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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택이는 침을 삼키며 육성아에게 다가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과했다.

“미안해요, 일부러 성아 씨를 묶으려고 한 게 아니에요.”

육성아의 입에는 수건이 물려 있어 말을 할 수 없었고, 그저 눈으로 택이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오심에 택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다.

“이제 풀어줄 테니까 제발 그런 눈빛으로 날 보지 마요.”

자신을 돌려보내 준다는 말을 듣자 육성아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아 눈 속의 분노를 감추고 순순히 택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택이는 처음으로 그녀가 이렇게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입에 물린 수건을 빼냈다.

육성아는 신선한 공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후 호흡을 가다듬고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의 온몸을 묶고 있는 밧줄을 바라보았다.

“풀어줘요.”

그녀의 시선을 따라 택이는 그녀의 몸을 반 정도 감싸고 있는 밧줄을 힐끗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풀어주면 그쪽이 날 때릴 게 분명해요...”

택이는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밧줄을 풀어주면 아마 주먹으로 그를 저승으로 보낼 것이다.

이제 루드웰에서 주인님을 위해 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죽을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풀어주지 않자 육성아는 묶인 두 손을 꽉 쥐었지만, 가슴 속의 분노를 참으며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현우택 씨, 난 당신이 좋아졌어요. 그러니 때리지 않을 거예요...”

‘난 당신이 좋아졌어요...”:

택이는 약간 놀란 듯 지친 표정에 밧줄로 꽁꽁 묶인 육성아를 바라보았다.

“제가 당신께 약을 먹이고 묶어 놓았는데도 제가 좋다고요?”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묻자 육성아는 서둘러 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 웃었다.

“우택 씨가 이렇게 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믿어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절대 날 해치지 않았을 거예요. 결국...”

육성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2초 후 시선을 택이의 하반신으로 옮겼다.

“우리가 그렇게 여러 번 잤는데, 어떻게 감정이 생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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