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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러나 이방의 바람은 완전히 무너졌다.

모닥불이 밖에서 피어올랐고 오두막 문이 거칠게 열렸다.

커다란 그림자가 바닥에 비쳤다. 상대를 압도하는 기운을 내뿜으며 천천히 들어왔다.

모닥불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을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이방은 단번에 상대를 알아봤다.

그 사람은 수란키다. 그녀와 평화 협정을 맺은 서경의 원수다.

이방은 몸을 부르르 떨며 벽에 등을 바짝 기댔다. 겁먹은 얼굴로 수란키를 쳐다보았다.

성릉관에서 협정을 체결할 때, 이 위풍당당한 남자는 사람들을 압도했다.

용맹한 남자는 시종일관 우아한 기운을 내뿜었다.

평화협정은 매우 순조롭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방이 제안한 몇 개 조약에 수란키는 고민도 하지 않고 승낙했다.

수란키는 단 하나의 조건만 제기했다. 협정을 체결하면 즉시 인질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방은 제발로 군공을 가져온 수란키를 호락호락하게 여겼다.

지금처럼 음울하면서도 살기가 가득 찬 얼굴과 많이 달랐다. 이방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수란키가 사신(死神)처럼 느껴졌다.

그의 눈빛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겼다.

수란키는 가죽 장갑을 벗어 뒤에 있던 병사에게 던졌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들어온 3황자에게 말했다.

“끌고 가서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복수해. 이들은 잔인하게 네 형님을 괴롭혔다. 협정을 체결하던 날 그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했다.”

3황자가 이를 악물었다.

“숙부, 알겠어요. 형님 대신 제가 복수할게요.”

3황자의 시선이 이방에게 향했다.

“이자는 어찌할까요?”

수란키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 여인은 내가 직접 처리한다.”

3황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에 있던 병사들에게 말했다.

“저들을 끌고 나와. 내 두 눈으로 저들이 살려달라고 비는 걸 봐야겠다.”

사람들은 얼굴이 거뭇하게 질렸다. 몸의 힘이 탁 풀려 예전의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방의 몸은 더욱 격렬하게 결렸다.

“수... 수란키 장군님, 평화 협정을 체결했잖아요. 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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