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659 챕터

제271화

현재호는 찻잔을 내려놓고 나직하게 말했다.“쓸데없는 말 좀 작작 해. 이현이가 어련히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겠지.”여진숙은 더 화가 났다.“당신은 대체 왜 그렇게 무관심한 건데요? 알아서 해결한다니, 알아서 해결하다가 나중에 이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현재호는 고개를 들어 여진숙을 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혼하든 말든 현이가 알아서 하겠지. 뭘 그렇게 당신이 화를 내고 걱정해?”“내 아들인데, 내가 화를 내고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해요?”여진숙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현재호는 질린다는 눈빛으로 보다가 다시 원래의 표정대로 돌아왔다.여진숙은 더 짜증이 치밀었다.“당신은 현이를 아들이라고 생각한 적 있기나 해요? 그동안 한 번도 현이한테 관심도 없었잖아요. 당신이 이 집안에 존재하든 말든 변하는 게 하나도 없고 말이에요!”“그래도 그동안 현이가 알아서 잘 컸잖아?”현재호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여이현을 자기 아들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여진숙이 말했다.“현이가 부모인 우리한테 거리를 두는데, 대체 뭐가 잘 컸다는 거예요?! 이건 다 당신 탓이에요. 당신만 멀쩡한 아빠였으면 현이도 우리한테 선을 긋지 않았을 거라고요!”여진숙은 흥분한 상태였다. 두 눈에 눈물이 핑 돌면서 현재호를 향해 손가락질도 했다.현재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질려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말했다.“난 물건 가지러 잠깐 들린 거야. 물건만 챙기고 바로 갈 거니까 내 밥은 준비할 필요 없어.”말을 마친 그는 서재로 들어갔다.여진숙은 그를 보며 분노했다.“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나가려는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래?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나보다 더 소중하다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 평생, 영원히!”현재호는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있었다. 물건을 챙긴 뒤 여전히 히스테리를 부리는 그녀를 무시하며 차 타고 떠나버렸다.여진숙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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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이 말을 꺼낸 여이현의 어투는 한없이 차가웠다.온지유는 여이현의 어투에서 가소로움과 차가움을 눈치챘다.너무도 아이러니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공짜 여행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어요. 알겠어요, 혹시 다른 할 말은 없죠?”그 말인즉 별다른 할 말 없으면 백지희의 집으로 떠나겠다는 의미였다.여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지유도 그가 말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서재에서 나갔다.그러나 여이현은 노승아가 손목을 그으며 자살할 줄은 전혀 몰랐다.노승아의 매니저인 김예진이 급하게 그에게 연락했다.“대표님, 승아 언니는 모든 잘못을 온지유 씨에게 돌릴 생각 하지 않으셨어요. 그 보약도 제가 보는 앞에서 드셨어요. 전 언니 곁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언니를 해칠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어요. 언니는 대표님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게 싫어서 결국 목숨으로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어요...”김예진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왔다. 두려움에 휩싸인 그런 목소리였다.“지금 상태는 어떻죠?”여이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김예진은 울음을 터뜨렸다.“지금 응급 수술 들어갔어요. 대표님, 한 번만 와주시면 안 될까요. 저 너무 무서워요...”김예진은 더는 뒷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그러죠. 지금 갈게요.”여이현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다소 긴장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여이현이 차를 몰고 대문 밖까지 나왔을 때 길가에 서 있는 온지유를 발견했다.온지유는 택시를 잡고 있었다.그녀는 여이현과 더는 얽히고 싶지 않았고 여이현의 차를 타면서 운전 기사에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택시가 잡히지 않아 결국 앱으로 콜택시를 불렀지만, 그녀와 아직 4.6 km 떨어진 거리에서 달려오고 있어 기다려야 했다.여이현은 그녀의 앞에서 멈추었다.“타, 데려다줄 테니까.”“괜찮아요. 콜택시 불렀어요.”여이현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작아졌다.그의 싸늘한 시선 탓에 등골이 서늘해진 그녀는 결국 하는 수 없이 콜택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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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그녀는 여이현이 냉정하게 생각하길 바랐다.