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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공백기를 함께할 사람

송재이는 서유리에게서 뱀에 관한 해몽을 들었다. 뱀은 성에 관한 것으로 남자의 몸을 원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처음에 이 말을 듣고 부끄럽고 난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마음에 찔려서 그런 것 같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가끔 꿈을 꾸었다. 그녀의 몸을 감고 있는 뱀이 점점 거칠어지고 사납게 되는 꿈이었다.

깨어나면 통제 불능의 모순된 생각이 그녀를 거의 미치게 했다. 한편으로는 전통 사상에 구속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억누를 수 없이 갈망하였다. 설영준의 남성 호르몬이 그녀의 독이었다.

송재이는 샤워를 마치고 준비해준 새 잠옷을 입었다. 머리를 말릴 겨를도 없이 욕실 문을 밀어 열었다.

순간 두 다리를 꼬고 침대에 앉아 그를 기다리는 설영준을 보았다.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위 아래로 살펴보았다.

설영준은 남의 방에 무단 침입한 것을 전혀 어색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하긴, 여기는 원래 설씨 저택이니 말이다. 한 치의 땅도 모두 설 씨네 것이었다.

뜻밖에도 송재이는 놀라지 않았고 당황한 기색도 없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버리고 담담하게 설영준을 향해 걸어갔다. 설영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송재이를 침대 위로 잡아당기더니 그녀를 부드러운 침대 위에 눌러 눕히고는 키스하기 시작했다.

방금 샤워할 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그가 정원에서 절반이나 피웠던 담배로 불꽃을 피우는 모습뿐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순간 그녀는 그에게 빠져버렸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과 남성 호르몬은 여자가 정복하고 싶은 열정을 일으키게 했다.

벗어날 수 없으니 송재이는 직면하려 했다.

송재이는 설영준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들어 마주 보았다.

예전에 그녀는 영원히 자신과 결혼하지 않을 남자와 엮이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가 반드시 결혼 상대와만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욕망 자체는 수치스럽지 않다. 계속 마음을 외면하기보다는 내버려 두는 게 더 좋았다.

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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