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202 챕터

제891화

서유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입술을 막고 있는 손을 밀어냈다. “당신 어머니가 김윤주에요, 아니면 김율이에요?”이승하는 그녀가 김율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김율이야.”서유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김선우가 세 자매 중 한 명이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이승하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잡고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이혼 생각하고 있어?”서유가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김...”‘김선우'라는 세 글자가 나오기도 전에 이승하가 눈을 붉히며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사촌남매일 뿐이야, 친남매가 아니니까 괜찮아. 이혼하지 말자...”두 번이나 말을 끊긴 서유는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사촌남매라고 해도 혈연관계가 있는 친척이잖아요. 당신 도덕관이 왜 이렇게 낮아요...”이 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승하의 가슴에 총을 쏜 것과 다름없었다. 그는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그래서, 서유, 나를 포기하려는 거야?”그가 이 말을 할 때, 차갑고 맑은 눈동자에 맑은 물기가 맺혔다. 마치 서유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마도 그녀가 충분한 안정감을 주지 못해서 그가 이렇게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만약 김선우가 미리 세 자매 중 한 명이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정말로 이승하를 포기했을 것이다.그녀가 보기에 남매는 함께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도덕관념이 그렇게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자신의 오빠와 살 수도 없었다.이승하는 그녀가 말없이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여겼다. 온몸이 차가워지며 심장마저 멎는 것 같았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절망적인 눈빛으로 오직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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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병원장실에서 서유와 이승하는 소파에 앉아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의 손은 계속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손바닥의 온기가 피부를 뚫고 그녀를 태울 것 같았다. 비록 그의 겉모습에는 큰 감정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서유는 그가 매우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괜찮아요, 두려워하지 마요.” 그녀는 그의 손바닥을 긁적이며 그에게 긴장을 풀라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승하는 눈을 내리깔고 서유를 바라보았다.“만약 김윤주가 김씨 가문이 입양한 아이라면, 우리는 여전히 사촌남매 관계야. 넌... 어떻게 할 거야?”김선우가 세 자매 중 한 명이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고 했으니, 김율과 김영주 외에도 육성재의 어머니인 김윤주에게도 30%의 가능성이 있었다. 서유가 자신의 어머니가 김씨 가문 사람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고 있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미지수였다. 이승하가 이 미지수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이 질문에 대해 서유는 병원으로 오는 길에도 생각해 봤다. 이승하를 위해 도덕적 기준을 버릴 수 있을까? 마음속 답은 이랬다. 친남매는 절대 안 되지만, 사촌남매라면... 그를 위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그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까. 다만 그렇게 되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는데...아이 때문에 망설이던 서유는 이승하의 말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를 잘 안다고 생각한 남자는 즉시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섰다.“어디 가요?”“화장실.”이승하는 빠르게 병원장실을 나가 감정을 하고 있는 주서희를 찾아갔다.“이 대표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조급해하지 마세요.”주서희는 그가 갑자기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결과를 급하게 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승하는 아무 반응 없이 그녀 앞으로 걸어가 차갑게 지시했다. “만약 감정 결과에 남매 관계가 나오면 즉시 보고서를 바꿔요.”장갑을 끼고 화학 분석을 하던 손이 떨렸다. 주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무표정한 이승하를 올려다보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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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들어와요.” 이승하의 대답에 주서희가 비로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보자 서유는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을 꽉 쥐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준비는 했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여전히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주서희는 ‘불순한' 의도로 이승하를 힐끗 보고는 두 사람 앞에서 보고서 봉투를 뜯었다.“결과가 뭐예요?”이승하의 침착함과는 달리 서유는 훨씬 더 조급해했다. 주서희가 보고서를 건네기도 전에 바로 다가가 물었다.주서희는 보고서를 꺼내 서유에게 건네며 말했다. “서유 씨랑 이 대표님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습니다...”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본 서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선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군요...”그녀는 보고서를 꼭 쥐고 이승하에게 돌아서서 수치를 가리키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봐요. 우리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어요. 안심이 되죠?”