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660 챕터

제81화 우리 집에 와요

설영준을 보자마자 그날 화가 나서 울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또 가슴이 아팠다.송재이는 입술을 깨물고 화가 나서 말했다.“너! 난... 싫어!”송재이가 자기도 모르게 거절하자 박윤찬과 설도영은 동시에 멍해졌다.평소에 송재이는 부드럽고 얌전해 보였으나 방금 얼굴에 억지가 스쳐 지나갔다.설도영은 바로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다짜고짜 송재이의 쇼핑백을 들어 차 안에 실었다.“악!”설도영에게 끌려가는 송재이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재이 씨, 오늘은 섣달 그믐날이라 택시 잡기가 어려워요. 우리가 데려다줄게요. 항상 귀찮게 하였는데 이번엔 우리 형이 나를 대신해서 보답하게 해요. 그렇죠? 형, 운전해요!”설도영은 건방을 떨며 감히 설영준에게 운전하라고 지시했다.설영준이 백미러에서 설도영을 보자 설도영은 입을 다물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형, 운전해요, 집에 가요.”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설영준의 차에 탔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영준과 함께 이 차에서 섹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차에는 또 갑자기 많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송재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마치 자신의 가장 은밀한 사생활을 다른 사람이 엿보인 것 같아 부끄러웠다.그녀는 또 몰래 설영준을 힐끔 보았다. 그녀의 자리에서는 그의 옆모습만 보였다.설영준은 운전대를 잡고는 운전에 몰두했다.‘이 사람은 어색하지도 않아? 나만 부끄러워하고 있어?’송재이는 설영준의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었다.그날 설영준은 갑자기 영문도 모르는 그녀 앞에서 그녀의 옷을 집어 던졌는데, 마치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한 것 같았다. 지금 그녀가 이렇게 많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보더니 또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려 한다.하지만 이것은 설영준의 생각이 아니라 박윤찬과 설도영이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호의를 베풀었을 수도 있다.“재이 씨, 이 봉지 안에 떡국 재료가 가득하네요. 식구가 몇 분이세요? 이렇게 많이 샀어요?”“아!”정신을 차리고 보니 설도영이 호기심에 쇼핑백을 열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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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섣달 그믐날마다 함께

‘분위기까지 조절해?’‘내가 마스코트야?’송재이는 설도영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이상한 말을 하는 이 아이는 사춘기였다.송재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 떡국 재료도 샀는데...”“같이 먹어!”설영준이 말했다.그는 송재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설동훈과 오서희가 없으니 송재이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하지만... 원래는 집에 돌아가서 떡국을 많이 만들어서 도씨 부자에게 주려고 했었는데 이러면 떡국을 줄 수 없게 된다.송재이는 걱정이 되어 창밖을 바라보았다.바깥 거리에 사람이 갈수록 적어졌고 차는 교외를 향해 천천히 산길을 달렸다. 설씨네 집과 가까워졌다.어떤 일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다. 예전에 설도영과 함께 있었던 그 3년, 사실 그녀는 매년 섣달 그믐날 그와 함께 있고 싶었으나 그는 항상 곁에 없었다.그때 송재이는 설영준에게 소녀 같은 생각과 환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그녀를 위해 원칙을 깨거나 갑자기 그녀에게 깜짝 선물을 주기를 바라는 등이런 비현실적인 망상을 가지고 그녀는 세월을 보냈다.하지만 송재이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망상을 접었을 때, 그는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 설을 쇠겠다고 말했다. 비록 설도영과 박윤찬도 함께 있었지만 송재이에게는 남다른 설이었다.다시 설씨 저택에 돌아오니 이곳의 모든 것이 익숙하고도 낯설었다.지난번에 떠날 때 그녀는 마음속으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나 이렇게 다시 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대문에서 별장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설도영과 설영준이 앞에서 걸었고 송재이가 그 뒤를 따랐다.마지막으로 박윤찬은 손에 쇼핑백을 들고 걸었다.“지민건 사건은 이미 판결이 났으니 적어도 1년 이상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갑자기 뒤에서 박윤찬의 말소리가 들려왔다.“네!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어요. 상업적으로 그를 억압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왜 항상 저를 괴롭혔는지 모르겠어요.”송재이는 참지 못하고 하소연했다. 박윤찬은 가볍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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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나 무서워?

