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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작가: 류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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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김영은은 권다솔을 혼내기도 했다.

“이미 선 자리 알아봤으니까 집안에 얌전히 있어. 이따가 맞선 상대가 집으로 올 거야. 네 아빠 심기를 거슬러서 또 집에 갇혀 지내고 싶지 않은 거라면 얌전하게 있는 게 좋을 거야!”

소파에 앉은 김영은은 엄격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 기세는 엄청났다.

이때 아픈 척하고 있던 권용민이 나왔다.

“네 엄마도 마음이 약해져서 그 자식을 집안까지 들인 거야. 만약 나였으면 곱게 돌려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계속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면 사람을 불러 쫓아냈을 거야!”

권다솔은 숨 막혔다.

자신의 부모님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늘 다정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이었다. ‘성공한 사람' 같은 단어가 그들의 입에서 나올 줄 몰랐다. 심지어 억지로 맞선 자리까지 만들다니.

대체 그녀를 뭐로 생각한 걸까?

상품처럼 팔아버리려는 걸까?

권다솔은 자조적으로 말했다.

“우리 가문이 크면 얼마나 크고 재산이 많으면 얼마나 많다고요. 대체 언제쯤이 되어야 만족하실 건데요. 대체 언제 욕심을 그만 부릴 건데요?!”

“여이현은 경성 일 인자예요. 차라리 여이현을 사위로 맞이하시지 그래요?”

권다솔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의 탓이라곤 할 수 없었다. 여하간에 그녀의 부모님이 먼저 심한 말을 했으니까.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의 말대로 여이현을 사위로 맞이할 생각도 한 적 있었다. 하지만 여이현에겐 이미 아내가 있었고 여이현은 가정에 충실했을 뿐 아니라 아내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그들에겐 방법이 없었다.

권다솔은 두 사람의 눈빛에서 모든 걸 눈치채게 되었다. 순간 모든 것이 가소로웠다.

“저더러 굳이 여진 그룹의 비서로 입사하라고 했던 게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두 분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셨던 거네요!”

어떻게든 여이현의 곁에 붙어야 가망이 있을 수 있었으니까.

