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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어떤 조건?”

“육씨 집안의 사업을 즉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철수해.”

“...”

육성재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건 너무 심하잖아!”

이승하의 입가에 경멸의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 동생을 다시 보고 싶다면 내 말을 들어.”

남자가 이 말을 던지고 서유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러자 육성재가 그를 불러 세웠다.

“무슨 뜻이야? 설마 내 동생을 잡아둔 건가?”

이승하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어리둥절한 얼굴의 육성재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알고 있겠지만, 난 준비 없이 싸움을 하지 않아.”

이 말을 듣고 육성재는 깨달았다. 이승하는 아마도 그들이 서유의 장기를 필요로 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그의 동생을 납치해 두었을 것이다. 그들이 서유에게 손을 대려 할 때 이승하가 그의 동생을 교환 조건으로 내세우려고 한 것이다...

이제 유전자 검사가 실패했으니 육성재는 그들을 붙잡아둘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보내려 했으나 오히려 이승하가 가지 않으려 했다.

그의 손에 아직 동생이 잡혀 있었다. 동생을 이용해 조건을 달성한다면 이렇게 한 번 왔다 가는 것도 헛되지 않은 셈이었다.

정말 교묘한 계략이었다.

평소 동생을 아끼는 육성재는 이승하의 수법을 알기에 그가 자신의 동생에게 불리한 일을 할까 봐 두려웠다. 망설임 끝에 결국 이를 악물고 동의했다.

“좋아, 당신 말대로 하지. 그러니 즉시 내 동생을 풀어줘.”

이승하의 아름다운 얼굴에 드디어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육 도련님, 앞으로는 어머니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해. 내 아내를 노리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사업에서 조금 손해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남자의 미소는 눈까지 가지 않았다. 마치 그를 건드리는 사람은 목숨을 대가로 해야 할 것처럼.

이승하와 수없이 거래해 본 육성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하의 속마음은 그보다 훨씬 더 깊었다.

그는 이승하에게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서유에게 옮겼다.

“방금 네가 김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무슨 뜻이야?”

서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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