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작전은 잔혹했다. 그들은 시몬 성벽 위에서 궁노기로 아래에 있는 병사들에게 겨누었다. 이전의 작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경공(輕功)이 뛰어난 사람이 성벽 위로 날아갔다. 그러나 시몬은 성벽을 보강했고 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사국 국민은 불과 10일 만에 성벽을 높게 쌓아올렸다. 결국 높은 성벽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 송석석, 시만자, 신신뿐이었다.방 장군(方將軍)도 처음엔 날지 못했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날아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적군의 창이 휘청거리는 방 장군에게 향했고 방 장군은 아래로 떨어졌다. 보다못한 시만자가 한쪽 발로 채찍을 던졌고 처음에도 날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여러 차례 날아갔지만, 적의 창을 굳게 서지 못하여 곧장 아래로 넘어갔고, 시만자는 그 모습을 보고 적을 한 발로 차서 채찍을 던져 방 장군의 몸통을 묶은 뒤 끌어올렸다.시만자는 방 장군을 구하기 위해 빈틈을 보였고 신신은 즉시 그녀를 엄호해 날아오는 창을 막았다. 송석석과 사여묵은 적군의 궁노기 두 개를 파괴했다. 송석석이 현갑군에게 외쳤다. “투석기를 던져!”필명이 명령을 전했다. “투석기를 던져라!”전북망의 군대가 가지고 온 무기도 당도했다. 현갑군과 전북망은 무기를 인계받았다. 필명은 눈앞의 익숙한 형체에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관찰했다. 무기와 함께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방이었다.‘이 장군은 후방에 있기로 한 거 아니었던가?’‘공격을 개시할 때, 이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송 장군께서 말했었는데... 전 장군과만 협력하고 후방 대오는 무기 운송만 책임진다고 했는데...’그러나 필명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투석기를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커다란 바위가 성루 위로 날아가 부딪혔고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현갑군은 신속하게 사다리를 올렸다. 전에 훈련한 대로 사다리를 앞뒤로 나눈 뒤 첫 번째 방패 수비대가 먼저 올라갔고, 적군의 창을 방패로 막은 뒤 힘겹게 올라가야 했다.일정한
아래에서 돕고 있던 전북망은 이방이 병사들을 이끌고 온 것을 발견했다. 잠시 멍을 때린 전북망이 다급히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오? 원수님께서 목 장군(穆將軍)과 같이 후방에 있으라고 하지 않았소?”“말했잖아요, 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게 돕겠다고요.” 이방의 눈에 살기가 느껴졌다. “이 성문을 먼저 뚫는 사람이 공을 세우게 될 겁니다. 송 장군에게 이 자리를 빼앗길 수 없어요. 나중에 병부와 황제 앞에서 내 얘기를 꺼낼 좋은 기회잖아요.”“하지만 군령을 거역하면 안 되오.” 전북망은 화가 살짝 났다.“당신이 공만 세울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요.”이방은 앞날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어차피 곤장은 맞아야 한다. 사여묵은 절대 그녀를 죽일 정도로 때리지 못한다. 그녀는 태후가 직접 호명한 제일 여장군이며 여자들의 위상을 올려준 사람이다.게다가 전북망과 송석석은 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단둘이 오랫동안 있었다. 이방은 불안했다.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송석석이 아무리 능력 있어도 전북망이 공을 세우도록 돕지 않을 것이다.전북망은 이방에게 화가 났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현갑군에게 협조하라는 명만 내렸다.그러나 이방은 자신의 병사들에게 현갑군과 함께 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휘하에 있던 300명의 병사에게 내린 명령이다.자신의 병사들에게 앞으로 돌진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방에게 화가 난 전북망은 그녀를 홱 잡아당겼다. “제정신이오? 우리의 공성작전엔 계획과 절차가 있소. 당신 마음대로 움직인 건 쓸데없는 희생을 초래할 뿐이오.”“언제 그런 걸 신경 써요? 송 장군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을 생각만 하세요.”이방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검을 치켜들고 소리켰다. “오라버니, 사람들을 데리고 저랑 같이 공격해요.”이진흥은 그녀의 휘하였기에 그녀의 명에 따랐다. 병사들은 앞다투어 사다리로 올라갔다.필명은 이 광경을