“여이현은 유부남이에요. 아이도 있는 사람인데 괜찮으신 거예요? 아이까지 딸린 유부남도 사위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서 왜 어떻게든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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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민은 가슴을 움켜쥐었다.“다솔아, 그 자식을 위해 지금 목숨으로 우리를 협박하는 거냐?”김영은은 순간 불안해졌다.“다솔아, 네 아빠 몸 안 좋은 거 알잖니. 얼른 그 칼을 내려놔. 네 아빠 화나게 하지 마. 그러다 쓰러져!”권다솔은 과도를 내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었다.“엄마는 항상 제게 아빠 화나게 하지 말라고, 상처받게 하지 말라고 하시네요. 그럼 두 분은요? 두 분이 저한테 상처 줬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전 지금까지 늘, 계속 얌전하게 지냈어요. 두 분이 원하는 대로 하면서 두 분을 만족시켜드리려고 노력했죠.”“여진 그룹 비서 일도 말이에요. 두 분은 제게 다른 사람처럼 직장인 체험도 해봐야 한다고 하시면서 보냈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데요?”“학교 다니면서도 전 연애 한 번 못 해 봤어요. 남자친구 사귀어 보려고 노력도 안 해봤죠. 이제 겨우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진호 씨가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대체 왜 반대하시는 거죠?”“배진호 씨가 엉망인 사람은 아니잖아요. 아닌가요?”만약 배진호가 엉망인 사람이었다면 여이현도 그를 비서로 뽑을 리도 없고 10년 넘게 곁에 두고 함께 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배진호는 아주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업계에서도 어떻게든 배진호를 자신의 회사로 빼앗아 오려고 하기도 했었지만, 배진호는 전부 거절했다.그는 여이현에게만 뚝심 있게 충성을 다했다.이런 사람을 두 사람은 왜 믿지 않는 것일까?여이현이 사라진 5년 동안에도 배진호가 여진 그룹을 관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배진호는 그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여진을 탐낸 적도 없었고 배신한 적도 없었다.배진호에겐 따라 배울 점이 많았다.김영은은 권다솔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보았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긴장해졌다.“얼른 내려놔. 배진호 씨도 엉망인 사람이 아니야. 나랑 네 아빠는 네가 더 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었어.”“하지만 두 분은 돈이 많은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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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솔 씨를 찾아간 그날, 다솔 씨 부모님이 막아섰죠? 두 분이 원하는 게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도와줄 건 없어요?”여이현은 이런 일에 있어 배진호에게 선배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기에 배진호가 부딪친 문제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배진호는 더는 권씨 가문에 대해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대표님, 저랑 다솔 씨는 이미 끝난 사이입니다.”여이현은 두 사람이 이렇게나 빨리 헤어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배진호는 방금 권다솔에게 청혼하지 않았던가.만약 권다솔이 배진호를 싫어했다면 배진호와 연인 사이가 될 리가 없었을 뿐 아니라 청혼을 받아들일 리도 없었다.그랬기에 두 사람의 사이는 배진호의 일방적인 관계 정리인 것이다.권다솔 부모님의 반대로 말이다.여이현도 예전에 이런 일을 겪었었다. 배진호와 권다솔이 서로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던 여이현은 이렇게 끝내게 놔둘 수는 없었다.“다솔 씨도 배 비서를 좋아하고, 배 비서도 다솔 씨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포기하려고요? 아쉽지 않아요?”여이현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배진호 앞으로 다가갔다.“게다가 배 비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잖아요. 겨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연인 사이가 되었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할망정 이렇게 포기한다고요?”“다솔 씨도 헤어지겠다고 해서 헤어진 거예요? 만약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그런 거라면 어떻게든 설득하면 되잖아요. 두 사람의 사이를 응원할 수 있게 말이에요.”여이현은 손을 배진호의 어깨에 올렸다.“두 사람은 태도가 보고 싶으셨던 거예요. 배 비서가 회사를 차리게 되면 내가 전적으로 후훤해줄게요. 돈이 필요하면 돈도 줄게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전부 가져가도 돼요. 만약 두 분이 원하는 게 여진 그룹이라면... 그것도 줄게요. 여진 그룹에 배 비서가 없었다면 지금도 멀쩡히 남아있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요.”애당초 그는 여진 그룹을 온지유에게 주었다. 하지만 온지유가 싫다고 하면서 모든 지분을 고모인 여희영에게 선물했다.그런데 여희영은 온지유가 돌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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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다솔의 질책하는 눈빛에 마음을 다잡았던 배진호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아팠다.고개를 돌려 일부러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다솔 씨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맞아요. 두 분도 다솔 씨를 위해서 한 말이잖아요. 저 같은 일개 비서가 다솔 씨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없을 거예요.”“거짓말!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잖아요! 만약 그런 거라면 왜 지금 내 시선을 피하고 있는 건데요?”“다솔 씨...”“내 두 눈을 보면서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까지 난 믿지 않을 거예요. 진호 씨가 무슨 말을 하든 말이에요.”말을 마친 권다솔은 바로 나가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이현이 다시 들어왔다. 배진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배 비서가 이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이는 모습은 처음이네요. 왜요, 잘 안 돼요?”배진호는 입꼬리를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직접 두 눈을 보면서 헤어지자고 말하기 전까지 믿지 않겠대요. 제가 어떻게 그런 말을 꺼낼 수 있겠어요?”“그런 거라면 더는 망설이지 말아요. 다솔 씨 부모님이 배 비서를 무시하고 있는 거라면 회사를 만들어 증명해 보이면 되는 거잖아요. 내가 알고 있는 배 비서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에요.”그는 멍한 표정으로 여이현을 보았다. 조금 감동이었다. 그의 눈빛에도 다시 생기가 돌았다.얼른 밖으로 나가 권다솔을 붙잡으려고 했으나 권다솔은 애초에 떠나지 않았다.그저 회사 카페에 앉아 망연자실한 얼굴로 창밖을 보고 있었다.직원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주문을 도와드릴까요?”“카푸치노 한 잔 주세요.”직원은 바로 걸음을 옮겼다.카페에선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권다솔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에 온통 그녀의 시선을 피하는 배진호의 모습뿐이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피하고 있었다.“나쁜 놈! 누가 어울린다는 둥 안 어울린다는 둥 하는 말이 대체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좋아하는 거면 되는 거 아닌가?”권다솔은 씩씩대며 가방을 테이블 위로 쾅 내려놓았다. 눈가가 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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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22화

