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망이 싸늘한 얼굴로 반복했다.“형님, 송석석을 찾아가지 마세요.”김순희는 전북망이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우리 장군부의 마지막 생명줄이 송석석이다. 이방 때문에 장군부가 어떻게 된 줄 알아? 체면은 다 깎이고 남들 손가락질이나 받고 있지. 고약한 계집애가 감히 시아버지를 때려? 아버지 목숨이 위태로우면 내 당장 친정으로 내쫓아버릴 것이니 다시는 내 눈에 띄게 하지 마.”“그리고 왜 하필 폐하를 찾아가 이방과 혼인을 허락해달라고 간청을 한 것냐?”김순희는 전북망을 바라보며 쌓아뒀던 속내를 털어놓았다.“자기 시아버지를 때리고, 시어머니를 존경하지 않는 여인과 혼례를 하겠다고 간청하다니. 이제 헤어질 때 폐하께 뭐라고 변명할 셈이야?”전북망이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그만 하세요. 폐하께서 절 잊기를 바랄 뿐이에요. 몇 년이 지난 뒤에야 떠올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다시 이혼하겠다고 폐하께 청하면 아마 제 벼슬길도 거기서 끝일 겁니다.”김순희가 깜짝 놀라 대꾸했다.“몇 년이 지난 뒤에 찾길 바란다고? 그럼 너한테 출셋길이 틀 것 같으냐? 무장이란 젊었을 때 싸우는 것이다. 이방을 단속 못 한 것 때문에 그런 고초를 겪을 순 없다. 그리고 황제께서 너에게 상도 내리고 경공연에 초대한 걸 보면 아직 널 아끼시는 게 틀림없어.”전북망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전쟁에서 돌아와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었고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그는 가족들에게 성릉관의 일에 관해, 이방이 저지른 참혹한 짓들을 입 밖으로 도저히 꺼낼 수 없었다.아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김순희는 속으로 화만 삭였다. ‘이방 때문에 혼례 당일부터 지금까지 장군부는 체면만 잃었어.’김순희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하필 그런 애를 염모해서는… 송석석과 비교도 되지 않는 애를.”전북망은 입술을 달싹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전북망도 수천 번 후회했다.두 번의 군공은 그에게 출셋길을 열어주기 충분했으나 이방과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 군
오랫동안 외원을 관리했기에 견문과 식견이 넓었던 진복이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아씨, 폐하께서 아씨를 정말 궐에 들일 생각은 없나 봅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당장 어명을 내려 후궁으로 불러들여도 되지요. 그런데 석 달이나 기한을 주셨잖아요.”“나도 알아. 석 달 안에 시집가게 하려는 거야.” 송석석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독신녀로 사는 게 폐하께 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버지 조서(诏書)에서 나와 혼인을 하는 자는 작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사항을 봤었는데, 아버지의 작위를 이어받을 사람을 찾으시려는 건가?”“저도 조서에 적합한 사내를 데려와 배양해야 한다고 쓴 걸 봤습니다. 추후에 가문의 대소사를 이어받을 수 있게요. 폐하께서 송씨 가문이 후계자를 찾는 걸 반대하시려는 것인지, 아니면 적합한 후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석 달이라는 기한을 준 것으로 보아, 이미 마음에 드신 후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송석석은 어머니가 남겨주신 팔찌를 만지며 마음을 진정시켰다.“자네 말대로 이미 내정된 후보가 있나 보오.”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렸다.또다시 모르는 사람과 혼인을 해, 모르는 사람에게 가문을 맡겨야 했다.이때, 옆에서 듣고 있던 유모 중 한 명, 양 마마가 입을 열었다.“만약 내정된 후보가 있다면 그분께서 데릴사위가 된다는 겁니까? 아이를 낳으면 송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사내가 이를 받아들이려 한단 말입니까? 행여 받아들인다 해도, 직위를 얻고 나서 첩을 들여 서자에게 직위를 물려준다면 그땐 저희는 어찌합니까?”그녀 말대로, 데릴사위가 되어 혼자 들어오는 건 상관이 없지만, 가족 전체를 이 집안에 데려와 살게 할 수는 없었다.그녀의 어머니도 전북망과 혼사를 추진한 가장 큰 이유가, 전북망이 첩을 절대 들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으나 진성의 어떤 명문가도 첩을 들이지 않는 가문은 없었다. 심지어 평범한 백성조차, 첩을 들이는 게 다반사였다.혼인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었던
