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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다 같이 죽자!

비록 모자를 쓰고 있는 하지현이었지만, 송재이는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하지현 반대편에 앉은 남자는 지난번 술집에서 만난 남자였다. 몸매도 생김새도 나쁘지 않았지만 잔을 들 때 치켜든 새끼손가락이 그의 분위기를 망쳤다.

하지현만 계속 얘기하고 있었는데 감정이 좀 격해진 것 같았다.

그 키 큰 남자는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가려고 했다. 하지만 하지현이 갑자기 그 남자의 손을 잡더니 불쌍한 눈으로 애원했다.

그 남자는 혐오스럽게 그를 뿌리쳤다.

그 모습을 본 송재이는 화가 났다.

하지현 때문에 유은정이 감염될 뻔했었다.

그 며칠 동안 조마조마한 줄타기 같은 생활을 했고 인터넷에까지 알려져 네티즌들에게 폭언을 들었다. 모든 원인은 그에게 있었다.

예전의 그녀는 하지현을 존중했다. 어쨌든 절친의 약혼자였으니 말이다.

다시 만나게 된 그는 이제 원수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손에 주스 잔을 들고 하지현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하지현!”

송재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직 키 큰 남자와 대화하고 있던 하지현이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던 송재이가 망설임 없이 물을 뿌렸다.

“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

얼음까지 넣은 주스는 특별히 차가웠다. 얼굴에 끼얹힌 차가운 주스로 인하여 하지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송재이 임을 확인한 하지현의 표정이 변했다.

“너! 나는...”

한참이나 말을 더듬는 하지현을 본 송재이가 냉랭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에이즈 확진 판정까지 받은 당신인데 지금 누구한테 미쳤다고 하는 거야? 너는 은정이를 망쳤어, 알아?”

송재이가 옆에 있던 키 큰 남자를 힐긋 쳐다보고 하지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랑 스킨십 할 수 있겠어요? 남자 여자 가리지 않는 나쁜 새끼라는 거 몰라요?”

그녀는 이전 폭로된 사진이 그가 사람을 찾아 일부러 찍었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현을 향한 송재이의 적대심은 매우 컸다.

유은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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