    회사에 직원도 점차 많아졌다. 직원들은 자신의 상사가 깨가 쏟아지는 커플임을 알게 된 후 아주 부러워했다.“부대표님과 대표님 사이가 아주 좋으시네요!”“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두 분 언제 결혼하실 예정이세요?”“아마 회사가 안정되고 나면 할 것 같네요. 두 분 지금 회사를 키우는 데 아주 중요한 시기에 놓였잖아요. 아직 결혼할 때가 아니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곧 할 것 같네요.”매일 바쁘게 보내고 있었지만, 권다솔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있었다.배진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매일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옳은 선택을 했음에 다행으로 생각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도와준 여이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여이현은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배 비서가 날 도와준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밖으로 나오자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는 권다솔이 보였다.권다솔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를 낮게 묶은 채 꽃을 들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배진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무언가 막혀버린 듯 답답하기도 했다.권다솔은 아직 그가 나왔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정말로 누가 보낸 건지 몰라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네, 배달 기사분이 가져오셨어요. 꽃다발에 혹시 카드가 없나요? 카드가 있으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권다솔은 이미 확인해 보았지만, 카드에는 간단한 글귀만 적혀 있을 뿐 다른 글은 없었다.“다솔 씨, 무슨 일이에요?”권다솔은 고개를 돌렸다. 배진호와 여이현이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권다솔은 그제야 미간을 풀었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장미를 배진호에게 건넸다.“로비로 내려오니까 직원이 내 앞으로 꽃다발이 배달되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이거, 혹시 진호 씨가 주문한 거예요?”권다솔이 이런 의심을 하는 것도 의외가 아니었다.배진호는 조용히 서프라이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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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다솔은 바로 뚜껑을 닫아버렸다.“다들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요.”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로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얼른 방으로 올라갔다. 배진호의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책상 위에 상자를 내려놓고 그의 앞으로 밀었다.배진호는 보자마자 알아챘다.“또 그 사람인가요?”“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권다솔은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누가 그녀에게 왜 이런 선물을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었다.“이번엔 이 쪽지까지 있었어요. 내일 만나자고 하더군요.”배진호는 쪽지를 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위에는 장소까지 적혀 있었다.“유니랜드 회사에서 별로 멀지 않네요.”“그 말인즉슨 한 번 만나보라고요?”배진호는 쪽지를 내려놓았다. 그의 목소리는 유난히도 차분하고 냉정했다. 회사를 설립한 이후로 그의 위엄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지금의 배진호는 비서 때와 완전히 달랐고 진정한 상위 포식자가 되어 있었다.“한번 만나보고 와요. 대체 뭐 하려는 속셈인지 잘 알아보고 오는 거예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 나도 따라갈 거니까.”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냉담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고 웃음기 머금은 두 눈으로 볼 빨개진 권다솔을 보았다.“누가 함께 가 달라고 했나요?! 이런 일은 나 혼자서도 다녀올 수 있어요!”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권다솔은 배진호가 함께 가는 것에 관해 거부하지 않았다.다음 날, 그녀는 유니랜드로 왔다.목걸이를 선물한 사람은 유니랜드 근처 빈티지 레코드 가게에서 만나자고 했다.권다솔은 한참 길을 헤매고 나서야 그 레코드 가게를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오랜만이네. 너 정말 하나도 안 변했구나. 예전이랑 똑같아.”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도 날렵한 얼굴선에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그런 모습으로 이런 말을 하니 오히려 뭔가 거짓말을 하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권다솔은 놀란 마음을 몰래 억누르며 말했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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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은 몇 개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배진호에게 선택하라고 했다.빠르게 회의는 끝났다.사무실로 돌아온 배진호는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전부 떠올려 보면서 손끝으로 이마를 짚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함이 밀려왔다.“진호 씨!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면서요! 괜찮아요?”권다솔이 들어오며 말했다.“여긴 왜 왔어요.”배진호는 무의식적으로 표정 관리를 했다. 그녀의 앞에서 초췌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내가 말했잖아요. 매일 회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요. 다솔 씨가 힘들면 안 된다고요.”분명 지금 힘든 사람은 그였지만 억지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권다솔은 순간 화가 났다.“내 앞에서 연기하지 말아요!”“오는 길에 이미 전부 전해 들었어요.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 전부 계약 해지당했다면서요. 회사에 비상이 걸렸는데 왜 나한테는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권다솔은 속상해 미칠 것 같았다.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배진호가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서운했다.무슨 일이 있든 그는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고 어떻게든 그녀가 안락한 삶을 살아가게 하려고 했다. 그는 대체 그녀를 뭐로 생각하는 것일까?상처 입은 권다솔의 눈빛은 배진호가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그는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곧이어 그는 그녀의 어깨를 돌리며 사과했다.“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다솔 씨에게 숨겨서는 안 되는 데 말이에요. 나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줄래요?”“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다음에 또 그러면 용서해주지 않을 거예요.”권다솔은 그를 째려보았다. 조금 붉어진 눈가였기에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귀여워 보였다.그렇다고 해서 배진호는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했다.권다솔을 달랜 후 배진호는 이틀간 일어난 일들과 여이현이 회의에서 했던 말을 전부 말해주었다.전부 들은 권다솔은 역시나 걱정하고 있었다.“그렇게 심각한 거예요? 그럼 회사 자금 사정도 그렇게 나쁜 건 아니겠죠? 아니면 일단 내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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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저는 평생 다솔 씨 한 사람만을 사랑할 거예요. 다른 여자는 절대 쳐다보지 않을 겁니다.”배진호는 다시 한번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마음을 전했으니 부모가 계속 자기 뜻을 고집한다 하더라도 석규리는 최소한 자존심을 지킬 거라고 생각했다.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을 품었다 해도 한 남자에게 매달리며 스스로를 깎아내리지는 않을 거라 여겼다.그러나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석규리의 시선은 여전히 배진호를 따라다녔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진호 씨, 당신이 지금 당장 다솔 씨를 잊지 못해도 상관없어요.우리는 아직 젊고 시간은 충분히 많잖아요. 언젠가 당신이 제 마음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어요.”“그리고 지금 다솔 씨를 잊지 못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에요. 당신이 정이 깊은 사람이라는 뜻이잖아요. 나중에 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저에게도 그렇게 깊은 사랑을 줄 거라고 믿어요. 우린 정말 행복한 한 쌍이 될 거예요.”그녀의 말은 배상준과 정미진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정미진은 석규리의 손을 꼭 잡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권다솔이 대단한 집안 딸일지 몰라도 굳이 돈 때문에 아들의 결혼을 희생해야 할 만큼 가난하지는 않았다.정미진은 단지 아들이 진심으로 사랑받으며 살길 바랐다.권다솔?정미진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늘 행동이 차분하지 않은 것 같았고 유산된 아이가 과연 배진호의 아이였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오히려 아이가 유산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만약 아이가 태어났다면 배진호는 평생 속아 남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어머니로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게 할 수 없다.“어차피 이제 아이도 없잖아. 둘이 바로 이혼해. 그게 제일 좋고 짐도 없게 되잖아.”정미진은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하지만 그녀는 이 말이 배진호의 인내심을 완전히 끊어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다.배진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짐이라고요? 그 아이는 제 첫 아이였습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00화

