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660 챕터

제171화 내가 가장 행복해야 해, 굳이 정상일 필요 없어!

다음날, 병원 복도에서 송재이와 유은정이 벤치에 앉아 있은 지 벌써 15분이 지났다.“은정아, 내가 갈게!”유은정이 긴장한 모습을 보고 송재이가 의사 사무실로 들어가 그녀의 건강검진 보고서를 받았다.유은정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송재이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잠깐만!”유은정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내가 정말 AISD에 감염됐다면 너도... 나를 다른 사람들과 차별할 거야?”송재이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니? 네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안 그럴 거야. 넌 언제나 내 절친이야.”“만약 내가 친구들로부터 버림받고 세상에서 버림받고 부모님에게서 버림받으면...”“그럴 리 없어! 내가 완전히 공감해 줄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네가 날 필요로 하면 난 항상 네 편일 거야.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송재이는 유은정을 끌어안았다.친한 친구가 가장 힘들 때, 그녀는 최선을 다해 위로해 주고, 맞서나갈 힘을 주려고 했다.그 격려와 따뜻함에 감동 받았는지 유은정이 입술을 깨물더니 마침내 일어섰다.그녀는 송재이의 손을 잡고 송재이의 손에 이끌려 의사 사무실로 들어갔다.30분 뒤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이었다.건강검진 결과는 음성이었다.유은정은 송재이와 꼭 껴안았다.“재이야, 하느님이 나를 봐주셨나 봐!”그녀는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송재이도 같이 울었다.송재이는 요 며칠 동안 유은정의 불안과 고통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젊은 나이에 사람을 잘못 믿은 것 때문에 좋지 않게 인생을 끝낼 거라는 걱정이 가득했다.하지만 알고 보니 괜한 생각이었다. 이보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없다.“재이야, 그거 알아? 나는 원래 하지현과의 7, 8년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걸 안타까워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남자가 뭐가 중요하다고! 내가 살아 있다는, 나 자신이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하지.”이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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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짐승은 다 그래

그 후 며칠 동안 설영준의 정서는 아주 평온했다.하지만 송재이의 생리가 끝난 그날에, 설영준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지독하게 그녀를 원했다.요 며칠의 평온함은 꾸며진 것이라고 송재이가 의심할 정도로 말이다.송재이는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마지막에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제 그만, 나 이젠 못 해...”설영준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보기만 좋고 쓸모는 없어서는!”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뒤척이며 그녀를 안았다.며칠 전부터 설영준은 송재이한테 문제가 많다고 얘기했었다. 게다가 지금은 또 쓸모가 없다고까지 하니... 그녀는 매우 억울했다.‘설영준은 왜 항상 날 무시할까?'하지만 너무 졸려서 이유를 묻기가 귀찮아졌다.송재이는 그의 단단한 품에 안겨 깊은 잠에 빠졌다.다음날, 옷을 입을 때 송재이는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몸에 멍이 든 것을 보고 어제 설영준이 얼마나 독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점점 더 심해져만 갔다.속으로 짜증을 내고 있는데 침실 문이 열렸다.설영준이 들어와서 송재이의 거울에 비친 흔적을 보았다. 그가 낸 흔적이었다.그는 야릇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도 그를 올려다보더니 눈을 희번덕거리며 외면했다.“화났어?”설영준이 농담조로 물었다.“본성이 드러났어.”송재이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네가 나보고 짐승이라며. 짐승은 다 그래.”“자랑스럽다고 생각해?”그녀는 화가 났다.설영준은 다가가서 허리를 굽히더니 등 뒤의 지퍼를 살펴보면서 말했다.“내가 도와줄게.”설영준의 손이 송재이의 허리에 닿았다. 그녀의 얇은 허리는 정말 잡기도 애매했다.그녀가 입은 긴 치마는 옷감의 질감이 좋았지만 유일한 단점은 지퍼가 뒤에 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지퍼를 올리기가 힘들었다. 혼자 입을 때면 매번 지퍼를 올리는 데만 시간을 많이 태웠다.설영준이 돕겠다고 한 이상 그녀도 사양하지 않았다.이 치마는 몸에 달라붙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살이 끼기 쉬웠다.“화장대를 잡고 있어.”설영준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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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어떤 야한 짓도 할 수 없었다