그리고 며칠 동안 국공부의 문턱이 닳도록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예전에 왕래가 드물었던 세가의 명부와 관솔들이 갑자기 번갈아 방문하게 된 이유는 황제의 구두 명령 때문이 아니라 송석석이 공을 세워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국공가문에 그녀만 남았지만 국공가문을 책임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이혼할 때, 관솔들은 사적인 모임에서 모두 송석석을 문제 삼았고, 그녀는 모든 사람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송석석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로 변해 아무도 감히 그녀를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송석석에게 있어 손님 접대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장군의 저택으로 시집오기 전에 어머니가 특별히 사람을 불러 1년 동안 훈련시켰기 때문이었다. 접대란 바로 연극을 하듯 웃고,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사람의 화제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즐겁게 말하고 웃고,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표정을 짓다가도 문을 나서면 얼굴의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시큰한 볼을 어루만지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회왕비와 란군주도 왔다. 송석석은 퇴짜 맞은 선물들을 떠올리며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모랑 동생도 왔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회 왕비는 송석석이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는 것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송석석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석석아, 이모가 너한테 사과할 게. 그날 네가 사람을 보내서 사촌 여동생에게 선물한 거 좋은 마음이었을 텐데 이모는 네가 이혼하고 돈이 넉넉하지 못할까 봐 돌려보낸 거야. 그러니까 너도 이모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러자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이모도 저 위해서 그런 건데 제가 왜 이모 탓을 하겠어요?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하인에게 분부했다. “여봐라, 다과를 올려오너라.” 그러고는 내색하지 않고 회 왕비를 부축해 좌석에 앉히고 슬쩍 손을 빼냈다. 회 왕비는 진지하게 말했다.
회 왕비와 란군주는 30분 동안 앉아 있다가 떠났다. 송석석은 혐오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얼굴로 그들을 밖으로 배웅했다. 보주는 그녀 대신 억울해서 말했다. “아가씨께서 군주께 선물을 드렸는데 회 왕비께서 돌려보낸 건 분명 아가씨를 경멸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아가씨는 왜 오늘 그분들에게 그렇게 잘해주신 거예요?” 송석석은 화장대 앞에 앉아 보주에게 비녀와 액세서리를 모두 떼라고 분부했다. “누굴 접대하든 다를 건 없어. 그냥 웃는 척하며 인사하면 그만인걸. 그리고 이모가 예전엔 나한테 잘해줬어. 주제도 모르고 이혼한 몸으로 사촌 동생에게 선물을 한 내 탓이지.” “하지만 아가씨께서 직접 간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아가씨께서 이혼당한 게 아니라 황제 폐하께서 이혼을 허락하신 건데 왜 선물도 할 수 없어요?” “보주야,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일일이 따지면 피곤하지 않니?” 송석석은 동경 속의 피곤한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요 며칠 동안 파도처럼 사람들이 몰려와서 정말 쉴 새 없이 손님을 맞이했어. 진성에 관솔이 이렇게나 많은 지 몰랐었어. 하긴, 천하의 가장 존귀한 사람들이 모두 진성에 모였으니 당연한 건가?) 그러자 보주가 말했다. “아가씨께서 마음이 너그러우신 거예요.” 송석석은 동경 속의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것까지 따지면 힘들어서 난 벌써 목숨을 끊었을 거야.) 송석석은 회 왕비에게도 다른 관솔들을 대하듯 조금도 진심을 섞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 거야. 내가 이혼하고 국공부로 돌아왔을 땐 저택에 아무도 없었어. 그러니 쇠퇴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땐 전북망과 이방의 형세가 한창이었기에 회 왕비가 나와 거리를 두면 적어도 장군부의 미움은 사지 않을 테니까 그런 거였고.) 진성에서 회왕부의 원칙은 되도록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었는데 만약 반드시 누군가의 미움을 살 일이 생긴다면 가장 만만한 상대를 골라 미움을 사는 것이었다. 오늘날 송석석은 공을 세웠는데 이방은 아무런 공훈도 없이 군