    박경미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여하간에 부부 사이의 일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수 없었으니까.그녀는 그저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다.“다솔 씨.”배진호는 성큼성큼 현관 쪽으로 갔다.“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요. 언제 돌아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해요. 내가 데리러 갈 테니까요.”“대표님, 이해 능력이 달리는 거예요, 아니면 날 바보로 취급하는 거예요?”권다솔은 어처구니가 없었다.“말했잖아요.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겠다고! 나가서 바람 쐬러 가는 게 아니라 영원히 배진호 씨 아내로 살고 싶지 않다고요! 아직 꿈이 덜 깬 거라면 방에 들어가서 잠이나 자요!”두 사람의 사이는 결국 이렇게 끝나고 말았다. 아이가 그들의 곁을 떠난 것처럼 만회할 여지라곤 없었다.권다솔은 혼자 캐리어를 끌며 현관으로 나갔다.배진호는 도와주고 싶었으나 손을 뻗자 그저 그녀의 옷자락에 닿을 뿐이다. 심지어 옷자락도 그의 손아귀에서 스르륵 빠져나갔다.그는 그저 배진호가 혼자 차에 올라타고 이곳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사모님 오늘 화가 엄청 나신 것 같네요.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에요. 그래도 여자들은 마음이 약해서 잘 달래주면 다시 돌아오실 거예요.”지켜보던 박경미가 다가와 배진호를 위로해주었다.평소 두 사람이 알콩달콩 지내던 모습을 아주 많이 봐왔기에 만약 정말로 이대로 끝난다면 너무도 안타까울 것 같았다.배진호도 그 사살을 알고 있었으나 두 사람 사이엔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오늘 이 일뿐만이 아니었다.아기와 두 사람의 부모님도 그들이 넘어야 할 산이었다. 너무도 높은 산이라 정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그는 이대로 권다솔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는 현관에 한참을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자동차 밖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권다솔이 돌아온 줄 알고 고개를 들었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의 부모님과 석규리였다.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으니 가족처럼 보였다.“진호 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9화