그녀의 발언에 전북망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들의 희생은 필요 없소. 현갑군이 성을 공격하고, 우리가 보조하면 되오. 정말 날 따르고 싶다면 병사들을 죽음에 내모는 게 아니라, 투석기에 돌을 싣게 하는 방법도 있단 말이오.” 그러나 필명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현갑군은 계속해서 사다리에 올라라. 현갑군이 아닌 자들이 사다리에 있으면 발로 차서 떨어뜨리려도 된다.”얼빠진 표정을 짓던 현갑군은 다시 사다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다리에서 현갑군이 아닌 자들을 만나면 모두 잡아당기거나 걷어차서 아래로 떨어뜨렸다.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은 다칠지 언정 창에 심장이 관통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전북망은 이방을 옆으로 밀쳐냈다. “계속 울 거면 저쪽으로 가시오.”전북망은 빠르게 투석기 앞으로 달려갔다. “계속해서 돌을 투석하라.”이방은 눈물을 훔치며 진정했다. 그녀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자신의 병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성이 뚫리길 기다렸다가 성문이 열리는 즉시 안으로 뛰쳐들어가 싸우기로 했다. ‘반드시 내 병사들이 공을 세워야 해. 송석석에게 빼앗길 수 없어.’‘서방님 후회하실 거예요.’한편, 사여묵과 송석석은 사다리 쪽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 그들은 활과 화살영을 파괴하려 했다. 하지만 수란키는 충분한 인력과 활을 준비했다. 하나를 파괴해도 또 다른 하나가 왔다. 화살이 밀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여묵은 기회를 찾아 성문을 열어야 한다. 반드시 엄호가 필요했다. 적수가 많은 상황에서 혼자 나아갈 수 없었다.그리고 성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과 송석석 둘뿐이다. 시만자와 몽둥이는 혼자 성문을 열 능력이 되지 않았다.시몬의 성문은 아주 두터웠다. 철로 주조된 성문은 두 겹으로 보강되어 있었다. 3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 고리 모양의 벽체에서 수많은 화살이 쏟아졌다. 성문을 여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사여묵은 송석석 혼자 이렇게 큰 모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었다. 궁수들이 교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여묵은 송석석의
전쟁은 시몬성 안에서 시작됐고 백성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죽였다.사국의 병사들이 여기 침입했을 때, 수많은 백성이 노예가 되었다. 아녀자들은 겁박과 모욕을 피할 수 없었다. 백성은 성이 뚫리는 게 얼마나 대규모적인 전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또 마음속 한편으론 북명군이 사국인들을 몰아내기를 바랐다.싸움이 한창 진행될 무렵, 이방은 대군을 데리고 성내로 진격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전쟁터에 있는 여인이 그녀 혼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성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이것은 병부가 특별히 그녀를 위해 만든 것이다.그녀의 투구(盔甲)에는 빨간 두건이 있었다. 남자 병장들 못지않다는 상징이기도 했다.혼란스러운 전쟁 속에서 그녀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수란키도 그녀를 발견했다. 서경의 많은 병사도 그녀를 발견했다.그녀에게 맞서는 책략은 이미 시작되었다. 병사들이 싸우다가 도망을 치면 승부욕이 강한 이방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당장 쫓아가 그들을 죽이려 할 것이다. 이게 그들의 책략이다.전북망은 이방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장군, 쫓지 마시오!” 전북망은 이상 낌새를 알아차렸다. 양군은 시몬 시내에서 싸웠다. 도시 전체가 전쟁터로 변했다. 승패는 결정되지 않았고 적군은 후퇴한다는 나팔을 불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며 싸울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도망갈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후퇴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들은 서경 출신의 병사들이다. 전북망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경인들이 이방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릉관 협정 때문이라고 어림짐작했다. 입으론 이방을 믿는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론 이방을 의심했다.“이 장군, 돌아오시오!” 전북망은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쫓아가려 했으나 적군들 사이에 얽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싸움을 하면서 이방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이방도 전
