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부로 들어오자마자 오 공공이 따라 들어와 황제의 말을 전했고 송석석은 너무 놀라 입만 벙긋거렸다.‘석 달 동안 지아비를 찾지 못하면 후궁이 되라니?’그녀는 오 공공만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을 물렸다. “오 공공, 폐하께서 이러는 이유가 있으십니까?”만약 석 달 동안 지아비를 찾지 못하면 자신의 후궁이 되라는 황제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면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결국 권력을 이용해 그녀를 압박하고 있는 황제 때문에 그녀는 후궁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으나, 그럼에도 그녀에게 석 달이라는 시간을 준 게 이상했다.“석 달 동안 아씨와 혼례를 치르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건 폐하께 맞서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실런지요?”“폐하께서 왜 내 혼사에 관여하시는 겁니까?”오 공공이 답했다. “아씨께서 폐하를 오라비로 여기시니 폐하께서도 오라비의 마음으로 동생의 혼사를 걱정하는 것입니다.”오 공공의 말에 송석석은 폐하의 미움을 받을 각오로 용감하게 말했다. “어떤 오라비가 동생이 혼례를 안 치른다고 자신의 부인으로 삼습니까?”오 공공이 한숨만 내쉬며 아무 말이 없었고 송석석은 결국 어떤 실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 그녀와 황제는 어릴 적 같이 뛰놀았던 게 전부였다.매산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잃고 어머니를 따라 종종 궐에 들었을 때, 황제는 그녀를 친동생처럼 여기며 매우 온화하게 대했다.‘왜 갑자기 전쟁에서 돌아온 나를 후궁으로 맞으시려는 거지? 후궁을 들이고 싶거든 폐하께서 간택을 하면 되거늘 어찌 한 번 다녀온 날 후궁으로 들이려는 걸까? 정말 내게 마음이 있다면 내가 전북망과 혼례를 하기 전에 어머니께 말해 궐에 들이는 방법도 있었어.’하필 그녀가 이혼하고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뒤에야 후궁으로 들이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을 뿐더러 황후가 그 얘기를 전하기 위해 그녀를 궐에 불렀다.후궁이 되지 않겠다는 뜻을 들은 황제는 그녀에게 석 달이라는 기한을 주며 혼례를 재촉하는
송석석은 친구들이 남강 전쟁을 도와준 것으로 충분히 고마웠고, 더는 신경 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오 공공이 찾아와 전한 말을 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남강 전쟁에서 우리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희생 당했고, 그들의 복수하려고 난 남강 전쟁에 참가했어. 날 도와 함께 싸워준 이 은혜는 꼭 기억할게.”무림의 규칙은 원수는 갚아야 하는 것이고 그들은 친구인 송석석을 도와 복수를 하는 게 당연했다. 송석석이 호탕하게 말했다. “배불리 먹었으면 거리에 나가서 물건 좀 사갈래? 사문에게 내 물건 좀 가져다줘.”“폐하께서 보상을 주지 않아 은자도 없는 걸?” 몽동이가 송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폐하께서 잊으신 건 아닐까?”송석석이 미소 지었다. “그럴 리가 없어. 폐하께서 직접 세 개 군에 상을 내리겠다고 했어. 우린 전공을 세웠고 분명 상을 받을 거야.”“폐하께서 황금 백 냥을 줬으면 좋겠다. 10년 치 임대료를 해결할 수 있다고.”몽동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몽동이가 속한 고월파는 매산에 있지만 매산은 만종문 소유이기에 매년 만종문에게 임대료를 내야 했으나 고월파는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었고 몽동이의 사부님은 고지식한 사람이었던 탓에 문파 제자들은 내공 무술을 닦는데만 열중했지 산에서 내려와 장사하지 못했다.“연지가루를 몇 개 사서 누이들과 나눌 거야. 소탈하고 소박한 사람들이라 내가 챙기는 수밖에 없어. 돌아갈 때 채단도 몇 개 사가야 내가 전쟁에 나갔다고 뭐라 하시지 않을 거야... 비녀도 사야지!”시만자가 그의 말을 끊었다. “네 사부님은 전쟁에 나갔다고 비난할 분이 아니지만 그런 물건을 사서 돌아간다면 네 열 손가락을 자를 것이야.”시만자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때마침, 부 장군 장대성이 그들에게 상을 건네주러 왔다.네 사람은 황금 2백 냥을 받았고 송석석은 성을 무너뜨리는 큰 공을 세웠기에 황금 천 냥을 받았으며 정4품 장군으로 승진했지만 어떤 직책도 주지는 않았다.앞니로 황금을 살짝 깨무는 몽동이에게 시만자가 자신
