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문밖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이방은 까무러칠 정도로 겁에 질렸다.밖으로 끌려나간 이들이 어떤 형벌을 받는지 이방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포로로 잡아둔 젊은 장수에게 한 짓을... 정확히는 서경 황자에게 한 짓을 돌려받는 중이다.그들은 황자를 거세했다. 산채로 거세를 당한 황자는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꿈틀대며 몸부림쳤다.그가 비명을 질렀으면 그들도 더는 괴롭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황자는 이를 악물고 어떤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한 병사들이 돌아가며 상처 난 그의 몸에 오줌을 쌌다. 그리고 날카로운 검으로 피부를 여러 차례 그었다. 피와 오줌이 뒤섞인 황자는 바닥에서 고통을 감내했다.지나간 일들을 회상한 그녀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통쾌했다.그러나 황자가 겪었던 걸 곧 자기가 겪어야 한다는 공포감은 사라지지 않았다.수란키가 단검을 꺼내자 이방이 기겁했다. “안 돼, 오지 마!”수란키는 쪼그려 앉아 그녀의 몸을 묶었던 밧줄을 벴다. 겁에 질려 움츠러든 이방을 마주하고 있자니 그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들었다.‘황자는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벌벌 떠는 짐승보다 못한 사람에게 굴욕을 당했다.’ 밧줄을 푼 수란키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피부로 느껴지는 추위와 두피로 전해지는 고통에 이방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밖으로 나온 수란키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한 바퀴 돌더니 공터로 던져버렸다.눈으로 뒤덮인 공터에 18명이 누워 있었다. 그들은 실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 발가벗겨 있었다. 붉은 피가 흘러나와 어느새 피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들 옆으로 무언가 굴러떨어졌다. 남자는 거세를 당하고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거세당한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꿈틀댔다. 똑같은 상황에서 황자는 한마디 비명도 없이 견뎠다.나중에 무수한 고문을 당한 끝에 비명을 지르긴 했다. 병사들은 그의 비명에 환호했다. 누군가의 자존심을 짓밟는 건 그들에게 매우 짜릿하고 통쾌한 일이었다.몸부림
계속해서 괴롭힘을 당할 줄 알았으나 이방은 다시 오두막에 끌려갔다. 다른 이들도 같이 끌려갔다.오두막 안에 숯불이 타올랐다. 나무 판자 사이로 거센 바람이 들어와 따듯하게 있을 수 없었지만, 약간의 온기는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추위와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숯불로 기어갔다. 이방의 바지는 진작에 벗겨졌다. 다리 사이로 전해지는 고통 때문에 다리를 모을 수 없었다. 방 안이 따뜻했지만 피는 여전히 흘러내렸다. 그녀의 몸 아래에 피가 흥건했다.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고통에 몸부림쳤고 아무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오두막 안에는 오로지 고통스러운 신음만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누군가 오두막에 들어왔다. 이방에게 약 한 사발을 건넸다. 그러나 약 사발 안에는 비릿한 오줌 냄새가 낫고 이방은 구역질이 났다.그러나 토하지 않았다. 괜히 오줌만 더 맞게 될까 봐 두려웠다. 수란키의 손에 들어온 이상 살 길은 없다. 그녀는 약 사발에 담긴 게 독약이길 바랐다. 이 상태로 버티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약을 삼키자 3황자가 들어와 그녀를 주먹과 발로 구타했다.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얼굴을 제외하고는 칼로 긁은 상처는 없었다.그녀의 얼굴에 어떤 글자를 새겼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고 얼굴에 새겨진 글자에 연연할 겨를이 없었다.바닥에 눕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장군님은 오지 않을 거야, 난 여기서 죽을지도 몰라.’상국의 여장군이 되어서 이런 죽음을 맞이해야 되는 게 억울했다.앞으로 송석석에게 몰릴 영광들을 생각하자 마음이 달갑지 않았다. ‘송석석은 나보다 출신 배경이 좋고 목숨이 나보다 조금 값지겠지.’ ‘나도 그런 출신이었으면 일찍이 공을 세웠을 거야.’송석석은 현갑군을 이끌고 서경군과 사국군을 뒤쫓아 철수하게 했다.전북망은 사람을 이끌고 송석석의 뒤를 바짝 쫓았다. 말 위에 올라탄 송석석의 수려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저리
