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571 챕터

제101화

현갑군은 송석석을 존경했고 그녀에게 복종하기로 했다. 그녀와 대결한 적 있었던 필명도 마찬가지다. 그는 송 장군이 자신에게 휘두른 나무 막대기가 여러 조각으로 변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 일정한 모양으로 변한 나무 조각은 송 장군의 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보여줬다.수많은 나무 조각들이 빠르게 그를 덮쳤다. 필명의 목 언저리에 닿았던 나무 조각은 송석석이 힘 조절을 한 덕분에 가볍게 떨어졌다. 석양이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자 모닥불이 점점 늘어났다. 병사들은 모닥불 근처에 모여 의논하기 시작했다. 송 장군에 관한 것이다.“나무 막대기가 순식간에 조각으로 변했소. 너무 대단하지 않소? 난 마술을 보는 줄 알았소.”“송 장군님의 따님이라 그런지, 역시 대단하네요.”“오로지 실력으로 공을 세운 게 아니면 5품 장군까지 승진할 수 있었겠소?”“염치가 없구려, 애초에 누가 제일 화를 냈는데. 자네가 장군님께 항의하겠다고 나선 걸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저 나무 막대기에 자네가 맞았을 걸세.”“난 이 장군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오. 장군님께서 직접 송 장군님이 전장에 나가는 건 혼인에 대한 복수 때문이고, 자기를 어떻게든 이기려는 것이라고 했잖소. 전 장군님을 후회하게 하려고.”“지금 이 장군님 체면이 말이 아닐 겁니다. 유언비어를 그렇게 퍼뜨렸잖아요. 대결 전에 송 장군님을 얼마나 비난했는데요.”“말조심하시오, 죽고 싶소?”수군대는 소리는 이방의 귓가에 정확히 꽂혔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더없는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였다.이방은 입가의 피를 닦은 뒤 화를 억누르며 성큼성큼 송석석에게 걸어가 물었다. “필명과 도전할 때 내가 성루에서 지켜보고 있단 걸 알고 의도적으로 연기한 것입니까? 내가 대결을 신청하게 유도하기 위해서?”옆에서 듣고 있던 시만자가 차갑게 대꾸했다. “의도적이라니? 그대가 뭐라도 되는 줄 아시오?”“닥치시오. 그쪽은 뭐라도 되시오? 그쪽한테 물었소?”얼굴을 찡그린 이방이 시만자에게 고함을 질렀다.살짝 놀란 시만자
더 보기

제102화

송석석은 도화창을 들어 낮에 필명과 대결했던 곳을 가리켰다. “두 눈이 멀쩡하면 직접 가서 보십시오. 필명이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도화창이 가리킨 곳은 7, 8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았다.이방은 천천히 도화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광경에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바닥에 생긴 다섯 갈래의 균열은 지네가 기어 다닌 듯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한곳으로 집중되었다.아마도 필명이 서 있었던 곳 같았다.필명의 발아래를 통과한 것인지, 다섯 갈래의 균열은 발자국이 있을 법한 곳에 잇닿자 균열의 흔적이 확연히 약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필명의 발에 닿자마자 송석석이 내력 조절을 한 거야.’내력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면 필명은 그 자리에서 두 다리를 잃었을 것이다.필명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결이었다.심호흡을 길게 한 이방은 송석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내 자세를 고친 이방은 전북망의 팔짱을 끼고 그에게 기대 한 번도 짓지 않았던 아름다운 미소를 드러냈다. “네, 전 패배했습니다. 제 실력은 송 장군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성릉관은 제가 세운 첫 번째 공 덕분에 황제께서 우리의 혼인을 상사하셨습니다. 이분은 절 많이 사랑합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송 장군이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고, 설령 관직품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이긴 것은 접니다. 전 여전히 상국의 장군이고 전북망의 부인입니다, 대체 불가한 사실입니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전북망의 부인이 되는 건 내게 아무 의미 없습니다. 상국의 수밖에 없는 직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장군을 대체할 생각도 없습니다. 이 장군이 여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후부터 더는 내게 존경받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웠더라도 인품이 바르지 못하니 말입니다.”이방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허, 이젠 인품을 공격하는 겁니까? 말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더 보기