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그녀를 노승아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억지로 사죄하라고 할 것 같았다. 그녀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영향이 간다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그녀의 어깨에 올린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라도 그녀가 진정하길 바랐다.“나도 알아. 난 널 승아가 있는 곳으로 데려갈 생각 없어. 나 못 믿는다면 지금 백지희한테 연락해서 데리러 오라고 해, 그럼 되지?”지금 온지유의 상태로 여이현은 절대 혼자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온지유는 멍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조금 믿어지지 않았다.여이현이 더는 말이 없자 그녀는 빠르게 백지희에게 연락했다.“지희야, 내가 지금 위치를 문자로 찍어 보내줄 테니까 나 좀 데리러 와줘...”온지유의 목소리에선 떨림이 느껴졌다.백지희는 당연히 그 떨림을 눈치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답했다.“그래, 알았어.”온지유는 백지희에게 주소를 문자로 찍어주는 동안에도 손이 덜덜 떨려왔다.그녀가 주소를 전송하는 것까지 지켜본 뒤에야 여이현은 입을 열었다.“이젠 믿어져? 난 정말로 널 승아 앞으로 데려갈 생각 없었어.”온지유는 목구멍에 가시라도 박힌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이현의 말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그녀는 그저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위험해질까 봐 두려웠고 여이현이 강제로 그녀는 노승아의 앞으로 데려가 사과하라고 할까 봐 두렵기도 했다.한참 침묵하던 그녀는 그제야 서서히 입을 열었다.“이현 씨, 노승아 씨가 자살로 결백을 증명했다고 했죠. 그런 건 저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그 행동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절 못 믿으시겠다면 계속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도 전 괜찮아요.”온지유는 여전히 그 말을 믿고 있었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그 말을.여이현은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넌 이미 증거를 SNS에 올려 증명했잖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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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백지희는 상황을 대충 알게 되었다.방금 온지유와 여이현의 사이에 불쾌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백지희는 코웃음을 쳤다.“흥, 자살 시도한 게 뭐 대수라고. 진짜로 깊숙이 찔렀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잖아. 그리고 보약 지은 곳에서도 2차 개봉의 흔적은 없다고 했어. 그럼 분명 노승아한테 문제가 있다는 거지.”솔직히 말해 노승아는 자살 시도를 했다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면서 자신은 결백하다는 걸 증거도 없이 증명할 생각인 것이다.사람들은 아마도 노승아가 목숨으로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을 호소했으니 비난의 화살이 다시 온지유에게로 향해 온지유를 의심하게 된다.노승아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었다.온지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하리만큼 울적했다.노승아가 무슨 짓을 하든 그녀와 상관이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노승아가 여이현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고 여진숙도 노승아를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기에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었다.백지희는 운전을 하면서 여진숙의 탓으로 돌렸다.“정말 웃기는 사람들이네. 네가 여이현이랑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말이야. 21세기에 그런 시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도 정말 어이가 없어. 아니, 네 시어머니는 노승아를 첩으로라도 집안에 들일 생각이래?”“뭐, 아마도 그렇겠지.”여진숙은 확실히 노승아를 예뻐하면서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만약 그녀가 여이현과 계약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이현과 결혼한 사람은 아마 노승아일 것이다. 게다가 여이현이 노승아를 향한 감정을 생각해보면 지금 두 사람 사이엔 분명 아이까지 있었을 것이다.온지유는 편하게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지희야, 나 너무 피곤해. 이따가 도착하면 나 좀 깨워줄래?”“그래, 좀 자.”백지희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지유가 조금이라도 더 편히 쉴 수 있도록 차 안의 온도도 조절해 주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녀는 부드럽게 운전했다....한편 여이현은 병원에 도착했다.