설도영도 마침 고개를 돌려 설영준과 박윤찬, 송재이, 세 사람을 보았다.그는 눈썹을 찡그리고 설영준과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주춤했다. 설날에도 매를 맞고 싶지 않았다.‘됐어! 입 다물고 벙어리가 되는 것이 나아.’설 씨 저택에는 뜻밖에도 아줌마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모두 휴가여서 그들 몇 명만 있었다.박윤찬은 집에 들어온 후 잠시도 쉬지 않고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손을 씻고 서랍에서 앞치마를 꺼내서 전을 부치고 떡국을 만들려 했다.설도영이 거실로 가서 텔레비전을 켜자, 안에서 떠들썩한 설날 특집 소리가 들려왔다.원래 화려하고 냉랭한 인상을 주던 설씨 저택에서 뜻밖에도 설 분위기가 흘러나왔다.설도영은 텔레비전에 빠져들었고 송재이와 설영준은 안방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송재이는 입술을 깨물었다.“난 혼자 설 쇠는 것이 편해. 왜 하필 나를 영준 씨 집에 데려왔어?”“분위기 메이커.”설영준은 냉담하게 말했다.송재이는 언짢았다. 이 말은 마치 늙은 술꾼이 술자리에서 아가씨들을 찾아 자기의 나쁜 취미를 만족시키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이 세 남자는 누구도 ‘늙은이’가 아니었다.나이가 제일 많은 설영준도 28세밖에 안 되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윤찬 씨를 도와 채소 씻으러 부엌으로 갈게.”송재이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빠른 걸음으로 부엌에 들어갔다.설영준만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해도 괜찮았다.거실에는 설영준과 설도영만 남았다.“형, 왜 재이 씨를 이렇게 무섭게 대해요?”설도영을 텔레비전을 보며 설영준에게 물었다.설영준은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내가 무서워?”“여자들은 담이 작고 수줍음이 많아서 달래야 해요.”설도영은 진지하게 말했다.“너 여자친구 생겼어?”“...네?”설도영은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돌렸다.“난 이제 겨우 16살이에요. 친구들은 너무 어려서 눈에 띄지 않아요!”“여자친구도 없는데 무슨 경험담이야?”설영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설도영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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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그 사람만 빼고

설영준은 송재이가 도정원과 연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말을 하다 보니 그녀가 활짝 웃는 것을 보았다.박윤찬은 대학교 때부터 혼자 자취생활을 시작했다.그래서 떡국이나 김치, 전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송재이는 도정원과 통화한 후 박윤찬을 도와 계속 음식을 만들었다.음식 속에 머리카락이 들어갈까 봐 질끈 동여매고는 진지하게 만들었다.전을 부치는 그녀의 얼굴은 얌전하고 부드러웠다.고개를 숙이니 머리카락 몇 올이 귓가에서 흘러내렸다. 설영준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가늘고 늘씬한 몸매, 청순하면서도 매혹적인 외모, 아무리 보아도 미인이 따로 없었다.설영준은 많은 사람을 봐왔기에 진정한 미인을 한눈에 알아봤다.그렇지 않았다면, 한눈에 반하지 않았을 것이다.송재이의 어머니가 아프고, 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녀와 교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녀가 좀 못생겼으면 이런 마음을 먹지 않을 것이다.‘틀림없이 나 외에도 송재이에게 반한 남자가 적지 않을 거야.’설영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송재이를 보면 이유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아 간지러운지 송재이는 손으로 얼굴을 긁었다.손에 있는 밀가루가 얼굴에 묻었지만 송재이는 얼굴에 밀가루가 묻은 줄도 모르고 열심히 전을 부쳤다.열심히 전을 부치는 모습은 마치 열심히 숙제하는 초등학생 같았다.맞은편 박윤찬은 그녀의 얼굴에 묻은 밀가루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귀엽고 예뻐 사랑을 듬뿍 받을 외모지만 하필이면 전을 부치고 있는데 게다가 아주 열심히 한다. 동그랗게 구워진 전은 앙증맞고 깜찍해서 마치 예술품과 같았다.박윤찬은 원래 잘 웃지 않으나 송재이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옆에서 티슈를 꺼내어 얼굴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네? 여기요?”송재이는 부끄러워하며 티슈를 받아 두 번이나 닦았지만 제대로 닦지 못했다. 박윤찬은 휴대전화를 꺼내어 거울삼아 비춰줬고, 그제야 송재이는 겨우 밀가루를 닦아냈다.박윤찬과 송재이는 모두 손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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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그녀를 향해