전 노부인은 전북경과 민 씨, 그리고 전소환과 함께 왔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전 노부인은 발목이 삐어 국공부 문 앞에 털썩 주저앉아 울부짖기 시작했다. “석석아, 평소에 나는 널 친딸처럼 대했어. 네가 장군부에 시집와서 억울한 적 있었니? 내가 너에게 어떤 규칙도 세운 적이 없고, 이혼도 네가 황제 폐하께 부탁해서 한 것인데 왜 날 미워하는 거야? 넌 내가 단신의의 약을 써야만 연명할 수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단신의가 날 치료하는 걸 금지하다니. 넌 내가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냐?” 이때 전소환도 울며 말했다. “그래요, 둘째 형수. 사람이 은혜를 잊으면 안 되지. 애초에 형수 집안이 참혹하게 멸문당했을 때, 어머니는 형수가 너무 슬퍼할까 봐 밤낮으로 형수와 함께 있었고 형수와 함께 힘든 나날을 보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어요?” 전 노부인은 가슴을 움켜쥐고 가슴이 찢어질 듯 울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석석아. 이혼하는 날 네가 날 영원히 어머니로 대하겠다고 해서 내가 너 고생할까 봐 목돈까지 꺼내 너에게 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단신의가 나에게 치료해 줄 수 없게 막다니.” 이혼 당일 송석석이 장군부에서 나올 때 확실히 많은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백성들도 모두 그 모습을 보았던 것이었다. 크고 작은 물건은 물론이고, 송 씨 자제들은 병풍, 의자, 심지어 생필품까지 모두 옮겼다. 그래서 전 노부인이 이렇게 울부짖으니 구경하는 백성들은 당연히 사실이라고 믿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의 허락 하에 이혼했으니 서로 좋게 헤어지면 그만이지, 왜 전 시어머니의 살길까지 막는 거야? 국공부의 명의로 단신의가 전 노부인을 치료하는 걸 금지하다니, 이건 시어머니를 죽이려는 거 아니야?”“이건 너무 지독하잖아. 장군부의 노부인께서 그 정도 했으면 괜찮은 거지. 새로운 규칙도 세우지 않고 국공부의 가문이 망했을 때 심지어 며느리와 밤낮 함께 있어줬다는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는 시어머니가 어디 있어?”“그러게. 전
그의 말에 노부인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바늘 하나 실오라기 하나 해준 게 없는데 뭘 말하겠는가? 노부인은 할 말이 없어 울기만 했다. “해준 게 있는지 없는지는 석석이 오면 알 수 있겠지.” 진복은 계속 평화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게다가 노부인은 저희 아가씨를 친딸처럼 대했다고 했죠. 송 씨 가문이 망할 때 아가씨 곁에 있어준 게 틀린 건 아니지만 실은 노부인께서 편찮으셔서 저희 아가씨가 노부인을 돌보느라 같이 있었던 거잖아요. 심지어 전북망 장군께서 출정하신 후 줄곧 저희 아가씨께서 노부인을 돌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가씨께서 자신의 방에서 산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요. 그리고 장군부의 수입과 지출이 고르지 않아 궁중의 사람들이 일 년 사계절 입는 옷 역시 저희 아가씨의 혼수로 산 것이죠? 전 어르신부터 시누이까지, 비녀 고리에서 신는 신발까지 어느 하나 저희 아가씨가 마련한 게 아닌가요? 심지어 평처까지 신경 썼죠.마지막으로 저희 아가씨께서 단신의가 전 노부인에게 가는 걸 금지했다고 하는데 그건 더더욱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아가씨께서 전 씨 가문으로 시집갈 때부터 노부인의 몸은 좋지 않아서 아가씨께서 단신의를 모셔 노부인의 병을 봐 드린 겁니다. 어르신의 병은 단신의가 만든 단설환을 드셔야 하는데 단설환은 한 알에 은 열 냥은 넘습니다. 일 년 동안 노부인께서 얼마나 드셨는지 모르신다면 단신의에게 기록이 있으니 모셔올까요?” “단신의를 한 번 모셔오는 게 좋겠네요. 저희 아가씨가 단신의에게 당신의 병을 치료하지 못하게 금지한 것인지, 아니면 단신의가 그쪽 가문의 행위를 참지 못해 그런 것인지 알 수 있겠네요. 심지어 애초에 단설환도 주기 싫었는데 그쪽 큰 부인께서 약왕당에 가서 무릎을 꿇어 단신의가 감동해서 준 거였잖아요. 그리고 노부인께서 나잇값을 못하시니 이젠 더 이상 방문해서 치료하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진복은 백성들을 한 눈 보고 계속 말했다. “노부인께서 방금 하신 말씀은 구구절절 울부짖기만 했지 증거는 없어요. 하지만 제
