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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어떤 야한 짓도 할 수 없었다

“재이 씨도 알 거예요. 서도재가 재이 씨한테 마음이 있는 거. 서도재는 나쁜 놈이에요. 사람도 아니죠! 저보고 두 사람에게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나를 뭘로 생각하는지...”

“전 그저 짜증이 나서 그랬을 뿐이에요. 서도재를 상대할 수 없으니까 타깃을 재이 씨에게로 돌렸나봐요. 제가 바보에요. 하지만 저도 제 어리석음에 대해 대가를 치렀어요.”

“그날 식사 때도 보셨잖아요. 지금 서도재가 저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는 설영준 씨가 그에게 주었던 수치심을 모두 저에게 화풀이했어요. 예전의 사랑과 따뜻함은 이미 다 사라져 버렸어요.”

“저도 그를 떠나고 싶었지만 서도재를 잃어버리면 제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어요. 게다가 최근 두 번의 공연에서 실수를 반복하며 정신이 나갔었어요.”

말을 마친 연지수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인 채로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을 지키고 심사숙고하던 송재이가 입을 열었다.

“외딴 마을에서 나왔는데도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큰 도시로 왔잖아요. 큰 도시에서 음악을 배워유명한 오케스트라에 합격하기까지...”

“지수 씨의 지식과 재능만이 자기 자신의 자본이에요. 지수 씨는 외모도 예쁘고 피아노에도 재능이 있잖아요. 여러 관계를 맺지 말고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빌붙지 말고 본인의 일에 집중해 봐요. 스스로 창조한 밝은 미래는 서도재 씨를 떠난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아요. 도대체 뭘 두려워하는 거죠?”

송재이는 말을 이어 나갔다.

“지난번에 저를 계단에서 민 사람이 지수 씨라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 단지 왜 그랬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지수 씨가 서도재 곁에서 어떤 노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어이가 없고 우스웠어요.”

이 말은 연지수의 마음속 깊이 어딘가를 찔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재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서도재를 따르기로 했으니 그의 지시를 따라야죠. 제가 원해서 한 건 아니에요”

“서도재가 저를 밀라고 했어요?”

송재이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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