노승아는 이미 수술실에서 나와 병실에 누워있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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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네티즌들이 너무 무서워. 나 퇴원하고 싶어.”노승아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눈가엔 미처 마르지 못한 눈물이 남아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은 억울해 보이면서도 가련해 보였다.여이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나중에 내가 배 비서한테 시켜서 악플 없애거나 고소하라고 할게. 다만 지금 네 상태를 봐서는 입원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배 비서한테 경호원 붙여두라고 할 테니까 넌 아무 생각도 하지 마.”노승아는 알고 있었다. 여이현은 비록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상 여전히 그녀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심지어 병실로 와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온지유를 언급한 적 없었다.여이현은 아직도 온지유를 신경 쓰고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오빠가 신경 써줬으니까 난 두렵지 않아. 하지만 오빠는 모를 거야. 네티즌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나도 댓글을 읽다가 더는 버틸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내가...”노승아는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그럼에도 그녀는 최근 신경 쓰고 있던 것을 물었다.“이현 오빠, 최근에 나 보러 올 시간 있어?”여이현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넸다.“최근 시간 없어. 바빠. 게다가 온지유랑 F 국으로 여행가기로 약속했거든.”그 말을 들은 노승아는 귀를 의심했다.‘난 이젠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는 거야?'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이현 오빠, 나도 알아. 오빠가 지유 언니랑 결혼한 거. 그런데 두 사람은 계약 결혼이었잖아. 괜찮아... 난 기다릴 수 있어.”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여이현이 그녀를 거절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그녀였다.그러나 여이현은 아주 담담하게 거절했다.“기다리지 마. 네가 내 목숨을 살려줬으니 너한테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지. 너와 난 그냥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면 돼.”여이현에겐 그녀는 친구밖에 되지 않았다.그는 전에 주소영과도 가까이 지냈으면서 그녀와는 선을 긋고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친구라면서 연락하면 왜 바로 달려온 거야? 이현 오빠... 나한테 너무 잔인하게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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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남자는 그럼에도 미소를 짓고 있었고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그랬었죠. 저도 마침 지나가는 길에 예쁜 것이 보여서 사 들고 온 거예요.”백지희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녀는 비꼬며 말했다.“지나가는 길에 본 예쁜 것이 그 꽃다발이에요?”“네, 맞아요.”남자는 부정하지 않았다.백지희의 목소리엔 여전히 싸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전 이딴 꽃다발에 관심 없어요. 만약 도 다시 저 찾아와 짜증 나게 하면 그땐 경찰에 확 신고해 버릴 거예요!”옆에 있던 온지유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지희가 눈앞에 있는 남자한테 이 정도로 쌀쌀맞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게다가 남자는 겉으로 봐서는 기품이 있고 잘생겼다.남자는 화가 전혀 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그럼 이미 샀으니까 받아줘요. 예쁜 꽃다발은 예쁜 사람이 들고 있어야 어울리잖아요.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꽃다발이라도 받아줘요.”“그대로 들고 나가면 쓰레기통이 보일 거예요. 그곳에 버리세요.”백지희는 남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창문을 올렸다.남자는 그곳에 몇 분간 가만히 서 있다가 꽃다발을 안은 채 떠나버렸다.남자의 뒷모습에선 다소 씁쓸함이 느껴졌다.“우린 올라가자.”얼마 지나지 않아 백지희가 말했다.그녀는 안전 벨트를 풀면서 온지유에게 말했다.온지유는 그녀의 속도를 맞춰 안전 벨트를 풀고는 차에서 내렸다.온지유가 임산부라는 것을 고려해 백지희는 그녀를 데리고 마트로 들어갔다.“난 평소엔 배달만 시켜 먹잖아. 한동안 너랑 같이 살게 되었으니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으로 직접 해 먹어야지 않겠어? 배달 음식은 대부분 튀기고 양념이 잔뜩 들어간 거라 너한테 별로 좋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음식 솜씨는 너도 알다시피 형편없어. 임산부는 냄새에도 예민하고 맛에도 예민하다고 했으니까 내가 보기엔 밥해줄 아주머니를 고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때?”