제103화

사여묵은 송석석을 불렀다.뜨거운 찻잔이 그녀의 앞에 놓였다. 뜨거운 기운이 자욱하게 눈을 덮쳤다.뜨거운 찻물이 입안을 씁쓸하게 감돌았다. 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죽이고 싶은 것이오?” 사여묵이 물었다.“죽이고 싶었죠.” 송석석은 솔직하게 답했다.사여묵이 말했다. “조사 보낸 사람이 연락을 해왔소. 서경 사람들은 촌에 발생했던 일을 꽁꽁 숨겼다더군. 대외적으론 마을 전체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오?”송석석은 찻잔을 손바닥으로 잡았다. 뜨거운 손바닥과 달리 마음은 차가웠다. 그녀가 차분하게 말했다. “압니다. 서경 사람들은 서경의 태자(太子)가 모욕당한 일을 숨기려고 그러는 겁니다.”“황제가 진실을 알아내더라도 이방에게 어떤 처분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방 때문에 그대 외조부가 연루되는 일은 없을 것이오.”서경 사람들도 이방이 마을의 사람들을 몰살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데, 황제가 인정할 리 없었다. 서경 사람들을 압박해 마을 일을 인정하게 한 뒤, 황제가 사신을 보내 잘못을 인정하게 할 수는 없다.이 점은 송석석도 알고 있다.만약 서경에 관한 죄를 물으면 이방은 공을 세운 게 아닌 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날 것이고 외조부도 면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경은 이 사실을 숨기고 구역을 정해 화합조약을 체결한 뒤 이방에게 군공을 내렸다.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고개를 들어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조정에서 지원군을 보내게 하려고 수란키가 사국을 도와 우리를 남강에 유인한 겁니다. 그리고 큰 공을 세운 이방은 반드시 이번 지원군의 장군이 되었겠죠. 수란키의 목적은 이방과 이방 휘하의 병사들뿐입니다.”사여묵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국은 겉으론 평화를 이룬 것 같으나 실상은 증오심으로 가득할 것이오. 시몬전에서 서경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 녹분성의 원수를 갚으려 할 것이오. 우리가 불리한 전쟁이오. 만약 이방을 죽여 수란키의 복수가 성사되지 못하면
더 보기

제104화

이방은 송석석과 대결에서 패배한 뒤, 많은 병사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이방의 편을 들었던 것 때문에 같이 곤장을 맞게 된 여러 장군은 이방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다행히 그녀 휘하의 병사들은 여전히 그녀를 존경했다. 특히 그녀와 함께 공을 세웠던 300명의 병사의 충성심은 남달랐다.녹분성의 공로로 병사들도 상금을 받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들만큼은 이방에게 충성할 것이다.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공통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충격에 이틀 꼬박 앓아누웠던 이방은 서서히 기운을 차렸다.그녀에게는 아직 남편이 있다. 그녀는 공을 세울 수 없는 처지지만, 전북망은 달랐다. 그가 공을 세우면 이들 부부의 영광이 된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군을 이끌고 전북망이 적을 죽이고 공을 세울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전북망이 공을 세운 뒤, 이방을 살려달라고 청하면 된다.흥분에 겨운 이방이 전북망에게 황급히 말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제가 군을 이끌고 따라갈게요. 당신을 도와 적을 처단할 겁니다. 당신이 공을 세운 뒤, 황제 폐하께 절 살려달라고 간청해주세요. 북명왕의 손이라면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한참 동안 침묵하던 전북망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장군.” 기운 없어 보이는 전북망을 발견한 이방은 미간을 찌푸렸다. “후회되세요?”전북망이 물었다. “무엇을 후회한단 말이오?”“저와 혼인한 것을 후회하세요?”전북망이 서둘러 이방의 눈빛을 피했다. “아니요.”이방은 그의 어깨를 잡아 시선을 마주했다. 전북망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제가 송 장군보다 미천한 출신이고, 뛰어난 스승님에게 가르침을 받지 못했고 명망 높은 가족도 없지요. 귀한 국공부 금지옥엽 아씨가 기어코 이런 전쟁터에서 고통을 겪는 절 무시하는 거예요. 자기보다 잘난 것 없는 절 깎아내려 서방님께서 저랑 혼인한 것을 후회하게 하려는 겁니다. 그러니 속임수에 넘어가지 마세요.”“알았소.” 전북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보기

