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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정말 눈치 없이 끼라고?

작가: 라오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곧 가정의 달이었다.

빼곡한 스케줄로 리허설 중인 악단에서는 최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악단은 수석 센터 자리에 있던 연지수를 갑자기 치워버렸다.

단장의 말에 의하면 그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당분간 쉬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나 쉬어야 하는지, 적어도 현재로서는 무기한이었다.

연지수는 그 소식에 놀라움도 없이 차분히 단장실을 나섰다.

연지수가 송재이를 지나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예전처럼 강렬하고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서글프고 처량했다. 자조적인 미소에 끌려 올라간 입꼬리와 멀어져가는 뒷모습은 더없이 쓸쓸해 보였다.

이번 음악회에 연지수는 없었다. 연지수가 있던 자리는 송재이로 대체되었다.

원하던 수석 자리가 이루어지자, 그녀는 아직 꿈꾸는 것만 같았다.

단장이 그녀에게 이 소식을 전할 때,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격려차 그녀의 어깨도 두드려줬다.

“송재이, 열심히 해!”

“축하해요!”

이내 소식을 전해 들은 서유리가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고마워요! 저 축하해준다고 생각하고 저녁에 같이 밥 먹어요.”

송재이가 말했다.

서유리가 잠시 생각하고는 답했다.

“좋아요! 제가 살게요!”

평소 두 사람이 함께 밥 먹으면 항상 더치페이했었다. 송재이는 이번에 왜 서유리가 갑자기 자신이 사겠다는 지 이해되지 않았다.

식당에 앉아 밥 먹으며 서유리는 몇 입 먹지도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송재이는 그녀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여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서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바로 하세요.”

“그게... 곧 박 변호사님 생일이던데 선물 주고 싶어요. 시간 있을 때 전해주면 안 될까요?”

송재이가 멈칫했다.

“곧 박 변호사님 생일이에요? 근데 유리 씨는 어떻게 알았어요?”

‘둘이 사적으로 만났었나? 내가 모르는 진전이라도 있었나?’