수란키와 빅토르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채 높은 곳에 서서 지켜보았다.도체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희생당한 병사들의 피로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이 전쟁의 대다수는 서경 병사들과 사국 병사들이다. 이 전쟁에서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뿐, 어떤 전술도 소용이 없었다. 빅토르는 조만간 남강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했다. 시몬에게 패배할 것이다. 서경인들이 도우러 온 것은 상국인을 한 명이라도 더 처단하기 위한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이방이라는 여장군을 죽이는 것도 포함된다.그들은 상국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욱이 사국과 남강의 분할을 바라지 않았다. 이곳에 온 대다수는 분풀이하기 위해서다.빅토르는 화가 났다. 서경인이 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일찍이 패배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래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무수한 장병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빅토르가 수란키에게 싸늘하게 말했다.“분풀이하러 온 거면 도시 전체에 분풀이하는 게 어떻소?”그는 수란키가 상국인을 이토록 증오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성릉관 전쟁에 관해 들은 적 있다. 그 전쟁에서 서경 녹분성의 어느 마을이 몰살당했다고 했다.수란키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전쟁은 백성에게 있어서 집이 풍비박산 나고 도처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큰 재앙이오. 그게 짐승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오? 설령 적국의 백성이라도 백성을 학살하는 건 똑같소.”빅토르는 멀리서 병사들이 핏물에 쓰러지는 걸 지켜보았다. 그는 마음 한구석이 초조했다. 더는 어떤 전술도 내놓을 수 없었다.“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소.” 빅토르는 살을 에는듯한 바람을 맞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백성이 죽어나는데, 당신은 상대에게 자비를 베푸는구려.”“진정한 무장은 전쟁을 싫어하오.” 수란키는 하늘에서 휘날리는 눈꽃을 바라보았다. “눈이 오는군. 승패는 이미 결정됐소. 더 많은 병력과 장군을 잃고 싶지 않으면 철수하시오.”빅토르가 물었다. “죽이고자 했던 사람은 죽였소?”수란키의 입가에 잔잔한
사국 병사와 서경 병사들이 대대적으로 후퇴하자 격전을 벌이고 있던 북명군은 어리둥절했다.철수한다는 나팔 소리를 사국의 전술 중 하나로 착각했다. 자신들을 유인하려는 계략인 줄 알았다.하지만 시몬에서 나간다는 사람들을 뒤쫓을 이유가 없었다. 애초의 목적이 그들을 쫓아내는 것이지, 전군을 몰살시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결국 북명군은 멍하니 갑옷을 버리고 도망치는 적군들을 지켜보았다.‘승리가 이리 쉬운 거란 말인가?’‘모두 순국할 준비를 했거늘, 서경인들이 대대적으로 돕기 위해 왔는데 이리 빨리 패배를 인정한다고?’원수가 직접 전쟁터에 나왔다. 매우 잔혹한 전쟁이 될 거라는 거다. 그리고 확실히 적군은 매우 잔혹하게 죽었다. 거리에 시체가 가득했고 도시 전체에 피비린내가 났다. 눈이 내려 바닥의 핏물을 덮을지언정 피비린내를 감출 수 없었다.하지만 대대적으로 후퇴하자 매우 큰 도시이고 많은 마을이 있다.방 장군은 사령부로 달려갔다. “원수님, 쫓을까요? 백성을 학살하고 마을을 풍비박산하면 어찌합니까?” 사여묵이 말했다.“수란키는 그러지 않겠지만 빅토르는... 송 장군더러 현갑군을 이끌고 끝까지 쫓으라고 하시오.”사여묵은 수란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서경에서 폭력적으로 굴지 않았다. 마을 전체를 위협하는 일은 수란키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남강에서 오랫동안 전쟁을 해왔던 빅토르는 어떤 군공도 세우지 못했다. 백성을 죽여 분풀이할 수 있었다.추격자들이 있으면 빅토르는 백성을 학살하지 않을 것이다.“네!” 방 장군은 송 장군에게 달려가 원수의 군령을 전달했다.송석석이 도화창을 들고 현갑군에게 외쳤다. “현갑군은 지금 즉시 나를 따라 사국인이 도망치는 걸 돕는다!”현갑군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른 병사들도 따라갔다. 이미 살기로 가득 찬 그들은 순순히 사국인들이 시몬에서 도망치게 놔둘 수 없었다. 한편, 전북망은 적군이 후퇴할 때 이방을 찾아다녔다. “이방! 이방!”위풍당당한 발소리에 비해 목소리가 너무 낮았다. 그는 송석석을
