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7 20:00:01
전북망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송석석은 현갑군의 부사령관이고 정5품 무장이다.

그녀가 내뱉은 말에는 무게가 실린다.

전북망이 데리고 온 병사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현갑군이 함께 해주길 바랐다.

막 돌아온 그의 병사들은 피곤함에 찌든 상태다.

하룻밤 쉬었던 현갑군이 함께 한다면 서경군이나 유목민을 만났을 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북망이 속삭였다.

“현갑군과 함께 가고 싶소. 이렇게 부탁하오, 그간 내가 잘못했소. 당신이 내린 벌 기꺼이 받을 테니 제발 도와주시오. 이틀이나 기다렸지만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소. 이 장군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이오. 그대가 이 장군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나도 알지만, 이것 또한 그녀를 찾은 뒤 전부 사죄하겠소.”

송석석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사적인 원한과 상관없습니다. 현갑군은 여기서 움직이지 못합니다.”

전북망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가 이리 애원을 하고 있는데, 왜 안 된단 말이오? 원하는 게 무엇이오?”

옆에서 듣고 있던 시만자가 코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간절하게 부탁을 하네요? 너무 간절해서 당장 주먹을 날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현갑군을 데리고 초원에 간다고요? 그러다가 서경군이나 유목민들을 만나면 현갑군을 내세우려고요?”

“닥쳐라!”

시만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 전북망은 고함을 질렀다.

“네까짓게 뭔데, 감히 그딴 말을 하는 거지?”

턱을 치켜든 시만자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웃기지도 않네. 네놈과 말 섞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신분을 논해? 네가 내 앞에서 방자하게 굴 깜냥은 돼?”

“송 장군! 아랫사람 관리 좀 잘하시오! 주제도 모르고 내 앞에서 설치지 않소!”

그러나 시만자보다 만두가 더 빨랐다. 주먹을 휘두르고, 두 발을 앞으로 내딛으며 전북망에게 달려들었다.

주먹은 곧장 전북망의 머리, 얼굴, 몸을 강타했다.

몽동이는 반응 속도가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두 다리를 돌리며 풍차처럼 날아올랐다. 그렇게 날아와 전북망을 걷어찼다.

단체 공격에 전북망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4화

    전북망의 안색이 변했다. “산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소? 뭘 갚아준다는 거요?”송석석은 걸음을 옮겼다. 전북망이 절뚝거리며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송석석이 멈춰 설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바람 소리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매우 낮게 들렸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를 기울이세요. 바람 소리 외의 다른 것이 들릴 겁니다.”전북망은 마음을 진정하고 경청했지만 바람 소리 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송석석보다 무공이 약하고 내공도 부족하고, 바람 소리가 이리도 큰데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숨결을 전북망이 들을 리가 없었다.그는 송석석이 자기를 놀린다고 여겼다. 그래서 울화가 치밀었다. “말씀하시오, 도대체 뭘 되찾는다는 거요?”“생각해 보세요. 10만 명의 병사들이 왜 산에서 철수하지 않을까요? 왜 이 장군을 잡았을까요? 평화 협정을 체결한 뒤, 협정을 어기면서 남강에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말을 마친 송석석은 몸을 돌려 떠났다. 전북망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석양이 구릿빛 피부의 전북망을 비췄다. 아름다운 얼굴선이 도드라졌다. 전북망은 조각처럼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이미 두 번이나 암시했다.그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믿기지 않았던 전북망은 성큼성큼 송석석을 따라갔다.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엔 사내 문제밖에 없잖소. 그래서 이방을 위험에 빠뜨린 거잖소. 당신은 정말 끔찍하게 지독한 사람이오.” 전북망의 말을 들은 시만자가 허리춤에서 채찍을 꺼내려는 순간, 송석석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신경 쓰지 마. 우리가 먼저 거리를 두자.”시만자는 채찍질로 분풀이를 풀려고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 네 말이 옳아.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전북망이 아무리 화를 내봤자 그들은 어떤 타격도 받지 않았고 도리어 그를 무시했다.그들은 입에 담기도 험한 말들로 전북망에게 모욕감을 줬다.한편, 오두막에 갇힌