송재이의 질문에 서유리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로펌 포탈에서 박 변호사님 검색해서 봤어요. 거기에 박 변호사님의 출생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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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이는 아직 설영준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 어젯밤 그가 직접 얘기했으니 선물을 주기로 마음먹은 그녀였다.‘뭘 선물하면 좋아할까?’마침 서유리가 송재이에게 쇼핑하러 가자고 했다.서유리는 박윤찬에게 줄 생일 선물을 고르고 싶어 했다.송재이도 이미 그녀 대신 선물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아직 여자 친구도 아닌데 이렇게 자상해요?”송재이는 놀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아, 정말! 아직 걸음마도 못 뗐어요! 얼른 가서 선물 고르는 거 도와줘요.”서유리가 송재이를 이끌고 근처 대우 백화점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쇼핑을 이어갔다.서유리는 연애에 있어서 신생아였다. 그녀의 지략가는 하필이면 그녀와 별 차이 없는 송재이였다.송재이한테 의견을 구하는 건 맹인에게 길을 묻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지만 송재이는 최선을 다해 서유리와 함께 분석했다.“지금까지 보면 유리 씨는 아직 박 변호사님을 짝사랑하는 단계예요. 선물은 너무 직접적이면 안 될 것 같고 평소에도 쓸 수 있으면서 너무 친밀해 보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서유리가 고개를 돌리자, 맞은편에 있는 시계 매장이 눈에 띄었다.보아하니 그녀는 목표를 정한 듯했다.송재이는 여전히 설영준에게 무슨 선물을 줄지 고민하고 있었다.송재이도 평소 설영준이 시계를 차는 습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착용하는 시계는 억 단위여서 선물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안 됐다.서유리가 매장 직원과 대화를 나눌 때 송재이는 한편에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이 갑자기 옆집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벨트를 파는 CN 프리미엄 전문점이 있었다.예전 어머니한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여자가 남자한테 벨트를 사준다는 건 상대방을 묶어두겠다는 뜻이라고 했다.송재이의 어머니는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든 벨트를 선물하라고 하셨었다.하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 엄마는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벨트를 선물한 적이 없었다.전에는 신경을 안 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남자가 엄마의 진정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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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이는 절뚝거리며 걸었다.방현수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친절함이 치밀어 올랐다.그가 본 그녀는 항상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한 모습이었다.이렇게 유치하고 앳되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오늘 방현수가 친구의 부탁을 수락한 가장 큰 원인이 이 아파트에 송재이가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운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하늘은 정말 그의 바람을 들어주어 예상치 못하게 만나게 되었다.“가시죠,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방현수가 말했다.송재이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방현수의 당당한 눈빛은 정말 평범한 친구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절룩거리며 아픔을 느끼는 상태에서 다시 거절한다면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집 창문을 보았다.11층이었는데 불이 안 켜진 걸 보니 설영준은 아직 안 돌아온 것 같았다.“그럼 부탁 좀 할게요.”송재이가 답했다.방현수가 웃으며 송재이를 부축해 천천히 건물 입구로 향했다.송재이는 멀지 않은 곳에 차 한 대가 계속 서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그들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라이트가 켜졌다. 차 안에 있던 사람은 담배꽁초를 창문 밖으로 버리고 차를 돌렸다.설영준은 송재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그가 본 모습은 송재이와 방현수가 아래층에 서서 얘기를 나누다가 방현수가 그녀를 부축하는 모습이었고, 송재이가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그녀가 손을 뻗어 머리를 귀 뒤로 찔러 넣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었다.다른 남자 앞에서 그녀는 유혹적이었다.설영준은 그 순간 방현수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방금 어떤 사람이 저녁 먹자고 불렀지만 그는 거절했다.하지만 지금은 또다시 마음이 바뀌었다.엘리베이터까지 부축된 그녀는 몸을 돌려 말했다.“오늘 고마워요, 현수 씨.”그녀는 엘리베이터까지 그의 도움을 받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방현수는 그저 웃어 보였다.그는 이 여자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185화 그를 보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송재이는 그녀가 산 벨트를 빨리 착용한 설영준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하지만 오늘 밤, 그는 줄곧 돌아오지 않았다.샤워하고 나온 송재이가 머리도 말리고 화장품도 바르고 침대 옆에 앉아서 지루하게 있었다.옆으로 누운 그녀가 설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하는 여자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한 번도 먼저 연락한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핸드폰이 두 번 울리고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편에서는 달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송재이가 어안이 벙벙해진 채 다시 핸드폰 번호를 확인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건 것이 아님을 확신했다.송재이는 설영준에게 연락한 것이었지만 받은 사람은 여자였다.‘내가 좋은 시간을 방해한 건가?’“여보세요. 설영준 핸드폰 아닌가요?”“아, 설 대표님이요...?”여자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물었다.같은 여자가 들어도 온몸이 찌릿해 났다.“대표님께서 취해서 오늘 밤은 못 돌아갈 것 같아요. 아니면, 지금 데리러 와도 돼요.”여자가 말했다.송재이가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는 상대방의 말투에 약간의 자랑과 도발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듯 담담하게 답했다.“취했으면 푹 재우세요. 그럼 부탁할게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그녀는 상대방의 도발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말을 마친 그녀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설영준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이 있고, 설영준이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정말 취했다고 해도 송재이는 누군가가 그가 취했을 때를 틈타 핸드폰을 건드리는 것을 받아준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앞으로 생황을 더 이어 나갈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었다.유일한 가능성은 그가 맨정신인 상태에 누군가에게 지시하여 전화를 받게 했다는 것이었다.송재이는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전화를 다른 여자가 받았으니 지금 그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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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영준이 집에 도착했을 때 송재이는 이미 자고 있었다.송재이는 자기가 잠을 못 잘 거로 생각했다. 설영준이 다른 여자와 함께 섹슈얼한 상태로 여자를 보면 참지 못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불을 끄자, 그녀는 정신을 잃고 이내 잠에 빠졌다.깊게 잠든 송재이를 본 설영준은 마음속의 화가 더욱 불타올랐다.그녀를 깨우려고 걸어가는데 화장대 위에 놓인 가정용 의약 상자가 달빛에 비춰 보였다.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다가가 옆에 버려진 연고를 집어 들었다. 연고에는 타박상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있었다.‘발을 삐었나?’설영준이 송재이의 잠든 옆모습을 바라보았다.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은 그가 이불을 들추자 웅크리고 있는 희고 보드라운 발이 보였다.오른발에 붉은빛이 역력했다.그리고 다른 한쪽보다 훨씬 선명하게 부어있었다. 그래도 결백한 피부는 유혹적이었다.발가락은 조개처럼 약간의 곡선이 있었다.하얗고, 핑크빛이 놀고 따듯했다.전에는 그녀의 발이 이렇게 이쁜지 관심도 없었다.지금에야 그는 고대에 왜 여자의 발을 쉽게 보여줄 수 없었는지 이해가 됐다. 여자의 발에는 치명적인 유혹력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변태같이 느껴졌다. 달빛 아래에서 그녀의 발을 손에 품고 있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으니 말이다.숨을 깊이 들이마시니 명치끝에 모여있던 기운이 절반 이상 사라진 것 같았다.그는 오늘 밤 그녀와 아래층에서 이야기를 나눈 남자가 방현수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아마 그녀가 발을 삐어서 방현수가 부축해서 위층으로 올라온 것 같았다.그녀가 남자를 끌어들인 것이 아닐 것이다.아니, 분명 아니었다.저녁 내내 품고 있던 노여움은 그녀의 붉게 부어오른 발을 본 후에 정당한 분출구를 찾은 것 같았다. 화가 절반은 가라앉았다.설영준이 다시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그가 몸을 일으켜 침실을 나갔다.시간이 너무 늦어 그는 다른 방에서 샤워하고 싶었다.거실을 지나다 그는 실수로 무릎을 탁자에 부딪혔다.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며 둔톡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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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첫날, 송재이의 음악회 공연이 있었다.그녀는 사전에 설영준에게 말하지 않았다. 송재이는 그날 설영준이 뜻밖에도 무대 아래에 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설영준이 투자자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도 송재이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그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송 대표였다.송 대표는 설영준과 송재이의 사이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말도 잘 가려서 했다.음악회 날, 송재이는 우아한 연한 색 드레스를 입고 높지 않은 굽의 구두를 신고 화장도 연하게 했다.그녀는 처음으로 수석으로 음악회에 섰는데, 모든 과정은 침착하고 여유로웠다.설영준과 송 대표가 앉은 자리는 두 번째 줄 가운데였다. 무대가 잘 보이는 위치였다.“앞으로 재이 씨가 형수님이 되는 건가요?”송 대표가 농담 반, 진담 반 떠보면서 물었다.“그럴 수도.”설영준이 송재이를 바라보며 답했다.송재이는 처음으로 수석 피아니스트로 음악회에 참가했지만, 상당히 훌륭하게 공연을 이어 나갔다.지금 그녀는 단정하고 우아하며 분위기 있는 보습으로 옆 모습조차 온화하고 예뻤다.온 세상에서 설영준만이 그녀가 어젯밤 그의 아래에서 떨면서 욕망을 표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은밀한 생각이 그를 즐거움과 흥분에 떨게 했다.“설 대표님, 정말 재이 씨랑 결혼하려고요?”송 대표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설영준은 괜히 어깨를 으쓱였다.그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기도 했고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 태도였다.아무튼 그의 진심은 알 수 없었다.“모르죠. 재이가 하는 거 봐서요.”설영준이 또 답했다.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지만, 설영준은 아직도 송재이에게서 선물을 받지 못했다.오히려 그는 박윤찬의 책상 위에서 개봉되지 않은 시계를 보았다.당시 설영준은 박윤찬과 할 얘기가 있어 예율 법률 사무소를 찾았다. 갔을 때 박윤찬은 사무실에 없어 먼저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설영준은 책상 맞은편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려고 할 때, 책상 위 서류 뭉치 옆에 익숙하고도 예쁜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최신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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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가 종료된 후 설영준은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는 다시 한번 송재이 병실로 가 침대 끝에 앉았다. 그리곤 창백한 얼굴로 고요히 잠든 송재이의 얼굴을 보았다.설영준은 마치 송재이에게 자신이 한 말이 들리는 것처럼 나직하게 말했다.“재이야, 내 말 들려? 나 여기 있어. 네 옆에 있어.”그는 조심스럽게 송재이의 손을 잡으며 미약해진 체온을 느꼈다.“어쩌면 지금 내 말이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설영준은 이내 심호흡을 하면서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우리 아직 함께 해보진 못한 일들이 많아. 혹시 기억해? 우리 그때 그랬었잖아. 함께 세계 곳곳에 있는 나라로 여행 가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네가 지금 눈만 떠준다면 난 지금 당장 너랑 함께 그 떠날 거야.”이때 누군가 노크하더니 도정원이 들어왔다. 그는 아주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영준 씨, 경찰들이 지금 출동했다고 하네요. 곧 도진욱의 거처로 들이닥칠 거예요.”설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눈길로 송재이를 보았다.“정원 씨,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말씀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면 도와드릴게요.”“저 대신 재이 좀 잘 챙겨주세요. 전 누구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 사람이 아마 이 사건에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예요.”“걱정하지 말고 가봐요. 여긴 제가 꼭 붙어 있을 테니까 아무도 재이를 건들지 못할 거예요.”설영준은 고마운 눈빛으로 도정원을 힐끗 보곤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떠나기 전 설영준은 나직하게 송재이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재이야, 나 얼른 돌아올게. 그러니까 나 꼭 기다려줘야 해.”송재이의 병실에선 도정원만이 묵묵히 곁을 지키며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설영준은 이미 진상을 찾으러 떠났다.그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이다. 그 친구는 의학 부문에서 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9화 새로운 증거

