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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이방은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수란키에게 목을 졸렸다. 생사를 오갔고 몸, 얼굴, 귀가 한 조각씩 잘려있었다.

그래서 전북망의 품에 안겼을 때, 이방은 구조되었다는 안도감에 겨우 붙잡고 있던 정신을 놓았다.

그러나 전북망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그녀를 안고 나가면 그녀가 바지를 입고 있지 않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다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봤다.

그녀가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분명 알고 있었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전북망은 그제야 송석석이 두 차례 확인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에게 심복 한 명만 데리고 가라고 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송석석에게 화가 난 전북망은 밖으로 나가며 송석석을 흘겨봤다.

이방이 직접 입을 열기 전까지 그는 수란키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방과 송석석 사이에서 발생했던 일을 믿고 싶지 않았다.

송석석은 전북망이 겁먹은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전북망의 의견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 다른 포로들을 구하라고 명을 내렸다.

안에 있는 포로들을 구하기 위해 병사들이 들어갔다.

오두막에는 횃불을 켠듯한 흔적이 있긴 했으나 서경인들은 하산을 하기 전 그것들을 전부 꺼버렸다.

그들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럼에도 얼어 죽지 않은 것은 오두막의 온기가 그들의 목숨줄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병사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솜옷을 벗어 포로들에게 입힌 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시몬으로 돌아가 군의관을 청했다.

전북망은 직접 이방에게 탕약을 먹였다. 악취 나는 그녀의 몸을 씻기고 입안의 똥을 조금씩 퍼냈다. 그 과정에 몇 번이나 구역질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다리 사이의 상처를 감히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는 눈을 돌리고 약가루를 마구 뿌렸다.

그곳을 제외한 다른 상처들은 세심하게 치료했다.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천할 '천(賤)'자는 불에 달궈진 쇠로 지져서 없앴다.

그녀의 얼굴을 절반 흉측하게 만들지언정, 글자는 남기고 싶지 않았다.

이방은 상처를 치료받으며 정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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