    최신 업데이트 : 2024-07-17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5화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전군 하산을 했다.그들이 움직이자마자 송석석과 시만자가 눈빛을 주고받았다.송석석이 자리에서 일어서 명을 내렸다. “전군은 경비태세를 갖춘다! 무기를 절대 놓으면 안 된다!”현갑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패와 무기를 들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대열을 맞춰 섰다.서경 병사들의 행군 속도는 아주 빨랐다. 산에서 내려온 그들은 세 줄로 서서 이동했다.맨 앞에 선 사람은 손에 횃불을 들고 있었다. 열 명씩 간격을 두고 횃불을 들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병사들도 쉽게 행진할 수 있었다. 산길은 얼음 때문에 빨리 걸을수록 미끄러지기 쉬웠다. 나란히 줄지어 걷는 행군에서 한 명이 넘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앞줄과 뒷줄로 가기 마련이었다.그럼에도 아주 빠르게 행군할 수 있었던 것은 신발이 특수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경은 경제가 활발해 재력이 좋았다.서경인들과 대규모적인 전쟁을 하면 상국인들인 어떤 이득도 보지 못할 것이다. 곧 10만 명의 서경 병사들은 초원에서 현갑군과 대치하게 되었다.그러나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전북망이 고함을 치며 달려들었다. “이 장군은 어디에 있소?”수란키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양측의 제일 앞줄은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전북망은 현갑군의 앞에 달려갔다. 그러나 수란키에게 직접 따지지는 못했다.수란키는 전북망을 힐끗 쳐다보더니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송석석에게 닿았고, 눈빛이 매우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송 장군, 단둘이 얘기할 수 있겠소?” 수란키가 물었다.송석석이 도화창을 잡으며 말했다. “네.”수란키는 그녀의 손에 들린 도화창을 힐끗 쳐다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는 두시죠. 정 걱정이 되면 호위병을 한 명 데리고 가시죠. 전 혼자 가겠습니다.”시만자가 끼어들었다. “내가 갈게.”송석석은 도리어 전북망을 바라보았다. “장군, 같이 가시죠.”전북망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얼떨떨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전북

    최신 업데이트 : 2024-07-18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6화

    수란키의 차가운 눈빛에 전북망은 등골이 서늘했다.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수란키도 그와는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복잡한 얼굴을 했다.“송 장군, 서경 정탐꾼이 장군의 가문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건 내가 아니오. 그들이 녹분성의 여러 마을이 이방이 이끈 군대에 의해 학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정탄꾼의 우두머리가 직접 내린 명령이오. 서경의 폐하께서 국경의 문제 때문에 양국의 백성을 학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고한 뜻을 밝혔소. 물론 그쪽 무장이 협정을 어기고 학살을 했으나 서경 정탐꾼도 잘한 게 없다는 걸 잘 아오 그래서 내가 대신 송 장군에게 사죄하고 싶소.”옆에서 듣고 있던 전북망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오?”수란키는 그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폐하와 공신들은 송회안 원수님을 매우 존경했소. 일찍이 군을 이끌고 서경 전쟁을 했으나 양국의 협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나라의 백성을 해치지 않으셨지요. 전쟁을 벌일 때마다 국경선을 엄격히 지키셨오. 그래서 송씨 가문의 참사에 저도 큰 죄책감을 느꼈소. 서경이 송씨 가문에 큰 빚을 진 거요.”잠시 침묵하던 수란키가 말을 이었다. “오직 송씨 가문에 진 빚이란 말이오.”그는 끝까지 서경 태자가 이방에게 모욕을 당해 자살을 했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다만 이방이 민가를 침입해 백성을 학살한 것만 문제로 삶았다.서경인은 상국에 빚을 진 게 아니었다. 서경인은 송씨 가문에 빚을 진 것이다.이방은 무장의 신분으로, 병사의 신분으로 녹분성의 백성을 죽였다.그러나 송씨 가문 역시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부 죽임을 당했다. 수란키는 서경의 황자가 이방에게 잔인한 학대를 당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송씨 가문과 연관된 모든 사람이 죽임을 당한 것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수란키는 송석석에게 뒤늦은 사과라도 했으나, 그들의 황자는 이방의 사과를 받기도 전에 떠났다.남강 전쟁에서 상국 병사를 죽인 것을