    그러자 보안 요원이 말했다.“여긴 병원 CCTV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외부인에게 함부로 영상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설영준은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전 송재이 씨 약혼자입니다. 전 반드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으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보안 요원은 다소 망설이더니 결국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 속에서 설영준은 세세한 부분까지 발견했다. 송재이가 쓰러지기 전 도진욱은 물잔을 송재이에게 건넸다. 그 순간 설영준은 의심을 하게 되었다.같은 시각 도정원은 병실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엔 갈겨 쓴 글씨가 있었다. 약물의 이름과 사용량이 적힌 쪽지였다. 그는 발견하자마자 바로 설영준에게도 알렸다.두 사람은 각자 발견한 것을 공유하곤 분석하기 시작했다. 설영준은 도진욱이 송재이에게 건넨 물잔과 쪽지 위에 쓴 약물의 명칭을 보았다. 그는 순간 무언가 깨닫게 되었다.송재이가 검사실로 들어간 뒤 설영준과 도정원은 각자 단서를 찾으러 움직였기에 설영준은 다시 돌아와 송재이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러나 도정원은 쪽지에 적힌 약물 이름을 보면서 조사하기 시작했다.설영준은 초조한 얼굴로 검사실 밖에서 송재이를 기다렸다.“재이야, 꼭 버텨야 해.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설영준은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송재이의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송재이가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말이다.설영준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재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가 그때 엄청 찬란한 미소를 지었었어. 네 찬란한 웃음이 온통 어둠뿐이던 내 세상을 환하게 빛내주었지. 그때 널 지켜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지금은...”바로 이때 문이 스르륵 열리고 의사가 나왔다. 설영준은 바로 다가가 물었다.“선생님, 재이는 어때요?”“저희가 최선을 다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희귀한 독에 중독된 거라 독 분석하고 해독제를 만드는 데 시간이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8화 단서