이방은 적수를 힘겹게 막아냈다. 그녀의 시야로 점점 많은 병사가 들어왔다.그들은 전쟁터에 가지 않았다. 여기에서 그녀가 오길 기다렸다. 이방은 그제야 전에 자기가 이런 계책으로 성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이 계책에 제대로 당했다. 이방과 이진흥은 무공이 좋아 얼마간 버틸 수 있지만, 나머지 병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서경인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살벌하고 과감하게 검을 휘둘렀다. 겁에 질린 이방은 도망치려 했지만, 그녀의 뒤를 서경 병사들이 손에 장검을 들고 그녀가 빠져나갈 수 없게 막고 있었다.당황한 이방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에 맥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검 하나가 그녀의 팔을 스쳐 지났고 이방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앞에 있던 어린 병사를 잡아 몸을 막았다. 어린 병사의 머리와 얼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어린 병사는 힘겹게 돌아서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찍이 성릉관에서 함께 공을 세웠던 전우였다. 이방은 그때 다 같이 난관을 극복하자며 병사들의 기를 북돋았다. 그런 이방이 지금...이방은 잡고 있던 어린 병사를 밀어내고 적수의 검을 밀쳤다. 그리고 몸을 돌려 황급히 도망쳤다.그녀는 경공으로 뒤의 적군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했지만, 적군이 일제히 날카로운 검을 뽑아든 탓에 두 발은 고스란히 검날에 찍혔다. 결국,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쓰러졌다. 두 발에서 피가 흘렀지만, 아무도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도망칠 수 없게 길을 차단했다.이방은 그제야 상대가 자기를 생포하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전 장군이 와서 자신을 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전북망은 그녀가 쫓아가는 것을 분명 말렸다. 그는 이것이 적군의 계략인 걸 짐작했기에 반드시 자기를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다.‘버티기만 하면 돼.’서경인에게 맞서기 위해 두 발의 극심한 고
이방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니?’그녀는 자기가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당시 그 젊은 장수가 이끌고 온 100명의 병사는 아주 용맹했다. 그녀의 병사들을 죽이고 도망을 쳤다. 그녀는 그들을 찾아내기 위해 녹분성의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민가에 숨어들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젊은 장수를 어떻게든 찾으려 했다. 그에게 죽은 아우들 대신 복수를 해야 했다. 자신의 명성을 높여야 했다. 병사 10명을 죽이는 것보다 젊은 장수를 죽인 공로가 훨씬 컸다. 그렇게 젊은 장수를 체포했지만, 예상외로 그는 오만했다. 그녀가 양국의 협정을 깨고 백성을 학살했다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매우 악랄하게 그녀를 욕하고, 어떤 이유를 대도 백성 학살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살에 참여했던 이들의 대가 여기서 끊길 거라는 저주를 했다.무례하게 굴었던 그에게 처벌을 가했고, 자신들의 대가 끊길 거라고 했기에 그를 남자 구실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다른 병사들은 더욱 악랄했다. 젊은 장수의 몸에 오줌을 싸거나 그의 입에 똥을 집어넣어 삼키게 하는 등 참교육을 시키며 다시는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했다.그러나 어떻게 된 사람이, 그럴수록 더욱 반골 기지를 드러내며 악독한 말을 퍼부었다. 결국 화가 난 그녀는 병사더러 그의 몸에 구멍 몇 개를 뚫으라는 명령을 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정말 온몸에 반골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부하는 그녀보다 훨씬 악랄했다. 그녀 역시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입을 함부로 놀렸으니 죽을 정도의 괴롭힘을 받아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수란키가 직접 전선에서 녹분성으로 달려온 것이다. 수만 명의 병사가 그녀를 포위했다. 수란키는 고문을 당한 젊은 장수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휴전을 요청했다. 국경선(邊線)을 정하고 서경 병사들이 두 번 다시 상국에 들어오지 않겠으니 제발 인질을 풀어달라고 청했다.이방은 그때,
