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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이방은 당황했다. 이진흥의 질문에 그녀는 가슴 한쪽이 허탈했다.

“내 곁에 서 있는 게 서경 병사인 줄 알고 막았어요. 족자일 줄은 몰랐다고요.”

이진흥이 화를 냈다.

“거짓말하지 마. 적군이 어떻게 네 곁에 있어? 어쩜 핑계를 대도 그런 걸 대냐 말이야?”

이방도 짜증을 냈다.

“그만 하세요. 우리 모두 적군의 포로가 됐어요. 녹분성 사람들을 학살한 우리를 쉽게 놓아줄 리 없어요. 날 탓할 틈에 차라리 여길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게 낫겠어요.”

이진흥이 대꾸했다.

“학살하라는 명은 네가 내렸다. 네가 그 장수 놈이 민가에 숨어 있다고 했잖아. 네가 그놈이 평범한 백성으로 위장했을 거라고. 네가 전부를 죽이라고 했잖아.”

이방은 그들의 대화를 밖에서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큰 소리로 말했다.

“몇 명만 처리하고 장수를 밖으로 끌고 나오라고 했지, 전부 죽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이 말을 들은 포로로 잡힌 병사들이 분노했다.

“장군님이 전부 죽이라고 했잖아요! 그들의 귀를 베어 적군의 귀라고 하라고 했잖아요.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백성을 죽인 겁니다.”

“장군님 명령 없이 저희가 어찌 감히 마을 사람들 모두 죽였겠습니까?”

“그래요. 게다가 서경인들도 저희의 백성을 죽였기에 굳이 따지면 저희가 복수하는 거라고 했잖아요. 서경인은 저희 백성을 죽이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 돌아와서 알았습니다.”

“이 장군이 정말 당당했다면 왜 저희에게 비밀로 하라고 했겠습니까? 자기가 어떤 짓을 하고 공을 인정받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 상황에서 인정을 안 하는 건 비겁한 행동입니다. 당신은 송 장군과 비교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이방은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서경인들이 밖에 있다는 걸 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전쟁터가 얼마나 잔인한 곳인데, 전쟁터에서 백성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그들이 무고하게 죽었다고? 무고한 백성이라고? 그들은 서경인이다. 수십 년간 우리와 국경선을 두고 다툰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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