음식을 다 먹은 후 박윤찬은 일어나서 설거지했다. 송재이는 설씨 저택에 놀러 온 손님이기에 밥을 다 먹은 후 손을 떼고 바로 갈 수 없었다.그래서 덩달아 바쁘게 움직였다.바깥 날씨가 이미 어두워졌다. 그믐날 밤, 멀리서 불꽃놀이 소리가 들려왔다.갑자기 밤하늘로 치솟는 불꽃도 있다. 송재이는 창가에 서서 잠시 바라보았다.설도영은 흥분된 얼굴로 갑자기 2층에서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재이 선생님, 우리도 불꽃놀이 해요!”말을 마친 후 설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형, 해도 돼?”“마음대로!”설영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그런 후 네 사람은 불꽃을 나누었다.송재이는 이미 몇 년이나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기대가 되었다.설영준은 흰 셔츠만 입었고 마당으로 나갈 때는 잿빛 스웨터를 하나 더 껴입었다.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가 손가락 사이에 끼고는 송재이의 불꽃에 불을 붙였다.불꽃에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밝아졌다.또렷하고 환한 불꽃은 그녀의 얼굴을 화사하게 비추었다.수많은 별빛이 그녀의 눈에 비쳐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여기서 설도영이 가장 어렸지만, 오히려 송재이가 제일 즐거워했다.“마음에 들어?”설영준은 그녀의 뒤에 서서 폴짝폴짝 뒤는 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한마디 물었다.“응!”송재이는 불꽃놀이를 하며 대답했다.설영준은 하늘 높이 치솟는 불꽃에 불을 붙이고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불꽃은 하늘로 뛰어올라 밤하늘에서 꽃을 피웠다.송재이는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다.별장 구역은 인가가 드물다. 주변은 거의 그들의 불꽃놀이 장소로 변했다.다른 사람들도 함께였지만 이것은 송재이와 설영준이 함께한 첫 설이었다.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밤하늘에 흩어진 불꽃을 보며 송재이는 마음속으로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심정을 몰랐다. 아마 그에게는 오늘 밤도 여느 날처럼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송재이는 영원히 오늘 밤과 이 불꽃놀이를 기억할 것이다.앞으로 힘들고 외로운 길을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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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공백기를 함께할 사람

송재이는 서유리에게서 뱀에 관한 해몽을 들었다. 뱀은 성에 관한 것으로 남자의 몸을 원한다는 뜻이라고 했다.처음에 이 말을 듣고 부끄럽고 난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마음에 찔려서 그런 것 같았다.그 후로도 그녀는 가끔 꿈을 꾸었다. 그녀의 몸을 감고 있는 뱀이 점점 거칠어지고 사납게 되는 꿈이었다.깨어나면 통제 불능의 모순된 생각이 그녀를 거의 미치게 했다. 한편으로는 전통 사상에 구속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억누를 수 없이 갈망하였다. 설영준의 남성 호르몬이 그녀의 독이었다.송재이는 샤워를 마치고 준비해준 새 잠옷을 입었다. 머리를 말릴 겨를도 없이 욕실 문을 밀어 열었다.순간 두 다리를 꼬고 침대에 앉아 그를 기다리는 설영준을 보았다.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위 아래로 살펴보았다.설영준은 남의 방에 무단 침입한 것을 전혀 어색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하긴, 여기는 원래 설씨 저택이니 말이다. 한 치의 땅도 모두 설 씨네 것이었다.뜻밖에도 송재이는 놀라지 않았고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버리고 담담하게 설영준을 향해 걸어갔다. 설영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송재이를 침대 위로 잡아당기더니 그녀를 부드러운 침대 위에 눌러 눕히고는 키스하기 시작했다.방금 샤워할 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정원에서 절반이나 피웠던 담배로 불꽃을 피우는 모습뿐이었다.어찌 된 영문인지 그 순간 그녀는 그에게 빠져버렸다.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남성 호르몬은 여자가 정복하고 싶은 열정을 일으키게 했다. 벗어날 수 없으니 송재이는 직면하려 했다.송재이는 설영준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들어 마주 보았다.예전에 그녀는 영원히 자신과 결혼하지 않을 남자와 엮이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여자가 반드시 결혼 상대와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욕망 자체는 수치스럽지 않다. 계속 마음을 외면하기보다는 내버려 두는 게 더 좋았다.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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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막을 수 없다면

