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가 이리 나오니 서유도 더 이상 따져 물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자신을 더는 뭐라 하지 않자 눈치가 빠른 김윤주도 이승하를 따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윤주가 힘겹게 손을 들어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가까이 오너라. 이모가 네 얼굴 좀 똑똑히 보게.”지금까지 육성재가 경호원을 문밖에 가두고 김윤주가 이승하를 따돌리려고 했던 것 말고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서유는 안전했다. 그들의 모습에 이승하와 서유는 김윤주가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친 후 손을 잡고 김윤주의 병상으로 다가가 앉았다. 김윤주는 이승하의 존재를 무시하고 거친 손을 부들부들 떨며 서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초희가 네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네가 더 많이 닮은 것 같구나.”거친 손길이 얼굴을 어루만지자 불편한 느낌이 들어 서유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절 왜 찾으셨어요?”가증스러운 가족 상봉 따위는 집어치우고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만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뭐 하러 굳이 이리 연기까지 하는 건지?김윤주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승하를 힐끗 쳐다보고는 또 아무렇지 않은 척 서유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냥 마지막으로 널 한번 보고 싶었다. 이제 이리 봤으니 난 만족해...”서유를 앞에 두고 이 말 한마디만 하다니. 설마 정말 마지막으로 김영주의 딸을 보고 싶었던 걸까?서유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윤주가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다.“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다. 늘 사과하고 싶었어. 근데 기회를 찾지 못했지. 그래서 너희들을 찾아 보상해 주고 싶었다. 후회와 죄책감을 안고 죽고 싶지 않아서.”그 말에 서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우리 어머니를 당신이 죽인 거예요?”김윤주는 고개를 흔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난 영주를 해친 적이 없어. 영주가 아이를 안고 나에게 돈을 빌리러 왔을 때 내가 거절했었어. 사실 영주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었지만
김윤주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이불을 들추고는 축 처진 다리를 드러내고 서유에게 보여주었다.“세상을 떠나기 전에 소원이 있어. 침대에서 내려와 햇빛을 바라보며 걸어 다니는 거야. 하지만 지금 난 피가 모자라서 움직일 수가 없어.”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미안한 얼굴을 하고 서유를 바라보았다.“너의 어머니가 그 당시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김초희와 넌 나와 같은 AB형이라고 했었어. 내가 돈을 빌려주기만 한다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날 도와줄 것이라고 했었다...”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이 뻔뻔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서유한테 애원했다.“미안하다. 그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돈을 빌려줬어야 했었는데. 네가 괜찮다면 나한테 피를 조금 줄 수 있겠느냐? 400cc면 된다. 내가 일어설 수 있게만 해줘.”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허점투성이였다. 그녀와 김초희는 AB형이 아니라 일반적인 O형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김윤주에게 AB형이라고 말한 건 돈을 빌리기 위해 급히 핑계를 댄 게 분명했다. 이게 김윤주가 그들 자매를 이리 애타게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김윤주가 일어나서 걸으려면 400cc 혈액으로는 턱도 없었다. 이렇게 말한 건 단지 그녀의 피를 뽑아 검사를 받으려는 핑계일 뿐이고 검사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는 김윤주의 연기를 더 봐야 알 것 같다. 서유가 대답도 하기 전에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제 아내의 피는 남한테 빌려줄 수 없습니다.”남자는 핑계조차 대지 않고 냉담하게 거절했고 얼굴이 굳어진 김윤주는 시선을 서유에게로 돌렸다. “이모는 그냥 너의 피를 조금 원할 뿐이야. 널 해치지 않아...”잠시 고민하던 서유는 육성재를 한번 쳐다보고는 김윤주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 육우성과 결혼했는지 솔직히 말해주면 피 뽑아줄게요. 만약 제게 거짓말을 한다면 저도 거부할게요.”어젯밤 이승하가 돌아온 후, 육성재는 부모님의 지난 일들에 대해 모르고
