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망이 담담하게 물었다. “나랑 혼인을 한 건, 날 진심으로 좋아해서요, 아니면 그대 모친께서 선택한 사람이기 때문이오?”“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알고 싶소.”송석석이 눈썹을 찡그렸다. “장군은 지조가 없나 봅니다. 제 서방이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 장군의 부군이 된 지금도 여전하네요.” 그윽하게 송석석을 바라보던 이방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날 좋아하지 않았다는 거군. 부모님 바람대로 내게 시집을 왔단 것이군. 첩을 들이겠다는 말에 곧장 궐에 가 이혼을 요구했잖소. 내게 아무 감정이 없었던 거로군. 매정한 것은 그대인데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저버렸다고 여기잖소.”송석석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장군부에 들어선 순간부터 전 시댁 부모님을 섬겼지요. 단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예를 갖추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출정 전엔 내게 기다리라고 당부하더니 1년 뒤 공을 세워서 돌아오자마자 첩을 들인다고 했지요.”“전 며느리로서, 부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장군부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올 때 까지 단 한 번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할 수 있나요? 우리가 한 약조를, 우리 어머니에게 한 약조를 저버린 게 부끄럽지 않아요?”전북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송석석은 얼빠진 표정에 숨 막히는 기분이 들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전북망은 전쟁에 대해 얘기를 하는 줄 알았으나 상상 밖의 얘기를 꺼냈다. 송석석은 지나간 과거를 들추는 그를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자리를 벗어났다.전북망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무슨 자격으로 저 여인을 탓해? 무슨 자격으로 애정을 요구하지?’이미 지난 일이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다. 이제 와서 옳고 그름을 따져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그녀 말대로 전북망은 지금 이방의 부군이고 그녀를 신경 쓰며 행동해야 한다. 송석석은 남이다. 이방을 저버리면 안
공성작전은 잔혹했다. 그들은 시몬 성벽 위에서 궁노기로 아래에 있는 병사들에게 겨누었다. 이전의 작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경공(輕功)이 뛰어난 사람이 성벽 위로 날아갔다. 그러나 시몬은 성벽을 보강했고 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사국 국민은 불과 10일 만에 성벽을 높게 쌓아올렸다. 결국 높은 성벽까지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 송석석, 시만자, 신신뿐이었다.방 장군(方將軍)도 처음엔 날지 못했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날아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적군의 창이 휘청거리는 방 장군에게 향했고 방 장군은 아래로 떨어졌다. 보다못한 시만자가 한쪽 발로 채찍을 던졌고 처음에도 날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여러 차례 날아갔지만, 적의 창을 굳게 서지 못하여 곧장 아래로 넘어갔고, 시만자는 그 모습을 보고 적을 한 발로 차서 채찍을 던져 방 장군의 몸통을 묶은 뒤 끌어올렸다.시만자는 방 장군을 구하기 위해 빈틈을 보였고 신신은 즉시 그녀를 엄호해 날아오는 창을 막았다. 송석석과 사여묵은 적군의 궁노기 두 개를 파괴했다. 송석석이 현갑군에게 외쳤다. “투석기를 던져!”필명이 명령을 전했다. “투석기를 던져라!”전북망의 군대가 가지고 온 무기도 당도했다. 현갑군과 전북망은 무기를 인계받았다. 필명은 눈앞의 익숙한 형체에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관찰했다. 무기와 함께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방이었다.‘이 장군은 후방에 있기로 한 거 아니었던가?’‘공격을 개시할 때, 이 장군이 병력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송 장군께서 말했었는데... 전 장군과만 협력하고 후방 대오는 무기 운송만 책임진다고 했는데...’그러나 필명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투석기를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커다란 바위가 성루 위로 날아가 부딪혔고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현갑군은 신속하게 사다리를 올렸다. 전에 훈련한 대로 사다리를 앞뒤로 나눈 뒤 첫 번째 방패 수비대가 먼저 올라갔고, 적군의 창을 방패로 막은 뒤 힘겹게 올라가야 했다.일정한