    배진호의 손은 허공에 멈추었다.그래도 권다솔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웠다.“제발, 제발 가지 말아요. 앞으로 절대 그런 곳에 안 갈 거예요.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신경 쓰지 않을게요. 난 오직 다솔 씨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그럼 내 배 속에 있던 아기는요?”권다솔은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댔다.너무도 평평했다.배진호의 두 눈엔 괴로움으로 가득했다.권다솔도 가슴이 아팠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말해 봐요. 우리 아기는요? 우리 아기는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난 진호 씨가 어떤 여자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설령 내 앞에서 보란 듯이 입을 맞춘다고 해도 난 내 아기만 있으면 상관없어요.”그녀에게 배 속에 있던 아기는 세상이자 전부였다.설령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아기만은 무사하길 바랐다.“다솔 씨,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다솔 씨뿐이에요. 만약 아직도 나한테 화가 난 거라면 날 때리고 욕해도 돼요.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배진호는 알고 있었다. 권다솔이 한 말은 자신뿐만 아니라 권다솔에게도 상처를 주는 말이라는 것을.권다솔은 육체적인 고통과 유산으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도 느껴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고작 몇 마디 말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아이를 잃었다는 충격에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 남편으로서 그는 아내를 도와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했으니 그도 자신이 용서되지 않았다.비록 그 일은 그의 의지대로 한 것은 아니지만 권다솔에게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었다.“난 진호 씨의 사랑에 대해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어요. 그래서 난 그때 내가 본 걸 받아들일 수 없는 거예요. 그 집으로 찾아갔을 때 나는 어떻게든 진호 씨를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어요. 근데 방 문을 여니까 두 사람이 껴안고 있지 뭐예요.”그때의 기억만 떠올리면 권다솔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문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8화