김순희는 고작 이런 상금을 받기 위해 아들과 며느리를 전쟁에 보낸 게 아니었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승진 기회를 놓친 게 이방 때문인 것도, 전북망이 이방 대신 벌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된 김순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원래 몸이 좋지 않았던 김순희는 분노에 못 이겨 밤중 기절했고 의관을 불러와 주사를 맞아 겨우 회복되었다.그러나 신의에게 약을 사기 위해선 이미 손에 쥔 돈이 없었다. 수중의 돈은 일찍이 탕진했고 차례를 치르기 위해 돈까지 빌렸다. 전북망이 상으로 받은 황금 2백 냥으로 빚은 갚은 뒤 약을 처방받는 수밖에 없었다.‘목숨을 걸고 싸운 결과가 고작 황금 2백 냥이라니!’ 자기가 기절했는데도 수발을 들지 않는 이방을 보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어떻게 저딴 걸 집에 들일 수 있어? 부부가 군공을 얻지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리 효심이 없어서야.”“어머님, 의관이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어요.” 전북망이 침대 곁을 지키며 그녀를 집중시켰다.“오라버니, 이방이 더럽혀졌다는 게 사실이에요?”밤새 김순희의 곁을 지킨 사람은 전소환이었다. 며칠간 마을에 이방에 관한 소문이 끝없이 돌았었다. 친구들에게 자기 새언니라는 사람이 얼마나 더러운 사람인지 알게 된 전소환은 수치심에 죽을 것 같았다. ‘곧 혼인해야 하는데, 새언니라는 사람이 이 사달을 낸 탓에 혼삿길이 막혔어!’전북망이 눈살을 찌푸렸다. “예의 없게 누구 이름을 불러?”“더러운 그 사람을 언니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전소환이 입술을 깨고 침대 옆에 앉았다. “어머니, 둘째 오라버니가 받은 상금으로 여름옷 좀 만들어주세요. 벌써 6월이나 됐는데 입을 옷이 없어요. 작년에 송석석이 만들어준 것만 입어서 다들 비웃어요.”“그래, 사거라.” 김순희의 대답에 전북경이 화를 냈다. “둘째가 받은 상금은 모두 어머니의 약값과 장군부 지출로 써야 하는데, 옷이 웬 말이냐!”전소환은 집안에서 막내이기에 모두 그녀를 귀여워했고 꾸지람 한 번 못 들어보고 귀하게 자랐
사나운 눈빛에 깜짝 놀란 전소환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다가 침대 옆에 주저앉았다. “어머니, 이 여자가 절 때렸어요.”김순희는 사랑스러운 자기 딸이 이방에게 뺨을 맞자 참고 있었던 분노가 터졌다.“둘째야, 네 부인 단속 좀 해라.”전북망은 달려와 뺨부터 날리는 자기 부인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팠다. “어떻게 애한테 손을 댈 수 있소? 잘못했으면 꾸중을 하면 되지, 왜 때리시오?” 이방이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때리면 안 돼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 사람을 탓해야죠.”“내가 말한 것도 아니고 바깥사람들이 그랬다는데, 그럼 다른 사람도 때리지 그래요?”전소환이 흐느끼며 말했다. “바깥사람은 때리지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화내요?”이방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그건 그들의 일이고, 바깥사람이 어떻게 굴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그래도 내가 네 언니인데 단속은 해야 하지 않겠어? 아버님은 상관하지 않으시고 아주버님과 형님도 나 몰라라하고 어머님은 종일 골골 대기나 하시고, 약 살 돈도 없는데 네가 철없이 옷이나 장신구를 사달라고 하지. 적어도 난 군공을 세운 적 있는 장군인데, 네가 뭔데 내 험담을 해?” 이방의 말에 전북망과 민씨는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노부인은 손가락으로 이방을 가리키며 입을 열지 못한채 얼굴만 붉혔다.전북망은 손을 들어 이방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말 조심하시오!”이방은 자기 뺨을 감싼 채 전북망을 멍하게 쳐다보았다.“절 때리신 거예요?”전북망도 깜짝 놀라서 자기 손만 바라보았다. 그간 겪었던 수모와 가족들에게 예의없게 구는 이방의 태도에 화가 다시 한번 이방의 뺨을 때렸고 이방도 화가 나서 모퉁이에 있는 의자를 한 손으로 들어 전북망의 머리 쪽으로 휘둘렀다. “어디 누가 죽는지 봅시다!”전북망은 이방이 의자를 휘두르는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옆으로 몸을 돌렸고 그 의자는 그대로 전북망의 뒤에 있던 전기에게 부딪쳤다.“아버지!”전북망과 민씨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전기는 머리에
