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1399 챕터

제651화

“언니!”뒤늦게 도착한 김예진은 양산을 펼치며 달려갔다. 그러나 노승아의 치마는 이미 더러워진 다음이었다.“온지유 씨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제가 닦아드릴게요.”그녀는 급하게 휴지를 꺼내 닦기 시작했다.눈을 크게 뜬 채 온지유가 멀어진 방향을 바라보는 노승아는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저 지경이 돼서도 내 앞에서 센 척해? 두고 봐. 내 앞에서 비는 날이 올 거니까.’아직 거리에 있었던 노승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이현 오빠 별장에 가서 기다리자.”장다희는 백미러로 노승아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먼저 도발할 때는 언제고 정색하기는.”온지유는 노승아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그녀는 노승아가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를 먼저 괴롭히는 건 언제나 노승아 쪽이었다.“오늘 날씨 좋네요. 캠핑 가면 참 좋겠어요.”온지유가 태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은 생각이에요. 그럼 사람들 불러서 준비할까요? 지유 씨가 빨리 전화해 봐요.”온지유는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 밤 캠핑이라도 가보려고 말이다.이때 인명진이 마침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전화 건너편에서 인명진은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차 세워요!”인명진의 목소리에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껴 있었다.온지유는 앞을 살펴봤다. 도로에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명진 씨, 방금 뭐라고요?”“차 세우...”이 순간 온지유는 안색이 확 변하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다희 씨, 차 세워요! 당장!”말하기 바쁘게 쾅 소리와 함께 뒤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도로는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곧이어 비명도 들리기 시작했다.갑작스런 폭발에 도로에 있던 차들은 정처 없이 밀려다녔다. 두 사람이 탄 차도 마찬가지다. 하도 흔들려서 핸들을 잡기도 어려웠다.장다희가 최대한 핸들을 꽉 잡았는데도 여파는 엄청났다. 브레이크를 밟은 동시에 차는 그냥 미끄러져 나가고 말았다.폭발에 차창 유리는 전부 깨졌다. 엄청난 파워였다. 장다희의 이마에는 유리 조각에 긁힌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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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기사는 노승아도 쓰러뜨려서 둘러멨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다른 차로 옮겨 타더니 유유히 사라졌다....온지유는 정신을 잃고서도 흔들림을 느꼈다. 구역질도 약간씩 올라왔다.정신 차린 그녀는 자신의 손발이 단단히 묶여 있음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주유소 냄새가 맴돌고 있었다.그녀가 있는 곳은 목제 집이었다. 그녀는 나무 기둥에 묶여 있었는데, 뒤에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 같았다.온지유는 힘껏 고개를 돌려서 상대의 옷깃을 봤다. 그리고 금방 누군지 알아차렸다.‘노승아?’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이 왜 노승아와 함께 납치됐는지 의아했던 것이다.‘여긴 어디지?’당황한 와중에도 온지유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노승아도 함께 납치당한 걸 봐서 범인은 그녀가 아니었다. 아니라면 가장 유력한 후보였을 텐데 말이다.두 사람에게 동시에 한이 있거나, 여이현과 연관되어 있거나, 혹은 얼마 전 나타난 여자의 시체와 연관 되어 있거나... 셋 중 하나였다.“누구예요?! 누가 날 납치한 거예요?!”뒤늦게 정신 차린 노승아는 긴장한 기색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녀는 있는 힘껏 몸부림쳤다.온지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경고했다.“가만히 있어요. 여기 사람 한 명 더 있거든요?”노승아는 이제야 뒤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온지유 씨? 온지유 씨가 날 납치했죠! 날 질투해서 이런 일을 벌인 거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생각이라는 걸 해보면 안 돼요? 저도 같이 묶여 있거든요?”온지유는 인내심을 잃은 듯 투덜댔다. 노승아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외쳐냈다.“대체 누가 감히 날 납치한 거예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그녀를 보고 온지유는 어이가 없었다.“독 안에 든 쥐가 찍찍댄다고 해서 누가 들어줄 것 같아요? 괜히 시끄럽게 굴지 말고 가만히 있죠?”노승아는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할 줄 꿈에도 몰랐다. 그녀를 납치할 만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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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노승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눈앞도 약간 흐릿했다.