온지유는 쉴 틈 없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천천히 말해도 돼. 그런데 아주머니를 고용하자고?”“응, 식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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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네.”백지희가 말했다.“일단 여이현이 약속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지켜봐. 만약 약속을 안 지킨다면 내가 알려주는 대로 하면 되니까. 어차피 이혼하면 서로 남인데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응, 알았어.”그녀는 일단 약속 날짜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여이현은 여진으로 돌아왔다.“온지유, 커피 한잔 내려줘.”수많은 서류를 처리한 여이현은 피곤함을 느끼며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저도 모르게 습관처럼 말했다.말을 내뱉은 순간 그는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온지유는 여진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백지희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공허한 사무실에 온지유가 없으니 더욱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뜻밖에도 그는 자신이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소한 커피 향이 울려 퍼졌다.심지어 계수나무 꽃차 향도 은은하게 났다.“대표님, 대표님께서 즐겨 마시는 커피를 가져왔습니다.”공손한 어투가 귓가에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이채현이 커피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이채현은 온지유보다 키가 조금 더 컸다.하지만 온지유보다는 피부가 하얗지 못했다. 이목구비도 온지유보다 예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옷 입는 스타일도 온지유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이채현은 오늘 정장을 입지 않았다. 롱 원피스의 어깨엔 동화 속에 나올 법한 퍼프가 있는 디자인이었다. 게다가 오프숄더라 그녀의 쇄골이 그대로 드러났다.옷에 신경을 쓴 것이 분명했다.여이현은 그녀의 옷을 훑어보더니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내가 커피 타오라고 시켰나요?”그의 입에서는 사람마저 얼려버릴 정도의 싸늘한 말이 흘러나왔다.이채현은 그럼에도 좋은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대표님께서 꽤나 오랫동안 서류만 보고 계셨으니 피곤할 것 같아 타왔습니다. 온 비서님이 저한테 이런 상황이 오면 반드시 커피를 내려 가져다드리라고 하셨거든요.”이채현은 온지유를 언급했다.역시나 온지유의 이름을 들은 여이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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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여이현의 얼굴에 있던 차가운 웃음기마저 사라졌다.쿵!이채현은 다시 바닥에 넘어져 버렸다.그녀의 모습은 다소 처참해 보였다. 너무도 아팠다.넘어진 순간 만화 속에 나온 것처럼 눈앞에 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그러나 이채현은 얼른 여이현에게 사과하는 수밖에 없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넘어졌네요. 전... 전 정말로 멍청한 사람인가 봐요!”“그래요, 정말로 멍청한 사람이군요!”여이현은 애초에 이채현에게 관심이 없었다.“고작 그 하찮은 수작질로 날 유혹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예요?”“!”여이현은 그녀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인정해서는 안 되었다.“대표님, 정말 오해세요. 전 방금 실수로 커피를 쏟은 거예요. 보세요, 제 신발도 싸구려라서 넘어지게 된 거예요.”이채현의 목소리는 다소 갈라져 있었고 조금 난처해 보이기도 했다.그녀의 신발 뒷굽은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여이현은 굳이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꿍꿍이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죄송합니다, 대표님. 대표님의 인턴 비서로서 실수를 자주 하면 여진 그룹 이미지에 영향이 간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막 졸업하고 취직한지라 수중에 돈이 정말로 없거든요.”이채현은 점점 더 기세등등해졌다.여이현은 그런 이채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배 비서한테 가서 이번 달 월급 먼저 계산해 달라고 하세요.”“감사합니다, 대표님!”“이제 내 눈앞에서 사라져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채현은 온지유가 뽑은 사람이니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게다가 이번 일로 그는 이채현이 더 날뛸 것으로 생각했다....백지희의 집.백지희가 앱으로 고용한 아주머니가 주소에 따라 그녀의 집으로 찾아왔다.아주머니는 음식을 만들고 있었고 온지유는 소파에 앉아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마침 흘러나온 뉴스는 제목과 내용이 하나도 어울리지 않았다.