    비록 어리긴 했으나 그동안 평온하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혈연관계가 없는 가족이긴 하나 다들 그녀에게 잘해주었고 이곳에 있으면 안전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온하고 즐겁게 정원에서 흙장난해도 되었고 언제든 가족들과 함께 도망갈 준비 하면서 불안하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만약 이대로 보내진다면 임무를 완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가족도 여전히 만날 수 없게 될 것이고 혼자 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해야 한다.소미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절망적이었다.“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앞으로 아무도 해치지 않을게요. 제발 여기에 남게 해주세요.”설령 별이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늦었어. 이젠 널 안 믿어.”별이는 온지유 곁으로 갔다.지난번은 별이가 소미를 데리고 가자고 애원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였다.별이는 온지유와 여이현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아빠, 엄마. 절대 쟤를 여기에 남게 하면 안 돼요. 또 하윤이를 해치려고 할 테니까요.”처음이 있다면 두 번째도 있는 거고 세 번째도 있을 것이다.여이현은 별이를 안아주었다.“지금 바로 대사관으로 데리고 가야겠어. 그 뒤로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누군가 알아서 Y 국으로 보내주겠지.”소미가 살던 나라로 돌아가 어떤 대우를 받든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었다.여이현과 온지유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다.만약 처음부터 소미가 솔직하게 전부 털어놓았다면 어쩌면 도와주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온하윤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난 이상 그들은 소미를 용서해줄 리가 없었다. 그건 친딸을 배신하는 일이었으니까.소미는 여전히 우는 것으로 어떻게든 마음을 되돌려보려고 했으나 온지유는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었다. 결국 억지로 질질 끌고 나와 차에 태웠다.소미의 울음소리는 대사관을 향하는 길 따라 점차 멀어졌다....한편 권다솔 쪽.배진호가 몇 번이나 말렸지만, 권다솔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짐은 이미 다 챙겨놨어요. 진호 씨,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7화

    별이는 화가 치밀면서도 후회가 되었다.그날 여이현과 온지유는 소미를 보육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었으나 그가 소미가 마음에 든다며 데리고 가자고 말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동생으로 대했던 소미가 이런 살인범일 줄은 몰랐다.“사라져! 내 앞에서 사라지라고!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도 않아!”소미는 별이의 소매를 잡았지만 별이는 가차 없이 쳐냈고 다시 바닥에 쿵 하며 넘어지게 되었다.케이크를 들고 온 김명자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소미를 부축하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별이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불쌍한 척하지 마. 너 정말 가식적이다. 정말 역겨워. 내 동생한테 독을 먹이고도 내가 널 불쌍하게 여기리라 생각한 거야?”김명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독이라고?'고개를 돌려 소미를 보았다. 이런 어린아이가 독을 탔다니. 기껏해야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아이가 이런 사악한 짓을 했으리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김명자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알게 되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케이크를 보았다.“그러니까 나한테 케이크가 먹고 싶다고 한 것도 전부 거짓말이겠네요? 일부러 날 하윤이 곁에서 떠내려고! 어쩐지 어제 타르트가 먹고 싶다고 해서 기껏 만들어줬더니 몇 입도 안 먹더라니!”김명자는 놀라운 사실에 등에 식은땀이 났다.만약 온지유이 제때 달려와 현장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정말로 이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잘해줬을 것이다. 그저 소미가 원래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이현 씨, 난 이 애를 단 1초도 눈앞에서 보고 싶지 않아. 얼른 어디로 보내버리자.”온지유는 고개를 돌려 여이현에게 말했다.“근데 어디로 보내지?”지금 제일 문제인 것은 소미가 외국인이었다는 점이다.국내에 신분증도 없었기에 불법으로 이곳에 거주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보육원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설령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이런 어린아이를 경찰은 어디로 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감방에 보낼 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6화