    최신 업데이트 : 2024-07-18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화

    수란키와 3황자가 10만 명의 서경 병사들을 이끌고 떠났다. 송석석이 전북망에게 말했다.“이 장군을 구하고 싶으면 심복(心腹)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세요.”혼자 가라고 하는 이유는 이방에게 최소한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서경 태자가 당했던 수치를 그들이 그대로 겪었다면 눈 뜨고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송석석의 배려다.그러나 전북망은 산에 남아있을 서경 병사들이 걱정돼 현갑군을 같이 데려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송석석이 전북망을 잠시 쳐다봤다. “진심입니까?”전북망은 그녀의 눈빛이 가슴이 떨렸다. “이방이 백성을 학살한 게 사실이오?”“수란키 장군에게 왜 안 묻고...” 송석석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장군을 직접 만나서 물으세요. 수란키 장군이 이 장군을 죽이진 않았을 겁니다.”전북망은 이방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는 수란키가 한 말을 곱씹었다. 모욕과 학살에 관한 얘기는 잠깐 했고 나머지 대화는 송석석에 대한 사과뿐이었다.만약 이방이 마을 사람을 학살한 게 사실이라면 송씨 가문의 멸문에 이방이 간적접으로 관여한 것이다. 이방은 송서석의 가족을 죽이고 송석석의 지아비를 빼앗았다.전북망은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 한 켠을 꾸욱 짓누르는 것 같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믿을 수 없어, 직접 물어볼 거야.’“수란키 장군의 말을 전부 믿을 수 없소. 송 장군이 나랑 같이 가주시게. 이방이 인정하면...”전북망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 ‘이방이 인정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뭘 할 수 있지?’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고 되찾을 수 없는 목숨이다.송석석은 잠시 고민하더니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전북망은 수란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서경인이 산에서 매복하고 빈틈을 노릴 수 있었기에 현갑군도 동행하게 했다.그는 포로들의 상황을 알지 못했다. 기껏해야 몇 대 얻어맞았을 거라고 짐작했다.그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 현갑군까지 대동해 산에 올랐다.그러나 송석석은 아

    최신 업데이트 : 2024-07-18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화

    이방은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수란키에게 목을 졸렸다. 생사를 오갔고 몸, 얼굴, 귀가 한 조각씩 잘려있었다. 그래서 전북망의 품에 안겼을 때, 이방은 구조되었다는 안도감에 겨우 붙잡고 있던 정신을 놓았다.그러나 전북망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그녀를 안고 나가면 그녀가 바지를 입고 있지 않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봤다.그녀가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분명 알고 있었다.얼굴이 파랗게 질린 전북망은 그제야 송석석이 두 차례 확인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에게 심복 한 명만 데리고 가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송석석에게 화가 난 전북망은 밖으로 나가며 송석석을 흘겨봤다. 이방이 직접 입을 열기 전까지 그는 수란키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이방과 송석석 사이에서 발생했던 일을 믿고 싶지 않았다.송석석은 전북망이 겁먹은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전북망의 의견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다른 포로들을 구하라고 명을 내렸다.안에 있는 포로들을 구하기 위해 병사들이 들어갔다. 오두막에는 횃불을 켠듯한 흔적이 있긴 했으나 서경인들은 하산을 하기 전 그것들을 전부 꺼버렸다.그들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럼에도 얼어 죽지 않은 것은 오두막의 온기가 그들의 목숨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어떤 병사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솜옷을 벗어 포로들에게 입힌 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시몬으로 돌아가 군의관을 청했다. 전북망은 직접 이방에게 탕약을 먹였다. 악취 나는 그녀의 몸을 씻기고 입안의 똥을 조금씩 퍼냈다. 그 과정에 몇 번이나 구역질했는지 모른다.그리고 다리 사이의 상처를 감히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는 눈을 돌리고 약가루를 마구 뿌렸다. 그곳을 제외한 다른 상처들은 세심하게 치료했다.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천할 '천(賤)'자는 불에 달궈진 쇠로 지져서 없앴다.그녀의 얼굴을 절반 흉측하게 만들지언정, 글자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이방은 상처를 치료받으며 정신을

    최신 업데이트 : 2024-07-18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9화

    그는 낯선 사람을 보는 듯 이방을 바라보았다.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가 사랑하던 이방과 다른 사람 같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악귀처럼 보였다.그는 오롯이 이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전공을 포기하고, 송석석을 저버렸다.세상에서 가장 멍청했다.여자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가서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시절 대의를 논하던 이방의 눈에는 지금과 달리 총기가 있었다.허탈해진 전북망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미친 듯이 폭소했다.깜짝 놀란 이방은 전북망의 몸을 잡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장군님... 왜 이러세요? 무섭게 왜 이래요.”전북망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한참이 지났을까, 전북망은 얼굴을 가렸던 두 손을 내리고 이방을 살벌하게 노려봤다. “송 장군 일가를 몰살하고 포로를 괴롭히고 마을의 백성을 학살한 게 당신이었군.”이방은 그의 눈빛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서경인들이 죽인 겁니다. 저랑 상관없어요.”“왜 이런 사람이 되었소? 언제부터 이리 잔인해진 것이오? 무고한 백성을 왜 죽인 거요?”이방은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서경 무장이 민가에 숨어 있었고, 그를 찾기 위해... 장군님, 왜 절 잔인하게 여기세요? 마을 사람들을 죽인 건 사실이지만, 그 마을 사람들도 서경의 백성입니다.”“양국은 교전 중 백성이나 포로를 죽이지 않소.” 전북망은 핏기가 보이는 눈빛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건 우리와 서경이 맺은 협정이오. 성릉관 전쟁 전에 내가 수차례 말했고 당신도 알겠다고 했잖소.” 전북망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말해보시오, 왜 지키지 않았는지. 포로를 학살한 것뿐만 아니라 민가의 백성까지 학살했소. 사람이긴 하오?”무섭게 다그치는 그의 모습에 이방은 깜짝 놀랐

