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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작가: 류한나
현재호는 찻잔을 내려놓고 나직하게 말했다.

“쓸데없는 말 좀 작작 해. 이현이가 어련히 알아서 이 일을 해결하겠지.”

여진숙은 더 화가 났다.

“당신은 대체 왜 그렇게 무관심한 건데요? 알아서 해결한다니, 알아서 해결하다가 나중에 이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현재호는 고개를 들어 여진숙을 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하든 말든 현이가 알아서 하겠지. 뭘 그렇게 당신이 화를 내고 걱정해?”

“내 아들인데, 내가 화를 내고 걱정하지 않으면 누가 해요?”

여진숙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현재호는 질린다는 눈빛으로 보다가 다시 원래의 표정대로 돌아왔다.

여진숙은 더 짜증이 치밀었다.

“당신은 현이를 아들이라고 생각한 적 있기나 해요? 그동안 한 번도 현이한테 관심도 없었잖아요. 당신이 이 집안에 존재하든 말든 변하는 게 하나도 없고 말이에요!”

“그래도 그동안 현이가 알아서 잘 컸잖아?”

현재호는 여전히 담담했다. 마치 여이현을 자기 아들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고 있었다.

여진숙이 말했다.

“현이가 부모인 우리한테 거리를 두는데, 대체 뭐가 잘 컸다는 거예요?! 이건 다 당신 탓이에요. 당신만 멀쩡한 아빠였으면 현이도 우리한테 선을 긋지 않았을 거라고요!”

여진숙은 흥분한 상태였다. 두 눈에 눈물이 핑 돌면서 현재호를 향해 손가락질도 했다.

현재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질려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말했다.

“난 물건 가지러 잠깐 들린 거야. 물건만 챙기고 바로 갈 거니까 내 밥은 준비할 필요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서재로 들어갔다.

여진숙은 그를 보며 분노했다.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나가려는 거예요!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그래? 밖에서 만나는 여자가 나보다 더 소중하다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요! 평생, 영원히!”

현재호는 그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있었다. 물건을 챙긴 뒤 여전히 히스테리를 부리는 그녀를 무시하며 차 타고 떠나버렸다.

여진숙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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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누가 나도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싸늘해진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고 양시은도 협조적이었다.점차 그들의 분위기도 바뀌면서 룸 안은 열기로 가득해졌다. 이때 누군가 무심코 물었다.“양 비서님, 나중에 결혼 계획 있으세요?”나도현은 차가운 눈길로 입을 연 사람을 보았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비서는 더 긴장하게 되었다.다행히 양시은은 대충 둘러 말했다.“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아마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아직은 결혼 계획은 없네요.”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들은 배불리 먹고 즐긴 후 돌아갔다.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셨던지라 해롱해롱한 상태였고 비서는 그들을 집으로 전부 돌려보랬다. 물론 양시은도 술을 마셨지만 두 잔만 마셨던지라 그저 얼굴만 불그스레한 상태였다.“양 비서님은 혼자 돌아갈 수 있죠? 혼자 갈 수 있으면 전 이만 먼저 가볼게요.”비서는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직원을 등에 업고 있었고 그 직원은 비서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양시은은 괜스레 측은한 마음이 들어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네. 전 혼자 갈 수 있어요.”“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비서는 얼른 자리를 떠나버렸다. 양시은이 위험할지 안 할지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나도현이 곁에 있는 한 양시은이 절대 위험할 리가 없었으니까.직원들이 떠나고 나니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나도현은 자연스럽게 양시은의 가방을 들어주며 말했다.“데려다줄게. 가자.”양시은은 자신의 가방을 돌려받고 싶었지만 그의 모습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돌려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으니까.뒷좌석에 앉은 양시은은 뒤늦은 취기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나도현은 한참 지나도 들리지 않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양시은은 손을 들어 턱을 괸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잠든 것 같았다.“대표님, 차가 좀 막힐 것 같습니다.”운전기사가 눈치 없이 말하자 나도현은 바로 눈치를 주었다.“목소리를 낮추세요. 길 막히면 다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7화