송석석과 시만자가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전북망의 말을 들은 송석석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무슨 근거로 이 장군이 사국인에게 잡혀갔다는 것입니까?”“그런 뜻은 아니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이 장군이 서경 병사들을 뒤쫓았고 여태 돌아오지 않았소.”시만자가 차갑게 말했다. “그럼 도성에 깔린 시신들을 일일이 확인해야겠습니다. 거기에 있을 수도 있잖아요.”“그녀는 죽지 않았소.”전북망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북명군 전우들끼리 어찌 그런 저주를 할 수 있단 말이오?”시만자는 모닥불에 손을 쬐며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전쟁은 끝났습니다. 그러니 전우도 아니지요, 그 여인이랑 같이 묶지 마십시오.”기가 찼던 전북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북망은 송석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잘못했소, 이방과 무관하오. 만약 다른 장병이 포로로 잡혔어도 구하러 가지 않았을 것이오?”송석석이 되물었다. “만약 다른 장병이 포로로 잡혔다면 장군은 2만 명이나 되는 아군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후퇴하고 있는 수십만 명이나 되는 적군 부대를 쫓아갈 것입니까?”전북망은 말문이 막혔다. “그건...”송석석이 답했다. “장군께서 장병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건 압니다. 이 장군이 적군에게 포로로 잡혔다는 증거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녀가 후퇴하고 있는 대부대에 있다는 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그리고 국경선을 벗어나면서 뒤쫓을 수도 없습니다. 다른 장병이 위험에 처할 겁니다.”옆에서 이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몽동이가 탐탁지 않다는 듯 말했다. “옳습니다. 게다가 이 일대에 많은 유목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남강에 속하지 않지요. 만약 그들의 영지를 침공하게 되면 또 전쟁이 일어날 겁니다.”그는 유목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누군가가 함부로 그들의 영지를 침입하면 큰 사단이 일어난다는 것은 알고 있다.전북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송 장군은 계속 손 놓고 있을 거요? 포로로 잡힌 사람은 이방 한 사람이
화가 난 전북망은 송석석의 손을 거칠게 잡고 구석으로 성큼성큼 갔다. “포로로 잡힌 걸 알면서도 구하러 못 간다는 것이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오?”시만자가 그에게 채찍을 내던졌다. 전북망은 움켜쥔 송석석의 손을 풀어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시만자가 차갑게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일정 거리를 유지해서 하십시오. 가까이 붙지 마세요.” 전북망이 미간을 찌푸리며 시만자를 쳐다봤다. 그러나 시만자는 무공이 뛰어난데다가 그의 수하가 아니어서 관리하기 어려웠다. 애써 화를 억누른 전북망은 송석석에게 물었다.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소?”송석석이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사막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고 초원이나 산속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장군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현갑군을 보내 수색할 수 없습니다.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그럼 우린 여기서 뭘 기다리는 것이오? 그들이 포로를 돌려보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거요?” 전북망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송석석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네, 포로를 돌려보낼 때까지 기다려야지요.”전북망은 어이가 없었다. “미쳤소? 그들이 순순히 이방을 돌려줄 것 같소?”송석석이 싸늘하게 대꾸했다. “물론 쉽지 않겠지요.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있겠습니까, 성릉관 협정도 쉽게 얻은 게 아니잖아요.”전북망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소리요?”송석석이 전북망과 시선을 맞췄다. “수란키가 성릉관에서 대군을 이끌고 녹분성에서 철수한 게 이 장군이 북명왕께서 남강 전쟁을 원조한다는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정말 그 말을 믿었다면 장군이 될 자격은 없는 것 같네요. 병사도 못 될 것 같습니다.” 전북망도 물론 의심을 했다.마지막으로 이방에게 물을 때 역시 의심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계속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협정도 체결됐기에 더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전북망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니까 수란키가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이오? 알려주시