    이 말을 하고 나니 온지유는 등골이 다 서늘해졌다.그녀는 정말로 다른 사람은 의심했어도 소미를 의심한 적 없었다. 심지어 집에 나쁜 사람이 몰래 들어와 온하윤에게 손을 댄 것은 아닌지 의심했었다.그런데 고작 6살 즈음 되는 아이가 그녀의 딸을 독살하려고 했었다니.“뭐?”여이현도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현장을 잡아냈고 손에 약병까지 들려있었기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두 사람이 받은 충격보다 별이가 받은 충격이 더 컸다.별이는 온하윤이 좋아하는 고양이 인형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온 뒤 원망 가득한 두 눈으로 소미를 보면서 있는 힘껏 밀쳐 넘어지게 했다.넘어지면서 소미의 손바닥이 바닥에 쓸려 까지게 되었고 서러운 마음에 바로 눈물을 흘렸다.“네가 울긴 왜 울어? 내 동생이 너한테 무슨 짓을 당했는데! 이 작은 하윤이 몸에 주삿바늘 가득 꽂혀 있었던 이유가 전부 너 때문이었다는 거잖아.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별이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해할 수도 없었다.그들이 그간 소미에게 얼마나 잘해줬는가.설령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이렇게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온하윤의 목숨까지 앗아갈 정도로 복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엉엉엉...”소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릎을 감싸 안으며 고개를 파묻은 채 울기만 했다.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니 온지유는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만약 소미가 어린아이가 아니라 성인이었다면 여이현과 온지유는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했을 것이다.그런데 온하윤에게 독을 먹인 사람은 하필이면 어린아이였다. 그것도 막 부모를 잃은, 갈 곳이 없는 아이였다.“아니지. 이 약은 어디서 난 거니? 네 아빠가 이미 돌아가시고 네 엄마도 널 버렸으니 의지할 곳이 없는 거잖아. 그런데 이 약은 대체 어디서 구한 거니?”온지유는 중요한 문제를 물었다.아이가 이런 약을 손쉽게 구할 리가 없었다.그렇다는 건 누군가 처음부터 그들에게 소미를 접근하게 하고 화재와 여러 가지 사고를 우연인 것처럼 위장하게 했다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5화

    “그래요. 그럼 내가 가서 작은 케이크라도 만들어올게요. 저녁이니까 간단한 거로 먹을까요?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건 내일 만들어 줄게요.”김명자는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소미는 아주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온하윤에게 약을 먹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1, 2분이면 충분했다.김명자가 주방으로 간 뒤 소미는 이내 별이에게 찰싹 붙었다.“오빠, 하윤이 애착 인형이 있는 거 기억해? 그 고양이 인형 있잖아. 하윤이는 그 인형을 아주 좋아했었어.”“응, 기억해.”별이는 그 인형을 알고 있었다.그 인형은 별이가 부모님과 함께 외출했을 때 우연히 들어간 장난감 가게에서 직접 고른 온하윤의 선물이었다.그때 그도 온하윤이 그 인형을 아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온하윤은 그 인형을 끌어안은 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 인형이 지금 2층 테라스에 걸려 있어. 오빠가 가져다주면 안 돼? 하윤이가 그 인형 없으면 잘 자지 않잖아.”소미는 계속 머리를 굴렸다.지금 소미의 모습은 완전히 동생을 지극히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누구도 모를 것이다. 이런 순진한 얼굴 뒤에 어떤 검은 속마음이 숨겨져 있을지.별이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동생이 위험해지리라는 것을 몰랐고 순진하게 소미의 말을 믿었다.“그럼 내가 가서 가져올게.”별이가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소미는 소파 위에 있던 쿠션을 치웠다. 그 틈 사이에서 찾은 가방에서 약병을 꺼냈다.약병의 마개를 뽑은 소미는 천천히 온하윤에게 다가갔다.온하윤은 원래 잠들어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들리는 인기척에 바로 놀라 크게 울기 시작했다. 소미는 빠르게 손으로 온하윤의 입을 막아버렸다.“울지 마! 네가 울면 모두가 모일 거라고!”소미는 온하윤이 보면 볼수록 싫었다.들고 있던 약을 어떻게든 빨리 온하윤의 입에 털어 넣으려고 했다.하지만 온지유의 행동이 더 빨랐다. 바로 소미의 팔을 잡으며 차갑게 따져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저, 전 아무것도 안 했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4화