제105화

모두 긴장한 마음으로 전쟁 준비를 시작했다. 송석석도 연일 진법(陣法) 훈련에 몰두했다. 1만 5천 명의 현갑군은 두 조로 나뉘어, 한 조는 공격(進攻)하고 한 조는 수비(防守) 한다. 각 조는 10개의 소대(小隊)로 나뉘어, 수비조와 공격조를 합치면 총 20개 소대였다.송석석이 세운 작전은 다음과 같다. 먼저 5개 공격 소대가 행동을 개시하면 5개의 수비 소대가 신속하게 교대하고, 수비가 안정되자마자 즉시 순환 공격 작전을 펼치며 진공하는 것이다.며칠간의 훈련은 효과가 있었다.이젠 무기도 갖추어졌다. 방어하는 사람은 방패(盾牌)와 단도(短刀)를 공격하는 사람은 창(長矛)을 들었다.원수는 곧 공격을 개시할 거라고 모두에게 알렸다. 현갑군은 선두부대로 공성작전(攻城方案)을 일일이 준비해야 했다. 전북망은 이 과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1만 명이 사다리를 올리고 투석기(投石機)를 미는 과정을 총괄했다. 그리고 전쟁 전에 원수와 협조사항을 논의했다.사실 현갑군은 그렇다할 의견이 없었다. 대체적으로 원수가 결정을 내리면 그들은 야지에서 훈련을 하며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형식이었다.전북망은 송석석이 무공이 뛰어난 여인인 줄은 알았으나 훈련 과정에서 직접 목격한 그녀의 모습에 그는 깜짝 놀랐다. 송석석은 전술병법(戰術兵法)을 상상 이상으로 잘 만들었고 일부 미세한 문제점은 신속하게 방안을 생각해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전북망은 그녀가 진지하게 계획을 짜는 모습을 회의 도중 여러 번 넋 놓고 바라보았다. 일에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은 첫 만남 때보다 훨씬 예뻤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전북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후회라는 두 글자가 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요동쳤는지 모른다.회의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난 송석석은 다시 평소처럼 차갑게 변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의견이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해주시지요.”전북망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연결된 얼굴선을 바라보던 그가 낮은 목소
더 보기

제106화

전북망이 담담하게 물었다. “나랑 혼인을 한 건, 날 진심으로 좋아해서요, 아니면 그대 모친께서 선택한 사람이기 때문이오?”“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알고 싶소.”송석석이 눈썹을 찡그렸다. “장군은 지조가 없나 봅니다. 제 서방이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 장군의 부군이 된 지금도 여전하네요.” 그윽하게 송석석을 바라보던 이방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날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군. 부모님 바람대로 내게 시집을 왔단 것이군. 첩을 들이겠다는 말에 곧장 궐에 가 이혼을 요구했잖소. 내게 아무 감정이 없었던 거로군. 매정한 것은 그대인데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저버렸다고 여기잖소.”송석석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장군부에 들어선 순간부터 전 시댁 부모님을 섬겼지요. 단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예를 갖추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출정 전엔 내게 기다리라고 당부하더니 1년 뒤 공을 세워서 돌아오자마자 첩을 들인다고 했지요.”“전 며느리로서, 부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장군부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올 때 까지 단 한 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할 수 있나요? 우리가 한 약조를, 우리 어머니에게 한 약조를 저버린 게 부끄럽지 않아요?”전북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송석석은 얼빠진 표정에 숨 막히는 기분이 들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전북망은 전쟁에 대해 얘기를 하는 줄 알았으나 상상 밖의 얘기를 꺼냈다. 송석석은 지나간 과거를 들추는 그를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자리를 벗어났다.전북망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무슨 자격으로 저 여인을 탓해? 무슨 자격으로 애정을 요구하지?’이미 지난 일이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다. 이제 와서 옳고 그름을 따져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그녀 말대로 전북망은 지금 이방의 부군이고 그녀를 신경 쓰며 행동해야 한다. 송석석은 남이다. 이방을 저버리면 안
더 보기

