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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한편, 전화를 끊은 이승하는 가로등이 켜진 창밖을 멀리 내다보았다.

내일 Y국에 가면 육성재는 반드시 물샐틈없는 그물을 쳐서 그를 잡을 것이다.

무사히 돌아오려면 그가 가장 아끼는 여동생이 큰 돌파구가 될 것이다.

이승하는 시선을 거두고 주서희에게 전화를 걸어 최대한 빨리 서유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정가혜의 클럽으로 가서 좀 쉬려고 했던 주서희는 그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남았다.

잠시 후, 경호원에게서 샘플 두 개를 받자마자 검사실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윤주원은 뒤를 따라갔다.

장갑을 끼다가 고개를 드니 문밖에 서서 망설이고 있는 윤주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그녀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윤주원을 거절하고 나서 그녀는 줄곧 그를 피해 왔고 더 이상 그한테 일말의 희망도 주지 않았다.

지금 보니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고 안색도 예전 같지 않고 눈도 움푹 파인 것이니 며칠 동안 잘 쉬지 못한 것 같았다.

죄책감이 몰려왔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줬으니까.

더 이상 윤주원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유전자 검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윤주원은 안으로 들어가서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문밖에 서서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언제든 그는 늘 그녀를 존중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소준섭이 있었고 소준섭을 쓰러드려야만 그가 다시 주서희의 옆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에 접근하는 건 그저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럼 그와 소준섭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한편, 밤을 새워 유전자 검사를 마친 주서희는 검사 결과를 이승하에게 전해준 뒤 병원을 나섰고 이미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윤주원이 간 줄 알았는데 집에 돌아와서 커튼을 치려는 그때 별장 맞은편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동안 만난 사이였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이였으니 그 사람이 어떤 차를 운전하는지 차에 어떤 번호판을 달았는지 그녀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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