향병의 행동에 장공주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그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겉옷을 걸친 채로 의자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내일 오후에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니, 조건은 협상 가능하도록 하지요. 너무 고집부릴 필요는 없습니다.”수란석은 눈을 크게 뜨며 반발했다. “협상이라? 어떻게 협상한단 말이오? 설마 그들이 국경을 물러서라고 해도 그걸 가만히 받아들이란 말이오?”장공주는 이미 결심이 선 듯 단호하게 말했다. “국경 문제는 일단 보류할 것입니다. 내일이나 모레 협정을 체결하고 즉시 귀국하는 것이 목표지요.”“그건 안 되오…” 수란석이 강하게 반발하자 장공주는 그를 냉랭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의견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 결정이니 불만이 있어도 모두 삼가세요.”수란석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는 소리쳤다. “이건 독단이오! 국경 문제를 보류하면 황제와 조정의 문무백관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오?”장공주는 위엄 있는 눈빛으로 그를 단숨에 제압했다. “설명은 내가 하면 되지 수 상서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조정을 오랜 시간 이끌어온 인물로서 항상 권위와 기세가 넘쳤다. “당장 나가서 초안을 다시 작성하고 상국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대신 국경 문제는 제외하십시오. 그리고 2년 후에 이 문제로 다시 협상하는 것으로 하지요. 나는 협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수란석은 이를 악물며 불만을 드러냈다. “나약하오, 정말 나약하오!” 그는 장공주가 서둘러 귀국하려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향병을 원망했다. “난 동의할 수 없소. 국경 문제는 분명히 해야 하오.”장공주는 화가 나 향로를 내던지며 강하게 명령했다. “당장 나가서 다시 작성하십시오.”한편, 북명황실의 의논 자리에서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단신의는 정좌에 앉았고 무소위조차도 그 옆에 앉아 있었다. 만종문의 구성원들은 세력을 등에 업고 몸을 꼿꼿이 세우며 잘난 척했다.그러자 단신의가 설명했다. “이번에 사용된
향병은 뺨을 맞은 얼굴을 가린채 억울함과 분노를 모두 토해냈다. “장공주님. 태자 전하께서 얼마나 비참하게 사망하셨는지 잊으셨습니까? 그건 우리 서경 백성들의 영원한 고통인데 어찌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태자 전하는 장공주님의 친동생이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모진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까?” 장공주가 움켜쥔 손바닥은 젖어 있었고 불빛에 비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내가 그를 위해 복수를 하지 않으려고 전쟁을 반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장공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빛에 노기로 가득 찼다. 그녀는 아직 허약하지만 손을 뻗어 향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향병,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 모든 계획과 절차를 너에게 말했고, 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복수에 눈이 멀어 정세를 조금도 파악하지 않다니. 넌 경역에게 충성을 다했으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라. 그가 지금 상국과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겠느냐?” 그러자 향병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복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지금 내우외환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식량 30만 석과 소성을 요구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장공주님, 저희는 지금 승리로 하늘에 계신 태자를 위로해야 합니다.” 장공주는 오열하는 향병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침통함을 느꼈다.그녀는 안운여와 곽아정을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희도 향병의 말에 동의하느냐? 뒤에서 나를 모해할 생각 하지 말고 이 참에 다 말하거라.” 곽아정과 안운여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장공주님, 동의할 수 없습니다.” 향병은 고개를 돌려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안운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운여, 너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넌 전하의 보살핌을 잊었느냐? 복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니.”
