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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이승하는 쌍꺼풀을 살짝 치켜든 채 다급한 모습의 육성재를 힐끔 쳐다보았다.

“당신이 나오라면 하면 나가야 하는 건가? 당신이 뭔데?”

잘난 척 사람을 깔보는 그 모습이 너무 싫었지만 육성재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애써 참았다.

“당신과 관련된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찾아올 일도 없었겠지.”

그 말에 이승하는 피식 웃었다.

“육성재, 내 기억이 맞는다면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죽일 만큼 원수 사이 아니었나? 나한테 정말 급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게 당신이 바라는 거 아니야? 이리 날 찾아올 리도 없지.”

맞는 말이었다. 이승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 세상에서 첫 번째로 좋아할 사람은 육성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티를 내면 안 되었다.

“마음대로 해. 이따가 심혜진이 서유를 데리고 가도 내 탓은 하지 마. 난 이미 당신한테 알려줬으니까.”

최근 심혜진은 꽤 유명한 국제 변호사를 구해서 국내로 돌아왔고 며칠 뒤에 서유와 소송을 할 예정이었다.

심혜진의 계획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심혜진이 아이를 빼앗으려 한다는 핑계를 대며 이승하를 따돌리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승하는 별 반응이 없었고 그저 깊은 눈동자만 치켜든 채 무뚝뚝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 지 벌써 알아차렸다는 듯한 눈빛에 그는 찝찝하기만 했다.

이승하가 큰 반응이 없는 것은 정상이었다. 그러나 연이의 이모인 서유는 뭔가 반응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성재 씨, 심혜진이 내 조카딸을 데려가려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는 다급한 척하며 그에게 물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의자 위에 손을 짚고는 옆에 서 있는 육성재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승하와 키와 비슷한 육성재가 시선을 돌리는데 호수처럼 맑은 그녀의 눈망울과 마주쳤다. 그 순간 가슴이 살짝 떨린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눈을 피했다.

“방금 만났는데 아이를 뺏으러 간다고 사람들을 엄청 많이 데리고 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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