    송재이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도정원과 도진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수사관이 빠르게 다가와 상태를 살폈다.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얼른 입을 열었다.“저희가 바로 의사를 불러오겠습니다.”도정원은 빠르게 긴급 호출 벨을 누르면서 송재이를 부축한 채 옆에 있던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의자에 앉히자마자 도정원은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어깨에 기대게 했다.“재이야, 조금만 버텨줘. 의사가 금방 도착할 거야.”도진욱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담긴 얼굴로 송재이를 보았다. 속으로 뭔가 갈등하고 있는 듯했다.그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독에 중독됐다고? 그럴 리가...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예리한 수사관은 그런 도진욱의 상태를 눈치채고 바로 심문했다.“도진욱 씨, 이 상황에 관해 설명하세요. 송재이 씨가 왜 갑자기 중독된 거죠?”도진욱의 안색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전 정말로 모릅니다. 제가 왜 제 조카를 죽이겠습니까?”바로 이때, 의사와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며 송재이를 살펴보았다.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송재이는 급하게 검사받으러 갔다. 도정원과 도진욱이 그 뒤를 따라갔다. 수사관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머릿속에 이미 사건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도정원이 밖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송재이를 기다렸다. 그러나 도진욱은 홀로 구석으로 간 뒤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안에 있는 핸드폰만 불안한 마음으로 만지작거렸다.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했다.“나야. 일이 복잡하게 됐어. 송재이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서 경찰이 개입하게 되었어. 나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하지만 우린 지금 반드시 움직여야 해.”전화기 너머로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군요. 일단 절대 증거를 찾게 해서는 안 돼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나게 되니까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7화 중독