양마마는 냉담한 표정으로 노부인의 말을 끊었다. “황제 폐하께서 결혼을 하사했다니요? 전북망 장군이 전공을 세워 황제 폐하께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부탁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애초에 이방 씨는 평처를 요구했던 거고요. 전북망과 이방이 함께 저희 아가씨에게 찾아가서 어떤 말을 했는지 제가 그대로 한 번 말해볼까요?” “전북망은 앞으로 이방과 결혼하면 다신 저희 아가씨의 방문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라며, 아가씨더러 아내로서 계속 혼수로 장군부를 보조하되 앞으로 이방이 아기를 낳으면 저희 아가씨에게 맡길 테니 그거로 만족하라고 하셨죠. 어디 그것뿐입니까? 이방이 너무 많은 예물을 요구해서 장군부에서 내놓지 못해 저희 아가씨에게 요구했었죠. 저희 아가씨께서 줄 수는 없고 빌려줄 수는 있다고 하니 무정하다며 비난했었고요. 결국 방법이 없으니 저희 아가씨가 불효하다며 쫓아내려고까지 했죠. 쫓겨난 여자는 혼수를 가져올 수 없으니까요. 얼마나 독했으면 이럴 수가 있어요?” “저희 아가씨가 불효하다니요? 장군부로 시집간 후부터 매일 노부인의 병을 간호하고 신혼 첫날부터 출정을 간 전북망을 기다렸지만 그는 이방을 데려와 결혼하겠다고 했죠. 저희 아가씨의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는데 임신은 저희 아가씨 혼자서 한답니까?”진복과 마마의 말이 끝나자 백성들은 발칵 뒤집혔다. “그렇다면 송 씨 아가씨가 아직 결백한 몸이라는 건가?” “장군부에서 너무 한 거 아니야? 전북망이 결혼하겠다고 황제 폐하께 부탁해 놓고서는 송 씨 아가씨의 혼수까지 탐내다니.” “이렇게 뻔뻔한 가문이 어디 있어? 천벌받을까 봐 무섭지도 않나?” “내가 처음부터 이상하다 했어. 송국공 가문은 항상 떳떳하고 남강에서 전공까지 세웠는데 그런 사람일 리가 없잖아?” “내가 듣기론 처음 이혼할 때 송태공께서 장군부에서 너무 사람을 업신여긴다고 화를 냈다던데.” “그리고 단신의의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작년에 내가 약왕당에 갔을 때 장군부 큰 부인이 문 앞에 무릎 꿇어 단신의에게 약을 부탁했지만
진복이 은근슬쩍 주위의 사람들을 치켜세워주고 듣기 좋은 말을 하니 사람들은 정의감이 자극되어 모두 장군부 사람들을 꾸짖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송석석에게 욕을 먹이기는커녕 송석석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전 노부인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떠나버렸다. 전 노부인은 원래 송석석이 돌아오기를 원했지만 전북망이 동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국공부에 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워 백성들의 화젯거리를 송석석에게로 돌리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소란을 피우면 송석석을 구설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국공부의 사람들이 그녀를 쫓아내기라도 하면 송석석은 더 이상 이치를 따질 수 없는 입장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증거까지 대며 반박하고 증인까지 찾아오겠다고 하니 전 노부인은 당황해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일들은 조사하면 안 되는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송석석은 홀에서 차를 마시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진작부터 장군부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었던 송석석은 그들의 말에 놀라지도 않았다.송석석은 그들이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운 목적을 잘 알고 있었다. (이방에게 쏠려있던 백성들의 시선을 돌리고, 내가 화젯거리가 되어 이방과 장군부를 사람들의 입에서 해방시키려는 거겠지. 그리고 백성들의 동정을 얻어내 이방이 공을 탐한 소문을 덮으려는 거겠지. 못난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일일이 화내고 따지면 살 수 있겠어?) 불타는 듯한 날씨에 보주는 송석석의 더위를 식히고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찬 음료를 만들어 주었다. 국공부에 돌아온 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송석석의 피부는 눈에 띄게 하얗고 보드랍게 변했다. 송석석은 웃으며 말했다. “집사와 두 마마에게도 나누어 줘. 화를 가라앉힐 사람은 그들이니까.” 그러자 보주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모두 준비했어요. 그리고 얼음도 충분합니다.” 진복과 두 마마는 돌아올 때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방에 들어가 아가씨를 보자마자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