    “다른 사람들은 다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데 왜 나만 안 돼? 지금 날 따돌리고 있는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가족처럼 지내? 애초에 날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던 거잖아!”소미는 말을 하면 할수록 괴로웠다.만약 온하윤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진다면 별이에게 남은 동생은 자신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녀에게만 잘해줄 것이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도 그녀에게만 쏟아질 것이니 온하윤 때문에 누군가 자신에게 짜증을 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약을 더 먹이는 거였는데.'‘그래, 어차피 약병은 내 가방에 있어. 그 나쁜 사람들이 그 약의 효과가 엄청나다고 했었어. 반병만 먹어도 어른 한 명은 거뜬히 죽일 수 있다고 했으니까 아기한테는 그 절반을 먹이면 되겠지.'‘기회를 봐서 조금만 더 먹이면 돼. 그러면 온하윤은 이 세상에서 완벽히 사라질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엄마도 볼 수 있고 별이 오빠도 온전히 내게만 잘해줄 거야.'“이상한 생각하지 마. 우린 가족이 맞아. 우리가 가족이니까 동생을 챙겨야 하는 거고 엄마도 배려해 줘야 하는 거야.”별이는 계속 설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설명해도 소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가족은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였다.그들은 한 가족이 되었다곤 하지만 온하윤은 유독 그녀만을 보면 울기 시작했다.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온하윤에게 다가가는 것은 괜찮았지만 유독 그녀만 다가갈 수 없었다. 가족이라면 차별하지 않는가.“어쨌든 지금은 혼자 놀고 있어. 난 엄마를 도와서 하윤이를 돌봐야 하니까. 하윤이가 나아지면 그때 같이 놀아줄게. 그때 가서 우리 같이 아쿠아리움도 가자.”“그럼 그때 가서 하윤이도 데리고 갈 거야?”소미가 물었다.별이는 곰곰이 생각했다.“아마 당연히 데리고 갈 것 같아.”“그럼 그때 오빠 동생이 방금처럼 울면서 칭얼대면?”“그럼 다음에 가면 되지.”그녀가 한 질문에 별이는 빠르게 대답했다.어쨌든 그들에겐 시간이 많았으니 급할 건 없었다.오늘 갈 수 없다면 내일,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293화

    “이미 열이 내렸다고 하지 않았어?”소미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온하윤을 보며 순간 또 나쁜 마음을 먹게 되었다.‘온하윤은 이미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잖아. 그런데 왜 나한테서 별이 오빠를 빼앗아 가는 거야?'분명 별이와 함께 놀고 싶었으나 별이는 그녀의 작은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응, 열은 내렸는데 그래도 좀 걱정돼서.”별이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보이었다. 어느새 소미를 보는 시선엔 짜증이 조금 섞여 있었다.“일단 혼자 놀고 있으라니까. 나 좀 그만 찾아와. 하윤이는 내 동생이니까 내가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별이는 전처럼 소미가 귀엽게 느껴지지 않았다.그의 친동생은 온하윤이지 소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미를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온하윤은 아팠다. 언니로서 소미도 자신처럼 걱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소미는 계속 자신을 찾아오며 놀아달라고 칭얼대고 있었다.“오빠?”소미는 당황하고 말았다.방금 별이는 있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처음이었다. 별이가 이렇게까지 짜증을 낸 적은.순식간에 눈에 눈물이 맺혔다.“미안해. 내가 오빠를 방해하고 있었어. 오빠한테 자꾸 놀아달라고 칭얼거리면 안 되는 건데. 그럼 오빠랑 같이 하윤이를 돌봐도 돼?”“그래. 나도 미안해. 일부러 짜증을 내려던 건 아니었어. 그냥 난 지금 놀 기분이 아니었을 뿐이야.”별이는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온하윤은 아기였기에 아무것도 몰랐다. 그랬기에 소미의 행동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 행동임을 몰랐다.하지만 아기들의 감은 정확했다.소미가 다가온 순산 조용하던 온하윤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소미가 다가갈수록 더 크게 울어댔다.“하윤아, 뚝.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잖아.”별이가 얼른 온하윤을 토닥여주며 달랬다.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미가 이 자리에 있는 한 온하윤은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빠르게 집 안의 사람들도 아기의 울음소리에 모여들었다. 소미는 덩그러니 서서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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