“황당하네요!”가족들의 말에 육씨가 화를 내며 상을 두드렸다. 환하게 밝혀진 등불 때문에 분노한 그녀 얼굴을 볼 수 있었다.전북경과 민씨는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지금 저더러 국공부에 찾아가라는 거예요? 전북망이 이혼한 걸 후회하고 있다고 말할까요? 오라버니가 며느리라는 작자에게 맞았고, 돌아와서 이 아수라장을 정리해달라 어찌 말 합니까?”“형님, 송석석 입장은 생각이라도 해봤어요? 들고 온 혼수를 전부 되돌려 달라고 할 판입니다. 폐하께서 이혼을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 가게까지 털어먹을 작정 아니었나요? 자기 체면 구기기 싫어서 날 보내는 것 같은데, 싫습니다.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그렇지, 그런 일은 못합니다.”“그리고 체면 차리지 않을 거면 연 왕비께 직접 가는 게 어때요? 연 왕비가 둘의 혼례를 보장했고 헤어질 땐 무서워서 감히 부르지 못했다 해도, 다시 합치려면 연 왕비께 허락을 받으셔야죠. 왕비가 사람을 보내 해코지할까 봐 두려우세요?”“아니면 연 왕비께서 병약하기에 가문의 운명을 걸기엔 믿음이 안 가나요? 당신들이 한 더러운 일 때문에 장군부 명예가 훼손당했어요. 조상님께서 쌓으신 공로를 무너뜨린 게 이 집안사람입니다.”육씨는 시시비비를 따지더니 몸종을 불러 그들을 쫓아냈다. 그들의 변명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육씨는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장군부의 경제 상황으로 단설환 조차 사 먹을 수 없었다.자리에 멀뚱멀뚱하게 서 있었던 민씨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서방님, 어머님의 일방적인 희망이에요. 동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거예요.”전북경이 그녀를 질책했다.“그 불순한 말은 무엇이오? 우리 장군부의 모든 영광은 둘째가 세운 공 때문이오. 덕분에 우리도 존경을 받았던 것이오. 송석석이 돌아오든 말든, 가족에게 어찌 이럴 수 있소?”민씨는 남편의 질책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사실 전북망이 장군이 되어 장군부에 영광을 가져다주던 그때, 하필이면 송석석이 아닌 이방을 선택한 것을 누구
전북망이 싸늘한 얼굴로 반복했다.“형님, 송석석을 찾아가지 마세요.”김순희는 전북망이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우리 장군부의 마지막 생명줄이 송석석이다. 이방 때문에 장군부가 어떻게 된 줄 알아? 체면은 다 깎이고 남들 손가락질이나 받고 있지. 고약한 계집애가 감히 시아버지를 때려? 아버지 목숨이 위태로우면 내 당장 친정으로 내쫓아버릴 것이니 다시는 내 눈에 띄게 하지 마.”“그리고 왜 하필 폐하를 찾아가 이방과 혼인을 허락해달라고 간청을 한 것냐?”김순희는 전북망을 바라보며 쌓아뒀던 속내를 털어놓았다.“자기 시아버지를 때리고, 시어머니를 존경하지 않는 여인과 혼례를 하겠다고 간청하다니. 이제 헤어질 때 폐하께 뭐라고 변명할 셈이야?”전북망이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그만 하세요. 폐하께서 절 잊기를 바랄 뿐이에요.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다시 이혼하겠다고 폐하께 청하면 아마 제 벼슬길도 거기서 끝일 겁니다.”김순희가 깜짝 놀라 대꾸했다.“몇 년이 지난 뒤에 찾길 바란다고? 그럼 너한테 출셋길이 틀 것 같으냐? 무장이란 젊었을 때 싸우는 것이다. 이방을 단속 못 한 것 때문에 그런 고초를 겪을 순 없다. 그리고 황제께서 너에게 상도 내리고 경공연에 초대한 걸 보면 아직 널 아끼시는 게 틀림없어.”전북망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전쟁에서 돌아와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었고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그는 가족들에게 성릉관의 일에 관해, 이방이 저지른 참혹한 짓들을 입 밖으로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아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김순희는 속으로 화만 삭였다. ‘이방 때문에 혼례 당일부터 지금까지 장군부는 체면만 잃었어.’김순희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하필 그런 애를 염모해서는… 송석석과 비교도 되지 않는 애를.”전북망은 입술을 달싹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북망도 수천 번 후회했다.두 번의 군공은 그에게 출셋길을 열어주기 충분했으나 이방과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 군
