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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수란키의 차가운 눈빛에 전북망은 등골이 서늘했다.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수란키도 그와는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송석석을 바라보며 복잡한 얼굴을 했다.

“송 장군, 서경 정탐꾼이 장군의 가문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건 내가 아니오. 그들이 녹분성의 여러 마을이 이방이 이끈 군대에 의해 학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정탄꾼의 우두머리가 직접 내린 명령이오. 서경의 폐하께서 국경의 문제 때문에 양국의 백성을 학살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확고한 뜻을 밝혔소. 물론 그쪽 무장이 협정을 어기고 학살을 했으나 서경 정탐꾼도 잘한 게 없다는 걸 잘 아오 그래서 내가 대신 송 장군에게 사죄하고 싶소.”

옆에서 듣고 있던 전북망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것이오?”

수란키는 그를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폐하와 공신들은 송회안 원수님을 매우 존경했소. 일찍이 군을 이끌고 서경 전쟁을 했으나 양국의 협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나라의 백성을 해치지 않으셨지요. 전쟁을 벌일 때마다 국경선을 엄격히 지키셨오. 그래서 송씨 가문의 참사에 저도 큰 죄책감을 느꼈소. 서경이 송씨 가문에 큰 빚을 진 거요.”

잠시 침묵하던 수란키가 말을 이었다.

“오직 송씨 가문에 진 빚이란 말이오.”

그는 끝까지 서경 태자가 이방에게 모욕을 당해 자살을 했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이방이 민가를 침입해 백성을 학살한 것만 문제로 삶았다.

서경인은 상국에 빚을 진 게 아니었다. 서경인은 송씨 가문에 빚을 진 것이다.

이방은 무장의 신분으로, 병사의 신분으로 녹분성의 백성을 죽였다.

그러나 송씨 가문 역시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부 죽임을 당했다.

수란키는 서경의 황자가 이방에게 잔인한 학대를 당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송씨 가문과 연관된 모든 사람이 죽임을 당한 것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수란키는 송석석에게 뒤늦은 사과라도 했으나, 그들의 황자는 이방의 사과를 받기도 전에 떠났다.

남강 전쟁에서 상국 병사를 죽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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