안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 이승하는 주서희의 ‘침착한' 얼굴을 슬쩍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주서희에게 보고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묻는 것 같았다.그러나 주서희는 못 본 척하며 계속 자신의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서유 앞에서 이승하도 직접 물어볼 수 없어 일단 참을 수밖에 없었다.서유는 이승하가 보고서를 보고 오히려 더 긴장하는 것 같아 이상하게 여겼다. “왜 그래요? 이게 당신이 원하던 결과 아니에요?”옆에서 팔짱을 끼고 책상에 기대어 서 있던 주서희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 “이 대표님께서는 분명 이런 결과를 원하셨을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아끌며 문 쪽으로 향했다. “보고서 나왔으니 됐어. 우리 먼저 가자.”서유는 주서희와 좀 더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이렇게 급하게 갈 필요 없잖아요. 난 서희 씨랑 좀 더 있고 싶은데...”처음으로 이승하가 ‘도망치듯' 가는 모습을 본 주서희는 상황을 더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요, 서유 씨. 나도 서유 씨한테 할 말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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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DNA 감정 결과가 나온 후, 이승하는 서유를 데리고 지가의 본가로 돌아갔다.이태석은 거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얼굴색이 어두워졌고,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세게 내려놓았다.“아직도 얼굴을 들고 다니는구나.”이태석의 말은 서유를 향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태석을 흘깃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승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곧바로 노인 앞으로 가 보고서를 던졌다.“직접 보세요.”이승하가 이태석을 대하는 태도는 늘 냉담했고, 이태석 본인도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서유를 경멸하던 시선을 거두고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결과를 보자 이태석의 어두운 표정이 잠시 누그러졌지만, 곧 의심스러운 기색으로 바뀌었다.“혹시 가짜 보고서 아니냐?”이태석은 보고서를 몇 번 넘겨보더니 다시 탁자에 던지고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살펴보았다. “병원이 네 거니까 의사에게 아무 가짜 보고서나 만들라고 하면 어렵지 않을 텐데.”서유는 이 말을 듣고 아까 이승하가 보고서를 봤을 때의 반응을 떠올렸다. 그는 정말 흥분하지 않았었다. 이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옆에 있는 남자는 전혀 죄책감 있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무표정하게 이태석의 말을 반박했다. “믿든 말든 당신 마음이지만, 난 그저 내 아내와 내가 혈연관계가 없다는 걸 알리러 온 거예요. 앞으로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말을 마치자 남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 이태석의 차가운 냉소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네 어머니는 김율이고, 김석진의 딸이야. 서유 어머니는 김영주고, 역시 김석진이 낳은 딸이고. 지금 와서 보고서 하나 들고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는데 내가 믿을 것 같아?”서유는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엄숙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이태석을 바라보았다. “어르신, 전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 어머니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요. 제 어머니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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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매우 근사하다고?이승하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먹빛으로 변했다. “내 신분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그는 육성재의 사촌 오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역겨웠으니까!서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거부감 가득한 남자의 얼굴을 살펴보고는 일부러 그를 놀리며 말했다. “알겠어요, 사촌 오빠. 비밀 꼭 지킬게요.”운전 중이던 이승하는 잠시 반응하지 못하고 한 번 방향을 틀었다가 이내 서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금 뭐라고 불렀어?”서유는 한 손으로 차창 가장자리를 짚으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촌 오빠라고요, 왜요?”이승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왜 나를 사촌 오빠라고 부르는 거야?”서유는 웃으며 대답했다. “검사하기 전에 당신이 저를 사촌 동생이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러니 사촌 오빠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죠...”이승하: ...서유는 약 올리듯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사촌 오빠, 당신 도덕관념에 좀 문제가 있네요. 내가 가르쳐줄까요?”귀여운 모습의 여인을 보며 이승하의 눈빛에도 미소가 어렸다. “수업? 좋아,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데?”서유가 휴대폰을 꺼내 도덕경을 검색해 그에게 들려주려 했지만, 그가 차를 교외의 작은 숲으로 몰고 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똑같이 웃음기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조용한 곳을 찾아서 네 수업을 들으러 가는 거지.”오랫동안 그에게 농락당해온 서유는 그의 속뜻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러지 말아요. 수업 안 할게요...”이승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눈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네가 하기 싫어도 난 하고 싶어. 사촌 동생, 얌전히 수업해주는 게 좋을 거야...”서유: ...일찍 알았더라면 그를 놀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결국 되받아치고 말았다.그녀가 이승하에게 의자로 밀려들어갈 때, 그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사촌 동생, 왜 사촌 오빠라고 안 부르는 거야?”