아래에서 돕고 있던 전북망은 이방이 병사들을 이끌고 온 것을 발견했다. 잠시 멍을 때린 전북망이 다급히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오? 원수님께서 목 장군(穆將軍)과 같이 후방에 있으라고 하지 않았소?”“말했잖아요, 당신이 공을 세울 수 있게 돕겠다고요.” 이방의 눈에 살기가 느껴졌다. “이 성문을 먼저 뚫는 사람이 공을 세우게 될 겁니다. 송 장군에게 이 자리를 빼앗길 수 없어요. 나중에 병부와 황제 앞에서 내 얘기를 꺼낼 좋은 기회잖아요.”“하지만 군령을 거역하면 안 되오.” 전북망은 화가 살짝 났다.“당신이 공만 세울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요.”이방은 앞날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어차피 곤장은 맞아야 한다. 사여묵은 절대 그녀를 죽일 정도로 때리지 못한다. 그녀는 태후가 직접 호명한 제일 여장군이며 여자들의 위상을 올려준 사람이다.게다가 전북망과 송석석은 훈련을 한다는 명목으로 단둘이 오랫동안 있었다. 이방은 불안했다.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그가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야 그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았다.송석석이 아무리 능력 있어도 전북망이 공을 세우도록 돕지 않을 것이다.전북망은 이방에게 화가 났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현갑군에게 협조하라는 명만 내렸다.그러나 이방은 자신의 병사들에게 현갑군과 함께 성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휘하에 있던 300명의 병사에게 내린 명령이다.자신의 병사들에게 앞으로 돌진하라는 명령을 내린 이방에게 화가 난 전북망은 그녀를 홱 잡아당겼다. “제정신이오? 우리의 공성작전엔 계획과 절차가 있소. 당신 마음대로 움직인 건 쓸데없는 희생을 초래할 뿐이오.”“언제 그런 걸 신경 써요? 송 장군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을 생각만 하세요.”이방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검을 치켜들고 소리켰다. “오라버니, 사람들을 데리고 저랑 같이 공격해요.”이진흥은 그녀의 휘하였기에 그녀의 명에 따랐다. 병사들은 앞다투어 사다리로 올라갔다.필명은 이 광경을
그녀의 발언에 전북망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그들의 희생은 필요 없소. 현갑군이 성을 공격하고, 우리가 보조하면 되오. 정말 날 따르고 싶다면 병사들을 죽음에 내모는 게 아니라, 투석기에 돌을 싣게 하는 방법도 있단 말이오.” 그러나 필명은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현갑군은 계속해서 사다리에 올라라. 현갑군이 아닌 자들이 사다리에 있으면 발로 차서 떨어뜨리려도 된다.”얼빠진 표정을 짓던 현갑군은 다시 사다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다리에서 현갑군이 아닌 자들을 만나면 모두 잡아당기거나 걷어차서 아래로 떨어뜨렸다.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은 다칠지 언정 창에 심장이 관통되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전북망은 이방을 옆으로 밀쳐냈다. “계속 울 거면 저쪽으로 가시오.”전북망은 빠르게 투석기 앞으로 달려갔다. “계속해서 돌을 투석하라.”이방은 눈물을 훔치며 진정했다. 그녀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자신의 병사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뒤 성이 뚫리길 기다렸다가 성문이 열리는 즉시 안으로 뛰쳐들어가 싸우기로 했다. ‘반드시 내 병사들이 공을 세워야 해. 송석석에게 빼앗길 수 없어.’‘서방님 후회하실 거예요.’한편, 사여묵과 송석석은 사다리 쪽의 상황을 전혀 몰랐다. 그들은 활과 화살영을 파괴하려 했다. 하지만 수란키는 충분한 인력과 활을 준비했다. 하나를 파괴해도 또 다른 하나가 왔다. 화살이 밀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사여묵은 기회를 찾아 성문을 열어야 한다. 반드시 엄호가 필요했다. 적수가 많은 상황에서 혼자 나아갈 수 없었다.그리고 성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사여묵과 송석석 둘뿐이다. 시만자와 몽둥이는 혼자 성문을 열 능력이 되지 않았다.시몬의 성문은 아주 두터웠다. 철로 주조된 성문은 두 겹으로 보강되어 있었다. 3미터 정도 되는 높이에 고리 모양의 벽체에서 수많은 화살이 쏟아졌다. 성문을 여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사여묵은 송석석 혼자 이렇게 큰 모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었다. 궁수들이 교대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여묵은 송석석의