“재이 씨도 알 거예요. 서도재가 재이 씨한테 마음이 있는 거. 서도재는 나쁜 놈이에요. 사람도 아니죠! 저보고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나를 뭘로 생각하는지...”“전 그저 짜증이 나서 그랬을 뿐이에요. 서도재를 상대할 수 없으니까 타깃을 재이 씨에게로 돌렸나봐요. 제가 바보에요. 하지만 저도 제 어리석음에 대해 대가를 치렀어요.”“그날 식사 때도 보셨잖아요. 지금 서도재가 저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는 설영준 씨가 그에게 주었던 수치심을 모두 저에게 화풀이했어요. 예전의 사랑과 따뜻함은 이미 다 사라져 버렸어요.”“저도 그를 떠나고 싶었지만 서도재를 잃어버리면 제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어요. 게다가 최근 두 번의 공연에서 실수를 반복하며 정신이 나갔었어요.”말을 마친 연지수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 채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잠시 침묵을 지키고 심사숙고하던 송재이가 입을 열었다.“외딴 마을에서 나왔는데도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큰 도시로 왔잖아요. 큰 도시에서 음악을 배워유명한 오케스트라에 합격하기까지...”“지수 씨의 지식과 재능만이 자기 자신의 자본이에요. 지수 씨는 외모도 예쁘고 피아노에도 재능이 있잖아요. 여러 관계를 맺지 말고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빌붙지 말고 본인의 일에 집중해 봐요. 스스로 창조한 밝은 미래는 서도재 씨를 떠난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아요.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죠?”송재이는 말을 이어 나갔다.“지난번에 저를 계단에서 민 사람이 지수 씨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단지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지수 씨가 서도재 곁에서 어떤 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어이가 없고 우스웠어요.”이 말은 연지수의 마음속 깊이 어딘가를 찔렀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재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서도재를 따르기로 했으니 그의 지시를 따라야죠. 제가 원해서 한 건 아니에요”“서도재가 저를 밀라고 했어요?”송재이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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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보는 눈이 얼마나 더러운지에 따라서 보이는 것도 더러워진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점심, 송재이는 다시 한번 가짜 소문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이번에는 그녀의 절친 유은정과 연관이 있는 소문이었다.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서유리가 휴대폰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호기심에 다가갔더니 유은정이 ‘AIDS'에 감염됐다는 뉴스가 인터넷에 올라왔던 것이었다.서유리는 계속 그 뉴스를 보고 있었다.“뭘 보고 계세요?”뒤에 서 있던 송재이가 한마디 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서둘러 그 사이트를 탈퇴했다.하지만 송재이가 이미 본 뒤였다.그녀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송재이는 별말 없이 핸드폰을 꺼내 실시간 검색어를 찾아보았다.그녀가 그날 유은정을 데리고 병원 감염과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날 병원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었나?아니면 누가 미리 소식을 들어서 미행한 건가?송재이에게 놓고 말해서 이 일은 이미 지나간 것과 마찬가지였다.건강검진 결과가 음성인 한 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소문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전에 있었던 다시 기사로 올라오면 온 세상에 폭로될 것이었다.“유은정, ‘AIDS' 감염했나.”기사들은 마치 직접 본 것처럼 그녀의 사생활을 마구 평가했다.유은정은 분명 피해자인데 오히려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중요한 건 사람들은 유은정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녀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송재이도 공격했다는 것이었다.이 일을 폭로한 사람이 바로 송재이라고 하면서 말이다.그들은 송재이가 이 사건을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고 이 기사는 그것을 목적으로 한 자작극이라고 말했다.절친의 아픔을 딛고 더 많은 관심을 받으려 한다고 그녀를 욕했다.오후 동안, 송재이는 자신이 공격을 받는 모든 기사를 다 읽었다.그리고 나서 유은정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너 괜찮아? 기분은 어때? 원래 다 지나간 일인데 누가 또 이런 소문을 냈는지… 영향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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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커밍아웃하지도 않은 양성애자