    최신 업데이트 : 2024-07-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0화

    전북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방은 초조해서 해명했다. “절 때렸지만 절대 유린을 하지 않았어요. 맹세코 절대 그런 일 없었어요. 믿기지 않으면 그들에게 물어보세요.”전북망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뭐라고 물어야 하오? 부끄럽지도 않소?”“절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전북망이 허탈하게 웃었다. “어떻게 믿겠소? 내게 한 말 중에 진실이 있긴 하오? 성릉관에 대해 물었을 때, 북명왕이 전쟁터로 직접 출두한다는 거짓말로 평화협정을 체결했다고 하지 않았소? 그래서 수란키가 철수를 했다고? 이렇게 큰일도 내게 숨겼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겠소?”“제가 말하지 않은 건 장군께서 싫어하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방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눈을 굴리며 변명을 했다. “장군께서 양국의 백성을 절대 해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그들이 민가에 숨어든 게 확실한 상황에서 포기할 수 없잖아요? 녹분성에 온 이상, 반드시 수확이 있어야 합니다. 전 그저 마을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서경인들이 죽인 병사들 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전북망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우리가 녹분성에 왜 갔소?”“양식 창고에 불을 지르기 위해서요.” 이방이 말했다.“내가 양식 창고에 불을 지르러 가면 후방 지원을 맡아달라고 말하지 않았소? 그런데 그 젊은 장수를 왜 쫓아간 것이오? 우리가 양식 창고에 불을 지르는 사이 서경 병사들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지는 생각지도 않은 것이오?”“하지만 제가 공을 세웠잖아요.” 이방은 얼굴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더는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됐습니다. 장군님과 전 생각이 다릅니다.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저도 장군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얘기는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줍니다. 그런 일로 부부 사이의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 있나요? 이 얘기 그만 해요.”전북망은 그녀에게 실망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지적을 했지만, 그녀는 서경 백성의 목숨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더는 그녀와 대

    최신 업데이트 : 2024-07-19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31화

    송석석은 그릇을 들고 국물을 들이켰다.털털한 모습에 사여묵은 눈썹을 들썩이며 키득거렸다.“그나저나 서경 태자가 녹분성에 왜 왔어요?” 서경 태자는 현명하고 용맹하며 백성들의 사랑을 받기로 유명했다.그런 사람이 녹분성에 나타났으니, 송석석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하물며 태자는 무장이 아니다. 직접 전쟁에 나올 만큼 싸움 실력이 훌륭하지 않다는 뜻이다.여러모로 태자의 행보는 수상했다.“서경 황실에 내란이 일어났고 2황자가 꾸민 모략에 의해 어쩔 수없이 전쟁에 나오게 됐소. 수란키는 태자를 위험천만한 곳에 차마 보낼 수 없어 안전한 녹분성에서 몸을 피신하게 했지. 헌데 그곳에서 이방을 마주치게 될 줄이야…”“2황자가요?” 송석석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태자가 죽었으니 남은 황자들끼리 자리 쟁탈을 하겠네요. 2황자가 차기 태자로 선발되면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거예요.”서경의 2황자는 상국을 향한 적대감과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송석석은 2황자가 서경의 다음 태자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수란키는 3황자쪽에 섰소. 3황자와 돌아가신 태자는 태황후의 뱃속에서 태어난 친형제이기에 명분이 확실하오. 그러나 3황자는 아직 태자가 될 정도로 뛰어나지 않소. 황제도 병세가 심해져 오래는 버티지 못할 것 같소만...”송석석은 그제야 태자의 신분으로 위험한 전쟁에 나온 상황이 이해되었다.“2황자와 수란키에게 이번 기회는 전환점이 되겠군요. 그들은 태자의 복수를 한 뒤 신속히 철수하여 내란에 맞설 생각으로 여기 온 거였어요. 그간 태자의 죽음을 백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게 바로 명분을 만드는 것 때문이었네요. 이제 서경으로 돌아가 태자의 부고를 온 세상에 알리고 자신들이 추대한 3황자가 친형인 태자의 복수를 한 사실을 알려 민심을 달래고 3황자의 입지를 굳건히 만드는 게 수란키의 계획이었네요.”“무수한 이유들 중 하나겠지오. 한 나라의 내정을 우리가 어찌 다 파악하겠소? 서경 같은 대국은 더 복잡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사여묵의 말에 그녀