“그걸로 협박이 될 거로 생각해? 죽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고 있어! 그럼 좀 봐줄 수도 있으니까.”노승아는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온지유는 하도 긴장해서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그녀는 홑몸이 아니었다. 그녀는 임신한 몸이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넌 아직도 살아있을 줄 몰랐네.”흉터남은 온지유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여이현이 신경 많이 쓴 모양이야.”“그게 여이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저희 헤어진 거 몰라요? 살인 충동이라면 제가 더 강할 것 같네요.”흉터남은 또 노승아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네가 좀 똑똑한가 보구나. 자기 아버지랑 아주 똑같네.”온지유가 물었다.“도대체 저는 왜 납치한 거예요? 여이현 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랑은 상관없잖아요.”“그래, 상관없지. 여이현이 너랑 헤어진 것도 알고 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두 년 다 잡아 오는 게 안전하지 않겠어?”흉터남은 아무런 실수도 없어야 했다. 한쪽은 여이현의 아내고, 다른 한쪽은 애인이었다. 실수가 없기 위해서는 양쪽 다 잡아야 했다.더군다나 노승아의 아버지는 그를 함정에 빠지게 했다. 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죽게 되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쫓아왔어요!”홍혜주는 긴장한 기색으로 달려와서 말했다.“준비를 하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해요.”홍혜주를 발견한 온지유는 잠깐 멈칫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그녀는 홍혜주가 왜 이곳에 있는지 몰랐다. 그래도 흉터남이 추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과 이곳에 남아 있다가는 자신도 죽으리라는 것은 알았다.흉터남은 차가운 눈빛으로 홍혜주를 바라보다가 배를 퍽 찼다. 뒤로 쓰러진 홍혜주는 힘겹게 다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인명진은? 너희 둘도 날 배신했지? 이제 다 컸다고 나는 안중에도 없는 거 아니야?”“저는 죽어서도 아버지를 따를 거예요. 하지만 명진이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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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닥쳐!”홍혜주는 차갑게 말을 이었다.“난 생명의 은인에게 목숨을 바칠 뿐이야.”“미쳤어? 뭐가 됐든 이제 끝장난 사람이야. 넌 개처럼 이용당하고 있다고!”“입 막아.”홍혜주의 명령이 떨어지기 바쁘게 누군가 악취 나는 걸레를 가져와 노승아의 입을 막았다.“읍!”그 역겨운 냄새에 노승아는 구역질이 났지만, 어떻게 벗어날 수 없었다.홍혜주는 온지유를 바라보았다. 온지유도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흉터남을 돕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를 도우려 하고 있었다.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홍혜주는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었다.그런데도 온지유는 마음이 불안했다. 홍혜주가 그녀를 위해 해독제를 찾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지난번 홍혜주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를 돕겠다고 했던 말은 사실이었다.그러나 해독제가 진짜 흉터남의 손에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그녀는 홍혜주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를 바랐다.온지유는 홍혜주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를 가볍게 손을 뿌리치고 나갔다.밖에서는 총성과 폭발음, 그리고 비명이 섞여 들려왔다.온지유는 이런 장면을 처음 봤다. 몸이 후들후들 떨리더니 얼굴은 창백해졌다. 흉터남과 부하들은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이때 홍혜주가 말했다.“다시 기둥에 묶을게요.”온지유와 노승아는 마당의 두 기둥에 묶였다.“하하하하!”흉터남은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웃음을 터뜨렸다.“이런 날이 올 줄은 또 몰랐군.”그는 마당의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발걸음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와 그를 향해 총을 겨눴다.흉터남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로 총을 들고 그들을 겨냥했다. 흉터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인질이 있었기에 안 되겠다 싶으면 다 같이 죽을 생각이었다.총을 바라보고 있자니 온지유는 피비린내가 맡아지는 것 같아서 구역질이 났다. 마음속에서는 공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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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온지유는 추호도 버둥거리지 않았다. 