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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김윤주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이불을 들추고는 축 처진 다리를 드러내고 서유에게 보여주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소원이 있어. 침대에서 내려와 햇빛을 바라보며 걸어 다니는 거야. 하지만 지금 난 피가 모자라서 움직일 수가 없어.”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다시 미안한 얼굴을 하고 서유를 바라보았다.

“너의 어머니가 그 당시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김초희와 넌 나와 같은 AB형이라고 했었어. 내가 돈을 빌려주기만 한다면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날 도와줄 것이라고 했었다...”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이 뻔뻔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서유한테 애원했다.

“미안하다. 그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돈을 빌려줬어야 했었는데. 네가 괜찮다면 나한테 피를 조금 줄 수 있겠느냐? 400cc면 된다. 내가 일어설 수 있게만 해줘.”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허점투성이였다.

그녀와 김초희는 AB형이 아니라 일반적인 O형이었다. 그녀의 어머니가 김윤주에게 AB형이라고 말한 건 돈을 빌리기 위해 급히 핑계를 댄 게 분명했다. 이게 김윤주가 그들 자매를 이리 애타게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김윤주가 일어나서 걸으려면 400cc 혈액으로는 턱도 없었다. 이렇게 말한 건 단지 그녀의 피를 뽑아 검사를 받으려는 핑계일 뿐이고 검사가 끝나면 무엇을 할지는 김윤주의 연기를 더 봐야 알 것 같다.

서유가 대답도 하기 전에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아내의 피는 남한테 빌려줄 수 없습니다.”

남자는 핑계조차 대지 않고 냉담하게 거절했고 얼굴이 굳어진 김윤주는 시선을 서유에게로 돌렸다.

“이모는 그냥 너의 피를 조금 원할 뿐이야. 널 해치지 않아...”

잠시 고민하던 서유는 육성재를 한번 쳐다보고는 김윤주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당신이 무슨 수를 써서 육우성과 결혼했는지 솔직히 말해주면 피 뽑아줄게요. 만약 제게 거짓말을 한다면 저도 거부할게요.”

어젯밤 이승하가 돌아온 후, 육성재는 부모님의 지난 일들에 대해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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