단신의는 독충을 가져가지 않고 향로 안에 남겨두었는데 독충은 약의 피비린내를 탐내 평생 안에 있을 수 있지만 몸에서 꺼낸 독충은 오래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단신의가 말했다. “바로 향로 안에 있으니 가져가서 장공주께 보여드리거라.” 독충은 작지만 무서운 존재라 금태의는 손을 뻗었다가 허공에서 멈추고 물었다. “이 독충이 다시 인체로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까?” 평무종은 금태의가 감히 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다가가 향로를 들고 뚜껑을 열어 장공주에게 가져가 보여주었다. 독충을 본 장공주는 헛구역질을 하며 토할 뻔했다. 그녀는 한참동안 눈을 감고 있어서야 토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다. “반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독충은 죽을 것이오. 독충이 몸에서 나오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소.” 그러자 장공주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의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송석석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그러니 결국엔 누군가가 독을 탔다는 것이겠지?” 수란석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물었다. “자백할지 본관이 직접 조사할 때까지 기다릴지 결정하거라.” 장공주는 답답한 가슴을 누르며 힘없이 말했다. “작은 외삼촌, 먼저 나가십시오. 향병, 운여, 곽아정만 남고 모두 나가거라.” 그러자 수란석이 말했다. “냉옥아, 무리하지 말고 독을 탄 사람부터 밝혀내거라. 감히 네 목숨을 해치려 하다니 간덩이가 부었지.”그러자 냉옥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먼저 나가십시오. 채희야, 사람들을 배웅해드리거라.” 채희가 그들에게 나가라고 청하자 수란석는 채희를 보고 다시 향병을 보더니 역시 향병의 혐의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 물어보고 못 찾으면 내가 직접 심문하러 가겠다.” 수란석은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 장공주는 채희에게 등잔을 두 개 더 켜라고 분부했다. 등불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자 방금 이상할 정도로 붉었던 윤기는 물러가고 눈엔 피로밖에 남지 않았다. 장공주는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 앉았다
총 네 마리의 선충이 있었는데 마지막 두 마리의 선은 색깔이 조금 달랐다. 피를 빨아서인지 앞부분은 붉은색을 띠었고, 뒷부분은 옅은 붉은색이었다. 이때 단신의는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네 마리의 선충이 모두 피를 빨아들였다면 장공주는 살 수 없었을 것이오.” 그가 향로를 한쪽에 놓자 사람들은 모두 한 발짝씩 물러섰다. 그들은 본 적이 없는 선충에 겁을 잔뜩 먹었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서로 바라보더니 구역질이 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향병은 놀라서 거의 서 있지 못하고 한 손으로 탁자를 받치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신의는 담담하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장공주가 깨어날 것이오. 금태의, 당신은 지금 가서 자공주가 아직 혈맥이 막혔는지 맥을 짚어보오.” 수란석은 멍하니 보고 있다가 금태의를 밀며 말했다. “가서 맥 짚어보거라.” 금태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맥을 짚어보더니 한참 후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심호흡을 했다. “이럴 수가? 맥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독충이 이렇게 많이 나온 걸 보면 변한 게 당연합니다.” 안운여는 침대 옆에 앉아 채희에게 따뜻한 물을 준비하라고 분부하고는 잠시 후 장공주가 깨어나면 따뜻한 물을 먹이라고 했다. 그러자 단신의가 말했다. “장공주에게 설탕 소금물을 준비하오.”그의 약상자에는 약이 아주 많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중 일부는 장공주가 복용하기에 적합했지만, 장공주가 깨어나기 전에는 주지 않을 것이었다. 장공주가 깨어나 그에게 치료를 부탁해야만 약을 처방할 것이었다. 채희는 서둘러 설탕 소금물을 준비했고, 당황한 나머지 발걸음이 흐트러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는데 송석석이 부축하고 나서야 제대로 설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왕비님.” 채희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처음에 그들이 기회를 틈 타 소란을 일으킬까 봐 화장실에서 장공주의 일을 북명왕비에게 알린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그들이 침입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두려웠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수란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이 일은 그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그도 향병의 문제를 발견했지만 향병이 무슨 짓을 했든 장공주가 협상에 참여할 수만 없다면 결정권은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에게는 전제가 있었는데 바로 냉옥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왜냐하면 냉옥은 그의 조카딸이기 때문이었다. 경역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냉옥은 그가 전쟁을 벌이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숨만큼은 보호해야 했다.그가 이상한 건 냉옥의 심복이었던 향병이 왜 그녀를 배신했냐는 것이었다.‘혹시 전쟁을 지지하게 된 건가? 