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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헤픈 여자

오월 첫날, 송재이의 음악회 공연이 있었다.

그녀는 사전에 설영준에게 말하지 않았다. 송재이는 그날 설영준이 뜻밖에도 무대 아래에 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

설영준이 투자자 중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그도 송재이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송 대표였다.

송 대표는 설영준과 송재이의 사이를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말도 잘 가려서 했다.

음악회 날, 송재이는 우아한 연한 색 드레스를 입고 높지 않은 굽의 구두를 신고 화장도 연하게 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수석으로 음악회에 섰는데, 모든 과정은 침착하고 여유로웠다.

설영준과 송 대표가 앉은 자리는 두 번째 줄 가운데였다. 무대가 잘 보이는 위치였다.

“앞으로 재이 씨가 형수님이 되는 건가요?”

송 대표가 농담 반, 진담 반 떠보면서 물었다.

“그럴 수도.”

설영준이 송재이를 바라보며 답했다.

송재이는 처음으로 수석 피아니스트로 음악회에 참가했지만, 상당히 훌륭하게 공연을 이어 나갔다.

지금 그녀는 단정하고 우아하며 분위기 있는 보습으로 옆 모습조차 온화하고 예뻤다.

온 세상에서 설영준만이 그녀가 어젯밤 그의 아래에서 떨면서 욕망을 표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은밀한 생각이 그를 즐거움과 흥분에 떨게 했다.

“설 대표님, 정말 재이 씨랑 결혼하려고요?”

송 대표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설영준은 괜히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기도 했고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한 태도였다.

아무튼 그의 진심은 알 수 없었다.

“모르죠. 재이가 하는 거 봐서요.”

설영준이 또 답했다.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지만, 설영준은 아직도 송재이에게서 선물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박윤찬의 책상 위에서 개봉되지 않은 시계를 보았다.

당시 설영준은 박윤찬과 할 얘기가 있어 예율 법률 사무소를 찾았다. 갔을 때 박윤찬은 사무실에 없어 먼저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설영준은 책상 맞은편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려고 할 때, 책상 위 서류 뭉치 옆에 익숙하고도 예쁜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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