서유는 그녀가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자극했다. “심혜진 아주머니를 만났어요. 그녀 말로는 당신이 그녀를 부추겨서 제 어머니 얼굴을 망가뜨리게 했다던데...”김윤주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했고, 마음이 떨렸지만 단호히 부인했다. “헛소리야. 나는 그저 심혜진 앞에서 네 어머니가 그 사람보다 예쁘다고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심혜진이 질투에 미쳐서 스스로 영주를 해치는 짓을 했고, 이제 와서 감히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는 거야?!”그저 무심코 한 말에 진실이 드러나자 서유는 놀랐다. “당신이 아주머니 앞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분이 어떻게 질투해서 화학 약품으로 제 어머니 얼굴에 끼얹었겠어요?”김윤주는 감정이 격해져서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그렇지 않아. 이 일은 나랑 아무 상관이 없어!”서유는 다시 그녀를 자극했다. “그럼 당신이 부정한 수단을 써서 육우성성 씨랑 결혼한 일도 당신과 상관없나요?!”김윤주는 그녀의 말에 따라 흥분해서 말했다. “나는 그저 그이가 영주의 흉터를 받아들이지 못할 때 곁에 있어 준 것뿐이야. 굳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한다면 그이가 술에 취해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게 된 거야. 하지만 이게 어떻게 부정한 수단이 될 수 있어?!”옆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깎고 있던 육성재는 이 말을 듣고 칼을 잡은 손을 천천히 멈췄다.어렸을 때 김윤주는 그에게 아버지가 그녀를 매우 사랑했고, 둘은 죽마고우로 평생을 약속했다고 말했었다.그러나 그가 자라면서 김영주가 끼어들어 부정한 수단으로 아버지와 관계를 맺어 약혼하게 되었다고 했다.하지만 선과 악에는 보응이 있어 김영주의 얼굴이 망가졌고, 김씨 집안의 사람들은 이런 딸을 육우성에게 시집 보내기 부끄러워해서 그녀로 바꾸었다고 했다.누가 진실이 이럴 줄 알았겠는가. 사실은 어머니가 남의 약혼이 해제되기도 전에 부정한 수단으로 아버지와 관계를 맺었다니...그는 날카로운 눈빛을 담은 눈동자를 들어 연약해 보이지만 눈빛은 음험한 김윤주를
육성재의 얼굴색이 살짝 변했다. “왜 김초희는 가능한데, 서유는 안 되는 거죠? 친자매 아닌가요?”의사가 설명했다. “도련님, 이렇습니다. 친자매라고 해도 골수 이식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육성재는 김윤주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속에 복잡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아마 1년 전쯤이었을 거다. 혈액은행에 있던 한 혈액 샘플이 김윤주와 HLA 유전자 검사를 했을 때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육성재는 그 혈액이 김초희가 장기 기증 협약을 체결한 후 보관된 것이라는 걸 알아냈고, 그래서 온 세상을 뒤져 김초희를 찾아다녔다.그런데 김초희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사망 소식은 지현우에 의해 철저히 감춰져 있어서 병원조차도 알지 못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의사는 친자매라도 골수 이식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김윤주는 육성재가 자신을 보며 말을 하지 않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육성재는 휴대폰을 쥐고 잠시 침묵한 후 솔직하게 말했다. “골수가 일치하지 않대.”김윤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눈 밑에 피어오르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육성재의 휴대폰을 빼앗아 의사에게 물었다. “그럼 심장은요?”전화 너머의 의사는 부인의 목소리를 듣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검사 항목 여러 가지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심장은 더더욱 이식이 불가능합니다.”의사의 이 말은 김윤주의 희망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그녀는 병상에 멍하니 앉아 한동안 반응이 없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의사가 위로했다.“사모님, 저희가 계속해서 적합한 공여자를 찾아보겠습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고 잘 요양하세요. 시간이 지나면...”김윤주는 갑자기 감정 조절을 못 하고 휴대폰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시간이 지나면이에요, 나는 거의 죽어가고 있는데 당신들은