송재이와 설영준은 거의 비슷한 시간에 유은정이 보낸 이 해명 글을 보았다.설영준은 사무실에 앉아 한 구절 한 구절 읽어 내려갔다.하지현...유은정의 약혼자...공식 석상에서 설영준은 그를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인터넷 회사의 임원이었다.잘생겼지만 집안 출신은 별로였고 유은정과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를 했던 사이였다. 그가 유은정의 약혼자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유중건은 하나뿐인 외동딸을 아주 아꼈다. 그래서 처음엔 강하게 반대했지만 유은정이 너무 좋아하는 걸 보고 결국 허락했다.그는 하지현에게서 돈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유은정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족했다.설영준은 얼마 전에 두 사람이 약혼했다는 사실도 전해 들었었다.그는 원래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하지원이 양성애인 데다가 커밍아웃하지 않은 상태일 줄은 몰랐다.이 사건은 유은정 자신에게도 큰 스캔들이었다.하지현때문에 자신이 ‘AIDS’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지옥 같은 심리적 고통을 겪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공개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었다.인터넷에 떠도는 자기에 대한 추측, 송재이에 대한 추측은 유은정을 화나게 했다.진짜로 잘못한 사람들은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데 피해자들이 오히려 악플을 받을까?이건 너무 불공평했다. 유은정이 올린 장문은 어떤 것도 덧붙이지 않았고 모두 사실이었다.다시 떠올려도 그녀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을까봐 두려웠다.만약 제때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동성을 좋아하는 건 문제가 될 것 없었다. 그 사실을 숨기고 상대를 속인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처음에 하지현과 헤어지자고 했을 때, 죽어도 동의하지 않았던 원인을 그녀는 인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순진하게 하지현이 아쉬워서, 그녀와 헤어지기 싫어서 그런 줄 알았다.일이 터지고 난 후에야 유은정은 하지현이 그녀를 아까워하는 게 아니라 유중건 사위라는 타이틀을 아까워한다는 걸 깨달았다.그제야 유은정은 유중건이 지민건에게 자금을 빼앗겼을 때, 하지현이 그녀에 대한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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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모함

설영준도 이제야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며칠 동안 송재이가 이런 일도 겪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매일 함께 자면서도 그녀는 입 하나 뻥긋하지 않았다.아마도 절친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송재이는 절친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묵묵히 옆에서 있어 주며 떠나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설영준은 앞으로 그가 어려움에 빠져도 송재이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의 의리는 매우 소중했다. 마찬가지도 여자에게서 나온 의리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절친에게 잘해주는 만큼 자기 남자에게도 잘해줄 것 같았다.친밀함으로 따진다면 아마 그가 한 수 위일 것이다.설영준은 송재이를 구석구석 보았고 가장 깊은 곳도 탐험해 보았다.지금까지 아마 그가 가장 가까운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송재이의 인품에 대해 설영준은 더 깊은 믿음을 느꼈다.여진이 언론계에서 아는 사람은 정말 오랜 기간 연락하지 않은 초등학교 동창인 고민재였다.오후에 설영준의 분부대로 고민재에게 기사를 내라고 할 때, 고민재는 잠시 멈칫했다.오랜 시간 비서 업무를 한 여진은 자연히 예리한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여진이 바로 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생각지도 못한 통찰력에 고민재가 웃으며 말했다.“우리도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잖아. 그래서 나도 숨기지 않으려고. 재이 씨랑 유은정 씨가 감염과에서 검진을 한 사진이 폭로된 전날 밤, 우연히 화장실에서 가십을 하나 들었는데 바로 이 일이었다. 문씨 가문 셋째 아가씨가 계획하고 그 사진을 기자한테 팔았나 봐. 그 아가씨한테 매수된 기자 친구는 공교롭게도 내 선배야. 그 선배는 다 좋은데 재물에 대한 욕심이 있고 입이 가벼워. 선배가 말하길 정말 지금과 같은 세월에는 절친조차 잘 방비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우리도 알다시피 문예슬 씨, 재이 씨, 은정 씨 전에는 모두 절친한 사이였잖아. 지금처럼 이런 모함을 할 줄은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고민재가 아첨하는 듯한 태도로 이 일의 내막을 여진에게 알려주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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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재이 씨 같은 기준으로 찾아