    최신 업데이트 : 2024-07-19

최신 챕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7화

    송석석와 시만자는 궁을 나선 후, 시만자는 공방으로, 송석석는 여학으로 각자 향했다.이미 전에 제자예에게 더는 수작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국태부인은 송석석를 보자마자 그녀가 제자예의 문제를 해결하러 온 것을 알고 말했다.“그 아이는 학문에 뜻이 없는 듯하니, 차라리 퇴학을 권하는 게 어떻소? 스스로 떠난다면 보기 흉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곧 혼사를 준비해야 할 아가씨지 않소.”국태부인은 제자예의 집안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며 말한 것이다. 만약 아군여학에서 쫓겨난다면 그녀의 명성에 큰 타격이 갈 것이 분명했다.국태부인은 여자아이들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깊었다. 혼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송석석이 말했다.“국태부인,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그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부터 알아보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국태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오. 그 아이와 벗들이 수업마다 소란을 피우며, 특히 여옥 선생 앞에서 더욱 심했소. 이에 따라 다른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고, 여옥 선생도 꽤 곤란해하고 있소. 선생도 나이가 젊으니,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데 익숙하지 않나 보오.”송석석이 잠시 생각했다. 여옥 선생은 문제를 처리할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 역시 단순한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기에, 여학 자체를 흔들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은 그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문제였다.송석석는 먼저 여옥을 찾으려 했지만, 마침 제자예가 그녀의 두 친구와 향회옥과 주창우와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놀랍게도, 그들은 사과하러 왔다.제자예가 앞장서서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뉘우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철이 없어서 여옥 선생께 폐를 끼쳤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선생이 처벌을 내려도 달게 받겠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6화

    황후는 급격히 화가 치밀어 올라 잔을 내던지며 말했다.“정말 눈엣가시구나! 항상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만 한다.”그러자 궁녀 란주가 옆에서 말했다.“마마. 북명왕비는 태후의 명으로 여학을 설립하고 아군여학을 도맡은 이후로, 경중의 부인들 사이에서 칭찬받고 있습니다. 지금쯤 경성의 반이 되는 명문가 부인들이 그녀를 존경하고 있으니, 정말 쉽지 않은 상대입니다.”제황후는 순간 지난 동짓날이 떠올랐다. 그날 명부들은 하나같이 송석석을 극찬하였다. 심지어는 북명왕 부부의 금실을 감탄하거나, 그녀의 능력과 역량을 치켜세우며 여인의 모범이라 말했다.‘송석석이 여인의 모범이라면, 나는 황후로서 뭐란 말인가?’이런저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질투와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랐다.“태후께서 한때 이방을 여인의 모범이라 하셨는데, 이제 그 명성을 송석석이 차지하고 있으니, 불쾌하지도 않은 것이냐?”궁녀가 말했다.“마마, 그녀는 지금 돋보이게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어 한창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극에 달하면 화를 입을 테니, 언젠가 그 관심이 화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태후께서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그녀와 대립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황후가 차갑게 말했다.“태후께서 그녀를 지키는 이유는, 그저 송석석 어머니와의 사소한 옛정 때문 아니겠느냐? 여학은 태후가 하자고 하신 일이지만, 폐하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으셨다. 그저 효도를 위해 마지못해 허락한 것뿐이지. 여학을 도맡아서 대단한 줄 아는 모양인데, 송석석이 글이나 알고 있느냐? 정말 우습지 않은가? 태후는 여학을 중시하신다. 여학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도 태후께서 그녀를 계속 지킬지 두고 보자.”란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제자예 아가씨를 여학에 들여보내 선생들을 곤란하게 했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더 심한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태후를 노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때는 폐하께서도 마마를 도와주시지 않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5화