골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유는 이미 충격을 받았는데, 김윤주가 그녀의 심장까지 원한다는 것을 알고 더욱 놀랐다. 이는 그녀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것이 아닌가?다행히 일치하지 않아서 그녀가 지금 멀쩡히 여기 앉아 김윤주와 육성재 모자가 이식이 불가능해 틈이 벌어지는 광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볼만한 구경을 다 했다고 생각한 서유는 육성재에게 말했다. “제가 할 일이 없는 것 같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이 말을 던지고 이승하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 했지만, 옆에 있던 남자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고, 길쭉한 손가락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두드리면서 뼈를 에는 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김윤주를 싸늘하게 훑어보았다.“당신이 내 아내를 노리는 건, 내가 만만해 보여서입니까?”차갑고 담담하게, 가볍게 던진 이 한마디에 김윤주의 몸이 굳어버렸다. 눈 밑에서 세상의 불공평함을 저주하듯 찢어지던 감정도 점차 수그러들었다...“어차피 일치하지도 않는데, 괴롭힌다고 할 수는 없겠죠?”“만약 일치한다면요?”만약 일치한다면, 그녀는 당연히 누군가를 시켜 이승하에게 진정제를 놓고, 서유를 수술실로 끌고 가 즉시 이식 수술을 할 것이다.그녀는 김씨 가문의 장녀이자 육씨 집안의 사모님이었다. 그녀가 사는 것이 서유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김윤주는 속으로 사악하게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완곡하게 말했다.“만약 일치한다면, 서유한테 한 번만 골수를 기증해 달라고 부탁드릴 수밖에 없겠죠...”“그럼 심장은요?”서유가 끼어들어 김윤주에게 반문했다. “제 심장도 달라고 하실 생각 아니었나요?”김윤주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네게 부탁하다니, 꿈도 꾸지 마. 그냥 직접 꺼내서 내게 옮겨 붙이면 될 일을.”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렇지 않지. 다른 심장을 찾아볼 거야...”서유와 이승하는 그녀를 믿을 리가 없었다.“김 여사님, 만약 오늘 여기 서
“어떤 조건?”“육씨 집안의 사업을 즉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철수해.”“...”육성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이승하의 입가에 경멸의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 동생을 다시 보고 싶다면 내 말을 들어.”남자가 이 말을 던지고 서유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러자 육성재가 그를 불러 세웠다. “무슨 뜻이야? 설마 내 동생을 잡아둔 건가?”이승하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어리둥절한 얼굴의 육성재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난 준비 없이 싸움을 하지 않아.”이 말을 듣고 육성재는 깨달았다. 이승하는 아마도 그들이 서유의 장기를 필요로 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그의 동생을 납치해 두었을 것이다. 그들이 서유에게 손을 대려 할 때 이승하가 그의 동생을 교환 조건으로 내세우려고 한 것이다...이제 유전자 검사가 실패했으니 육성재는 그들을 붙잡아둘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보내려 했으나 오히려 이승하가 가지 않으려 했다. 그의 손에 아직 동생이 잡혀 있었다. 동생을 이용해 조건을 달성한다면 이렇게 한 번 왔다 가는 것도 헛되지 않은 셈이었다. 정말 교묘한 계략이었다.평소 동생을 아끼는 육성재는 이승하의 수법을 알기에 그가 자신의 동생에게 불리한 일을 할까 봐 두려웠다. 망설임 끝에 결국 이를 악물고 동의했다. “좋아, 당신 말대로 하지. 그러니 즉시 내 동생을 풀어줘.”이승하의 아름다운 얼굴에 드디어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육 도련님, 앞으로는 어머니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해. 내 아내를 노리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사업에서 조금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남자의 미소는 눈까지 가지 않았다. 마치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목숨을 대가로 해야 할 것처럼. 이승하와 수없이 거래해 본 육성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하의 속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깊었다.그는 이승하에게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서유에게 옮겼다.“방금 네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무슨 뜻이야?”서유는