서유는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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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연남동 카페, 육성재의 차가 그늘진 곳에 숨어 있었다.한편, 카페에 미리 도착한 김선우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유를 기다리고 있었다.8시쯤 되어서야 서유는 차에서 내렸고 노란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육성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이상했다. 서유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한눈에 알아봤다. 안면인식장애가 없어지기라도 했단 말인가?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 있는 경호원을 바라보았지만 경호원의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당신 누구야?”3년 동안 그의 곁을 지켜왔던 경호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련님, 저 남주혁입니다.”육성재는 그를 노려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긴 게 왜 그래? 좀 특별하게 생길 것이지. 네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잖아.”그는 말문이 막혔다. 육성재는 고개를 들고 대형 고급 차를 바라보았다. 서유의 뒤를 이어 우뚝 솟은 그림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뼈에 깊숙이 박힌 그 얼굴을 본 순간 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저 인간이 있으면 어떻게 납치해?”이때, 옆에 있던 남주혁이 그를 다독였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승하도 같이 납치하면 됩니다.”육성재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호되게 때렸다. “네가 저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같이 납치를 한다고? 생각이 있긴 한 거야?”그가 이마를 가린 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도련님, 이렇게 합시다. 이따가 도련님께서 이승하를 따돌리세요. 그 틈을 타서 저희가 서유를 데려가겠습니다.”불같이 화를 내던 육성재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명심해. 가면 꼭 쓰고 들어가. 납치범으로 위장하여 김선우까지 같이 데려와.”이승하가 서유를 데리고 카페로 들어가려는 찰나 옆에 있던 소지섭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맞은편에 있는 차가 좀 이상합니다.”그 말에 그녀가 뒤를 돌아보려고 하자 이승하가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아마도 육성재일 거야...”그녀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설마 나와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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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마음이 심란한 남자는 머리를 약간 기울이다가 싸늘한 눈빛과 마주쳤고 그 눈 밑에서는 피에 굶주린 섬뜩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보 김선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이상하다. 예전에는 이리 무서운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섬뜩한 거야?사촌 형이 화를 낼 때 저도 모르게 겁을 잔뜩 먹던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선우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을 돌렸다.“저기... 서유 누나. 왜 보자고 한 거예요? 혹시 나랑 같이 Y국으로 돌아가서 큰고모를 만나려는 거예요?”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오늘 이리 보자고 한 건 선우 씨의 머리카락이 필요해서예요.”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결혼생활이 불행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머리카락을 빌려달라고요? 그게 무슨 뜻인지...” 이승하를 조롱하는 말이라는 걸 서유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김선우 이 인간, 간도 크지. 감히 승하 씨 앞에서 이리 깐족대다니. 또 얻어맞으려고 이러나? “유전자 검사를 하려고 해요.” 그제야 이유를 알게 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누나는 우리 작은고모랑 똑같이 생겼어요. 분명 우리 김씨 가문의 사람일 거예요. 검사할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요.”“이 세상에는 닮은 사람들이 많아요. 많이 닮았다고 해서 내가 선우 씨 작은고모의 딸이라고는 할 수 없죠.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믿을 수가 없어서요.”김선우는 고래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 머리카락으로 해요. 검사 끝나면 나랑 같이 Y국으로 가서 큰고모 만날 거죠?”서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김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마지막으로 만나러 가는 게 도리겠죠. 하지만 아니라면 가지 않을 거예요.” Y국으로 가겠다고 한 그녀의 말에 그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쳤다.“걱정하지 말아요. 누나는 분명 우리 김씨 가문의 사람일 거예요...”이내 그가 옆에 있는 잘생긴 이승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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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이승하는 쌍꺼풀을 살짝 치켜든 채 다급한 모습의 육성재를 힐끔 쳐다보았다.“당신이 나오라면 하면 나가야 하는 건가? 당신이 뭔데?” 잘난 척 사람을 깔보는 그 모습이 너무 싫었지만 육성재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애써 참았다.“당신과 관련된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찾아올 일도 없었겠지.”그 말에 이승하는 피식 웃었다.“육성재, 내 기억이 맞는다면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죽일 만큼 원수 사이 아니었나? 나한테 정말 급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게 당신이 바라는 거 아니야? 이리 날 찾아올 리도 없지.”맞는 말이었다. 이승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 세상에서 첫 번째로 좋아할 사람은 육성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티를 내면 안 되었다. “마음대로 해. 이따가 심혜진이 서유를 데리고 가도 내 탓은 하지 마. 난 이미 당신한테 알려줬으니까.”최근 심혜진은 꽤 유명한 국제 변호사를 구해서 국내로 돌아왔고 며칠 뒤에 서유와 소송을 할 예정이었다. 