송석석은 장작의 불길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장작 몇 개를 추가했다. 불길이 빠르게 마른 장작을 집어삼켰다. 일렁이는 불꽃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 순간, 송석석은 장군부에서 친정집으로 돌아오던 날, 집안에 널려있는 시체들과 핏자국을 봤던 날이 떠올랐다.가슴이 턱 막혀 제대로 숨 쉬는 것마저 힘들었다.송석석은 누구보다 이방이 죽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방이 죽는다고 해서 모든 원한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그녀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수란키도 그녀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수란키는 이방을 쉽게 죽이지 않을 거라는 걸 송석석은 알고 있었다. 원수는 송석석더러 여기서 대기하라고 했다. 수란키가 원수에게 소식을 전한 것 같았다.원수는 이리에 자신의 정탐꾼이 있다고 했다. 송석석 시몬에도 정탐꾼이 있을 것 같았다.결국 그들이 여기서 기다리는 건, 원수의 뜻이면서도 수란키의 뜻이기도 했다.밤늦게까지 기다리면서 졸음과 피곤함이 쏟아졌다. 다행인 것은 장작불이 활활 타올라 추위는 피했다.후방에서 병사들에게 식량을 보내왔다. 볶음밥일 뿐이지만 전쟁터에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방 장군이 사람들을 데리고 식량을 조달하러 왔다. 그는 송석석에게 원수의 군령을 전달했다.“계속 기다리시오. 경계가 풀릴 때 즈음 교대로 자면 된다고 했소.”“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기서 대기해야 한다는 거요?” 송석석이 물었다.“원수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상대를 쉽게 믿으면 안 된다고 했소.”송석석은 원수가 수란키와 단둘이 어떤 협정을 맺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방 장군 역시 원수의 명령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군령이었기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식량을 전달한 방 장군은 다시 돌아갔다. 남강은 수복되었지만, 전쟁터의 시신들을 처리하지는 못했다. 희생된 장병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전쟁의 승리는 그들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줬다. 그러나 기쁨은 항상 상실의 슬픔과 고통을 동반했다. 같이
전북망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송석석은 현갑군의 부사령관이고 정5품 무장이다. 그녀가 내뱉은 말에는 무게가 실린다.전북망이 데리고 온 병사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현갑군이 함께 해주길 바랐다. 막 돌아온 그의 병사들은 피곤함에 찌든 상태다. 하룻밤 쉬었던 현갑군이 함께 한다면 서경군이나 유목민을 만났을 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전북망이 속삭였다. “현갑군과 함께 가고 싶소. 이렇게 부탁하오, 그간 내가 잘못했소. 당신이 내린 벌 기꺼이 받을 테니 제발 도와주시오. 이틀이나 기다렸지만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소. 이 장군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오. 그대가 이 장군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나도 알지만, 이것 또한 그녀를 찾은 뒤 전부 사죄하겠소.”송석석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사적인 원한과 상관없습니다. 현갑군은 여기서 움직이지 못합니다.”전북망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리 애원을 하고 있는데, 왜 안 된단 말이오? 원하는 게 무엇이오?”옆에서 듣고 있던 시만자가 코웃음을 터뜨렸다.“아주 간절하게 부탁을 하네요? 너무 간절해서 당장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갑군을 데리고 초원에 간다고요? 그러다가 서경군이나 유목민들을 만나면 현갑군을 내세우려고요?”“닥쳐라!” 시만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 전북망은 고함을 질렀다. “네까짓게 뭔데, 감히 그딴 말을 하는 거지?”턱을 치켜든 시만자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웃기지도 않네. 네놈과 말 섞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신분을 논해? 네가 내 앞에서 방자하게 굴 깜냥은 돼?”“송 장군! 아랫사람 관리 좀 잘하시오! 주제도 모르고 내 앞에서 설치지 않소!”그러나 시만자보다 만두가 더 빨랐다. 주먹을 휘두르고, 두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전북망에게 달려들었다.주먹은 곧장 전북망의 머리, 얼굴, 몸을 강타했다.몽동이는 반응 속도가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두 다리를 돌리며 풍차처럼 날아올랐다. 그렇게 날아와 전북망을 걷어찼다.단체 공격에 전북망