전쟁은 시몬성 안에서 시작됐고 백성은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문을 걸어 잠그고 숨죽였다.사국의 병사들이 여기 침입했을 때, 수많은 백성이 노예가 되었다. 아녀자들은 겁박과 모욕을 피할 수 없었다. 백성은 성이 뚫리는 게 얼마나 대규모적인 전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또 마음속 한편으론 북명군이 사국인들을 몰아내기를 바랐다.싸움이 한창 진행될 무렵, 이방은 대군을 데리고 성내로 진격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전쟁터에 있는 여인이 그녀 혼자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성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이것은 병부가 특별히 그녀를 위해 만든 것이다.그녀의 투구(盔甲)에는 빨간 두건이 있었다. 남자 병장들 못지않다는 상징이기도 했다.혼란스러운 전쟁 속에서 그녀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수란키도 그녀를 발견했다. 서경의 많은 병사도 그녀를 발견했다.그녀에게 맞서는 책략은 이미 시작되었다. 병사들이 싸우다가 도망을 치면 승부욕이 강한 이방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당장 쫓아가 그들을 죽이려 할 것이다. 이게 그들의 책략이다.전북망은 이방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장군, 쫓지 마시오!” 전북망은 이상 낌새를 알아차렸다. 양군은 시몬 시내에서 싸웠다. 도시 전체가 전쟁터로 변했다. 승패는 결정되지 않았고 적군은 후퇴한다는 나팔을 불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나아가며 싸울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도망갈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는 후퇴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적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그들은 서경 출신의 병사들이다. 전북망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서경인들이 이방에게 적대심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릉관 협정 때문이라고 어림짐작했다. 입으론 이방을 믿는다고 했지만, 마음속으론 이방을 의심했다.“이 장군, 돌아오시오!” 전북망은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쫓아가려 했으나 적군들 사이에 얽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싸움을 하면서 이방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이방도 전
수란키와 빅토르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은 채 높은 곳에 서서 지켜보았다.도체에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희생당한 병사들의 피로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이 전쟁의 대다수는 서경 병사들과 사국 병사들이다. 이 전쟁에서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뿐, 어떤 전술도 소용이 없었다. 빅토르는 조만간 남강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짐작했다. 시몬에게 패배할 것이다. 서경인들이 도우러 온 것은 상국인을 한 명이라도 더 처단하기 위한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이방이라는 여장군을 죽이는 것도 포함된다.그들은 상국을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더욱이 사국과 남강의 분할을 바라지 않았다. 이곳에 온 대다수는 분풀이하기 위해서다.빅토르는 화가 났다. 서경인이 오지 않았다면 그들은 일찍이 패배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래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무수한 장병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빅토르가 수란키에게 싸늘하게 말했다.“분풀이하러 온 거면 도시 전체에 분풀이하는 게 어떻소?”그는 수란키가 상국인을 이토록 증오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성릉관 전쟁에 관해 들은 적 있다. 그 전쟁에서 서경 녹분성의 어느 마을이 몰살당했다고 했다.수란키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전쟁은 백성에게 있어서 집이 풍비박산 나고 도처를 떠돌아다녀야 하는 큰 재앙이오. 그게 짐승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오? 설령 적국의 백성이라도 백성을 학살하는 건 똑같소.”빅토르는 멀리서 병사들이 핏물에 쓰러지는 걸 지켜보았다. 그는 마음 한구석이 초조했다. 더는 어떤 전술도 내놓을 수 없었다.“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소.” 빅토르는 살을 에는듯한 바람을 맞으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백성이 죽어나는데, 당신은 상대에게 자비를 베푸는구려.”“진정한 무장은 전쟁을 싫어하오.” 수란키는 하늘에서 휘날리는 눈꽃을 바라보았다. “눈이 오는군. 승패는 이미 결정됐소. 더 많은 병력과 장군을 잃고 싶지 않으면 철수하시오.”빅토르가 물었다. “죽이고자 했던 사람은 죽였소?”수란키의 입가에 잔잔한
