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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장춘궁에서 나와 출궁을 하던 중, 사여묵과 송석석이 마주쳤다.

술에서 덜 깬 사여묵은 어제 입고 온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전투복과 녹슨 투구를 한 채, 금옥관을 묶고 있었다.

붉은 궁문에 기댄 그에게서 익숙한 땀 냄새가 났다.

나른한 눈빛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멍하니 쳐다보는 사여묵에게 다가간 송석석이 손을 흔들었다.

“어제 궐에 묶으셨어요?”

“그래.”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차림이 예쁘구려. 부잣집 규수 같소.”

송석석이 웃음을 터트렸다.

“원래 부잣집 규수였습니다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후께서 궐에 들어와 후궁이 되라고 하셨소?”

송석석이 눈을 살짝 치켜떴다.

“어찌 황후마마께서 하신 말을 알고 계신 거예요?”

사여묵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어젯밤 태후마마를 만났으니 오늘 황후마마께 문안을 올리러 올 것 같았소.”

“정확하셔요. 왕야님께서 이 사달이 난 내막을 알고 계시나 봅니다.”

송석석이 사여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께서 저를 궐에 들이시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계세요?”

이리저리 알아보는 것보다야 사여묵에게 직접 묻는 편이 훨씬 신뢰가 있었다.

어두운 눈빛을 한 사여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수락했소?”

송석석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으로 답했다.

“수락이라뇨? 줄곧 오라비로 여긴 폐하의 후궁이 될 수 없습니다.”

사여묵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 폐하와 왕야님께서 제 오라비 때문에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셨고 저도 자연스레 두 분과 놀았지요. 그때부터 두 분을 제 오라비로 여겼습니다.”

그녀의 말을 듣던 사여묵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오라비?”

송석석은 사여묵이 자기 대신 황제에게 마음을 전해주길 바랐다.

“그렇습니다. 폐하와 왕야님은 제게 오라비 같은 존재예요.”

사여묵이 다시 물었다.

“폐하를 오라비로 여기는 것이오? 아니면 나도 오라비로 여기는 것이오?”

“두 분 다요.”

송석석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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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바보같은 남자지만 미워하기 힘든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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