전북망의 안색이 변했다. “산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소? 뭘 갚아준다는 거요?”송석석은 걸음을 옮겼다. 전북망이 절뚝거리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송석석이 멈춰 설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바람 소리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매우 낮게 들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를 기울이세요. 바람 소리 외의 다른 것이 들릴 겁니다.”전북망은 마음을 진정하고 경청했지만 바람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송석석보다 무공이 약하고 내공도 부족하고, 바람 소리가 이리도 큰데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숨결을 전북망이 들을 리가 없었다.그는 송석석이 자기를 놀린다고 여겼다. 그래서 울화가 치밀었다. “말씀하시오, 도대체 뭘 되찾는다는 거요?”“생각해 보세요. 10만 명의 병사들이 왜 산에서 철수하지 않을까요? 왜 이 장군을 잡았을까요? 평화 협정을 체결한 뒤, 협정을 어기면서 남강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말을 마친 송석석은 몸을 돌려 떠났다. 전북망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석양이 구릿빛 피부의 전북망을 비췄다. 아름다운 얼굴선이 도드라졌다. 전북망은 조각처럼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이미 두 번이나 암시했다.그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던 전북망은 성큼성큼 송석석을 따라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엔 사내 문제밖에 없잖소. 그래서 이방을 위험에 빠뜨린 거잖소. 당신은 정말 끔찍하게 지독한 사람이오.” 전북망의 말을 들은 시만자가 허리춤에서 채찍을 꺼내려는 순간, 송석석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신경 쓰지 마. 우리가 먼저 거리를 두자.”시만자는 채찍질로 분풀이를 풀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 네 말이 옳아.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전북망이 아무리 화를 내봤자 그들은 어떤 타격도 받지 않았고 도리어 그를 무시했다.그들은 입에 담기도 험한 말들로 전북망에게 모욕감을 줬다.한편, 오두막에 갇힌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전군 하산을 했다.그들이 움직이자마자 송석석과 시만자가 눈빛을 주고받았다.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서 명을 내렸다. “전군은 경비태세를 갖춘다! 무기를 절대 놓으면 안 된다!”현갑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패와 무기를 들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대열을 맞춰 섰다.서경 병사들의 행군 속도는 아주 빨랐다. 산에서 내려온 그들은 세 줄로 서서 이동했다.맨 앞에 선 사람은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열 명씩 간격을 두고 횃불을 들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병사들도 쉽게 행진할 수 있었다. 산길은 얼음 때문에 빨리 걸을수록 미끄러지기 쉬웠다. 나란히 줄지어 걷는 행군에서 한 명이 넘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앞줄과 뒷줄로 가기 마련이었다.그럼에도 아주 빠르게 행군할 수 있었던 것은 신발이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경은 경제가 활발해 재력이 좋았다.서경인들과 대규모적인 전쟁을 하면 상국인들인 어떤 이득도 보지 못할 것이다. 곧 10만 명의 서경 병사들은 초원에서 현갑군과 대치하게 되었다.그러나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전북망이 고함을 치며 달려들었다. “이 장군은 어디에 있소?”수란키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양측의 제일 앞줄은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전북망은 현갑군의 앞에 달려갔다. 그러나 수란키에게 직접 따지지는 못했다.수란키는 전북망을 힐끗 쳐다보더니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송석석에게 닿았고, 눈빛이 매우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송 장군, 단둘이 얘기할 수 있겠소?” 수란키가 물었다.송석석이 도화창을 잡으며 말했다. “네.”수란키는 그녀의 손에 들린 도화창을 힐끗 쳐다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는 두시죠. 정 걱정이 되면 호위병을 한 명 데리고 가시죠. 전 혼자 가겠습니다.”시만자가 끼어들었다. “내가 갈게.”송석석은 도리어 전북망을 바라보았다. “장군, 같이 가시죠.”전북망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떨떨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전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