문예슬이 매번 그를 바라볼 때의 그 눈빛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설영준은 우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여자의 마음에 들었다는 생각에 재수 없이 느껴져 밖으로 말하기가 부끄러웠다.그는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정리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어떻게 압니까?”그러고는 사무실을 나섰다.설영준은 운전하여 바로 박윤찬의 집으로 향했다.이전에 박윤찬의 어머니인 성수연이 돌아왔는데 몸이 안 좋아서 한의사를 보러 갔다고 했다.마침, 설영준이 잘 아는 한의사가 있어 이번에 소개해 주려 했다.가는 길에 설영준은 송재이에게 카톡을 보내 저녁에 일이 있어 밥 먹고 들어간다고 했다.하루 종일 인터넷이 떠들썩했는데 송재이도 집에서 하루 종일 뉴스 동향을 주시하고 있어 피곤했다.그의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녀는 부엌에 있었는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알겠다고 답장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채 국수를 삶았다.차 안에 앉아 그녀의 답장을 확인한 설영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안 돌아간다는데 별다른 영향이 없나 보네? 더 묻지 않는 거 보니 정말 철이 든 여자인가 보네.’하지만 그와 함께 한 3년 동안 그녀는 줄곧 그랬던 것 같았다.그때 그녀의 침착하고 철든 모습이 그의 눈에는 장점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설영준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밖으로 얼굴을 기울였다. 그의 표정은 더없이 어두웠다.그러나 박윤찬의 집에 도착하여 성수연을 보자 그는 평소의 침착함과 매너를 되찾았다.부엌에 있는 아주머니가 밥을 다 차려놓았다.밥 먹을 때, 처음에는 즐거웠는데 성수연이 테이블에 놓인 새우볶음을 보고는 가볍게 혀를 차며 아주머니를 불러왔다.“최근에 해산물 요리는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재이 씨 어머니가 먹었던 두통을 치료하는 한약을 먹고 있는데 의사가 식단 관리를 잘하라고 했단 말이에요. 앞으로는 하지 마세요.”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어찌 성수연이 당부한 말을 잊었겠는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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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돌아와서 너랑 하려고

“윤찬 씨, 전에는 소설 즐겨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설영준이 책 제목을 보고는 내려놓고 무심결에 물었다.박윤찬이 주방에서 손을 씻고 나오며 설영준이 자기가 반쯤 본 그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는 모습을 보았다.“전에 영화를 본 김에 소설도 사 봤어요.”그가 답했다.“영화 본 김에요?”“네.”설영준은 한참 더 앉아 있다가 갔다.성수연과 박윤찬이 그를 문 앞까지 배웅하고는 문을 닫았다.“아까 왜 영준 씨한테 그런 말씀 하신 거예요?”박윤찬이 언짢은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성수연은 억울하다는 듯이 답했다.“내가 무슨 말 했는데? 엄마로서 여자 친구조차 없는 아들 걱정하면서 일찍 결혼하고 애 낳길 바라는 게 정상 아니야?”“그럼 재이 씨 얘기는 왜 하셨어요?”“재이 씨같은 기준으로 찾으라고 했지, 재이 씨 찾으라는 말은 안 했잖아.”성수연이 모른 척하며 박윤찬의 어깨를 두드렸다.“엄마도 재이 씨랑 영준이 한 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너랑 영준이는 친구고. 그런데 친구 여자 뺏으라는 말은 안 해. 우리 아들 도덕적으로도 완벽한 사람인데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마지막 말은 그의 인품을 칭찬하는 말 같기도 하고 그의 가식을 조롱하는 말 같기도 했다.박윤찬은 성수연이 돌려서 하는 말을 귀찮게 여기며 말했다.“저는 재이씨랑 영준 씨 모두 존중해요. 괜히 나서서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마세요. 지금 저는 영준 씨네 회사 법률 고문이에요. 앞으로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사이인데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알았어, 알았어! 앞으로는 안 할게!”성수연이 건성으로 답했다. 외부인이 없는 이상 그녀는 더 이상 점잖게 지낼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박윤찬으로서도 자신의 엄마를 어쩔 수 없어서 돌아서서 거실로 돌아와 그 책을 침실로 챙겨 들어갔다.저녁 9시가 넘어서야 설영준은 집에 도착했다.그는 송재이 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이제는 자신의 집처럼 느껴졌다.그는 바로 침실로 향했는데 송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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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정말 눈치 없이 끼라고?

