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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육성재의 얼굴색이 살짝 변했다.

“왜 김초희는 가능한데, 서유는 안 되는 거죠? 친자매 아닌가요?”

의사가 설명했다.

“도련님, 이렇습니다. 친자매라고 해도 골수 이식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육성재는 김윤주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기대에 찬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며 마음속에 복잡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마 1년 전쯤이었을 거다. 혈액은행에 있던 한 혈액 샘플이 김윤주와 HLA 유전자 검사를 했을 때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육성재는 그 혈액이 김초희가 장기 기증 협약을 체결한 후 보관된 것이라는 걸 알아냈고, 그래서 온 세상을 뒤져 김초희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김초희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사망 소식은 지현우에 의해 철저히 감춰져 있어서 병원조차도 알지 못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에게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의사는 친자매라도 골수 이식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김윤주는 육성재가 자신을 보며 말을 하지 않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육성재는 휴대폰을 쥐고 잠시 침묵한 후 솔직하게 말했다.

“골수가 일치하지 않대.”

김윤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눈 밑에 피어오르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육성재의 휴대폰을 빼앗아 의사에게 물었다.

“그럼 심장은요?”

전화 너머의 의사는 부인의 목소리를 듣고 공손하게 대답했다.

“검사 항목 여러 가지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심장은 더더욱 이식이 불가능합니다.”

의사의 이 말은 김윤주의 희망을 완전히 꺾어버렸다. 그녀는 병상에 멍하니 앉아 한동안 반응이 없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의사가 위로했다.

“사모님, 저희가 계속해서 적합한 공여자를 찾아보겠습니다. 마음 편히 가지시고 잘 요양하세요. 시간이 지나면...”

김윤주는 갑자기 감정 조절을 못 하고 휴대폰을 향해 소리쳤다.

“무슨 시간이 지나면이에요, 나는 거의 죽어가고 있는데 당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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