    양시은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말을 해야 했다. 그들은 서로 남의 돈으로 회식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나도현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양시은은 그가 이렇듯 빨리 눈치챌 줄 몰랐던지라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할 말이 있긴 해. 사실 직원들이 회식하고 싶어 해.”그녀는 빠르게 할 말을 꺼냈고 조용히 나도현의 반응을 기다렸다. 하지만 남자는 눈썹을 꿈틀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그것뿐이야?”이내 그는 빠르게 회식을 허락해 주었다. 양시은이 나도현의 말을 직원들에게 전해주자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상에. 대표님이 회식을 허락하셨다고요...”“전 회식 허락 안 해줄 줄 알았어요. 평소에도 일만 하시는 분이잖아요. 매일 회사로 출근한 뒤에 쉬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이렇게 쉽게 허락해 주시다니.”비서들은 서로 믿기지 않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도현이 이렇듯 쉽게 허락해 줄 줄 몰랐기 때문이다. 어쩌면 양시은이 말을 꺼내서 허락해 준 것일 수도 있었다.그렇게 회식은 오성급 호텔에서 하게 되었고 직원들은 아주 흥분하고 있었다. 나도현은 양시은에게 찾아와 꾸미고 가지 않겠냐며 물었다. 그러자 양시은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왜 꾸미고 가야 하는데?”나도현은 그녀를 위아래 훑어보았다. 사실 양시은의 옷차림은 아주 정상적이었고 흔한 직장인의 모습이었다.“이렇게 입고 가기엔 조금 대충 입은 것 같아서. 어쨌든 첫 회식이잖아.”그 말을 들은 양시은은 기분이 이상했지만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첫 회식이니 대충 입고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뭘 입고 가?”양시은은 자신의 옷장을 열어보곤 훑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입고 갈만한 예쁜 옷이 없었다.나도현은 그런 그녀를 위해 미리 준비해둔 쇼핑백을 꺼냈다. 보아하니 전부터 사둔 것인 것 같았다.“이걸 입어. 며칠 전에 맞춤제작 한 거야.”양시은은 쇼핑백에 있는 로고를 보았다. 그것은 무난한 옷을 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6화

    사실 양시은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나도현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고.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나진 그룹이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닌 나용민의 건강 상태였다.양시은은 다시 나도현의 안색을 살폈다. 비록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긴 했지만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있는 것 같았다.“사실 아까 낮에 네 아버지가 입원하셨다고 들었어.”나도현은 멈칫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난 그냥 네가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한 거야. 네 아버지니까.”양시은이 말을 마친 후에도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여나 그가 화가 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지만 화가 난 모습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예상이 맞았던 것 같았다...순간 긴장이 풀린 그녀는 나도현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는 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마음은 아주 여린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슬픔은 모두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 속으로 끙끙 앓고 있을 뿐이다.“걱정되는 거라면 병문안이라도 가보는 건 어때. 물론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난 그냥 그러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하는 것뿐이야.”양시은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그녀는 아버지를 여의었기에 그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있을 때 잘해야 후회가 없는 법이니 아직 살아 있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는 것이 좋았다.나도현의 찌푸려진 미간이 점점 풀리고 나중에는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양시은은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 이미 생각해 보겠다는 대답이 나온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으니까....오성 구역에서 벌어진 장이정 일가의 사건을 돌파구로 나도현은 바로 뚝심을 지키던 단골들을 찾아가 천천히 설득한 덕에 점차 진전이 보이기 시작했다.보름 정도 지나자 유진혁이 나오게 되었고 그들은 더는 유진혁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와 계약했던 사람들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그와 더는 계약하지 않겠다며 돌아섰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5화