제107화

공성작전은 잔혹했다. 그들은 시몬 성벽 위에서 궁노기로 아래에 있는 병사들에게 겨누었다. 이전의 작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경공(輕功)이 뛰어난 사람이 성벽 위로 날아갔다. 그러나 시몬은 성벽을 보강했고 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사국 국민은 불과 10일 만에 성벽을 높게 쌓아올렸다. 결국 높은 성벽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 송석석, 시만자, 신신뿐이었다.방 장군(方將軍)도 처음엔 날지 못했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날아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적군의 창이 휘청거리는 방 장군에게 향했고 방 장군은 아래로 떨어졌다. 보다못한 시만자가 한쪽 발로 채찍을 던졌고 처음에도 날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여러 차례 날아갔지만, 적의 창을 굳게 서지 못하여 곧장 아래로 넘어갔고, 시만자는 그 모습을 보고 적을 한 발로 차서 채찍을 던져 방 장군의 몸통을 묶은 뒤 끌어올렸다.시만자는 방 장군을 구하기 위해 빈틈을 보였고 신신은 즉시 그녀를 엄호해 날아오는 창을 막았다. 송석석과 사여묵은 적군의 궁노기 두 개를 파괴했다. 송석석이 현갑군에게 외쳤다. “투석기를 던져!”필명이 명령을 전했다. “투석기를 던져라!”전북망의 군대가 가지고 온 무기도 당도했다. 현갑군과 전북망은 무기를 인계받았다. 필명은 눈앞의 익숙한 형체에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관찰했다. 무기와 함께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방이었다.‘이 장군은 후방에 있기로 한 거 아니었던가?’‘공격을 개시할 때, 이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송 장군께서 말했었는데... 전 장군과만 협력하고 후방 대오는 무기 운송만 책임진다고 했는데...’그러나 필명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투석기를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커다란 바위가 성루 위로 날아가 부딪혔고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현갑군은 신속하게 사다리를 올렸다. 전에 훈련한 대로 사다리를 앞뒤로 나눈 뒤 첫 번째 방패 수비대가 먼저 올라갔고, 적군의 창을 방패로 막은 뒤 힘겹게 올라가야 했다.일정한
더 보기

제108화

아래에서 돕고 있던 전북망은 이방이 병사들을 이끌고 온 것을 발견했다. 잠시 멍을 때린 전북망이 다급히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오? 원수님께서 목 장군(穆將軍)과 같이 후방에 있으라고 하지 않았소?”“말했잖아요, 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게 돕겠다고요.” 이방의 눈에 살기가 느껴졌다. “이 성문을 먼저 뚫는 사람이 공을 세우게 될 겁니다. 송 장군에게 이 자리를 빼앗길 수 없어요. 나중에 병부와 황제 앞에서 내 얘기를 꺼낼 좋은 기회잖아요.”“하지만 군령을 거역하면 안 되오.” 전북망은 화가 살짝 났다.“당신이 공만 세울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요.”이방은 앞날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어차피 곤장은 맞아야 한다. 사여묵은 절대 그녀를 죽일 정도로 때리지 못한다. 그녀는 태후가 직접 호명한 제일 여장군이며 여자들의 위상을 올려준 사람이다.게다가 전북망과 송석석은 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단둘이 오랫동안 있었다. 이방은 불안했다.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송석석이 아무리 능력 있어도 전북망이 공을 세우도록 돕지 않을 것이다.전북망은 이방에게 화가 났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현갑군에게 협조하라는 명만 내렸다.그러나 이방은 자신의 병사들에게 현갑군과 함께 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휘하에 있던 300명의 병사에게 내린 명령이다.자신의 병사들에게 앞으로 돌진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방에게 화가 난 전북망은 그녀를 홱 잡아당겼다. “제정신이오? 우리의 공성작전엔 계획과 절차가 있소. 당신 마음대로 움직인 건 쓸데없는 희생을 초래할 뿐이오.”“언제 그런 걸 신경 써요? 송 장군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을 생각만 하세요.”이방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검을 치켜들고 소리켰다. “오라버니, 사람들을 데리고 저랑 같이 공격해요.”이진흥은 그녀의 휘하였기에 그녀의 명에 따랐다. 병사들은 앞다투어 사다리로 올라갔다.필명은 이 광경을
더 보기