    화가 난 도정원은 이를 빠득 갈았다.“그게 무슨 의미죠? 설마 아버지 병이 당신과 연관이 있다는 건가요?”정체 모를 남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곧 알게 될 거야. 참, 도진욱. 가문의 이익을 위해 네 동생 행복을 희생했었지? 이젠 네가 희생할 차례야.”전화는 그렇게 끊겼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고개를 돌려 도진욱을 보며 설명을 바랐다.그러자 도진욱이 말했다.“난... 난 정말 몰랐어. 그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인정해. 하지만 전부 가문을 위해서였어. 난 너희들을 해칠 생각한 적 없다고.”송재이는 무력감이 들었다. 거짓과 배신으로 가득한 이 가족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절망에 빠진 송재이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대체 누굴 믿어야 하는 거예요?”도정원도 다소 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감정을 갈무리하려고 애를 썼다.“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셨다고요. 우리 도씨 가문이 언제부터 이익에만 눈멀어 가족을 버리는 가문이 된 거죠?”도진욱의 얼굴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힘이 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원아, 그땐 내 잘못이 맞아. 나도 인정해. 난 내 선택으로 우리 가문이 더 힘이 있는 가문이 될 줄 알았고 가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난... 난 정말 미안하구나.”옆에서 듣고 있던 송재이는 막막하면서도 불안했다.“두 사람은 전부 제 가족이에요. 전 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송재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그 순간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깨버렸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보았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엄숙한 얼굴로 들어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경찰서 수사과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당신들이 조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도정원과 도진욱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진상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조사라는 것을“네, 협조하겠습니다.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6화 충격적인 사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짙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도진욱이 입을 열었다.“그래, 알았다.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단다. 네 아버지의 과거와 어머니에 관한 얘기란다.”도정원과 송재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의아하면서도 초조했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도진욱은 미간을 찌푸렸다.“곧 도착하니 얼굴을 보면서 얘기하자꾸나. 이 일은 내가 너희들 얼굴을 보면서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구나.”전화를 끊은 후 도정원과 송재이는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도진욱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몰랐고 도진욱이 그들에게 해줄 얘기가 그들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욱이 병원에 도착했다. 그의 얼굴엔 초조함과 죄책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송재이와 도정원의 얼굴을 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마음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고 있단다. 하지만 더는 너희에게 숨길 수 없을 것 같구나. 너희들이 모르는 사실은 더 많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머리가 어질거렸다.“큰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아직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 건가요?”“그래, 그때 당시 나와 네 엄마는 확실히 그런 사이였었지. 하지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란다. 나중에 난 그 삼각관계에 빠지기로 했고 네 엄마랑 네 아빠를 이어주기로 했었지. 그때의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단다. 지금까지도 말이야.”송재이와 도정원은 충격받은 얼굴로 도진욱을 보았다. 그가 꺼낸 얘기는 도경욱이 꺼낸 얘기보다 더 충격적이었다.“큰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그러셨어요?”“나도 알고 있단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과거의 일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아직 살아 있을 때 너희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싶구나.”바로 이때 병실 안에서는 긴급 호출 벨이 울렸다.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하게 병실로 달려왔고 송재이와 도정원도 얼른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들을 보더니 고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5화 마지막 오늘