    박은희는 예전에 자신이 양시은에게 했던 만행 탓에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고 본인도 자신이 그간 얼마나 심하게 대했는지 알고 있었다.양시은은 손을 들어 그녀의 잔에 물을 따라주었다.“사모님, 말씀하셔도 돼요.”박은희는 그녀를 보더니 멍한 얼굴로 물잔을 받은 후 한참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그동안 내가 한 일들은 사과하마. 그래서는 안 됐었는데. 나도 내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알고 있단다. 나조차도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사모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시은 씨, 나 대신 도현이 좀 설득해줘.”박은희는 심호흡하곤 이틀간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나도현이 집을 나간 뒤 두 사람 사이엔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오가지 않았고 나진 그룹에 있던 나용민의 사람들마저 전부 해고했다고 한다.“도현이 아빠가 지금 화가 많이 난 상태야. 원래부터 몸도 안 좋았는데 혈압이 올라가면서 결국 입원하게 되었어. 지금도 병원에 누워 있어.”박은희는 한숨을 내쉬었고 양시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용민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라웠기 때문이다.“그럼 지금은 괜찮으신 거예요?”“지금은 괜찮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도현이가 한번은 만나줬으면 해서 그래.”박은희는 뜸을 들이다가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사실 양시은은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싸웠으니 난처한 사람은 중간에 낀 박은희였다. 남편의 편을 들기도, 아들의 편을 들기도 난감했고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만...“죄송해요. 사모님. 다른 건 도와드릴 수 있어도 이건 도와드리지 못할 것 같아요. 이건 도현이의 선택에 달린 문제니까요.”양시은은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그녀가 나용민의 자식이었다면 나용민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아무리 생각해도 양시은은 그 답을 얻지 못했기에 나도현을 도와줄 수 없었고 그가 스스로 그 답을 찾아야 했다.박은희는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이미 예상하고 왔던지라 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4화

    문해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도우미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꼭 어린아이를 달래는 기분이었다.도우미가 주방으로 들어갔을 때 문해미는 다소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 양시은이 말했다.“괜찮아요. 이틀 뒤에 다시 오실 거예요.”문해미는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 음식을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비록 정신 연령은 다섯 살 어린아이와 같다고 하지만 문해미의 행동은 여전히 어른과 같은 것을 보아 아마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았다.양시은은 자신의 어머니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문해미에게 간단히 말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주었다. 현관문이 열리는 순간 그녀는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하민이는 그런 그녀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박은희의 품에서 해맑게 그녀와 인사했다.“엄마, 하민이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양시은이 박은희에게 시선을 돌리자 박은희가 설명했다.“하민이가 자꾸 네가 보고 싶다고 그러더구나. 집에서도 하루 종일 즐겁게 보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데리고 온 거란다.”양시은은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하니 현관에 서 있었다. 박은희는 그런 그녀의 상태를 눈치챘지만 하민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그대로 양시은의 품으로 달려들었고 이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렇게 하민이는 문해미와 만나게 된 것이다.박은희는 밥그릇을 들고 있는 문해미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양시은을 보았다. 두 사람이 닮았다는 것을 보아냈지만 대놓고 물어볼 수 없었고 아직 어렸던 하민이는 본 대로 말했다.“엄마, 이 아주머니는 누구예요?”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을 보니 양시은은 순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줄곧 하민이에게 숨기며 살았으니까. 하민이의 아빠든 할머니든 전부 숨기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할머니의 존재도 숨기고 있어 아무것도 몰랐다.그렇게 생각한 양시은은 가슴이 아파졌고 죄책감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심호흡한 뒤 그녀는 아이에게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하민아, 이 아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3화

    양시은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해미의 곁에 있어 주었고 검사 결과를 들고 온 의사는 안경을 추켜올렸다. 그의 표정은 아주 복잡해 보였다.“아마 어떤 약물 때문에 뇌에 심한 손상을 준 것 같네요. 환자가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죠?”양시은은 불안한 듯 손가락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엄마는 아주 오래전에 실종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잘 몰라요...”진실을 말하는 것 같은 모습에 의사는 그제야 의심을 거두었다.“아마 사라졌던 그동안 누군가에게 약물을 투여받은 것 같군요.”“그럼 저희 엄마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의사의 말에 양시은은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았다. 문해미가 평생 이런 모습으로 사는 모습을 상상하기조차도 싫었다...의사는 잔뜩 긴장한 그녀의 모습에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걱정하실 건 없어요. 정성스럽게 보살피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양시은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의사가 해준 말은 인명진이 해준 말과 같았다. 설령 그녀가 평생 문해미를 보살피면서 산다고 해도 아마 매 순간 문해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여하간에 아무도 자신의 어머니가 정신을 놓고 사는 모습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해미는 하민이의 외할머니였고 아직 어린 하민이에겐 문해미의 모습은 충격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양시은은 다시 기장해졌다. 어젯밤 일부러 하민이를 피하며 박은희에게 보냈다.다행히 주말이었던지라 그녀는 걱정할 것이 없었고 하민이는 주말 내내 나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주말이 지나면?평생 외할머니와 만나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병원에서 나온 양시은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혼자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 하며 끙끙대고 있었다.나도현은 그런 그녀를 힐끗 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양시은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도현을 보았다.“하민이는 착한 아이니까 네가 잘 얘기해주면 이해할 거야.”“응.”양시은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나도현의 말처럼 하민이는 어른스러운 아이였고 어쩌면 그녀가 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2화