제109화

그녀의 발언에 전북망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들의 희생은 필요 없소. 현갑군이 성을 공격하고, 우리가 보조하면 되오. 정말 날 따르고 싶다면 병사들을 죽음에 내모는 게 아니라, 투석기에 돌을 싣게 하는 방법도 있단 말이오.” 그러나 필명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현갑군은 계속해서 사다리에 올라라. 현갑군이 아닌 자들이 사다리에 있으면 발로 차서 떨어뜨리려도 된다.”얼빠진 표정을 짓던 현갑군은 다시 사다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다리에서 현갑군이 아닌 자들을 만나면 모두 잡아당기거나 걷어차서 아래로 떨어뜨렸다.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은 다칠지 언정 창에 심장이 관통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전북망은 이방을 옆으로 밀쳐냈다. “계속 울 거면 저쪽으로 가시오.”전북망은 빠르게 투석기 앞으로 달려갔다. “계속해서 돌을 투석하라.”이방은 눈물을 훔치며 진정했다. 그녀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자신의 병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성이 뚫리길 기다렸다가 성문이 열리는 즉시 안으로 뛰쳐들어가 싸우기로 했다. ‘반드시 내 병사들이 공을 세워야 해. 송석석에게 빼앗길 수 없어.’‘서방님 후회하실 거예요.’한편, 사여묵과 송석석은 사다리 쪽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 그들은 활과 화살영을 파괴하려 했다. 하지만 수란키는 충분한 인력과 활을 준비했다. 하나를 파괴해도 또 다른 하나가 왔다. 화살이 밀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여묵은 기회를 찾아 성문을 열어야 한다. 반드시 엄호가 필요했다. 적수가 많은 상황에서 혼자 나아갈 수 없었다.그리고 성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과 송석석 둘뿐이다. 시만자와 몽둥이는 혼자 성문을 열 능력이 되지 않았다.시몬의 성문은 아주 두터웠다. 철로 주조된 성문은 두 겹으로 보강되어 있었다. 3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 고리 모양의 벽체에서 수많은 화살이 쏟아졌다. 성문을 여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사여묵은 송석석 혼자 이렇게 큰 모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었다. 궁수들이 교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여묵은 송석석의
더 보기

제110화

전쟁은 시몬성 안에서 시작됐고 백성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죽였다.사국의 병사들이 여기 침입했을 때, 수많은 백성이 노예가 되었다. 아녀자들은 겁박과 모욕을 피할 수 없었다. 백성은 성이 뚫리는 게 얼마나 대규모적인 전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또 마음속 한편으론 북명군이 사국인들을 몰아내기를 바랐다.싸움이 한창 진행될 무렵, 이방은 대군을 데리고 성내로 진격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전쟁터에 있는 여인이 그녀 혼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성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이것은 병부가 특별히 그녀를 위해 만든 것이다.그녀의 투구(盔甲)에는 빨간 두건이 있었다. 남자 병장들 못지않다는 상징이기도 했다.혼란스러운 전쟁 속에서 그녀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수란키도 그녀를 발견했다. 서경의 많은 병사도 그녀를 발견했다.그녀에게 맞서는 책략은 이미 시작되었다. 병사들이 싸우다가 도망을 치면 승부욕이 강한 이방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당장 쫓아가 그들을 죽이려 할 것이다. 이게 그들의 책략이다.전북망은 이방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장군, 쫓지 마시오!” 전북망은 이상 낌새를 알아차렸다. 양군은 시몬 시내에서 싸웠다. 도시 전체가 전쟁터로 변했다. 승패는 결정되지 않았고 적군은 후퇴한다는 나팔을 불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며 싸울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도망갈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후퇴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들은 서경 출신의 병사들이다. 전북망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경인들이 이방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릉관 협정 때문이라고 어림짐작했다. 입으론 이방을 믿는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론 이방을 의심했다.“이 장군, 돌아오시오!” 전북망은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쫓아가려 했으나 적군들 사이에 얽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싸움을 하면서 이방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이방도 전
더 보기
이전
1
...
910111213
...
5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