답을 알기에 두렵지 않은 것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인파 속에서도 한눈에 알리는 우월한 남자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녀가 넘볼 수 없었다.기분 탓인지 오늘따라 여이현이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를 보호해 줄 거라는 느낌도, 그녀를 사랑한다는 느낌도 없었다.그녀는 한없는 실망 속으로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여이현은 고민되는 것이 있는 듯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럴 수록 온지유는 더욱 실망할 뿐이었다.“빨리 골라! 안 그러면 둘 다 죽여버릴 거니까!”흉터남은 마음이 급했다. 그는 주사기를 휘적대며 선택을 강요했다.너무 오래 묶여 있었던 온지유는 몸이 저리기 시작했다. 임신 때문에 원래도 잘 안 올라오던 숨이 더 심해졌다. 안색은 아주 창백했다.노승아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봐도 지켜주고 싶은 불쌍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여이현에게 모든 기대를 걸었다.여이현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의 손끝이 가리킨 사람은 노승아였다.온지유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반대로 노승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여이현을 바라봤다. 아주 행복한 모습이었다.‘이현 오빠가 나를 선택했어! 나를 살려줬다고! 이현 오빠는 나를 좋아하는 거야!’그녀는 더욱 힘차게 몸부림쳤다. 이제 드디어 풀려날 수 있는 줄 알았다.그러나...“하하하!”흉터남이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 곧 온지유의 밧줄이 풀리더니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그녀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홍혜주가 움찔했다. 그러나 아직은 움직이지 않고 주먹만 움켜쥐었다.온지유는 여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여이현이 자신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풀려나서 어리둥절했던 것이다.그녀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이성을 잃은 흉터남을 바라봤다. 흉터남의 표적은 그녀가 아니었다. 그는 독기 서린 눈빛으로 여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자신이 죽는 것보다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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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말을 마친 홍혜주는 떠나려고 했다. 온지유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혜주 씨는요?”“저는 괜찮아요. 뭐라도 가서 도와야죠.”홍혜주는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온지유는 작고 어두운 공간에 있었다. 이곳에서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래도 그녀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다.그녀는 자신을 꼭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총소리는 바로 곁에서 들려왔다. 두려움에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눈을 감고 있으니 이상한 기억들이 몰려왔다. 쓰레기 같은 옷을 입은 연약한 여자애는 미소를 지은 얼굴로 말했다.“왜 아무 말도 안 해? 원래도 살아 있는 사람이 얼마 없는 곳인데,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잖아.”“넌 안 무서워?”“응. 난 여기서 자랐어. 죽은 사람이 무서울 나이는 지났지.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뭐.”“아니야! 죽으면 안 돼!”“괜찮아. 난 부모님께 버림받은 순간 이미 죽은 거랑 마찬가지야. 나 너보다 나이 많아. 언니라고 불러. 참, 나랑 같이 지내는 남자애도 있는데 봤어? 맨날 이상한 약 냄새를 풍기는 애 있어. 걔는 내 동생이야.”화면이 갑자기 바뀌고 여자애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맞고 있었다. 그녀는 찐빵 하나를 물고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몸 아래에는 새 찐빵 두 개가 있었다.“안 줘! 다 비켜!”여자애는 피를 머금고 있었다. 힘겹게 인파 속에서 벗어난 그녀는 더러워진 찐빵을 건넸다.“자, 먹어. 뭐라도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 안 그러면 뺏길 거야. 빨리 먹어!”“때릴 거면 날 때려! 얘는 때리면 안 돼!”여자애는 혼자서도 남자들과 싸울 수 있었다. 음식 하나 지키겠다고 말이다.그녀는 자주 다쳐서 돌아왔다. 그런데도 항상 씩씩했다.“왜 나한테 잘해줘?”“여자애들끼리 돕고 살아야지. 나야 상관없지만, 넌 피부도 고운 게 곱게 자란 것 같아. 이런 일은 내가 하면 돼.”“나도 널 지켜줄래!”“됐어. 넌 못 이겨! 난 이길 수 있으니까, 내가 할게!”“우리 도망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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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여이현은 눈살을 찌푸린 채 침묵을 지켰다. 