사국 병사와 서경 병사들이 대대적으로 후퇴하자 격전을 벌이고 있던 북명군은 어리둥절했다.철수한다는 나팔 소리를 사국의 전술 중 하나로 착각했다. 자신들을 유인하려는 계략인 줄 알았다.하지만 시몬에서 나간다는 사람들을 뒤쫓을 이유가 없었다. 애초의 목적이 그들을 쫓아내는 것이지, 전군을 몰살시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결국 북명군은 멍하니 갑옷을 버리고 도망치는 적군들을 지켜보았다.‘승리가 이리 쉬운 거란 말인가?’‘모두 순국할 준비를 했거늘, 서경인들이 대대적으로 돕기 위해 왔는데 이리 빨리 패배를 인정한다고?’원수가 직접 전쟁터에 나왔다. 매우 잔혹한 전쟁이 될 거라는 거다. 그리고 확실히 적군은 매우 잔혹하게 죽었다. 거리에 시체가 가득했고 도시 전체에 피비린내가 났다. 눈이 내려 바닥의 핏물을 덮을지언정 피비린내를 감출 수 없었다.하지만 대대적으로 후퇴하자 매우 큰 도시이고 많은 마을이 있다.방 장군은 사령부로 달려갔다. “원수님, 쫓을까요? 백성을 학살하고 마을을 풍비박산하면 어찌합니까?” 사여묵이 말했다.“수란키는 그러지 않겠지만 빅토르는... 송 장군더러 현갑군을 이끌고 끝까지 쫓으라고 하시오.”사여묵은 수란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서경에서 폭력적으로 굴지 않았다. 마을 전체를 위협하는 일은 수란키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남강에서 오랫동안 전쟁을 해왔던 빅토르는 어떤 군공도 세우지 못했다. 백성을 죽여 분풀이할 수 있었다.추격자들이 있으면 빅토르는 백성을 학살하지 않을 것이다.“네!” 방 장군은 송 장군에게 달려가 원수의 군령을 전달했다.송석석이 도화창을 들고 현갑군에게 외쳤다. “현갑군은 지금 즉시 나를 따라 사국인이 도망치는 걸 돕는다!”현갑군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른 병사들도 따라갔다. 이미 살기로 가득 찬 그들은 순순히 사국인들이 시몬에서 도망치게 놔둘 수 없었다. 한편, 전북망은 적군이 후퇴할 때 이방을 찾아다녔다. “이방! 이방!”위풍당당한 발소리에 비해 목소리가 너무 낮았다. 그는 송석석을
이방은 적수를 힘겹게 막아냈다. 그녀의 시야로 점점 많은 병사가 들어왔다.그들은 전쟁터에 가지 않았다. 여기에서 그녀가 오길 기다렸다. 이방은 그제야 전에 자기가 이런 계책으로 성공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이 계책에 제대로 당했다. 이방과 이진흥은 무공이 좋아 얼마간 버틸 수 있지만, 나머지 병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서경인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살벌하고 과감하게 검을 휘둘렀다. 겁에 질린 이방은 도망치려 했지만, 그녀의 뒤를 서경 병사들이 손에 장검을 들고 그녀가 빠져나갈 수 없게 막고 있었다.당황한 이방은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두려움 때문에 맥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검 하나가 그녀의 팔을 스쳐 지났고 이방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앞에 있던 어린 병사를 잡아 몸을 막았다. 어린 병사의 머리와 얼굴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어린 병사는 힘겹게 돌아서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방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찍이 성릉관에서 함께 공을 세웠던 전우였다. 이방은 그때 다 같이 난관을 극복하자며 병사들의 기를 북돋았다. 그런 이방이 지금...이방은 잡고 있던 어린 병사를 밀어내고 적수의 검을 밀쳤다. 그리고 몸을 돌려 황급히 도망쳤다.그녀는 경공으로 뒤의 적군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했지만, 적군이 일제히 날카로운 검을 뽑아든 탓에 두 발은 고스란히 검날에 찍혔다. 결국,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닥에 쓰러졌다. 두 발에서 피가 흘렀지만, 아무도 그녀를 공격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도망칠 수 없게 길을 차단했다.이방은 그제야 상대가 자기를 생포하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전 장군이 와서 자신을 구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전북망은 그녀가 쫓아가는 것을 분명 말렸다. 그는 이것이 적군의 계략인 걸 짐작했기에 반드시 자기를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다.‘버티기만 하면 돼.’서경인에게 맞서기 위해 두 발의 극심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