    황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태후마마께서 그 아이의 이름까지 기억하시다니, 참 그 아이의 복입니다. 예. 자예 동생은 올해 갓 성인이 되었고, 열다섯 살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숙모가 자예의 혼사를 의논하려고 저를 찾아오신 겁니다.”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나도 들었다. 숙모는 광릉후의 셋째 아들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지? 나도 특별히 알아보았더니 재능도 있고 인품도 좋아서, 훌륭한 배필이라 할 만하더구나. 게다가 나이도 비슷해서 아주 딱 맞다.”그러자 황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태후의 날카로운 눈빛에 자신의 속셈이 전부 간파된 듯한 기분이 들어,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더듬거리며 말했다.“혼사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린 그렇다고 쳐도, 제자예의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는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혼사를 정하진 않으마.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게 하고 정말 마음에 든다면, 나에게 와서 혼사를 정해달라고 요청하게 하거라. 황후의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기꺼이 혼사를 내려줄 테니.”황후의 얼굴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는 분명 태후가 그녀가 혼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말이었다. 대체 누가 고자질을 한 것일까? 어제 금방 사람을 방씨 집안에 보냈고, 오늘 아침 오수인을 궁으로 불렀건만, 말 한마디 나누기도 전에 태후가 그녀를 불러서 경고했다. “딱히 다른 일은 없다. 그저 이번 일로 네 의견을 듣고자 해서 부른 것이니 돌아가 숙모께 전하거라. 네 동생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다. 혼사는 부모의 뜻만 따를 수는 없는 법이다.”태후는 황후를 돌려보냈다.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절을 하며 말했다.“예. 친정의 일로 태후마마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드리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란주는 황후에게 여우 털 외투를 걸쳐주었고 이내 두 사람은 함께 본청을 나섰다.황후가 떠나자마자, 송석석과 시만자가 병풍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4화

    연 공공은 어음과 차를 받고도 입을 꾹 닫고 있었다.“마마를 뵈면 다 알게 될 것이네. 고명 부인께서 어찌 예를 어기시겠는가?“집사가 웃으며 답했다.“예. 공공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비록 그는 웃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어찌 조금도 얘기를 알리지 않을까?송석석은 제자예가 소란을 일으켜서 오늘 여학에 가봐야 했다. 국태부인이 전날 밤 하인을 보내어 그녀에게 정리해 달라고 전했다.그녀가 막 문을 나서자마자 방씨 가문의 가마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가마꾼들이 몹시 서두르는 걸 보니 급한 일이 있는 듯했다.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방씨 가문에서 왔소?”가마 안에서 방 부인이 가림막을 걷으며 다급히 말했다.“왕비, 황후께서 숙모님을 궁으로 부르셨는데, 아마도 방시원과 제씨 가문 아가씨 제자예와의 혼사 때문인 듯합니다. 숙모께서 황후가 직접 명을 내리실까 봐 염려하셔서 도와달라고 하십니다.”송석석은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제자예라면 아군여학의 그 제자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예. 어제 혼담을 보내왔지만, 숙모가 거절하셨습니다.”방 부인이 다급히 대답하자 송석석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시만자를 불렀다.“태후께 문안을 드리러 궁에 가야겠다.”그렇게 두 사람은 말을 타고 궁으로 달려갔다.그 시각, 오숭인은 이미 마차에 올라 연 공공과 함께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송석석와 시만자는 한발 먼저 도착해 태후를 찾아가 문안을 드렸다.태후는 평소 후궁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매달 첫날과 보름에만 문안받았다. 그저 이른 아침, 숙청제가 문안을 드리고 갔을 뿐이다.송석석의 말을 들은 태후는 냉소하며 말했다.“함부로 혼담을 꺼내다니. 그녀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제씨 가문은 분명 방시원의 병권을 빌려 큰 황자를 지원하려는 속셈이다.“큰 황자가 서우를 깔보고 난 후, 태후는 그에게 몹시 불만이었다. 아직 어리고 곁에서 스승이 가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릇없고 거만해 깔보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3화

    사여령은 새로 부임했을 때 아버지에 관한 질문을 받을까 봐 매우 두려웠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사여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물어보는 이조차 없어 점점 긴장이 풀렸다. 그 중 대리사 소경인 진이가 몇 마디 말을 건넸다. 그는 모든 일에 조언을 아끼지 않는 온화한 사람이었다. 사여령은 그에게 매우 감사하며,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예의를 차리지 않고 바로 물었다.그는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감옥 관리자 일을 잘 수행해내고 싶었다. 그는 배워야 할 것도 많았고 수하의 옥졸들을 잘 관리해야 했으므로 매일 바빴다.사여묵은 진이에게 당분간 사여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묻지 말고 그가 제대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우라 했다. 사여령이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지원해 주고, 작은 성취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후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동지가 지나고 나서부터 중매쟁이들이 방씨 가문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오수인은 방시원에게 부인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자식 문제야 그렇다 쳐도, 그의 곁에서 그를 잘 챙겨줄 사람 한 명정도는 필요했다.오수인은 아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후, 후손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다. 오수인은 그저 아들이 평온하게 살아가길 바랐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왕청여 사건 이후, 그녀는 며느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품성을 꼽았다.이전에 혼담이 오갔던 집안은 비록 6품 관원의 딸이었지만, 덕목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왕청여와 노세진 사건이 터지면서 이 일은 무산되고 말았다.그 후 중매 얘기가 많이 들어오자, 그녀는 먼저 그들의 품성을 알아보고자 했는데,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제씨 가문에서 먼저 혼담을 꺼낸 것이다.제씨 가문의 막내딸인 제자예는 갓 성인이 된 지 반년이 채 안 된 16세도 지나지 않은 나이었다.오수인은 그 얘기를 듣자마자, 품성을 알든 모르든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느꼈다.오수인이 원래 선택했던 아가씨는 모두 18세 이상이었다. 18세가 되도록 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2화