    송재이는 얼른 도경욱의 손을 꼭 잡았다.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옆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도정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병실 안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저 일정한 의료 기기 소리만 들려오며 시간이 흘렀다.도경욱은 송재이를 빤히 보았다. 그의 두 눈엔 아쉬움과 죄책감만 남아 있었다.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죽기 전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미약한 목소리지만 그는 확고한 어투로 말했다.“재이야, 내 딸.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네 출생의 비밀과 네 엄마에 관한 얘기야.”송재이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 그렁그렁 맺힌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 엄마가 왜요?”도경욱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깊이 숨겨둔 진실을 정확하게 말해주기 위해서 말이다.“그때 네 엄마, 그러니까 서지원의 약혼 상대는 내 형이었단다. 네 큰아버지지. 하지만 운명이 장난을 쳤지. 서지원이... 네 엄마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나였단다.”송재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너무도 충격적인 진실이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출생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도정원도 놀란 표정인 것을 보아 처음 알게 된 사실인 것 같았다.도경욱은 다소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네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전부 사실이란다. 난 지원이를 단 한 번도 강요한 적 없었어. 우리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어. 하지만 그때는 이런 추문을 받아들이지 않던 시절이었지.”송재이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운 감정은 처음이었다.그녀는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아빠, 그럼 대체 왜 일찍 말씀해 주지 않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숨기고 계셨던 거예요?”도경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송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4화 마지막 만남

    박정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박윤찬을 보았다.“그때 내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아주 똑똑하고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지. 나한테 아주 특별한 사람이기도 했어. 하지만 어머니가... 어머니가 우리 사이를 반대하셨어.”박윤찬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어머니가 왜 반대하셨는데? 어머니는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이 아니잖아.”박정후가 대답했다.“처음엔 나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때의 난 분명 어머니가 그 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지. 또 어쩌면 내가 사랑놀이에 푹 빠져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시는 건 줄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전혀 아니었어.”박윤찬은 초조하게 한숨을 내쉬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어머니가 아무 이유도 없이 반대하실 분은 아니야.”박정후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선 슬픔이 느껴졌다.“그 여자는 성이 임 씨였어. 임씨 가문은 우리 성씨 가문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있었지. 이 원한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거라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어. 두 가문의 후대에도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어.”박윤찬은 놀란 모습이었다.“난 임씨 가문에 대해 들어본 적 단 한 번도 없었어. 어머니도 나한테 한 번도 말씀하신 적 없었다고.”박정후가 말했다.“어머니는 이 원한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길 바라셨던 거야. 하지만 사실상 잊히지 않았지. 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은 지난 세대에서도 심각한 충돌이 있었어. 두 가문은 사업 경쟁을 벌이다가 더 틀어지게 되었지.”박윤찬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사업 경쟁이라니? 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신경 쓰고 있다는 거야?”“그래, 하지만 지난번 경쟁에서 임씨 가문은 파산당하게 되었지. 그 가문 어르신도 결국 그때 세상을 뜨게 되신 거야. 임씨 가문에서는 우리 성씨 가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을 벌여 그런 비극을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박윤찬은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3화 떠난 이유