    “나도 엄마가 왜 그곳에 있었는지 몰라. 내가 발견했을 때 잘 지내지 못한 것 같았어. 누더기를 입은 채 구석에서 쓰레기를 뒤적거리고 있더라고.”말을 꺼내는 양시은의 목소리엔 떨림이 가득했다. 나도현은 그런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익숙한 온기에 양시은은 점차 진정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거실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었다.“그해 아주머니가 실종되었을 때부터 어딘가 이상했어. 하지만 아직 상태도 안 좋으신 것 같으니까 내일 인명진 씨를 불러 봐달라고 하자.”“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양시은은 문해미가 있는 방을 힐끗 보았다. 나도현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달래주려고 했다.“괜찮을 거야. 아주머니를 찾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쁜 일이잖아.”양시은은 그의 위로에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날 오후, 인명진은 집으로 방문해 진찰해달라는 나도현의 부탁이 담긴 연락을 받게 되었다.비록 그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지만 난치병에 관해서는 계속 이런저런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해미를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 그의 모습을 본 양시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우리 엄마는 어떤 상태인 거예요?”“상태가 아주 나빠요. 거의 한계에 달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뇌 신경 쪽에 일정한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 같아요. 비록 추측이긴 하지만 80, 90% 확신하고 있어요.”인명진이 솔직하게 말해주자 옆에 있던 테이블이 흔들렸다. 나도현은 얼른 양시은은 부축해주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양시은은 이미 테이블과 함께 중심을 잃고 쓰러졌을 테니까.“어떻게 그럴 수가...”그녀는 넋을 잃은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분명 애타게 찾던 문해미를 찾았건마는, 겨우 어머니와 만나게 되었건마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응당 기뻐하고 좋아해야 할 순간에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601화

    양시은은 행여나 그 사람이 사라지게 될까 봐 얼른 달려갔다.“엄마, 여기는 왜 여기에 계시는 거예요?”그녀는 노인을 붙잡으며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상대가 자신을 반겨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대는 그녀를 엄청 두려워하고 있었다.“때리지 마세요. 바로 자리를 옮길 거니까 때리지 말아 주세요.”“엄마, 제가 엄마를 왜 때려요. 저 시은이잖아요. 엄마 딸 양시은.”“전 그쪽을 몰라요...”양시은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모른다니... 어떻게 그럴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절대 사람을 착각했을 리가 없었고 눈앞에 있는 사람은 분명 그녀의 어머니였다.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자신을 너무도 두려워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최대한 다정하고 온화한 어투로 말했다.“전 엄마를 해치지 않아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제 얼굴 봐주세요.”그 말을 들은 뒤 한참 지나서야 상대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사실 세월의 흔적이 많은 얼굴은 아니었다. 다만 몸에 맞지 않는 남루한 옷 탓에 행색이 더러워 보였을 뿐이었다. 양시은은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그녀의 어머니는 아주 오래전에 실종되었다. 줄곧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고 죽기 전까지 어머니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곳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엄청난 기쁨을 느꼈지만 어머니의 행색과 상태를 보니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상대는 양시은을 멍하니 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양시은, 시은아... 시은이니?”“네, 엄마. 저 시은이에요.”양시은은 감격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택시를 잡자 기사는 옷차림이 초라한 그녀의 어머니 문해미를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냈다.“아가씨, 대체 어디서 이런 쓰레기를 주워온 거예요? 이런 쓰레기는 내 차에 태울 수 없어요.”“왜 태울 수 없는 건데요. 이미 제 돈을 받으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태울 수 없다고요?”양시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운전기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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