    노주라는 말 한마디에 사여묵과 송석석은 연회를 마치자마자 급히 북명황실로 향했다. 그들은 의사당에서 지도를 펼쳤다. 노주는 강남에 위치해 있고 당시 이왕의 봉지였다. 이왕은 문엄 황제의 형제였는데 오늘날은 진국장군이 되었다. 진국 장군은 봉호만 있을 뿐 병권은 없었다. 지금의 진국장군은 사청엽이었고 황가의 청짜 돌림이었다. 이제껏 조정의 봉록을 받고 살았지만 지금은 복지가 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전에 심사할 때도 그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노주는 비록 부유한 집안이긴 하지만 연주와 옹현에서 멀어 군대를 노주로 이동시키는 것은 꽤 곤란한 일이었다. 게다가 사청엽이라는 사람이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다 하고 다녀 대대로 장악해 온 가업까지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예전에 그 사람에 대혼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집에는 처가 32명이 있었고 미인 통방도 오 육십 명은 되었다. 그가 데려올 수 있는 미녀라면 사든 아니면 빼앗든 반드시 가져야 했다. 그래서 그는 현지 관아와도 관계가 좋지 않아 관아에서도 늘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년 동안 그가 말썽을 일으키고 민녀를 강탈한 사건만 해도 수백 건이 넘었다. 하필이면 노주가 그의 봉지라 쫓아낼 수도 없고 맞서자니 아무리 그래도 진국장군이니 감히 그러지도 못했다. 그를 탄핵하는 상주서는 많지 않았다. 노주 지부가 3년에 한 번씩 바뀌는데 모두 황실의 체면 때문에 감히 보고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가 황실이라고 방임하면 나중에 자신의 벼슬길에 영향을 미칠까 봐 모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그가 나쁜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이때 염 선생이 말했다. “그에게는 특징이 하나 있는데 바로 횡포하다는 것입니다.” 사여묵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한 사람이 가난이 극에 달하면 당연히 돈을 벌 방법을 생각해 내겠지. 하지만 요 몇 년 동안 그가 노주에서 빈둥빈둥 지내면서 친구는 거의 없고 손에 실권이 없으니 돈을 벌 수도 없겠지. 조사해서 그의 개인 마을이나 산이 있는지 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1화

    “여령아, 무릎을 꿇거라.” 영태비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사여령에게 말했다. “불효자식아, 어서 왕비에게 용서를 빌거라! 그녀는 너의 사촌 여동생이기도 하고 사촌 형수이기도 하다. 그녀가 너를 용서해야 하늘에 계신 네 어머니의 영혼에게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 사여령이 무릎을 꿇으려 하자 송석석은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디 한 번 감히 무릎을 꿇어보십시오.” 그녀의 차가운 말에 사여령은 굽으려던 무릎이 뻣뻣해졌다. 송석석은 영태비에게 말했다. “태비마마께서 다른 일이 없다면 저는 그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녀는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자 영태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손자와 손녀를 보호해 주게.” 송석석은 제 자리에 서더니 고개를 돌려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태비마마께서 정말 보살님이십니다. 하지만 저희 사촌 이모께서는 태비의 연민을 받아본 적이 없지요. 그러니 그들도 누군가의 연민과 보호가 필요 없을 것입니다.” 태비는 울며 소리쳤다. “왕비님, 아무리 그래도 친척인데 어떻게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면 왜 보호가 필요하겠습니까? 황가의 자손이 거지라도 될 수 있단 말입니까? 태비마마께서 괜한 걱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만약 태비마마께서 괜한 걱정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런 말을 내가 아니라 손자들에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송석석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 사여령은 쏜살같이 쫓아나가 그녀를 막았다. “사촌 동생아.” “당신이 내 사촌 이모의 친아들도 아닌데 사촌 동생은 무슨!” 송석석은 줄곧 사여령을 미워했다. 연왕에겐 아들이 세 명 있는데 가장 밉살스러운 것은 그가 아니었지만 첩이 낳은 아들이었다. 그래서 사촌 이모가 그를 키워줬는데 효의가 조금도 없다니. 살아있을 때 효도한 적도 없으면서 죽은 후에야 울고불고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촌 동생. 나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입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70화