육성재가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때, 김윤주는 주름진 손을 떨며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아들, 엄마는 너랑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서 살아남으려는 거야. 꼭 엄마를 도와줘야 해. 엄마는 꿈에서 지옥의 모습을 봤는데 너무 무서웠어. 난 그곳에 가고 싶지 않아...”육성재는 그녀의 핏기 없는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만이 지옥에 갑니다. 어머니, 당신은 그렇게 선한 분이니 지옥에 가지 않을 거예요...”이 말에 김윤주가 육성재의 옷을 다시 잡으려던 손이 공중에서 굳어버렸다.그녀가 선하다고?아니다.그녀는 악행을 많이 저질렀다.먼저 육우성을 사랑했지만, 육우성은 김영주의 얼굴을 좋아했다. 김영주와 결혼하기 위해 육씨 집안의 대문 앞에서 3일 3밤을 꿇어앉아 있었고, 결국 육씨 집안은 그와 김영주의 약혼을 허락했다. 그녀는 참을 수 없어서 일부러 김영주의 친한 친구인 심혜진에게 접근해 은근슬쩍 김영주의 얼굴을 망가뜨리도록 부추겼다.사실 심혜진이 화학 약품으로 김영주의 얼굴에 뿌리기 전에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는 심혜진이 포기할까 봐 일부러 가서 실수인 척 부딪쳐 약품이 김영주의 얼굴에 성공적으로 뿌려지게 했다. 이 일을 따지자면 지옥사자는 아마 그녀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또 김영주가 돈을 빌리러 왔을 때도, 그녀가 부모님께 김영주가 외할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려 하고 그들에게 주려 하지 않는다고 일러주었다. 김영주처럼 말 안 듣는 딸에게 돈을 빌려줘봤자 갚지 않을 거라고 해서 부모님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김영주가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동생 김종수에게도 찾아갔는데, 김종수는 겉으로는 거절했지만 몰래 그녀에게 돈을 보내려 했다.김윤주는 김종수에게 김영주의 연락처가 있다며 대신 보내달라고 했으나, 돈을 받고 나서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을 산 후 평민들에게 던져주고 김영주에게는 주지 않았다.이 일을 김종수는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김영주에게 돈을 빌
육성재가 나오는 것을 보자 김선우가 얼른 뛰어왔다.“형, 방금 누나가 나가는 걸 봤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인사도 못 했어. 큰고모와 얘기가 잘 안됐나 봐?”육성재는 실망스러운 감정에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어 김선우의 뺨을 세게 때리려 했지만, 김선우가 몸을 재빨리 피해 빗나갔다.“형, 왜 그래?!”헛손질한 육성재는 손을 거두고 주먹을 꽉 쥐었다.“김선우, 김영주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는 걸 왜 먼저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김영주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고?” 김선우가 의아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어떻게 알았어?”육성재는 김선우의 머리 위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서유가 네 머리카락으로 DNA 검사를 했어. 너희 사이에 혈연관계가 전혀 없대.”김선우는 이 말을 듣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말씀하신 사람이 서유의 어머니였구나...”육성재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 그의 정수리를 한 대 때렸다. “언제 그런 말을 했어?!”김선우는 머리를 감싸며 아파서 울부짖었다. “형, 좀 살살해. 여기 방금 누가 머리카락 한 뭉치 뽑아갔잖아. 아직 회복도 안 됐다고!”이미 폭주 상태에 빠진 육성재는 더 이상 인내심이 없었다. “남주혁, 얘 머리카락 전부 뽑아버려!!!”김선우는 반 걸음 물러서며 얌전히 실토했다. “나도 어렸을 때 우연히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을 듣게 된 거야. 구체적으로 누가 김씨 집안의 아이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육성재는 그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아 다시 물었다. “김영주는 네 할아버지 할머니가 입양한 거야, 아니면 주워 온 거야?”김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중 한 명이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 어떻게 왔는지는 잘 모르겠어.”“그럼 네 아버지는 아셔?”“나 말고는 아무도 이 비밀을 모를 거야...”‘그렇다면 조사해 봐야겠군.’육성재는 귀찮아서 조사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에게는 어머니와 유전자가 맞지 않는 사람은 가치가 없었고, 그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