    박정후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더니 생각에 잠겨 버렸다.그는 나직하게 말했다.“제가 멀리 떠나기로 결정한 건 저와 윤찬이 사이에... 오해가 있기 때문이에요. 저랑 윤찬이 사이에 갈등이 있었는데 전 제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윤찬이 곁을 떠났죠. 하지만 혈연관계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거잖아요.”묵묵히 박정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송재이는 박정후의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고스란히 느꼈다.송재이가 말했다.“가족 사이에 확실히 갈등이 생길 수도 있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서로 항상 응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죠.”설영준은 진지한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정후 씨는 정의를 위해, 동생을 위해 이미 많은 것을 했으니 윤찬 씨도 이해해줄 거예요.”장주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정후 씨가 한 모든 것을 박윤찬 씨가 알게 된다면 분명 아주 자랑스러워할 거예요.”박정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려 확고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그랬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돌아온 것도 윤찬이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고 윤찬이와 화해할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들을 도와준 정체 모를 인물은 바로 박정후였다.그는 마음이 너무도 복잡했다.이번 일로 동생과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화목하게 지내고 싶었다.박정후가 말했다.“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윤찬이가 저한테 기회만 준다면 형으로서 책임을 다할 거예요.”그는 확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박윤찬과의 거리감을 하루아침에 줄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꼭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전 반드시 윤찬이한테 찾아가야 해요.”박정후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찬이가 저를 만나고 싶어 하든 말든 상관없이 알려주고 싶어요. 전 단 한순간도 윤찬이를 포기한 적 없다고 말이에요.”송재이는 박정후의 손을 잡아

  • 그와의 결혼이 헛된 망상이었을까   제652화 그의 정체

    설영준과 송재이는 서도재의 비웃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빠르게 방 안의 상황을 살펴본 뒤 도망칠 길이나 반격할 기회가 없는지 파악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조용히 숨어서 행동을 개시하려고 했다.설영준은 차갑게 피식 웃었다.“서도재, 이러면 네가 정말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가 저지른 범죄는 이미 전부 드러났어. 밖엔 경찰들이 깔려 있다고.”서도재의 웃음이 사라지고 표정이 굳어졌지만 빠르게 다시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경찰이 깔려 있다고? 넌 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거로 보이나 봐? 이 아지트는 아주 단단하게 만들었거든. 너희들은 도망칠 수 없어.”송재이는 설영준이 방 한구석에 있는 창문에 힐끗 본 것을 발견하곤 바로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그녀는 일부러 서도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우린 여기서 그쪽과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겠네요. 그쪽 아지트가 먼저 무너질지 아니면 밖에 경찰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지 한 번 지켜보자고요.”서도재는 손을 들어 올리며 부하들에게 준비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 방 안의 불빛이 꺼지더니 어둠이 내려앉았다.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확성기로 말했다.“꼼짝 마!”설영준과 송재이는 어둠 속에서 빠르게 창문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설영준은 있는 힘껏 발로 창문을 깨버렸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깥엔 이미 에어매트가 준비되어 있었다.서도재는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당황스러워하면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불빛이 다시 켜졌을 땐 설영준과 송재이는 이미 사라졌다.그는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쫓아가! 반드시 두 사람 내 앞에 잡아 와!”그러나 서도재의 부하들이 아지트에서 나가자마자 이미 밖을 포위하고 있는 경찰들을 발견하게 되었다.알고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 미리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경찰은 확성기로 말했다.“안에 있는 사람 모두 들으세요. 당신들은 포위되었습니다. 당장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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