온지유는 자료를 찾아본 뒤 뉴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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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그날 이후, 백지희의 그림 전시에서도 한정민이 나타났다. 그는 그녀의 그림도 비싼 값에 사는 등 여러 행동을 보였다.상대가 분명히 거절했음에도 이렇게까지 한다면 이건 집착이었다.온지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띠링, 이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의 핸드폰에서만 문자가 온 것이 아닌지 백지희도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고 있었다. 대학 동기 단톡방에 도세원이 소식을 올린 것이다.[다음 주 월요일에 조교였던 박민재가 단풍 별장에서 아들 백일잔치를 열 거야. 그래서 그 김에 동창회도 할까 하는 데 참석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참석해줬으면 좋겠어.]“좀 어이가 없네. 박민재 아들 백일잔치 소식을 왜 박민재가 직접 알리지 않고 도세원이 대신 나서서 말해주는데?”문자를 읽던 백지희가 바로 투덜댔다.이때, 대학 동기 단톡방에 있던 사람들이 잇달아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고 도세원이 답장했다.[박민재는 지금 병원에 있어서 핸드폰 볼 여유가 없어. 난 박민재 대신 백일잔치 소식을 알리고 너희들을 초대하는 것뿐이야. 얘들아, 너희들 얼굴 보면서 할 말이 있어. 그러니까 될수록 다들 참석해 줬으면 좋겠어.]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었다.“지난번에 내가 병원에 가서 검진받을 때 우연히 도세원과 마주쳤었어. 걔가 그러는데, 박민재 아들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대.”사실 도세원의 목적은 박민재를 도와 병원비를 조금이라도 마련해 주려는 것이었다.온지유의 말을 들은 백지희는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이제 막 백일 지난 아이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으니 병원비도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그녀는 갑자기 온지유에게 기대었다.“지유야, 넌 아무 생각도 하지 마. 제때 검진받고 의사가 주의하라거나 먹지 말라는 음식은 먹지 마, 알았지? 그리고 힘든 일도 하지 말고 앞으로 유독성이 있는 물건도 만지지 마. 혹시 갈 데가 없으면 그냥 우리 집에서 지내. 넌 임산부라서 뭐든 조심해야 한단 말이야.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 분윳값도 내가 전부 낼 거야!”그녀는 요즘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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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온지유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도 소용없을 거야. 나랑 이현 씨 사이엔 아무런 감정이 없거든. 네가 노승아 씨를 처리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나타났을 거야.”백지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럼 나도 할 말이 없지.”도우미 아주머니의 요리가 전부 완성되었다.온지유는 별로 많이 먹지 않았지만, 자꾸만 졸음이 밀려왔다.다음 날 아침.온지유와 백지희는 갤러리로 갔다.백지희는 조금 유명세가 있는 화가였던 터라 조금 변장을 하여 왔지만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갤러리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백지희는 온지유의 팔을 놓아주는 수밖에 없었다.“지유야, 너 먼저 돌아가.”말을 마친 뒤 백지희는 다른 곳으로 갔다.백지희가 없으니 혼자가 된 그녀는 너무도 무료했다. 그러나 입구에서 여이현을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만 온지유는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이현을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여이현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온지유, 벌써 연기 시작한 거야?”“아니요. 전 그냥 이젠 회사도 그만두었으니 이현 씨 곁에 있기엔 부적절한 것 같아서 그냥 가려던 참이었어요.”온지유는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여이현이 나직하게 말했다.“난 널 찾아온 거야. 나랑 함께 가. 네가 처리해줘야 할 서류가 있으니까.”온지유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여이현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하면 온지유가 따라오리라 생각했다. 그녀는 거절하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으니까.온지유는 확실히 그의 생각대로 따라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의문을 제기했다.“대표님, 그 서류들은 이채현 씨가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이채현을 멋대로 내 비서로 뽑은 것도 모자라 지금 내 사생활에도 간섭하게 하려는 거야?”여이현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가 내뱉은 말에서는 싸늘함이 느껴졌다. 심지어 그녀는 여이현의 찌푸려진 미간과 서슬 퍼런 눈빛도 상상이 되었다.온지유는 입술을 틀어 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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