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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는 낯선 사람을 보는 듯 이방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가 사랑하던 이방과 다른 사람 같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악귀처럼 보였다.

그는 오롯이 이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전공을 포기하고, 송석석을 저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했다.

여자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가서 가정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시절 대의를 논하던 이방의 눈에는 지금과 달리 총기가 있었다.

허탈해진 전북망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미친 듯이 폭소했다.

깜짝 놀란 이방은 전북망의 몸을 잡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장군님... 왜 이러세요? 무섭게 왜 이래요.”

전북망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한참이 지났을까, 전북망은 얼굴을 가렸던 두 손을 내리고 이방을 살벌하게 노려봤다.

“송 장군 일가를 몰살하고 포로를 괴롭히고 마을의 백성을 학살한 게 당신이었군.”

이방은 그의 눈빛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서경인들이 죽인 겁니다. 저랑 상관없어요.”

“왜 이런 사람이 되었소? 언제부터 이리 잔인해진 것이오? 무고한 백성을 왜 죽인 거요?”

이방은 여전히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

“서경 무장이 민가에 숨어 있었고, 그를 찾기 위해... 장군님, 왜 절 잔인하게 여기세요? 마을 사람들을 죽인 건 사실이지만, 그 마을 사람들도 서경의 백성입니다.”

“양국은 교전 중 백성이나 포로를 죽이지 않소.”

전북망은 핏기가 보이는 눈빛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건 우리와 서경이 맺은 협정이오. 성릉관 전쟁 전에 내가 수차례 말했고 당신도 알겠다고 했잖소.”

전북망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왔다.

“말해보시오, 왜 지키지 않았는지. 포로를 학살한 것뿐만 아니라 민가의 백성까지 학살했소. 사람이긴 하오?”

무섭게 다그치는 그의 모습에 이방은 깜짝 놀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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