하지만 처음엔 분명 반대했는데. 냉옥을 죽게 하기는 싫고 여기서 포기하는 것도 싫은 것인가? 이건 그녀 혼자 한 일이 아닐 것이야. 그녀에게 냉옥을 배신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있을 텐데 누구일까? 설마 황제는 아니겠지?’많은 의혹이 수란석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그는 정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그는 회왕과 결탁했기 때문에 향병에게 문제가 있다고 추측한 것이었다. 향병이 줄곧 냉옥의 충실한 심복이었으니 다른 사람은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수란석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평무종이 향병에게 말했다.“우리가 여기에 있는 한 독이 있으면 우리도 함께 중독될 것이다.”그러자 향병이 반박했다.“당신들이 독을 탔는데 무슨 해독제가 없습니까?”그러자 평무종이 물었다.“우리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데? 우리 상국 진성에서 당신들을 독살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이냐는 말이다.”사신들도 상국이 그렇게 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모두 금태의를 바라보았다. 금태의만 동의한다면 그들도 믿고 향을 피울 것이었다.금태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묘독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본 적도 없고 해독법도 몰랐다. 그리고 장공주가 구혼선충의 독에 중독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작은 것이 장공주를 깨울 수 있다는 것은 더욱 확신할 수 없었다.그들이 모두 말하지 않자 단신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장공주가
사신들은 금태의를 보고, 다시 단신의를 보더니 마음이 금태의에게로 기울은 듯했다. 단신의의 의술도 뛰어나 서경에서 명성이 자자했지만, 금태의는 장공주를 오랫동안 치료해 온 태의인 데다가 지극히 충성적이라 자연스럽게 그를 믿는 것 같았다. 평무종이 금태의의 말을 번역하자 단신의는 맥을 짚던 손을 떼고 평무종이게 말했다. “중독된 것이라고 알리거라.” “우리도 다 알아들으니 굳이 번역할 필요 없습니다.” 이때 고공이 급히 물었다. “장공주님께서 무슨 독에 중독된 것입니까?” 그러자 단신의는 송석석을 보았는데 송석석도 비주의 사건이 생각난듯 했다. 구혼선충의 독에 중독되었던 나약했던 부인이 힘이 세지고 발광했던 사건을 말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점은 그 부인은 성공적으로 조종되었고, 장공주는 혼수상태에 빠져서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었다. 금태의는 여전히 자신의 견해를 주장했다. “장공주는 원래 몸이 허약한 데다 두통 고질병까지 있습니다. 혈기와 혈맥이 막히고 두통이 심한 것으로 보아 머리에 혹이 생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평무종이 금태의의 말을 단신의에게 전하자 단신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머릿속에 혹이 난 건 아니지만 혈맥이 막힌 것은 맞소. 그건 장공주의 머릿속에 독충이 있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인데 내가 중독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 건 독충도 독이지만 사람에게 중독되었다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었소. 독충은 중독자의 심신을 방해해서 두통을 악화시킬 뿐이지만 너무 오랫동안 머릿속에 있으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소.” “그럴 리가 없습니다…!” 향병은 손수건을 집어 들고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단신의를 노려보며 상국어로 욕설을 퍼부었다. “독충은 무슨, 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장공주의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 있다니요? 내가 보기엔 당신은 그저 돌팔이 의사인 것 같은데 감히 신의라고 자칭하다니. 황당하기 그지없군요.” 단신의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봐 온 덕분에 한눈에 향병이 무언가를 들킬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향병은 침실로 들어가 장공주의 커튼이 걷어진 것을 보고 얼굴을 붉히며 안운여를 꾸짖기 시작했다. “어떻게 외간 남자에게 장공주가 자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 그녀는 앞으로 가서 커튼을 내리고 단신의를 쫓아내려고 했지만 안운여에게 가로막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진단해 봅시다.” “안운여! 너 너무 건방진 것 아니냐?” 향병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노호했다. 안운여는 출신이 좋지 않은 데다 관직도 그녀보다 높지 않아 잠깐 망설이다가 확고하게 말했다. “장공주님의 옥체보다 더 종요한 건 없습니다. 장공주님께서는 이미 두 시간이 넘도록 혼미했으니 당장이라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옥체에 큰 해가 될 것입니다.” 여관인 곽아정도 안운여를 지지했다. “온 김에 진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인데 넌 왜 계속 반대를 하는 것이냐? 내가 보기엔 넌 장공주를 걱정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러자 향병이 다짜고짜 소리쳤다. “헛소리하지 마. 내가 장공주를 걱정하지 않는다니? 상국인들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잊었어? 그들이 마을 백성들을 학살한 일을 잊었냔 말이야!” 평무종은 그들의 대화를 듣더니 즉시 서경어로 반격했다. “백성들을 학살한 것은 바로 이방이다. 그것 때문에 모든 상국인들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너희 서경의 정찰이 송 씨 가문을 도륙했는데, 그럼 모든 서경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냐?” 