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민은 가슴을 움켜쥐었다.“다솔아, 그 자식을 위해 지금 목숨으로 우리를 협박하는 거냐?”김영은은 순간 불안해졌다.“다솔아, 네 아빠 몸 안 좋은 거 알잖니. 얼른 그 칼을 내려놔. 네 아빠 화나게 하지 마. 그러다 쓰러져!”권다솔은 과도를 내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었다.“엄마는 항상 제게 아빠 화나게 하지 말라고, 상처받게 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그럼 두 분은요? 두 분이 저한테 상처 줬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전 지금까지 늘, 계속 얌전하게 지냈어요. 두 분이 원하는 대로 하면서 두 분을 만족시켜드리려고 노력했죠.”“여진 그룹 비서 일도 말이에요. 두 분은 제게 다른 사람처럼 직장인 체험도 해봐야 한다고 하시면서 보냈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데요?”“학교 다니면서도 전 연애 한 번 못 해 봤어요. 남자친구 사귀어 보려고 노력도 안 해봤죠. 이제 겨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진호 씨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대체 왜 반대하시는 거죠?”“배진호 씨가 엉망인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닌가요?”만약 배진호가 엉망인 사람이었다면 여이현도 그를 비서로 뽑을 리도 없고 10년 넘게 곁에 두고 함께 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배진호는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업계에서도 어떻게든 배진호를 자신의 회사로 빼앗아 오려고 하기도 했었지만, 배진호는 전부 거절했다.그는 여이현에게만 뚝심 있게 충성을 다했다.이런 사람을 두 사람은 왜 믿지 않는 것일까?여이현이 사라진 5년 동안에도 배진호가 여진 그룹을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진호는 그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여진을 탐낸 적도 없었고 배신한 적도 없었다.배진호에겐 따라 배울 점이 많았다.김영은은 권다솔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보았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긴장해졌다.“얼른 내려놔. 배진호 씨도 엉망인 사람이 아니야. 나랑 네 아빠는 네가 더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었어.”“하지만 두 분은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2-1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