심혜진의 계획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심혜진이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는 핑계를 대며 이승하를 따돌리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승하는 별 반응이 없었고 그저 깊은 눈동자만 치켜든 채 무뚝뚝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 지 벌써 알아차렸다는 듯한 눈빛에 그는 찝찝하기만 했다. 이승하가 큰 반응이 없는 것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연이의 이모인 서유는 뭔가 반응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성재 씨, 심혜진이 내 조카딸을 데려가려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그녀는 다급한 척하며 그에게 물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의자 위에 손을 짚고는 옆에 서 있는 육성재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승하와 키와 비슷한 육성재가 시선을 돌리는데 호수처럼 맑은 그녀의 눈망울과 마주쳤다. 그 순간 가슴이 살짝 떨린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눈을 피했다. “방금 만났는데 아이를 뺏으러 간다고 사람들을 엄청 많이 데리고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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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그제야 이상함을 느낀 육성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 가는데?”이승하가 운전기사를 향해 턱을 치켜들자 운전기사는 이내 차 문을 잠갔고 곧이어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남주혁은 쫓고 싶어도 따라갈 수가 없게 되자 차 번호판을 외워 육씨 가문의 경호원들에게 연락해서 얼른 육성재를 찾으라고 당부했다. 그러고는 때를 노리고 납치범으로 위장한 뒤 마대 두 개를 들고 사람들을 함께 카페로 돌진했다.서유를 잡아가서 도련님과 맞바꿔도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서유와 김선우를 쉽게 납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이승하가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 이곳에 둘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소지섭은 S 조직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팀원이었고 택이조차도 그한테는 상대가 안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주혁이 데리고 온 절반의 경호원들이 소지섭에 의해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는 경호원들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소지섭과 겨루어 보려던 남주혁은 겁이 덜컥 났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속전속결해야 했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미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경찰들이 오면 그들은 잡혀갈지도 모른다.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주혁은 여전히 이를 악물고 뻔뻔스럽게 다른 경호원들을 불러 함께 소지섭을 상대했다.“억지로 싸우지 말고 그냥 바닥에 눌러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전략을 바꾼 후 경호원들은 소지섭에게 매를 맞으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중 한 경호원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에게 돌진하더니 마치 문어처럼 그의 등에 뛰어올라 그의 목덜미를 한사코 껴안고는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절대 손을 놓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고 다른 경호원들도 하나같이 소지섭의 몸 위로 뛰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소지섭은 바닥에 깔리고 말았다. 아무리 힘이 세도 십여 명의 사람들이 누르고 있으니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금 그에게 맞고 쓰러진 사람들도 다리를 쩔뚝거리며 다가와 그 위로 몸을 쌓았고 소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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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이번 일을 김선우와 육성재가 함께 꾸민 줄 알았다. 하지만 방금 실실거리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납치범에게 잡힐 뻔한 그 모습을 보니 김선우와 육성재는 한 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안심하고 김선우에게 물었다.“어떻게 나가는지 알아요?”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거렸다.“따라와요.”뒤를 돌아 배전함 쪽으로 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테이블을 지나가던 길에 그가 양식용 칼을 집어 들고는 다른 사람의 와인을 한 잔 집어 들었다. 느긋하게 배전함 자리로 가서는 손에 들고 있던 와인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술잔을 내동댕이쳤다.술잔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들리더니 카페 전체의 불빛이 갑자기 꺼져버렸다.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가 손목을 잡아당겼고 머리 위에서 맑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나, 날 따라와요.”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익숙하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캄캄한 복도를 지나 이리저리 굽이 돌아 뒤에 있는 주방 쪽을 통과해 카페를 빠져나왔다.도로 위에는 오토바이가 한 대 세워져 있었고 오토바이를 탄 그가 헬멧을 벗겨 그녀에게 건네주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올라와요.”오토바이를 보자마자 지난번 김선우와 이승하의 대결이 생각나서 그녀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나 혼자 돌아갈게요.”장난하나. 지난번에 그의 뒤에 앉았다가 혼이 쏙 빠졌었다. 두번 다시는 타고 싶지 않았다. 그 말에 헬멧을 쓰고 있던 그가 흠칫했다.“급한 일이 있어서 정가혜 씨한테 가야 한다면서요. 집으로 돌아가려고요?”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심혜진이 강제로 연이를 데리고 갈까 봐 걱정돼서요. 아무래도 가보는 게 좋겠어요.”그가 반신반의한 얼굴을 한 채 뒷좌석을 가리키며 말했다.“오토바이 타고 가면 되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그가 카페 쪽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경찰들이 오면 누나네 경호원들도 경찰서로 가서 진술해야 할 거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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