설영준은 예전에 침대 위에서든 아래에서든 그녀를 지배할 수 있었다.그래서 권위가 도발당한 느낌은 처음이었다.하지만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절대 정복보다는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끝나고 나니 송재이는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빠졌다.그녀는 너무 피곤해서 침대 옆에 누워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말했다.“돌아가, 박 변호사님과 도영이가 아직 집에 있어. 내일 일찍 일어나서 그들에게 들키면 할 말이 없어.”“한 명은 친구고, 한 명은 동생인데 보면 어때?”“신체적인 관계는 해소가 끝나면 각자 갈 길을 가는 게 좋아. 난 앞으로 남자친구도 사귀어야 하는데 섹파가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섹파’라는 두 글자를 들은 설영준은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그런 관계인 것 확실했다.게다가, 그가 줄곧 원한 것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그녀의 입에서 이런 단어가 나오니 그는 어쩐지 귀에 거슬렸다....이튿날 아침, 설영준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는 겨우 8시였다.거실 안은 매우 조용했고 아무도 없었다.도영은 분명 늦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윤찬과 송재이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그는 또 위층으로 올라가서 한바탕 찾았다.이 두 사람은 각자 방에 이불을 개어 놓은 채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설영준은 송재이에게 카톡을 보냈다.[돌아갔어?]그녀는 아주 빠르게 답장을 보내왔다.[어, 설날이라서 인사하러 가느라 박 변호사님 차를 얻어타고 가고 있어.]‘얻어 타? 헉.’설영준은 웃는 듯 웃는 듯 휴대전화를 노려보다가 잠시 후 그녀에게 다시 문자 한 통을 보냈다.[나와 함께 있을 때,다른 남자와 가까이 지내지 마. 너 그런 건 알아서 해야지!]그 순간 송재이는 차에 타고 있었다.방금 박윤찬의 집을 지나갔는데, 그는 이미 내려갔고 뒷좌석에는 그녀 혼자만 있었다.예전에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남자가 자기 여자에 대한 소유욕이라고 착각하고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도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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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서지원

송재이가 도씨 부자를 찾아가기 전에 도정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어제 만두를 빚고 있을 때 도정원이 그녀에게 전화를 했었다.그녀는 전화로 설날에 그들에게 만두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세배는 역시 오전에 하는 것이 더 길하다면서 말이다.그녀는 도정원이 보내준 주소지로 향했다.엄마가 돌아가신 뒤 이 세상에 가족이 있을 거라곤 꿈도 못 꿨던 그녀에게 희망이 되살아났다.도씨 부자를 만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도시락을 도정원에게 건넸다.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설씨 가문의 주방을 이용해서 특별히 쪄낸 건데, 아직도 따뜻했다.“아저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것은 소고기 소인데 한번 드셔보세요.”별로 크지 않은 도시락 통이라 이십여 개밖에 담을 수 없었다.그래도 도경욱과 도정원이 아침 식사로 먹기에는 맞춤했다.도경욱은 만두를 받는 순간 눈물을 조금 글썽했다.곧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송 선생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송재이는 도경욱과 도정원의 안내로 거실에 들어섰다.그녀는 소파에 앉아서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이곳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주 따뜻하고 편안한 집이었다.도경욱은 평소에 혼자 이곳에서 살며 꽃을 기르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매일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 와서 청소와 그가 먹을 식사를 준비해주었다. 나이가 드니 오히려 남에게 방해받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도정원이 사는 곳은 아마도 편하게 출퇴근하기 위해서였는지 회사와 2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상업 지대 부근이었다.나중에 연우의 양육권을 돌려받으면 도정원도 그곳으로 가 손녀 돌보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송재이의 관찰에 따르면 도경욱은 전형적인 자상한 아버지 스타일이었다.온화하고 좋은 성격에 몸도 건강하고 말년을 즐겁게 보내며 손주 돌보기를 꺼리지 않는.그러나 오기 전에, 사실 송재이는 몰래 인터넷으로 특별히 도씨 가문에 대해 알아보았다.그녀는 KJ 그룹의 최초 창업자가 바로 도경욱의 할아버지였다는 것을 전에도 몰랐다.도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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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야