대학사 고공은 상황을 보더니 얼른 말했다. “장공주의 옥체가 중요하니 다들 그만합시다. 금 태의도 장공주가 왜 혼미에 빠졌는지 알아내지 못했으니 단신의에게 진단을 받아봅시다.” 그러자 홍려사경도 말했다. “그래, 그래. 이왕 들어왔으니 맥을 짚어 일단 중독의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이때 금태의가 말했다. “장공주님께선 중독되지 않으셨습니다.” 향병은 단신의의 얼글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금 태의의 말을 그냥 믿기로 했다. 한편, 송석석과 시만자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향병은 비록 중요한 여관은 아니었지만 장공주의 믿음을 얻었고 방금도 그녀가 극구 반대를 해서 원래 지지하던 사람들까지도 따라서 반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홍려사경을 비롯한 두 세 사람은 여전히 상국의 단신의를 청하는 것을 지지했다. 단신의의 명성은 서경에까지 퍼졌다. 애초에 선제의 병이 위독했을 때 조정의 신하도 단신의에게 치료를 청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선제는 스스로 상국인의 손에 목숨을 맡기기 싫다며 결국엔 포기했다. 그들은 또다시 말다툼을 벌였는데 송석석과 평무종은 상황을 보더니 단신의를 모시고 곧장 동원으로 달려갔다. “막아라!!” 향병이 소리쳤다. “저기요, 내 말 좀 들어보십시오……” 시만자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가 향병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우리도 장공주님을 위해서 이러는 것입니다. 장공주님의 시녀가 옆에 있으니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몽동이도 수란석을 가로막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저 맥만 짚어보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태의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얼른 들어가서 지켜보라고 하십시오.” 태의는 진작에 뛰어 들어갔다. 비록 장공주의 곁에는 두 명의 의사가 간호하고 있었지만 상국의 사람이 들어가자 태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바로 따라 들어갔다. “놔, 이거 놔주십시오.” 향병은 시만자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것입니까? 날 해치려는 것입니까?” 그러자 시만자는 그녀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런 게 아닙니다. 들어가려는 거면 같이 들어가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몽동이도 말을 덧붙였다. “맞습니다. 다 같이 들어갑시다! 모두들 장공주의 건강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같이 들어갑시다.” 경위들도 송 대인이 손찌검을 하지 말라고 분부해서 밀치락달치락 하며 공격을 어깨로 되받아 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스러웠지만 몽동이가 수란석을 잡고 있기 때문에 시만자는 힘껏 향병의 손을 잡고 동원 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평무종이 회동관 입구에 나타났는데, 혼자 온 게 아닌 것 같았다.방금 송석석이 그녀를 보았을 땐 야행복을 입고 있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야행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저, 무슨 상황입니까?”송석석은 얼른 마중 나가서 물었다.그러자 평무종이 답했다.“내가 장공주 방의 옥상에서 잠깐 들었는데 장공주가 혼수상태에 빠진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시녀 몇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장공주가 미친 듯이 발광하다가 사람까지 물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더군.”시만자는 의아해서 물었다.“미친 듯이 사람을 물었다고요? 설마 정신이 이상해진 건 아니겠지요?”이때 송석석이 다시 물었다.“혹시 정원에서 들었습니까?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그들이 정원에서 다투고 있었는데 태의나 단백부를 모시러 가자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어. 하지만 난 옥상에서만 듣고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고 지지하던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그럼 신의를 모시러 간다는 의견에 반대하던 사람 중 여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까?”“있었다.”평무종이 몽동이를 만났을 때 이미 여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향병은 아니었다.”“반대하던 사람이 많았습니까?”“서너 명인 것 같았는데 그들도 침착하게 분석할 뿐이지, 무작정 반대했던 건 아니다. 유독 한 여자의 반대가 심했는데 그녀는 우리 상국의 태의와 의사들은 그들이 수행하는 어의보다 못하며 가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지.”“그러니까 그녀를 따라 반대하던 사람들은 장공주가 자신들 때문에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질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군요.”평무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고 할 수 있지.”그러자 송석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럼 쳐들어갑시다!”이때 몽동이가 걱정하며 말했다. “왕야님께 알려서 결정지으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아니, 이건 내 개인적인 결정이지 왕야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송석석은 밤을 지키고 있는 경위를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