곧 가정의 달이었다.빼곡한 스케줄로 리허설 중인 악단에서는 최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악단은 수석 센터 자리에 있던 연지수를 갑자기 치워버렸다.단장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당분간 쉬라고 했다.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 적어도 현재로서는 무기한이었다.연지수는 그 소식에 놀라움도 없이 차분히 단장실을 나섰다.연지수가 송재이를 지나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예전처럼 강렬하고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서글프고 처량했다. 자조적인 미소에 끌려 올라간 입꼬리와 멀어져가는 뒷모습은 더없이 쓸쓸해 보였다.이번 음악회에 연지수는 없었다. 연지수가 있던 자리는 송재이로 대체되었다.원하던 수석 자리가 이루어지자, 그녀는 아직 꿈꾸는 것만 같았다.단장이 그녀에게 이 소식을 전할 때,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격려차 그녀의 어깨도 두드려줬다.“송재이, 열심히 해!”“축하해요!”이내 소식을 전해 들은 서유리가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고마워요! 저 축하해준다고 생각하고 저녁에 같이 밥 먹어요.”송재이가 말했다.서유리가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좋아요! 제가 살게요!”평소 두 사람이 함께 밥 먹으면 항상 더치페이했었다. 송재이는 이번에 왜 서유리가 갑자기 자신이 사겠다는 지 이해되지 않았다.식당에 앉아 밥 먹으며 서유리는 몇 입 먹지도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송재이는 그녀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여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서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하세요.”“그게... 곧 박 변호사님 생일이던데 선물 주고 싶어요. 시간 있을 때 전해주면 안 될까요?”송재이가 멈칫했다.“곧 박 변호사님 생일이에요? 근데 유리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둘이 사적으로 만났었나? 내가 모르는 진전이라도 있었나?’송재이의 질문에 서유리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로펌 포탈에서 박 변호사님 검색해서 봤어요. 거기에 박 변호사님의 출생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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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다 같이 죽자!

비록 모자를 쓰고 있는 하지현이었지만, 송재이는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하지현 반대편에 앉은 남자는 지난번 술집에서 만난 남자였다. 몸매도 생김새도 나쁘지 않았지만 잔을 들 때 치켜든 새끼손가락이 그의 분위기를 망쳤다.하지현만 계속 얘기하고 있었는데 감정이 좀 격해진 것 같았다.그 키 큰 남자는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가려고 했다. 하지만 하지현이 갑자기 그 남자의 손을 잡더니 불쌍한 눈으로 애원했다.그 남자는 혐오스럽게 그를 뿌리쳤다.그 모습을 본 송재이는 화가 났다.하지현 때문에 유은정이 감염될 뻔했었다.그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줄타기 같은 생활을 했고 인터넷에까지 알려져 네티즌들에게 폭언을 들었다. 모든 원인은 그에게 있었다.예전의 그녀는 하지현을 존중했다. 어쨌든 절친의 약혼자였으니 말이다.다시 만나게 된 그는 이제 원수나 다름없었다.그녀는 별생각 없이 손에 주스 잔을 들고 하지현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하지현!”송재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아직 키 큰 남자와 대화하고 있던 하지현이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송재이가 망설임 없이 물을 뿌렸다.“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얼음까지 넣은 주스는 특별히 차가웠다. 얼굴에 끼얹힌 차가운 주스로 인하여 하지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송재이 임을 확인한 하지현의 표정이 변했다.“너! 나는...”한참이나 말을 더듬는 하지현을 본 송재이가 냉랭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에이즈 확진 판정까지 받은 당신인데 지금 누구한테 미쳤다고 하는 거야? 너는 은정이를 망쳤어, 알아?”송재이가 옆에 있던 키 큰 남자를 힐긋 쳐다보고 하지현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이랑 스킨십 할 수 있겠어요? 남자 여자 가리지 않는 나쁜 새끼라는 거 몰라요?”그녀는 이전 폭로된 사진이 그가 사람을 찾아 일부러 찍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하지현을 향한 송재이의 적대심은 매우 컸다.유은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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