눈빛은 아주 살벌했다.“하하하.”흉터남은 점점 광기에 서렸다. 그토록 정직하던 사람이 여자를 위해 나쁜 길에 들어서다니 말이다.하지만 득의양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흉터남이 먼저 쓰러지고 말았다. 여이현의 발에 배가 차인 그는 한참 낑낑대다가 자존심도 없이 총을 뽑아 들었다.여이현은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러나 흉터남의 표적은 한 번도 여이현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음침하게 웃으며 노승아에게 주사를 놓을 생각을 했다.흉터남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노승아는 눈을 크게 떴다.“조심!”여이현은 다른 쪽에서 달려와서 흉터남의 허리를 잡고 쓰러뜨렸다. 미처 치우지 못한 주사기는 여이현의 어깨에 꽂혔다.이 장면을 본 노승아는 눈을 크게 뜨며 몸부림쳤다.“우웁...”그러나 이미 되돌릴 기회는 없어졌다.흉터남은 이 정도로 미쳐 날뛰는 여이현을 처음 봤다. 그래서인지 더 광기에 서렸다.“너도 참 대단하다. 하하하하...”주사를 맞은 여이현은 바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몸이 바닥으로 꽂히는 동시에 이명도 들렸다.이때 마침 누군가 와서 노승아의 밧줄을 풀어줬다.“안 돼!”걸레를 뱉아낸 노승아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녀는 후다닥 달려가서 여이현을 부축하려고 했지만 힘이 모자랐다.“오빠, 주사 안 들어갔죠? 안 들어간 거 맞죠?”그녀는 도무지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주사기에 약물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여이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몸도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데도 있는 힘껏 고통을 참으려고 노력했다.홍혜주의 시선은 흉터남에게 있었다. 흉터남은 이 틈을 타서 도망가려고 했다. 물론 그녀는 그가 도망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해독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잠시만요! 해독제는 주고 가야죠!”홍혜주는 발 빠르게 쫓아갔다. 싸우던 중 흉터남은 팔뚝에 총을 맞았다. 출혈은 한눈에 봐도 심해 보였다. 홍혜주가 온 것을 보고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 죽고 싶어? 감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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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홍혜주는 피를 토해내며 흉터남의 바지를 잡았다.“해독제...”흉터남은 눈살을 찌푸리며 입꼬리를 올렸다.“해독제는 애초에 없었어. 넌 그렇게 순진해서 어떻게 먹고살려고 그래? 말 한마디에 바로 속네.”홍혜주는 놀란 표정으로 힘겹게 말했다.“해독제... 없...”“KA48는 해독제가 없어!”흉터남은 피식 웃으며 홍혜주의 목을 잡았다.“저승에 가서 애들한테 안부 전해줘.”그는 홍혜주를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홍혜주는 아직도 그에게 속았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상태였다.“저를... 속인 거예요?”홍혜주의 눈에는 빛이 없었다. 그녀는 흉터남의 손에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가 빠르게 칼을 뽑아내 그의 눈을 향해 찔렀다.흉터남은 빠르게 피했다. 그래도 얼굴에 상처가 남았다.홍혜주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다리가 골절했는데도 꿋꿋이 일어날 정도의 한이었다.“이것도 거짓말이면, 설마 제 부모가 저를 팔았다는 것도 거짓말이에요?”“그렇게 많은 애들이 있는데, 네 부모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역시... 거짓말이었어... 저를 도구 취급하고, 제 인생을 망쳤어요! 당신은 죽어도 싸요!”홍혜주는 총을 꺼냈다.탕! 탕!두 발의 총성이 들렸다.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던 온지유도 들었다. 그녀는 몸이 굳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슬픈 기분이 들었다. 눈물은 저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꿈처럼 현실감이 떨어졌다.이때 그녀를 가리고 있던 문이 열렸다. 빛이 들어와서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 빛이 이토록 눈부시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사람 있습니다! 여기 사람 있습니다!”특전사가 외쳤다.온지유는 울면서 손을 뻗었다. 삶의 희망을 향해 뻗은 손이었다. 손이 잡힌 순간 그녀는 드디어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사... 살았다...”부축받고 일어난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게 되었다. 그 순간 얼어붙은 그녀는 창백한 안색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혜주...”‘혜주 씨가 기다리라고 했는데? 왜 안 돌아오지?’걱정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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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홍혜주는 손가락을 까딱하더니 힘겹게 눈을 떴다. 