    말을 하고 있을 때, 영태비가 사적으로 사람을 보내 송석석을 초대했다. 송석석은 태후마마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그곳으로 향했다. 영태비는 문엄 황제의 빈이라 아들을 따라 봉지에 가서 복을 누려야 했지만 지금은 궁궐의 외딴곳에 홀로 남아 생활을 했다. 송석석이 고 공공을 따라 영수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설 분위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는 몇 개의 전각이 아닌 하늘과 땅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겨울이 되자 영태비의 병세가 악화되어 연왕의 아들인 사여령이 진성에 남았는데 오늘 입궁해서 조모의 곁을 지켰다. 송석석이 온 것을 보자 사여령은 일어나 인사를 했다. “왕비님, 오셨습니까?” 송석석은 그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큰 도련님도 계셨군요.” “네, 조모께 문안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 여령은 송석석 앞에서 감히 그녀의 눈을 쳐다볼 수 없어 고개를 숙였고, 송석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태비께 인사를 올렸다. 영태비는 등에 비단 베개 두 개를 받치고 침대에 기대 있었는데 안색이 노란 데다 푸르스름했고, 희끗희끗한 머리는 풀어헤친 채 계속 누워있었던 탓에 헝클어져 있었다. 그녀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송석석에게 말했다. “왕비, 어서 앉게.” 영태비는 말하는 속도가 아주 느리고 힘이 없었다. 궁녀가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놓자 고 공공이 말했다. “왕비님, 앉으십시오. 태비마마께서 몸이 허약해서 말소리가 크지 않으니 가까이 앉으셔야 들을 수 있습니다.” 송석석은 태비마마께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아서 말했다. “태비마마께서는 좀 괜찮으십니까?” “아마도 낫지 않을 것이다.” 영태비는 말을 하며 입술에 립밤을 좀 발랐는데 혈색을 더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창백해 보였다. 송석석은 영태비를 위로했다. “잘 치료한다면 금방이라도 괜찮아질 것입니다.” 전 중의 숯불은 아주 따뜻하게 타올라서 송석석은 조금 뜨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태우는데도 연기 한 점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아 좋은 숯임을 알 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169화

    혜태비는 궁에 들어오자마자 덕귀태비와 제귀테비를 찾아가 정원을 노닐었다. 혜태비는 홍보석 장신구가 오늘 피부색을 잘 받쳐주어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사여묵은 송석석과 함께 태후마마에게 문안을 드리러 태후전에 들어갔는데 많은 명부들 또한 때를 지어 태후에게로 왔다. 마침 방시원의 어머니인 오수인도 태후에게 인사를 드리러 궁으로 들어왔는데, 태후가 이렇게 많은 명부들 앞에서 방시원의 혼사를 물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같았다. 오수인은 마음속으로 괴로움이 가득했지만, 감히 태후 앞에서 하소연하지는 못했다. “태후마마, 혼인을 조급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태후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방시원이 고생이 많구나. 이유 없이 이런 일에 연루되고, 너희 집안은 더할 나위 없이 인자한데 하필이면 그 사람들 때문에 발칵 뒤집히다니.” 오수인은 그제야 태후께서 왜 갑자기 그 말을 물으셨는지 알았다. 알고 보니 방시원과 방 씨 가문을 위해서였다. 그녀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복이 천박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태후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거라. 그는 우리 상국의 훌륭한 장군이자 황은을 받들고 있는데 복이 천박하다니? 그의 운명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예, 태후마마께서 좀 더 신경을 써주십시오.”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다소 조롱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었는데, 지금 현장에 있던 명부들의 오수인을 보는 눈빛은 순식간에 달라져 있었다.하지만 태후께서 말씀을 하시니 상황이 달라졌다. 태후는 방시원을 상국의 훌륭한 장군이라고 평가했다. 여태껏 조정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방시원을 위해서 나선 것이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총명한 사람이기에, 태후의 이 뜻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그러니 앞으로 아무도 감히 방 씨 가문을 무시하지도, 함부로 입에 담지도 못할 것이다.태후마마께서는 방시원의 얘기를 길게 하지 않고 다른 가문의 일도 물어보았다. 그리고 제대부인이 보이지 않자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