오랫동안 외원을 관리했기에 견문과 식견이 넓었던 진복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아씨, 폐하께서 아씨를 정말 궐에 들일 생각은 없나 봅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당장 어명을 내려 후궁으로 불러들여도 되지요. 그런데 석 달이나 기한을 주셨잖아요.”“나도 알아. 석 달 안에 시집가게 하려는 거야.” 송석석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독신녀로 사는 게 폐하께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버지 조서(诏書)에서 나와 혼인을 하는 자는 작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사항을 봤었는데, 아버지의 작위를 이어받을 사람을 찾으시려는 건가?”“저도 조서에 적합한 사내를 데려와 배양해야 한다고 쓴 걸 봤습니다. 추후에 가문의 대소사를 이어받을 수 있게요. 폐하께서 송씨 가문이 후계자를 찾는 걸 반대하시려는 것인지, 아니면 적합한 후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석 달이라는 기한을 준 것으로 보아, 이미 마음에 드신 후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송석석은 어머니가 남겨주신 팔찌를 만지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자네 말대로 이미 내정된 후보가 있나 보오.”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렸다.또다시 모르는 사람과 혼인을 해, 모르는 사람에게 가문을 맡겨야 했다.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유모 중 한 명, 양 마마가 입을 열었다.“만약 내정된 후보가 있다면 그분께서 데릴사위가 된다는 겁니까? 아이를 낳으면 송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사내가 이를 받아들이려 한단 말입니까? 행여 받아들인다 해도, 직위를 얻고 나서 첩을 들여 서자에게 직위를 물려준다면 그땐 저희는 어찌합니까?”그녀 말대로, 데릴사위가 되어 혼자 들어오는 건 상관이 없지만, 가족 전체를 이 집안에 데려와 살게 할 수는 없었다.그녀의 어머니도 전북망과 혼사를 추진한 가장 큰 이유가, 전북망이 첩을 절대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으나 진성의 어떤 명문가도 첩을 들이지 않는 가문은 없었다. 심지어 평범한 백성조차, 첩을 들이는 게 다반사였다.혼인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었던
그리고 며칠 동안 국공부의 문턱이 닳도록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예전에 왕래가 드물었던 세가의 명부와 관솔들이 갑자기 번갈아 방문하게 된 이유는 황제의 구두 명령 때문이 아니라 송석석이 공을 세워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국공가문에 그녀만 남았지만 국공가문을 책임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혼할 때, 관솔들은 사적인 모임에서 모두 송석석을 문제 삼았고, 그녀는 모든 사람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송석석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로 변해 아무도 감히 그녀를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송석석에게 있어 손님 접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장군의 저택으로 시집오기 전에 어머니가 특별히 사람을 불러 1년 동안 훈련시켰기 때문이었다. 접대란 바로 연극을 하듯 웃고,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사람의 화제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즐겁게 말하고 웃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다가도 문을 나서면 얼굴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큰한 볼을 어루만지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회왕비와 란군주도 왔다. 송석석은 퇴짜 맞은 선물들을 떠올리며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모랑 동생도 왔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회 왕비는 송석석이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송석석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석석아, 이모가 너한테 사과할 게. 그날 네가 사람을 보내서 사촌 여동생에게 선물한 거 좋은 마음이었을 텐데 이모는 네가 이혼하고 돈이 넉넉하지 못할까 봐 돌려보낸 거야. 그러니까 너도 이모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러자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이모도 저 위해서 그런 건데 제가 왜 이모 탓을 하겠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하인에게 분부했다. “여봐라, 다과를 올려오너라.” 그러고는 내색하지 않고 회 왕비를 부축해 좌석에 앉히고 슬쩍 손을 빼냈다. 회 왕비는 진지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