“네, 알아요!”도경욱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송재이는 무릎 위에 놓은 손을 불끈 그러쥐었다.“그런데 뭐, 다 젊었을 때 얘기에요.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에 따라다니는 훌륭한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음... 나도 그중 한사람이었죠. 하지만 그때는 신분 차이가 너무 컸고, 내 아내도 막 세상을 떠났는데 아들까지 있으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그냥 멀리서 바라만 봤어요. 그뿐이에요.”송재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그러니까 도정원은 첫 번째 아내가 낳은 자식이라는 거네? 그럼 난...’그녀는 끈질기게 계속하여 물었다.“그럼 저의 어머니를 그냥 마음속으로 좋아했을 뿐이지 다른 관계는 없었다는 말씀인가요?”도경욱은 그 말에 시원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누가 젊었을 때 몰래 좋아해 본 여신님이 없었겠어요. 좋아하는 거랑 사귀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죠. 송 선생님 어머니는 젊었을 때 정말로 예뻤어요. 나처럼 짝사랑한 남자가 수두룩할 거예요. 이젠 나이가 드니 과거 생각이 자주 나네요. 그날 병원에서 송 선생님을 첫눈에 봤을 때 예전의 많은 과거들이 단번에 떠올랐어요. 그것 때문에 뭘 오해하게 했다면, 제가 사과드릴게요.”그는 한 번도 더듬지도 않고 유창하게 말하며 웃는 표정도 여전하여 송재이는 그한테서 일말의 허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말을 마치자 도경욱은 고개를 숙여 만두를 양념장에 찍어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만두, 송 선생님이 직접 빚은 거예요? 진짜 맛있네요.”“저희 엄마 음식솜씨랑 비교하면 어떠세요?”송재이는 포기하지 않고 또 물었다.“제가 그런 걸 받아볼 복이 있나요, 어디.”도경욱은 가슴이 꽉 조여왔지만 시종일관 느긋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들어 미소를지었다.“그건, 아버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그의 지금 송재이한테 그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었다.그가 아니다.그가 아니다...송재이는 오히려 이런 강조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아쉽게도 증거가 없었다. 그녀는 아랫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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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송 선생님이 혹시 제 여동생인가요?

도경욱네서 떠난 후, 송재이는 매우 불만스러웠다.그가 말을 하면 할수록, 서지원과 도경욱의 관계가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예전에 송재이는 서지원에게서 외할아버지의 집은 원래 꽤 부유했었는데 후에 어떤 일을 이유로 하룻밤 사이에 망해버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녀의 결혼은 확실히 더 나은 선택권이 있어야 했다.하지만 때로는 세상일이 덧없을 때도 있다.서지원도 세상을 뜨기 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말이다.도정원은 송재이를 가로변까지 데려다주었다.차를 기다리며 두 사람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그러다 다가오는 한 차량을 보자 송재이는 큰 돌덩이에 가슴을 눌린 듯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전무님, 저랑 저희 어머니 산소에 가지 않으시겠습니까?”두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는 고개를 들어 도정원을 바라보지도 않았다.“알겠습니다. 내일 마침 시간이 있네요.”오늘 도경욱의 반응으로 도정원은 자신의 추측을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아들인 그는 송재이보다 당연히 도경욱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도정원은 송재이가 차에 올라타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몸을 돌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정원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이미 도경욱은 거실에 없었다.도정원은 다시 서재 입구로 향했다.조그마한 틈 사이로 그는 안에서 손에 든 사진을 보며 멍을 때리고 있는 도경욱을 발견했다.사진 속 젊은 여자는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이목구비가 매우 닮아있었다.단 한 장뿐인 사진을 도경욱은 몇 해 동안 밤낮으로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아마도 도경욱의 마음속에 여자라고는 오직 그녀 한 명이었던 것 같았다. 도정원이 어머니가 아니라 말이다.이 일을 도정원은 성인 남자로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송재이가 떠난 후, 도경욱은 더이상 숨기지 않았다. 그렇게 사진을 보고 있는데 도정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도경욱은 고개도 들지 않고 계속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정월 초하루. 두 부자는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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