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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수란키와 빅토르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채 높은 곳에 서서 지켜보았다.

도체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희생당한 병사들의 피로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이 전쟁의 대다수는 서경 병사들과 사국 병사들이다. 이 전쟁에서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뿐, 어떤 전술도 소용이 없었다.

빅토르는 조만간 남강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했다.

시몬에게 패배할 것이다. 서경인들이 도우러 온 것은 상국인을 한 명이라도 더 처단하기 위한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이방이라는 여장군을 죽이는 것도 포함된다.

그들은 상국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욱이 사국과 남강의 분할을 바라지 않았다. 이곳에 온 대다수는 분풀이하기 위해서다.

빅토르는 화가 났다.

서경인이 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일찍이 패배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래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무수한 장병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빅토르가 수란키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분풀이하러 온 거면 도시 전체에 분풀이하는 게 어떻소?”

그는 수란키가 상국인을 이토록 증오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성릉관 전쟁에 관해 들은 적 있다. 그 전쟁에서 서경 녹분성의 어느 마을이 몰살당했다고 했다.

수란키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전쟁은 백성에게 있어서 집이 풍비박산 나고 도처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큰 재앙이오. 그게 짐승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오? 설령 적국의 백성이라도 백성을 학살하는 건 똑같소.”

빅토르는 멀리서 병사들이 핏물에 쓰러지는 걸 지켜보았다. 그는 마음 한구석이 초조했다. 더는 어떤 전술도 내놓을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소.”

빅토르는 살을 에는듯한 바람을 맞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백성이 죽어나는데, 당신은 상대에게 자비를 베푸는구려.”

“진정한 무장은 전쟁을 싫어하오.”

수란키는 하늘에서 휘날리는 눈꽃을 바라보았다.

“눈이 오는군. 승패는 이미 결정됐소. 더 많은 병력과 장군을 잃고 싶지 않으면 철수하시오.”

빅토르가 물었다.

“죽이고자 했던 사람은 죽였소?”

수란키의 입가에 잔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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