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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남자는 그럼에도 미소를 짓고 있었고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그랬었죠. 저도 마침 지나가는 길에 예쁜 것이 보여서 사 들고 온 거예요.”

백지희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녀는 비꼬며 말했다.

“지나가는 길에 본 예쁜 것이 그 꽃다발이에요?”

“네, 맞아요.”

남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백지희의 목소리엔 여전히 싸늘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전 이딴 꽃다발에 관심 없어요. 만약 도 다시 저 찾아와 짜증 나게 하면 그땐 경찰에 확 신고해 버릴 거예요!”

옆에 있던 온지유는 어안이 벙벙했다.

백지희가 눈앞에 있는 남자한테 이 정도로 쌀쌀맞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는 겉으로 봐서는 기품이 있고 잘생겼다.

남자는 화가 전혀 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럼 이미 샀으니까 받아줘요. 예쁜 꽃다발은 예쁜 사람이 들고 있어야 어울리잖아요.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꽃다발이라도 받아줘요.”

“그대로 들고 나가면 쓰레기통이 보일 거예요. 그곳에 버리세요.”

백지희는 남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창문을 올렸다.

남자는 그곳에 몇 분간 가만히 서 있다가 꽃다발을 안은 채 떠나버렸다.

남자의 뒷모습에선 다소 씁쓸함이 느껴졌다.

“우린 올라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백지희가 말했다.

그녀는 안전 벨트를 풀면서 온지유에게 말했다.

온지유는 그녀의 속도를 맞춰 안전 벨트를 풀고는 차에서 내렸다.

온지유가 임산부라는 것을 고려해 백지희는 그녀를 데리고 마트로 들어갔다.

“난 평소엔 배달만 시켜 먹잖아. 한동안 너랑 같이 살게 되었으니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으로 직접 해 먹어야지 않겠어? 배달 음식은 대부분 튀기고 양념이 잔뜩 들어간 거라 너한테 별로 좋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음식 솜씨는 너도 알다시피 형편없어. 임산부는 냄새에도 예민하고 맛에도 예민하다고 했으니까 내가 보기엔 밥해줄 아주머니를 고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때?”

온지유는 쉴 틈 없이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천히 말해도 돼. 그런데 아주머니를 고용하자고?”

“응, 식사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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