온지유를 인식한 그녀는 손을 뻗어 붙잡으려고 했다. 온지유도 느끼고 허리를 숙였다.“혜주 씨!”“추워... 나 추워요...”“안아줄게요. 그럼 안 춥죠? 이쪽으로 기대요.”홍혜주는 무기력하게 말했다.“저 이제 죽는 거죠? 미안해요. 도움이 하나도 못 됐어요. 약도 못 찾고... 저... 콜록콜록...”“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마요. 구급차가 오고 있어요. 제가 계속 곁에 있을게요. 곧 따듯해질 거예요.”홍혜주의 시선은 이미 흩어졌다. 그녀는 허약하게 말했다.“저 때문에 슬퍼하지 않아도 돼요. 저희 어차피 모르는 사이였잖아요. 명진이 아니었으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이대로 죽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아요. 이제야 좀 쉴 수 있는 느낌이랄까.”홍혜주는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으면 했다. 그녀의 인생에 행복이란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도 없이 혼자서 그 힘들 세월을 견뎌내는 게 쉽지 않았다. 인생도 참 재미없게 느껴졌다.“앞으로는 달라질 거예요.”온지유는 어떻게든 그녀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나쁜 사람들이 전부 잡혔어요! 여기도 이제 탈탈 털릴 거예요! 혜주 씨는 자유예요! 이제는 예쁘게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다고요! 우리 같이 해봐요! 포기가 웬 말이에요!”온지유는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말했다. 그녀는 홍혜주가 희망을 잃은 채 죽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살아만 있다면 기회가 있었다.이런 그녀를 바라보며 홍혜주는 미소를 지었다.“제가 할 수 있을까요?”“네! 제가 장담해요!”온지유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혜주 씨도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어요. 혜주 씨가 좋아하는 예쁜 것도 실컷 해요. 그리고 혜주 씨한테는 친구도 가족도 생길 거예요. 이제는 혼자가 아니에요. 봐요, 저도 있잖아요.”이 말을 들은 홍혜주는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항상 바라던 생활이었다.외롭지 않은, 어둠에 가려져 있지 않은 생활... 그녀는 평범한 사람처럼 평범하게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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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온지유는 지금의 감정을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는 힘든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녀의 아픈 과거 정도는 보잘것없어질 정도로 말이다.적어도 그녀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홍혜주가 그리는 사랑을 받아본 적도 있다. 그런 생각에 그녀는 가슴이 너무 아렸다.온지유도 구급차에 살려갔다. 홍혜주와 다른 차였다. 나쁜 사람들은 벌써 제압됐는지 더 이상의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구급차 창문을 통해 경찰차를 볼 수 있었다. 현장도 청소하는 사람이 있었다.흉터남은 당연히 체포되었다. 그는 머리에 검은색 천을 뒤집어쓰고 손에는 수갑이 씌어 있었다.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던 그는 절뚝거리며 걸었다.뒤이어 용경호와 성재민이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어디에도 여이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온지유는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나 두 사람과 붙어 있던 여이현이 왜 사라졌는지를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한창 노승아와 함께 있을 때이니 떨어져 있을 만도 했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도 참 답답했다.모두가 여이현을 감싸고 도는 곳이니 그는 무사할 것이다. 그를 걱정할 바에는 자신을 걱정해야 한다고, 온지유는 생각했다.다행히 홍혜주가 도와준 덕분에 그녀는 별로 다치지 않았다. 몇 곳 쓸리고 까진 게 전부였다.그러나 사건이 꽤 심각했는지 현장에는 구급차가 아주 많았다. 눈에 보이는 사람이라면 전부 구급차에 실려 갔다.그녀가 탄 구급차에는 군인 한 명도 있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그는 많아서 18살 정도 되어 보였다. 어린 나이에 왼쪽 눈을 다친 그는 지금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간호사가 아무리 지혈해도 소용없었다.정신은 멀쩡했던 그는 아픈데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침대 끝을 하도 꽉 잡아서 이불이 구멍 날 정도였다.이런 장면에 온지유는 심장이 떨렸다. 이 세상에 이런 곳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느꼈다.대신 다쳐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녀가 그동안 안전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군인들은 언제나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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