안에 인연을 찾지 못하면 귀비로 봉한다고 전하거라.”오 공공이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폐하, 그리하겠사옵니다.”“북명왕에게도 짐의 말을 알릴 거라. 단 쓸데없는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마라.” 황제의 명에 오 공공이 답했다. “그리하겠사옵니다.”“가서 전하라.”황제는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말했고 오 공공이 나간 지 얼마 안 돼, 황후가 찾아왔고 황제는 그녀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었다. “말씀하시오!”황후는 상궁을 데리고 들어왔다. 상궁의 손에 쟁반이 들려 있었다는데 쟁반 위에는 탕약이 놓여 있었다.황후가 온화하게 말했다. “어제 과음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신첩이 직접 간을 보호하는 탕약을 다려 왔사옵니다.”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후께서 마음이 깊구려. 이리 가져 오시게.”황후는 직접 탕약을 들고 황제에게 다가가 숟가락으로 탕약을 떠 그에게 건넸다. “폐하, 드시지요.”황제는 황후가 들고 온 그릇이 평소 좋아하던 그릇인 것을 알아차리고 탕약이 든 그릇을 들어 벌컥벌컥 마신 뒤 물었다. “송석석은 뭐라고 하든가?”황후는 란희에게 빈 그릇을 건넨 뒤, 황제의 옆에 앉아 부드럽게 말했다. “신첩, 송 장군에게 후궁에 관한 말을 꺼내자 매우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혔사옵니다. 심심해할 신첩 위해 말동무가 되어 주겠답다고 하옵니다.”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황후는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 황제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더니 잠시 망설였다. “여동생이 없는 신첩은 송 장군의 제안이 매우 마음에 들었사옵니다.”황제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국공부로 들어오자마자 오 공공이 따라 들어와 황제의 말을 전했고 송석석은 너무 놀라 입만 벙긋거렸다.‘석 달 동안 지아비를 찾지 못하면 후궁이 되라니?’그녀는 오 공공만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을 물렸다. “오 공공, 폐하께서 이러는 이유가 있으십니까?”만약 석 달 동안 지아비를 찾지 못하면 자신의 후궁이 되라는 황제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면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권력을 이용해 그녀를 압박하고 있는 황제 때문에 그녀는 후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나, 그럼에도 그녀에게 석 달이라는 시간을 준 게 이상했다.“석 달 동안 아씨와 혼례를 치르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건 폐하께 맞서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실런지요?”“폐하께서 왜 내 혼사에 관여하시는 겁니까?”오 공공이 답했다. “아씨께서 폐하를 오라비로 여기시니 폐하께서도 오라비의 마음으로 동생의 혼사를 걱정하는 것입니다.”오 공공의 말에 송석석은 폐하의 미움을 받을 각오로 용감하게 말했다. “어떤 오라비가 동생이 혼례를 안 치른다고 자신의 부인으로 삼습니까?”오 공공이 한숨만 내쉬며 아무 말이 없었고 송석석은 결국 어떤 실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그녀와 황제는 어릴 적 같이 뛰놀았던 게 전부였다.매산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잃고 어머니를 따라 종종 궐에 들었을 때, 황제는 그녀를 친동생처럼 여기며 매우 온화하게 대했다.‘왜 갑자기 전쟁에서 돌아온 나를 후궁으로 맞으시려는 거지? 후궁을 들이고 싶거든 폐하께서 간택을 하면 되거늘 어찌 한 번 다녀온 날 후궁으로 들이려는 걸까? 정말 내게 마음이 있다면 내가 전북망과 혼례를 하기 전에 어머니께 말해 궐에 들이는 방법도 있었어.’하필 그녀가 이혼하고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뒤에야 후궁으로 들이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을 뿐더러 황후가 그 얘기를 전하기 위해 그녀를 궐에 불렀다.후궁이 되지 않겠다는 뜻을 들은 황제는 그녀에게 석 달이라는 기한을 주며 혼례를 재촉하는
송석석은 친구들이 남강 전쟁을 도와준 것으로 충분히 고마웠고, 더는 신경 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오 공공이 찾아와 전한 말을 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남강 전쟁에서 우리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희생 당했고, 그들의 복수하려고 난 남강 전쟁에 참가했어. 날 도와 함께 싸워준 이 은혜는 꼭 기억할게.”무림의 규칙은 원수는 갚아야 하는 것이고 그들은 친구인 송석석을 도와 복수를 하는 게 당연했다. 송석석이 호탕하게 말했다. “배불리 먹었으면 거리에 나가서 물건 좀 사갈래? 사문에게 내 물건 좀 가져다줘.”“폐하께서 보상을 주지 않아 은자도 없는 걸?” 몽동이가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께서 잊으신 건 아닐까?”송석석이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 없어. 폐하께서 직접 세 개 군에 상을 내리겠다고 했어. 우린 전공을 세웠고 분명 상을 받을 거야.”“폐하께서 황금 백 냥을 줬으면 좋겠다. 10년 치 임대료를 해결할 수 있다고.”몽동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몽동이가 속한 고월파는 매산에 있지만 매산은 만종문 소유이기에 매년 만종문에게 임대료를 내야 했으나 고월파는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었고 몽동이의 사부님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던 탓에 문파 제자들은 내공 무술을 닦는데만 열중했지 산에서 내려와 장사하지 못했다.“연지가루를 몇 개 사서 누이들과 나눌 거야. 소탈하고 소박한 사람들이라 내가 챙기는 수밖에 없어. 돌아갈 때 채단도 몇 개 사가야 내가 전쟁에 나갔다고 뭐라 하시지 않을 거야... 비녀도 사야지!”시만자가 그의 말을 끊었다. “네 사부님은 전쟁에 나갔다고 비난할 분이 아니지만 그런 물건을 사서 돌아간다면 네 열 손가락을 자를 것이야.”시만자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때마침, 부 장군 장대성이 그들에게 상을 건네주러 왔다.네 사람은 황금 2백 냥을 받았고 송석석은 성을 무너뜨리는 큰 공을 세웠기에 황금 천 냥을 받았으며 정4품 장군으로 승진했지만 어떤 직책도 주지는 않았다.앞니로 황금을 살짝 깨무는 몽동이에게 시만자가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